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노;연애조작단'서 맹한 남자役 최다니엘
네 살 때 어머니 여의고 아버지는 사업 실패…
연기? 허황된 꿈 갖고 시작 지금은 작은 것 소중함 알아
최다니엘을 만나고 적잖이 놀랐다. 곧 개봉할 영화 '시라노;연애조작단'에서 보여준 코믹한 연기와 스물네 해 살아 온 그의 인생이 너무 달라보였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그는 어리숙하거나 호들갑 떠는 연기로 무척 짙은 인상을 주는데, 지난 14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마주한 그는 너무 차분해서 다른 사람 같았다. 키 185㎝라는 그는 마른 체구 때문에 더 커보였다. 그의 이름 때문에 교포가 아닐까 생각했지만, 낳을 계획이 없던 아들이어서 '하늘이 준 아이'라는 뜻으로 지어진 기독교식 이름이라고 했다. 그는 서울 광문고 2학년 때 연기 아카데미 오디션에 합격했고, TV CF와 몇몇 드라마를 거쳐 '지붕뚫고 하이킥'이라는 시트콤에서 얼굴을 널리 알렸다.
"연기학원에 들어간 건 반 장난이었고 허황된 꿈이었어요. '스타로 만들어드리겠습니다'라고 적힌 전단지를 보고 오디션을 봤으니까요. 공부도 못했고 취미도 없었고 꿈도 없었죠. 완전히 허황된 생각뿐이었어요."
- ▲ 최다니엘은 곱상한 외모와는 달리 순탄치 않은 어린 시절을 겪었다. 그는“결혼을 빨리 해서 아버지와 함께 아내가 해주는 밥을 먹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시작은 허황된 꿈이었는지 모르나, '시라노'는 그 꿈에 뼈와 근육을 붙여줄 것이 분명하다. 맹하거나 코믹한 연기 사이사이에 그는 가끔 냉정하게 각진 표정을 보여준다. "처음으로 행복하게 촬영했어요. 배우들도 감독님도 다 좋았거든요. 배우가 놀기에 TV보다 영화가 더 편하고 좋구나 하는 걸 배웠죠. 후시녹음은 정말 힘들구나 하는 것도 배우고요."
"연기가 꽤 자연스럽던데 실제 모습과 비슷한가" 하는 질문이 최다니엘의 가족사를 듣게 된 시발점이었다. 최다니엘은 고교 때 "전교에서 두드러질 만큼 공부를 못했다"고 했다. "제가 네 살 때 어머니가 불행하게 돌아가셨어요. 그때 아버지는 혼자 미국에 계셨죠. 아버지는 영주권을 포기하고 돌아와서 미8군에 취직했는데, IMF 때 나오셨어요. 그리고는 영어학원도 하고 다단계 판매도 했죠. 그러다가 완전히 망해서 아버지와 형, 제가 뿔뿔이 흩어져 살았어요. 아무래도 공부에 취미 붙이기엔 좀 어려운 형편이었죠." 그의 부친은 두부배달도 했고 일용직 노동도 했다고 한다. 지금은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다.
고3 때 그는 지하철을 탔다가 볼펜을 파는 아버지와 마주쳤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으나, 아버지는 못본 척 지나쳤고 아들은 고개를 숙였다. "제가 창피할까봐 모른 척하신거죠. 저도 어려서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고요." 그는 그러나 "우리 아버지는 강인한 분"이라고 했다.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어서, 모성애를 다룬 영화를 보면 잘 이해되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하이킥'은 그의 연기생활에 전환점이 됐을 법한데, 그의 대답은 달랐다. "되게 슬펐어요. 나를 유혹하고 물들게 하고 변질시키려는 것들도 슬펐고…. 마치 방 안에 케이크가 가득 차 창문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르는 상황이라고 할까요. 어딘가에 가둬지는 것 같고 기대에 못 미칠 것 같고…. 가진 게 없을 때 절실했던 것이 더 나았던 것 같아요."
최다니엘의 말에서 내상(內傷)이 느껴졌다. 불우한 청소년기를 어머니 없이 홀로 뚫고 지나오기가 어땠을지 짐작이 됐다. 그러나 그에게서는 뛰어난 배우로 성장할 토양 같은 것이 보였다. 그가 이렇게 말했다. "제가 잘난 집에서 태어났더라면 오히려 망나니가 됐을 것 같아요. 저는 불행하지는 않았어요. 좀 불편하게 살긴 했죠. 그런 제 어린시절이 지금의 저를 만들어주고 작은 것의 소중함을 알게 해 준 것 같습니다."
- 최다니엘 [現] 탤런트/
- 생애 :
- 1986년 02월 22일
- 직업 :
- 대중문화/연예인(탤런트)
- 학력 :
-
청운대 방송연기학과 휴학
광문고 졸업
- 경력 :
-
CF로 데뷔
'AT Managemen' 소속
- 관련인물 :
- 황정음, 현빈, 신세경, 윤시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