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만이 아니다, 신당동에 가면 타코도 있고 바비큐도 있고…
MZ세대에 ‘힙당동’으로 떠오른 신당동
남정미 기자
입력 2023.05.24. 03:00업데이트 2023.05.24. 08:30
조선시대엔 무당이 모여 살았고, 1960년대엔 ‘서울의 쌀 창고’로 통했으며, 며느리도 비법을 모른다는 떡볶이가 탄생한 동네. 기억 속 신당동이 이런 모습이라면 업데이트를 해야 할 시간이다. 지금 서울 중구 신당동은 MZ세대 사이에서 가장 뜨는 동네, 이른바 ‘힙당동’으로 불린다. 유행에 앞서 간다는 의미의 영어 단어 힙(hip)과 신당동이 합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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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시장 ‘라까예’에서 맛볼 수 있는 타코.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힙당동의 징후는 곳곳에서 포착됐다. 지난해 말 가수 이효리가 한남동 건물을 팔고 신당동에 30억원대 신축 빌딩을 샀고, 유행을 가장 빠르게 읽는다는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올해 초 신당동에 공유 오피스를 열었다. ‘부동산 트렌드 2023′을 쓴 서울대 김경민 교수가 “2~3년 내 100% 뜬다”며 핫플로 찍은 곳도 신당동이다.
◇신당동 최초 오픈런 칼국수집
‘힙당동’을 이끄는 중심은 신당역 2번출구에서 5분 거리인 서울중앙시장과 과거 쌀가게들이 모여 있던 ‘싸전골목’ 일대다. 이곳에 2021년 문을 연 ‘하니 칼국수’는 이 일대에 젊은이들이 찾아오게 한 일등 공신과 같은 곳이다. 미쉐린 가이드 빕구르망에 선정된 금돼지식당, 청담동 유명 한우집 뜨락 사장이 뭉쳐서 오픈한 가게. 소셜미디어에 “하니칼국수 먹으려고 신당동 방문했다”는 글이 올라올 정도로, 올드타운으로만 여겨졌던 신당동에서 거의 처음으로 오픈런 대란이 벌어지게 만든 주인공이기도 하다. ‘알곤이 칼국수(1만2000원)’는 칼국수로 해장할 수 있는 메뉴로 통한다. 칼칼한 육수에 신선한 명태알과 곤이가 듬뿍 들어간다. 칼국수집이지만 유독 공깃밥 시켜 국물에 밥 말아 먹는 손님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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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알이 푸짐하게 들어 간 하니칼국수의 ‘알곤이 칼국수’,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하니칼국수 바로 인근에 있는 카페 ‘아포테케리’는 힙당동의 터줏대감 같은 곳이다. 2016년 오래된 쌀창고를 개보수해 문을 열었다. 양철판과 창고 지붕으로 쓰였던 목재 등을 그대로 살려, 굳이 자신의 과거가 쌀창고였음을 숨기지 않는다. 사장 박남철(46)씨는 “미국 브루클린의 폐공장처럼 의외의 장소에 의외의 것이 있을 때의 놀라움을 주고 싶었다”고 했다. 커피에 흑임자 크림이 더해진 이곳의 ‘흑임자 라테(6500원)’ 역시 그런 공간을 닮은 맛이다.
◇“홍대, 망원동, 가로수길에 지친 이들에게”
서울중앙시장 입구에 있는 ‘계류관’은 화덕에서 장작으로 구워낸 닭을 파는 집이다. 참나무 능이 장작구이(2만원)엔 능이버섯을 넣어 지은 찰밥이 들어가 있다. 장작불에 오래 훈연한 닭껍질은 바삭하고, 살코기는 기름기가 쏙 빠져 쫄깃한 식감을 자랑한다. 같이 내놓는 씨앗 젓갈 소스에 살코기를 쭉 찢어 찍어 먹었을 때 가장 궁합이 좋다. 닭모듬전·닭편육 등 다양한 한식 닭요리를 맛볼 수 있다는 점도 이 식당의 장점. 복순도가, 우곡생주 등 곁들일 수 있는 막걸리 종류도 잘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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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이버섯·마늘·은행 등을 넣은 계류관의 ‘참나무 능이 장작구이.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좀 더 시장 안쪽으로 들어가면, 일견 시장과는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정통 멕시칸 타코집 ‘라까예’가 있다. 성수동 유명 멕시칸 식당 ‘엘 몰리노’ 셰프가 좀 더 대중적이면서도 저렴한 가격으로 멕시칸 음식을 소개하고 싶어 차린 곳이다. 멕시코 현지에서 타코는 젊은 사람들만 먹는 음식이 아니라, 남녀노소 누구나 시장에서 편하게 먹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돼지고기로 만든 ‘알파스톨 타코(3800원)’, 차돌 양지로 만든 ‘바바코아 타코(5000원)’ 등 정통 멕시칸 스타일 타코를 표방하면서도, 가격은 한국 시장 물가에 맞췄다. 두 가지 타코를 다 맛봐도 1만원이 넘지 않는다.
인근 쌀국수집 ‘포(pho)25′도 마치 베트남 현지 시장에서 먹는 듯한 분위기를 표방한 집이다. 소고기 쌀국수(9800원), 베트남식 샌드위치 반미(8800원) 등의 메뉴를 마치 베트남에 온 듯한 분위기 속에서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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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에 검은깨 크림을 얹은 아포테케리의 ‘흑임자 라테’.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갑오징어 구이가 유명한 ‘옥경이네 건생선’, 이포어묵 등 원래 이 시장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단골집도 건재하다. 서울중앙시장의 오랜 팬임을 자처해온 가수 성시경 표현대로 “청담동, 홍대, 망원동, 가로수길에 지친 이들”에게 신당동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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