[이웃농성촌 방문기] 홈플러스 입점 저지를 위해 싸우고 있는 합정동 천막농성장
12월 11일 합정역 9번 출구 옆에 있는 ‘합정동 홈플러스 입점 저지 마포지역 주민대책위원회’의 천막농성장을 찾아갔습니다. 망원시장에서 두부장사를 하는 김진철 님(진철이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강철 같은 사나이라고 본인 소개를 해주셨어요. ^^), 떡볶이장사를 하는 정문식 님, 진보신당 마포구당원협의회 조영권 님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장사와 투쟁을 함께 해나가는 것이 만만찮은 일인데도, 환한 웃음을 서로 나누는 모습에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농성촌표 담금차를 전해드렸는데, 참 좋아하셨어요. 따뜻한 레몬차로 이 겨울 힘차게 나시면 좋겠습니다.
Q. 농성을 왜 하고 있는지?
A. 지금 농성 중인 장소가 합정오거리 한 복판인데요, 바로 뒤가 얼마 전에 들어선 메세나폴리스라는 주상복합건물이에요. 8월 말 이 건물 지하에 홈플러스 합정점이 들어올 거라고 해서 입점을 막기 위해 8월 10일부터 농성을 하게 되었어요. 투쟁은 그 전에 시작했지요. 작년 말 구청에서 인가가 나고, 그때부터 대책위를 만들어 싸운 게 1년 넘게 이어가고 있네요. 망원시장과 월드컵시장 상인들이 모여 천막농성 전에도 4차례에 걸쳐서 크게 집회를 했었어요. 모두가 시장 문을 닫고, 철시투쟁을 했죠. 그때 홈플러스 본사도 가고, 상암동 홈플러스도 가고 그랬어요.
Q. 그동안의 투쟁을 짧게 소개한다면?
홈플러스 합정점은 대자본, 대기업의 탐욕으로 상징화되어있기에 지역사안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 문제라고 봐요. 상인들의 투쟁에 공감하면서 지역의 40여개 단체들이 함께 하고 있어요. 단체별로 당번을 돌아가면서 농성장을 지키고, ‘아름다운 동맹’이란 이름으로 촛불문화제도 진행했었고요. 걸작 하나가 망원시장, 월드컵시장에서 촛불시장을 열었었어요. 촛불이 저항의 상징이잖아요. 이것을 집회만이 아니라 우리의 삶의 터전, 우린 장사하는 사람들이니까 삶의 터전인 시장에서 저항한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말이에요. 망원시장 점포가 88개, 월드컵시장 점포가 52개 합쳐서 140여개 되는데요, 전체 상인들이 등 끄고 촛불을 켜놓고서 시장을 열었었어요. 분위기가 굉장히 좋았어요. 서로 연대의 힘을 느끼게 했던 것 같고. 시장에 오신 분들도 많이 감동하셨고요.
Q. 대책위가 탄탄하신 것 같아요. 근데 다들 장사를 하시니까 생업과 투쟁을 병행하는 것이 힘드셧을 것 같은데?
A. 망원시장과 월드컵시장 임원들이 중심이 돼서 상인비대위를 꾸려 활동했던 거거든요. 대단했던 게 밤 10시까지 장사를 하잖아요. 그럼 밤 10시부터 회의를 하고, 다음날 또 새벽같이 일어나 다시 장사를 하고... 매주 월수금 한 번도 빠짐없이 그렇게 1년을 넘게 살아온 거죠. 그렇다보니 힘든 게 많죠. 매일 장사를 하는 것으로 먹고 살아야 하니까 그것과 함께 투쟁한다는 게 힘들어요. 그래서 상인조직이 모래알 조직처럼 되는 것 같아요.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문제들이 많아요. 근데 싸움을 오래하기가 힘들어요. 당장 돈 벌어서 먹고 살아야 하니까요. 이게 사실 안 보이는 싸움이잖아요. 근데 장사하는 건 바로 보이고 현실로 부딪히는 문제이고. 그렇다보니 두 가지를 병행한다는 게 쉽지 않죠. 그래도 우리 시장들은 잘 싸워온 것 같아요. 망원시장과 월드컵시장이 가까운 데 있고 선의의 경쟁관계였다고 볼 수 있는데,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합쳐서 싸우고 있는 것이고요.
Q. 대형마트를 규제해야 한다고 사회적으로 많이 얘기되고 있는데, 지금 상황은 어떤지?
A. 지금 홈플러스하고 사업조정제도 하에서 협의 중인데, 사실 사업조정이라는 게 워낙 힘이 없는 제도거든요. 우리가 주장하는 것은 매장입점 철회에요. 이게 원칙이지만 양보를 해야 한다면, 매장을 반으로 줄여서 오픈하거나 매장을 다 오픈하되 1차 상품을 취급하지는 말라는 2가지 안을 제시했어요. 근데 홈플러스 측에서는 배추나 무 한 가지 품목도 양보를 못한다, 자신들은 일정 정도의 보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상황이에요. 우리가 애초부터 계속 얘기를 했던 게 이 싸움은 돈의 문제가 아니다, 생존권의 문제라는 거였어요. 돈 몇 푼 받아서 우리가 생존할 수 있다고 하면 피해보상 어느 정도 받고 말 수도 있겠죠. 근데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에요. 지도를 보여드리면, 여기 우리 시장들이 있고, 이 주변으로 군데군데 홈플러스가 다 있거든요. 우리 시장을 산성처럼 다 둘러쌓는데, 그 안에 갇힌 시장이 제대로 살 수 있겠어요? 홈플러스측은 자기들이 분양을 받았는데 이렇게 투자된 것을 어떻게 하냐면서 손해를 운운하는데, 그건 부동산으로 있는 것이고 재분양을 하거나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거잖아요. 지금 이 문제를 법적으로 풀기는 어려운 상황이고, 정치적으로 이걸 풀어야 하는데 그럼 대선이 중요하잖아요. 근데 대선후보들은 여길 피해다니고 있거든요. 정치권에 있는 사람들이 다 대기업편에 서는 사람들이다보니 어렵죠. 지금 지역에서 연대해주는 분들이 정치권에 있어야 할 텐데 말이에요.
Q. 참 다양한 사람들의 지지현수막이 있는데, 어떤 분들인지?
A. 여기 주상복합아파트 입주민 중 홈플러스 입점 반대하는 분들이 만들어서 건 현수막도 있고요. 또 이 지역에 NGO들이 많이 있거든요. 아무래도 더 깨어있어서 그런지 동네시장을 죽여서는 안 된다, 대형마트 들어오는 것은 결코 지역에 도움이 안 된다 그런 생각을 해주시는 것 같아요. 사실 대형마트가 들어오면 돈만 빨아먹지 지역에 상생하기 위해 투자를 한다거나 그러질 안잖아요. 우리는 같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고, 장사를 해서 돈을 벌어도 지역에서 돈을 쓸 수밖에 없잖아요. 그런 것을 시민단체들이 공감해준 것 같아요. 어제는 불우이웃에게 전하기 위해 시장에서 상인들이 모여 같이 김장을 했어요. 지역에서 맺은 인연들로 앞으로도 동네를 일궈나가는데 시장도 참여하려고 해요. 지금까지 버틸 수 있던 데는 지역 NGO들의 힘도 큰 몫을 차지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해결하는데도 큰 힘이 될 거고요.
Q. 투쟁하면서 가장 지칠 때는? 또 가장 힘이 날 때는?
A. 가장 관심을 갖고 함께 해야 할 상인들의 호응이 떨어졌을 때 지치게 되는 것 같아요. 장사하면서 싸우는 게 쉽지는 않으니 빠진 사람도 있고요. 그렇다보니 끌고 가는 입장에서는 힘든 것도 있죠. 가장 힘이 날 때는 상인들이 격려해줄 때인 것 같아요. 비대위 고생한다며 응원해주면 그동안 고생한 게 눈 녹듯 사라져요. 그런 힘으로 지금까지 온 것 같아요. 그리고 사명감도 생긴 것 같아요. 내가, 우리가 좀 고생해서 시장을 살리면 우리 시장에 있는 구성원들이 다 밥 먹고 살 수 있다 그런 사명감이 없으면 지금까지 못 왔을 것 같아요. 작년 시장에 새로 들어온 분들도 계셔요. 먹고 살아야 하니까 장사하려고 들어온 건데 이런 절벽을 만난 거잖아요. 그런 분들이 조금이라도 돈을 벌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해요.
Q. 곳곳에서 함께 살기 위해 싸우는 사람들이 많은데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A. 상인들은 내가 좀 노력하면 벌어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다고 생각해서 스스로를 중산층이라 하는 고정관념 같은 게 있어요. 그래서인지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이 싸움을 하면서 보니 그게 아니라는 거죠. 지금 정치권이 하는 것은 우리 상인들만 좀 먹는 게 아니라 우리나라 곳곳,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갉아먹고 있는 거예요. 핍박받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에요. 그래서인지 어디 지나가다가도 천막을 보면 남의 일 같지 않아요. 지난 번 대한문을 지나가면서도 그랬고요. 이렇게 싸운다는 게 사실 보통 마음을 먹고 하기 힘든 일이잖아요. 지금 이 추운 날씨에 철탑에 올라가서 싸운다는 게 보통 일입니까? 너무 대단한 일이죠. 그런 분들의 싸움이 조금이라도 정치권들을 움직이고, 철옹성 같은 권력을 조금이라도, 반발짝이라도 움직이게 한다는 거죠. 그래서 없는 사람들한테 조금이라도 혜택이 돌아간다고 생각해요.
Q. 앞으로 계획하는 바가 있다면?
A. 천막을 잘 지키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국상인연합회와도 논의해보고, 지식경제부에도 얘기해보면서 홈플러스 이승한 회장과 직접 얘기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보려고 해요. 그리고 12월 21일 금요일에는 이 근처 ‘민중의 집’에서 함께 도시락 파티를 해요. 1년 동안 싸우느라 같이 고생한 모든 사람들이 각자 먹을 도시락을 싸갖고 모여 송년회를 하는 거죠. 1년 동안 어떻게 싸워왔나 돌아보고 내년 어떻게 해나갈지 얘기하는 자리가 될 것 같아요. 시간되시면 도시락 싸서 놀러오세요~ 또 내년 초에는 마을과 지역의 관점에서 전통시장을 어떻게 살릴 것인지 상인들과 지역주민들이 함께 모여 고민을 나누는 자리가 마련될 것 같아요. 대안적인 모델을 만들어야 하지 않나 고민이 많은데 많이 관심 가져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