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몸에 80개 넘는 줄무늬 촘촘히 채워져 있지만… 배 부분은 하얗대요
입력 : 2022.11.16 03:30
그레비얼룩말
▲ 배 부분이 흰색인 그레비얼룩말(위)과 배까지 얼룩무늬가 이어진 사바나얼룩말. /위키피디아
최근 동아프리카에 가뭄이 들어 많은 야생동물이 목숨을 잃었대요. 케냐 야생동물보호국은 이 중 보통 얼룩말 381마리, 그레비얼룩말 49마리가 피해를 보았다고 발표했는데요. 이처럼 얼룩말은 한 종류만 있는 게 아니에요. 그레비얼룩말은 얼룩말 중에서도 가장 몸집이 크고 아름다운 무늬를 가진 것으로 유명하답니다. 1882년 아비시니아(지금의 에티오피아) 황제였던 메넬리크 2세가 쥘 그레비 프랑스 대통령에게 선물했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어요.
우리가 아프리카에서 촬영한 자연 다큐멘터리나 동물원에서 흔히 보는 얼룩말은 사바나얼룩말인데요. 그레비얼룩말은 이들과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점이 적지 않아요. 우선 네 다리로 섰을 때의 어깨 높이는 최고 1.5m로 사바나얼룩말(최고 1.4m)보다 몸집이 커요.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몸의 얼룩무늬예요. 그레비얼룩말의 흑백 줄무늬는 아주 촘촘해요. 얼룩말의 줄무늬는 사람 지문처럼 제각각 다른데, 그레비얼룩말은 몸 전체에 있는 줄무늬가 80개가 넘는대요. 상대적으로 줄무늬가 듬성듬성한 사바나얼룩말보다 훨씬 결이 고운 느낌이죠.
그레비얼룩말의 얼룩무늬는 옆구리 부근까지만 이어지고 배 부분은 흰색이에요. 반면 사바나얼룩말의 얼룩무늬는 배까지 이어져 있어요. 또 그레비얼룩말의 등 한가운데는 사바나얼룩말에게는 없는 검은 줄이 있어요. 사바나얼룩말은 거무스름한 주둥이를 가졌고 귀가 작으며 모양도 뾰족한 반면, 그레비얼룩말은 주둥이 쪽이 갈색이고 귀가 둥그스름하며 상대적으로 크죠. 그레비얼룩말은 또 머리 부분이 갸름하고 기다래요. 이런 생김새는 노새(말과 당나귀를 교배해 얻은 가축)와 비슷하죠. 그래서 사바나얼룩말은 말과, 그레비얼룩말은 당나귀와 더욱 가까운 종류라고 과학자들은 말해요.
얼룩말은 무리를 지어 살아가는 사회성이 강한 동물인데요. 사바나얼룩말은 보통 수컷 한 마리, 여러 암컷과 망아지가 무리를 이루는데 가족처럼 결속력이 강하죠. 반면 그레비얼룩말은 수컷은 수컷끼리, 암컷은 암컷끼리 따로 느슨하게 무리를 짓고 사는데 규모도 천차만별이고 우두머리도 따로 없대요.
그레비얼룩말의 아름다운 털가죽은 예로부터 양탄자나 외투의 재료로 쓰여 사람들이 즐겨 사냥했대요. 여기에 인구 증가로 농지가 늘어난 만큼 야생동물 서식지도 줄어들면서 멸종 위기에 빠져, 야생에 2500마리 정도밖에 남아있지 않아요. 현재 그레비얼룩말을 볼 수 있는 곳은 케냐와 에티오피아의 일부 지역에 불과하고, 오랜 내전을 겪은 수단과 소말리아에선 자취를 감췄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