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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1.08
후추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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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추등 줄기에 매달린 붉은 열매. 후추등 열매는 칙칙한 겨울 풍경 속에서 화려한 매력을 뽐내죠. /국립생물자원관
겨울철 눈 덮인 녹색 잎 사이로 아름다운 붉은색 열매가 보이네요. 바라만 봐도 '눈 호강'을 할 수 있는 아주 인상적인 덩굴식물 '후추등'이에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대표적인 향신료인 후추와 친척으로 후추속(屬)에 속하는 식물이죠. 후추나무가 속하는 후추속(Piper) 식물은 여러해살이풀, 작은키나무에서부터 덩굴나무까지 다양한 형태로 자라며 전 세계적으로 약 2000여 종이 분포해요. 정말 종류가 많죠? 후추속 식물은 주로 열대 지역 숲속에서 자라는데요. 후추등은 우리나라와 일본, 대만 등지에서만 볼 수 있는 식물이에요.
붉은 열매가 매력적인 후추등은 줄기는 짙은 녹색이며 세로줄이 있어요. 후추등은 주변에 나무나 바위가 보이면 줄기로 휘감으면서 기어올라요. 이렇게 바위나 나무에 붙어 자랄 수 있는 것은 줄기 마디에서 뿌리가 나오기 때문이에요. 후추등처럼 땅속에 뿌리가 있지 않고 공기 중에 나와 있는 뿌리를 공기뿌리, 기근(氣根)이라 해요.
잎은 약간 두꺼운 가죽질이에요. 길이는 6~12㎝쯤이고 보통은 넓은 달걀 모양 또는 하트 모양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꽃이나 열매가 달리는 줄기의 잎은 모양이 조금 다르답니다. 좁은 달걀 모양이에요. 후추등 줄기엔 이런 잎이 줄기 마디마다 엇갈린 방향으로 달렸어요.
후추등은 암꽃과 수꽃이 다른 나무에 따로 피는 '암수딴그루'예요. 꽃은 5~6월에 황록색으로 피는데, 꽃잎과 꽃받침이 없다는 특징이 있어요. 한창 꽃이 필 때면 진한 녹색 잎 사이로 꽃에 달린 노란 꼬리가 늘어져 있는 모습이 눈길을 끌어요. 후추등을 처음 보면 길게 늘어진 꼬리가 생소해 열매로 착각하기도 하지만, 그건 열매가 아니라 꽃의 일부랍니다.
꽃이 지고 난 암나무에는 처음엔 길이 2~4㎝의 열매 이삭이 달렸다가, 그해 11월부터 다음 해 2월 사이에 열매가 지름 3~4㎜의 둥근 모양으로 붉게 익어요. 열매를 씹어보면 후추와 흡사한 살짝 매운맛과 향이 나죠. 열매가 떨어지지 않고 남아 5월쯤엔 꽃과 붉은 열매가 같이 달린 신기한 모습도 볼 수 있기도 해요.
후추등은 풍등갈, 풍등덩굴, 바람등칡, 호초등이라고도 불려요. 한방에서는 후추등 줄기를 피로, 불안, 통증 치료에 사용한다고 해요. 중국에서도 다양한 치료 효과를 지닌 약용식물로 잘 알려져 있어요. 천식과 관절염 치료를 위해 널리 사용한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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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하 국립생물자원관 환경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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