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군 장수읍 수분(水分)리 신무산(해발 896.8m)에는 총연장 397.25km로 남한에선 한강, 낙동강 다음으로 긴 금강의 발원지이자 섬진강의 발원지이기도 한 뜬봉샘이 위치해 있다. 800여m에 걸친 인공 조성된 차량 한대가 간신히 지나갈 정도로 수풀과 잡목 등이 산길 오르기 시작했다. 약간의 비얄을 거치며 숨이 차 올랐지만 올라가는 내내 발바닥은 편안하기 그지없다. 자세히 보니 전날 비가 오지 않았는데도 바닥이 축축하다. 다른 강의 발원지와는 달리 산 전체가 습기를 머금고 있다. 정상에 도착하자 약 1.5m 높이의 돌비석에 뜬봉샘이라 새겨있었고 ‘금강천리 물길 여기서부터...’라는 글귀가 적혀있었다. 주변은 장수군에서 시행하고 있는 뜬봉샘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이곳저곳이 파헤쳐져 토사가 드러나 있었다. 샘물은 토사와 먼지가 섞여 겉보기에는 탁해 보였지만 바가지로 물을 떠보니 본래 맑고 차가웠음을 알 수 있다. 장수군에 따르면 뜬봉샘에서는 ‘옆새우’가 서식하고 있다. 크기는 2∼4mm 정도로 옆으로 누워서 움직이고 물 맑은 계곡에 흔히 서식한다. 가을에 떨어진 낙엽을 갉아먹는 청소부이며, 참가재의 먹이가 된다. 전설에는 태조 이성계가 나라를 얻기 위해 전국 명산을 찾아 바로 옆 팔공산에서 기도를 하던 중 신무산에서 봉황이 승천하는 꿈을 꾸었다. 꿈에서 깨 봉황이 승천하는 산으로 가보니 조그마한 샘이 있어 이때부터 봉황이 떴다 하여 뜬봉샘으로 불렸다고 한다. 행여 뜬봉샘 뒤로 흘러드는 다른 물줄기가 있을까 싶어 뒤편 된비알을 기어올라가 봤지만 여전히 축축한 느낌만 있을 뿐 물줄기는 찾지 못했다. 정상부근에 철조망이 설치돼 있었고 저 멀리 무진장 축산농협 한우 계열화 축사가 보였다. 이 철조망은 방목하는 소의 이동을 막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나무 성장과 야생동물의 이동경로를 막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조금 더 내려오니 산중턱에서 올라갈 때 듣지 못했던 계곡의 물소리가 조그맣게 들려왔다. 뜬봉샘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조성된 전망대에 몸을 낮추고 귀를 기울여보니 분명히 물소리가 들려왔다. 이 물줄기가 수분리로 흘러 내려가 금강과 섬진강으로 나뉘게 된다. 조금 더 내려와 보니 생태공원 조성사업이 한창인 듯 갖가지 시설물들이 눈에 띠었다. 금강발원 ‘뜬봉샘 생태공원 조성사업’ 36만 7500여㎡의 부지에 지난 2004년부터 시작돼 올해까지 계속되는 사업으로 70억원이 넘는 예산이 투자됐다. 사업은 금강발원지에 대한 상징화로 물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백두대간 환경생태벨트와 연계한 지역환경 및 문화체험공간 조성, 주민소득 및 환경 보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는 것이 장수군의 설명. 수분리 마을에 들러 텃밭을 일구고 있던 김봉춘(83) 할아버지를 만났다. 김 할아버지는 “이곳에서 50년 넘게 살았지만 뜬봉샘이라는 말은 7∼8년 전부터 비롯됐다”며 “뜬봉이라는 이름은 ‘산 위에 배가 뜬 형국’이라고 해서 뜬 봉우리라는 의미에서 비롯됐으며 그것이 옛날부터 전해 내려왔다”는 것이다. 또 신무산도 옛 이름은 ‘강태들’이라고 불렀다며 “물뿌랭이 마을이 무엇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뜬봉샘이나 그 전설, 신무산, 물뿌랭이마을 등 문학적, 설화적 이름과 의미부여는 신화가 없는 시대를 살아가는 일부 지식인들이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김 할아버지는 과거 주변 지형에 대해 ‘음지편’, ‘양지편’등 귀한 옛 이름을 알려주셨다. 수분리를 나오면서 물줄기는 두 갈래로 갈라져 전혀 다른 길을 가게 된다. 뜬봉샘에서 나오는 물은 장수읍 쪽으로 흘러 금강을 이루고, 남쪽인 번암면 방면으로 흘러가면서 섬진강의 지류를 만든다. 동화댐으로 향하기 전 먼저 장수군 계남면과 번암면을 사이에 두고 경상남도 함양과 인접한 무령고개(해발 1076m)로 발길을 돌렸다. 이곳에 위치한 장안산(해발 1237m)은 소백산맥의 서쪽 비탈면을 이루며, 동쪽에 백운산(1279m), 서쪽에 진안의 팔공산(1151m)이 솟아 있다. 동쪽 비탈면에서 흘러내린 계류는 섬진강의 상류인 동화댐의 주류인 백운천으로 흘러들고, 북쪽 비탈면에서 흘러내린 계류는 계남면의 벽남제(壁南堤), 즉 금강으로 흘러든다. 동쪽은 소백산맥의 준령에 막혀 교통이 불편하지만, 북동쪽의 무령고개와 남쪽의 어치재를 통해 경상남도 함양군의 산지 지류지역과 연결된다. 즉 진주방면으로 흘러들어 낙동강으로 흘러가는 것이다. 산악인들 사이에서는 장안산과 무령고개가 금강과 섬진강, 낙동강까지 물길을 만들어내는 사실상 우리나라 ‘강의 발원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장안산은 억새밭이 유명해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탐사 당일에도 억새밭을 보러온 탐방객들이 많았다. 발길을 돌려 다시 동화댐으로 향한다. 무령고개에서 흘러내려온 계류가 백운천으로 흘러들고 물이 모이는 곳이 동화댐이다. 장수군 번암면에 위치한 동화댐은 지난 이곳 동화지구에 농어촌공사가 2260억원을 들여 지난 1987년 착공하여 1992년 완공됐다. 제당은 474m, 제고는 70.6m로 저수량은 3235만 t에 달한다. 생활용수 공급은 3만 4200t/일에 달하며 홍수조절 능력은 125.6만t이다. 동화댐은 축조 당시 3007만t, 3000ha의 수혜 면적으로 농업용수 전용댐으로 착공 됐지만 인접 시·군의 생활용수 부족으로 섬진강 하류지역의 생활용수공급과 홍수조절기능 등 현재는 다목적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생활용수 공급은 3만 4200t/일에 달하며 홍수조절 능력은 125.6만t에 달한다. 지난 1997년 9월 제정된 ‘댐 건설 및 주변지역지원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건교부에서 설치한 댐, 다목적 기능으로 인정된 댐의 경우 일정금액을 지역주민 사업으로 환원하여 지원해 주도록 되어 있다. 장수군의 경우에는 매년 5∼6원의 혜택을 받게 된다. 그러나 농림부에서 농업용수로 축조했다는 이유만으로 이 법의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으로 군민에게는 환경적 제약 등 안겨주고 있다며 사실상 다른 시·군과 ‘물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장수군민들은 사실상 동화댐이 다목적 댐으로 사용되고 있다며 동화댐을 전환해달라며 집회를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동화댐은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아는지 모르는지 이날도 수면은 고요하기만 했고 주변 의 억새들은 바람에 이리저리 흩날리고 있었다. 다시 번암면방면으로 내려오니 동화댐 밑으로 올해 12월 완공 예정인 동화댐 물공원의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물공원은 관광객 유치를 위해 51억원을 들여 번암면 죽림리 동화댐 제방과 일대 3만4000여㎡를 친환경적으로 조성 중이며 이곳에는 야생식물 서식지 보존과 훼손을 막기 위한 연못을 시작으로 샘 형태의 분수, 계단형태를 이용한 낙차 분수, 가로수와 조화를 이루는 옹달샘 분수, 방사형 수로 조형 분수, 원형 바닥분수, 터널 분수 등 10여 종류의 다양한 분수들이 조성된다. 물 공원 곳곳에 자리한 20여 개의 옹달샘 분수는 각양각색으로 설치돼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특히 이곳 분수의 절반 이상은 펌프 장치 없이 동화댐의 수압으로만 물을 공급해 운영비를 절약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동화댐에서 나온 물길과 수분리에서 흘러든 물은 번암면에서 만나 남원 요천으로 흘러간다. 요천은 다른 도심형 하천들과 달리 암반형 하천으로 수초가 거의 없는 것이 특징이다. 남원 시내를 가로지르는 요천에서는 가족과 친구, 연인단위의 시민들이 나와 요천 주변을 거니는 등 한가로운 때를 보내고 있었다. 다슬기를 잡던 한 아주머니는 “이만큼이나 잡았다”며 취재팀에게 다슬기와 우렁을 보여주기도 했다. 요천은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해 이곳저곳에서 공사가 한창이었다. 남원시는 지난 2007년부터 오는 2012년까지 224억원을 들여 남원시 광치동 광치천 합류지점과 남원 정수장 구간 4.26km에 걸쳐 ‘요천환경정비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제방은 자연형하천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조경석을 쌓고 삭막한 암반형 하천 분위기를 없애기 위해 식생매트, 잔디 블록 등을 깔고 놀이마당과 산책로를 조성하고 풀과 꽃을 주변에 심을 계획이다. 춘향과 몽룡의 사랑을 품은 요천은 시민들과 함께 어우러지며 남으로 여정을 계속한다. /전북4대강대탐사팀=김대홍,김형길,최병호,최준일,백세종,오세림,장수=이재진,남원=김수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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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금강의 발원지에 이렇게 깊은 내막이 있었네..
내일 철새 탐조투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