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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남해 산악회 원문보기 글쓴이: ds5 gzj
운문지맥종주
1차 3박4일(12월 13일~12월 16일까지)
운문지맥이란 ?
백두대간인 태백의 함백산(1572.9m)을 지나 싸리재(두문동재)를 넘어 금대봉(1418.1m)아래 검룡소(한강의 발원지로 사계절 섭씨 9ㅇ의 물이 솟아나며 주위의 암반에는 물이끼가 자라고 있어 신비함을 더해 준다)를 왼쪽에 두고 고랭지 채소밭 위의 매봉산(천의봉,1303.1m)을 지나 피재의 삼수령에서 우리나라 동쪽의 남북을 잇는 낙동정맥이 분기하게 된다.
이 정맥을 따라 한참을 남진하면 경상북도와 울산광역시의 시계를 따라 가다보면 경북 청도군과 울산광역시의 상북면을 잇는 69번 도로의 고갯마루인 운문령에 닿게 되며 이곳에서 다시 힘을 모아 솟구친 산이 바로 가지산(1240m)이다.
가지산은 경북과 경남 울산광역시의 경계점이기도 하며 여기서 경북과 경남의 도계를 따라가면 운문산(1195m) 억산(862m)을 거쳐 도계를 버리고 보두산(560.7m), 비학산(317m)아래 우측엔 동창천과 청도천이 만나 내려오며 왼쪽엔 동천과 단장천이 만나 비로소 밀양강을 이루는 합수지점의 송림으로 내려오는 도산거리 60여km의 산줄기를 신산경표 저자이신 박성태씨는 운문지맥으로 명명하셨기에 이에 나도 운문지맥이라 부르기로 했다.
첫째날(12월 13일)
밤늦도록 주민회의를 했기에 늦게 집으로 돌아와 산행준비를 대충 해놓고 잠을 청했으나 설레이는 마음때문인지 언제나처럼 마음 두근거리며 초등학교때 소풍가는 기분으로 충분한 잠을 자지 못한채 8시 55분발 마산행 차에 우리 부부는 운문지맥을 종주하기 위해 부푼 꿈을 안은채 몸을 맡겼다.
마산시외버스 터미널에 내린 우린 다시 밀양행으로 갈아타고 밀양역에 도착하자 시장기를 느껴 간단한 요기를 하고 서울 부산 춘천을 포함한 9명의 대원이 모두 도착하자 대기한 2대의 차에 분승, 우리는 밀양시 산내면 가인 3동 인골산장으로 갔다.
3년전 억산(862m)에 갔다 하산할때 뒷풀이를 한 곳이라 생소하진 않았다. 산장입구 사과밭은 낙엽내린 수줍음에 온몸을 떨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많던 사과는 다 어디로 가고 달랑 못생기고 조그마한 까치밥 한두개씩만 빨간 자두처럼 매달려 있는 모습이 약간은 서글프고 처량하기도한 그런 모습이다. 잔치때는 많이웅성거렸지만 다 떠나버리고 주인 혼자 집을 치울때처럼 말이다.
하얗던 도화지가 어느덧 벌써 삶에 찌든 땀방울로 얼룩져 다 채워져 가고 있는 12월하고도 중순이다. 지난 시간에 가까이 못했던 부분 남은 시간에 다 채워질 수 있도록 조그마한 여백 최선을 다해 관리하고 새해 맞을 준비를 하지만 아직까지 지난일을 다 정리하지 못한 상태라 구체적인 새로운 계획도 없는 그런 형편에 산만 찾아 다니는 나 자신이 어쩌면 상당히 모자라고 부족한 사람중의 한 사람일 거라고 생각해도 지나치지는 않을 것이다.
인골산장(Tel 055-353-6531, 011-9312-6538 유임준)은 우리가 3박4일간 묵을 베이스캠프로 정해 놓고 염소를 한 마리 시켜서 불고기와 곰국으로 식사를 하며 만남의 만찬을 가졌다.
저녁엔 각자 그동안의 산행얘기와 선물교환도 있었으며 매직잉크와 스탬프, 손수 글을 새긴 운문지맥 도장까지 준비해 오신 박성태님께 감사드리며 내 시그널에 직접 찍어 주시며 사용법을 설명해 주시고 시범까지 보여 주시며 지맥종주때 마다 사용할 것을 당부 하셨다.
둘째날(12월 14일)
새벽 일찍 기상 모든 준비를 끝내고 염소뼈를 고운 국물로 아침식사를 든든하게 하고 명령을 하달받은 특공대원처럼 완전무장을 한 적지를 향해 비행하는 그런 모습이다. 잠깐이지만 침묵이 흐른다.
석남터널을 통과하자 도로가엔 잔설이 쌓여 있다. 처음 보는 눈은 아니지만 어쩐지 걱정과 두려움이 마음을 설레이게 한다.
운문령에 도착하자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의 세찬 바람과 바닥은 빙판이다. 턱이 뻣뻣해지며 양볼은 따끔따끔하다. 이게 바로 말하는 칼바람이며 매서운 추위란 것인가 본다. 본능적으로 발을 동동 구르며 움직인다. 우리팀이 아닌 두사람이 앞에 가고 있다.
아이젠을 할까 말까 하다 오르는 길이라 그냥 참아가며 오르다 보니 쌀바위앞에 도착했다. 난로불 연기가 나오는 산장을 그냥 지나칠수 없어 모두 들어가서 커피와 당귀차로 몸을 녹이며 난로가에서 충분히 쉬었다가 정상을 향해 오르는 길은 상당히 힘이 들고 미끄럽기도 했다.
가지산은 태백산맥이자 낙동정맥이 동해안을 끼고 남으로 달리다가 마지막 힘을 모아 솟구친 산군이 소위 영남알프스라 불리우는 1000m급의 일곱 개 산이다. 즉 가지산(1240m)을 포함한 운문산(1195m), 천황산(1189.2m), 신불산(1208.9m), 취서산(1058.9m), 고헌산(1103.2m), 문복산(1013m)을 말함인데 1979년 11월에 이들을 묶어 도립공원으로 지정하였다.
전국의 도립공원중 제일 큰규모여서 석남사와 양산군 지구로 나뉘어 있다. 이중에서도 단연 최고봉으로 우두머리인 가지산에서 바라다 본 낯익은 산들이지만 재삼 확인해 보면서 사방으로 잡힐 듯 줄지은 산릉이 아무리 바라보아도 싫지가 않다.
이미 몇번 올랐던 산이지만 추위를 잊고 감상에 젖어 보기도 한다. 이제 여기서 서쪽 운문산쪽으로 뻗은 산줄기가 바로 운문지맥이다.
우린 이곳에서부터 시작되는 운문지맥을 종주하게 된다. 모두들 얼굴이 벌겋다 못해 시퍼렇다. 같이 동참해준 부인들이 고맙기도 하지만 불쌍하기도 하다. 바람을 막아 주는 언덕양지 억세속에서 잠깐 쉬었다. 뜨거운 물도 한모금씩 하고 간식을 한 뒤 몸의 열이 식기전에 또 출발했다.
남명초등학교가 3.9km 운문사 7.0km 운문산 1.2km의 이정목이 서있는 아랫재(운문재)에 1시 10분 도착 점심을 먹었다. 산의 나라 밀양 청도라면 짐작할 정도이다. 남명들이 넓어 보인다. 산국(山國)에서 저정도의 들이라면 넓은 편일 것이다. 지나온 가지산 능선이 웅장하다.
운문산 정상에 2시 45분 도착했다. 1996년 청도산악회에서 세운 자연석 운문산 정상석이 오늘은 상당히 외로워 보인다. 정상에서 사진 한컷하고 북쪽으로 꺽어 내려가니 딱밭재이다. 정상의 북쪽아래엔 대가람 운문사가 있고 서쪽 아래엔 고찰 석골사가 있다. 남쪽 건너엔 물맛 좋기로 소문난 상운암이 자리하고 있다. 우린 이곳에서 하산하게 된다.
가파른 길을 갈지자로 내려오는데 상당히 힘이 든다. 석골사를 중심으로 한 상운암 계곡과 얼음골하면 여름철과 가을에 아주 인기있는 산이기도 하다.
오늘의 산행은 8시간 30분 다리 오금이 뻐근한 하루였다.
삼일째(12월 15일)
대나무로 울타리를 멋지게 만들어 놓은 고찰 석골사 앞으로 상운암계곡을 타고 20여분 오르자 비닐로 굴입구를 막아 놓은 기도처가 있었으며 올려다 본 운문사는 웅장하다 못해 신비감을 주는 듯 하다.
797m의 딱밭재 안부까지 오는데 1시간 20분 걸렸다. 잠깐 숨을 고른 뒤 우리대원은 지도상의 억산으로 되어 있는 범봉에 9시40분 도착했다.
적은 헬기장만한 공터가 있는 범봉은 뚜렷이 표기할 만한게 없다. 30분정도 더 가니 팔풍재다. 석골사를 조금 지나 오르는 그 길이 연결되는 곳이다. 억산0.5km 운문산2.9km, 대비사2.6km, 상운암계곡 치마바위가 1.7km라고 했는데 실제거리는 2km가 더 넘을 것인데.....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큰바위같은 깨진 바위(947m)정상에 10시 40분 도착했다. 왜 하필이면 이렇게 크고 멋진 바위를 깨진 바위라 이름지었을까? 그냥 바위가 크고 좋으니 큰바위라고 하면 좋았을텐데....
억산에 10시 50분 도착. 금천 일송산악회에서 세운 정상석에 약간 기대어 보며 다시 찾은 반가움에 사진한장하고 지나온 산줄기를 다시 한번 굽어 본다. 지나번 억산을 오를땐(광주 효성산악회)석골사 조금 아래에서 수리봉9767m)으로 해서 문바위(928m)로 해서 억산을 둘러 수양원으로 해서 인골로 하산한 적이 있다.
억산은 억만산으로 불리는데 억만(億萬)건곤(乾坤)즉 풍수에서 말하는 하늘과 땅사이에 있는 명산중의 명산이란 뜻이다. 동쪽으로 깍아지른 수직 암장이 벽을 이루며 가운데가 갈라져 있어 도끼로 쪼갠 것 같은 형상이라 깨진 바위라 하는 모양이다.
억산에서 조금 내려오니 이정목이 나온다. 오른쪽은 오복리로 가고 왼쪽의 기도원쪽길인 소맥골로 진입 임도에 도착하자 12시 10분이다. 우리는 아무래도 산으로 가야겠다는 두타산악회 시그날이 보인다. 이 코스는 두타 산악회 김두법회장님의 아지트란다. 현재 78세의 현역 회장이신 김회장님의 건강하심을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다가오는 새해에도 많은 산행 즐기시며 후배양성을 위해 좋은 일 많이 하시고 아무쪼록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어느덧 지맥에서 살짝 비껴있는 구만산(785m)에 도착했다. 지맥에서 약 1km정도 떨어져 있는데 실제로 가 보면 괜히 왔다 싶지만 지맥을 따라 612봉 통수골위에서 건너다 본 구만산 줄기는 그야말로 그랜드캐년같은 절벽이 무수히 많고 그 깊은 계곡 또한 비슷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42m높이의 구만폭포가 있는 통수골은 임진왜란때 구만명이 피난을 와서 구만동천이라고도 불리워지고 있다.
3시 37분 구만산, 야영장, 육화산 삼거리를 통과하니 자연은 나의 생존, 자연의 고마움이란 천립삼방의 김시곤회장의 붉은 색 시그날이 보인다. 얼마전 타계하신 김회장의 시그날이다. 59세의 나이로 많은 사람이 알아주지 않는 산을 주로 찾아 다니며 이잡듯 구석구석 빠짐없이 싹쓸이 산행을 하는 사람인데 산에 잘 갔다와서 심장마비로 운명을 달리했다는 데 고인의 명복을 함께 빌며 시그널을 만져보고 묵례를 하고 지나왔다.
사람은 비록 떠났지만 저 시그날만은 이 산천을 오래오래 지켜 줄 것이다라며 생각하는 순간 산불감시 초소 및 무인 시스템인 감시기가 빙글빙글 돌아가며 아울러 풍향계와 풍속계도 같이 움직인다.
5시 10분이다. 지는 해와 떠는 달이 동서를 가르킨다. 마주한 해와 달은 내 생애 처음 보는 것 같다. 신비스럽다.
드디어 오늘의 하산지점인 오치령에 도착했다. 잘 정비된 임도다. 2001년 임도시설, 신곡∼용천지구, 밀양산림조합이란 표석이 있고 임도 한가운데는 소나무 세그루가 이체롭다.
오늘도 8시간 30분 산행을 했다.
사일째(12월 16일)
여기서 부터는 경남과 경북의 도계를 벗어난 경남 밀양시의 산내면과 상동면계를 따르게 된다.
오치 임도에서 시작되는 첫 산길은 지나온 길보다는 좀 거칠다. 그래도 지맥이 이 정도라며 참으로 좋은 편이다. 15분 정도가니 또 임도다. 오치에서 시작된 그 임도가 우측으로 돌아가는데 밀양시 상동면 신곡리로 연결되는 모양이다.
정면 용암봉(686m)우측아래 진짜 다랭이 전답들이 보기 좋다. 남해의 가천 다랭이 이상으로 줄지은 계단식 전답이다.
용암봉에서부터 천재봉(684m), 백암산(678m)까지의 구간은 정말 바위도 잘 생기고 전망도 좋지만 통천문같은 바위를 두 번이나 지나고 또한 벽령도 두무진에서나 볼 수 있는 시루떡같은 바위가 이곳에도 있는게 특이하다.
용암봉 넓은 반석위엔 솔갈비가 덮여 방석을 깔아놓은 것 같은 곳에 용암다방도 개업했다. 이곳에서 손수 타 주시는 박선생님의 커피를 맛있게 마시며 춘천의 김우황씨가 4일동안 배낭에 넣고 다닌 무지개색 빵도 맛있게 나누어 먹으며 충분한 휴식도 가졌다. 이동식 슈퍼마켓 부산의 김태영씨 배낭은 어제 다 비운줄 알았는데 그래도 또 나온다.
짙은 소나무숲에다 갈비가 수북한 종주길은 참으로 걷고 싶은 길이며 기분좋은 길인데 갑자기 나타난 사냥개 다섯 마리가 씩씩대며 우리옆으로 오는데 정말 겁이 났다. 다행히 총을 든 주인이 개를 부르자 뛰어가는데 사냥개라 그런지는 몰라도 눈빛이 좀 이상한 것 같았다. 금년도 이 지역이 수렵지역으로 허가된 곳이란다.
우린 백암산에서 길을 찾다가 큰 절벽을 우회하여 내려오니 디실재다. 이번 산행은 여기까지만 하고 다음 2006년도에 남은 구간과 영남 알프스를 종주하기로 약속하고 우리는 골안 괴곡리로 하산했다.
뚜렷한 하산길이 없는 가파른 내리막은 낙엽 때문에 연방 미끄러져가며 내려오는데 우측 소나무밭엔 양계망으로 막아 놓은 울타리옆으로 계속 미끄러지듯 어느정도 내려오니 입간판 내용이 약간 웃긴다.
※이 산에 버섯을 무단 채취하는 자는 산림법 제 116조에 의거 2000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는 주인 명의의 경고 간판을 뒤로 한채 세멘 포장길을 내려오니 12시 2분 용수사 입구 호연지기 도장 앞 운상원으로 내려 왔다. 대기하고 있는 차에 우리는 인골산장으로 왔다. 준비해 놓은 오리 불고기를 먹으며 벽에 걸린 액자의 글이 가슴에 와 닿는다.
"돈을 잃은 것은 조금 잃은 것이고 명예를 잃은 것은 많이 잃은 것이며 건강을 잃은 것은 전부를 잃은 것이다."
우리는 다 잃드래도 건강만은 잃지 말자며 부산의 최남준회장님의 인사말과 함께 건배를 했다.
각자의 계획 때문에 하루분을 남겨놓고 종주를 끝내지 못한 것은 약간 서운하지만 추운 날씨임에도 기분 좋게 무사히 마침을 자축하며 밀양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다음 만날 것을 기약하며 우리는 헤어졌다.
즐거운 가족 여행같은 느낌으로 산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진영 단감 과수원에서는 아직 수확하지 못한 단감이 많이 있는 것을 보니 좀 안타까웠다. 수지가 안 맞아 그냥 둔 건지 아니면 일손이 없어 수확을 못한 건지 아무튼 씁쓸한 기분임엔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