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배구 IBK기업은행과 KGC인삼공사가 3대2 트레이드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오늘 오전 전해졌습니다.
일각에서는 '대형 트레이드가 맞냐'는 팬분들도 계시던데, 당연히 대형이죠. 선수가 다섯 명이나 팀을 옮기게 되었으니까요.
여자농구나 배구 모두 인재풀이 넓지 않다보니까 구단들이 대체적으로 트레이드에 소극적인 측면이 있어 왔습니다. '우리 팀에서는 별볼일 없던 선수가 팀을 옮겨 갑자기 활약을 이어가면 어쩌지?'하는 두려움(?), 걱정 같은 것들이 있기 마련이죠.
하지만, 이번 트레이드도 그렇고 선수들에게 또 다른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또 양팀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오늘 트레이드 소식이 무척 반가웠습니다. 특히 KGC인삼공사 입장에서는 더더욱 그렇겠습니다.
일단 오늘 있었던 트레이드 소식을 간략하게 정리해보면
IBK기업은행에서는 리베로 채선아, 레프트 고민지, 세터 이솔아 선수가 KGC인삼공사로 이적하고
KGC인삼공사에서는 레프트 최수빈, 박세윤 선수가 IBK기업은행으로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사진은 왼쪽부터 채선아, 이솔아, 고민지, 최수빈, 박세윤 선수
일단 KGC행을 결정지은 선수들 중 이솔아 세터는 2017-18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1순위 지명을 받은 중앙여고 출신의 1998년생 신인입니다. 이번 정규시즌 출전기록은 아직 없고, 유망주로써 받은 평가는 제가 쓴 다른 글 '2017-18 여자배구 신인 드래프트를 앞두고, 주요 유망주 둘러보기(17.09.10)'을 살펴봐주시면 좋겠네요.
고민지 선수는 종종 교체로 경기에 출전한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아직 이렇다 할 성적은 없었습니다. 1998년생, 173cm 신장의 레프트 자원입니다.
그리고 제가 가장 눈여겨 본 선수는 바로 채선아 선수입니다. 약 3~4년 전부터 여자배구를 집중해서 보기 시작했을 때 리베로와 같은 단단한 수비로 팀의 연속 통합우승을 이끌었던 주축 멤버였죠. 올시즌에는 팀 사정상 아예 리베로로 포지션을 옮겼지만 원래 틈틈히 공격도 곧잘했던 레프트 자원으로 기억합니다.
1992년생으로 올시즌은 확실히 직전 시즌보다는 폼이 조금 떨어진 느낌은 없지 않지만, 그래도 현재 리시브 꼴찌인 KGC에서 당장 엄청난 중책을 맡지 않을까 기대가 됩니다. 오지영 리베로와 함께 후방을 지키며 가끔씩 공격도 해줄 수 있는... 본인으로서도 제2의 전성기를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반대로 IBK로 팀을 옮기는 최수빈 선수는 지난해 25경기(정규시즌)에서 165득점이나 기록하며 혜성처럼 떠오른 레프트 자원입니다. 올시즌에는 14경기 단 45득점으로 주춤하지만, 새로운 팀에서 어떤 동기부여가 또 되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최수빈 선수보다 더 IBK에서 중용받고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은 선수. 박세윤 선수도 팀을 옮겼습니다.
지난 2016-17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5순위로 입단해 올시즌에는 3경기에서 6득점만 기록하고 있습니다만, 일단 신장이 좋고(178cm) 공격하는 폼이 깨끗하고 깔끔한 느낌이었습니다.
뭐, IBK에는 현재 고예림-김희진에 김미연 선수까지 있어 당장 주전자리를 꽤차긴 힘들겠지만, 열심히 노력하면 곧 좋은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이미 보도된 대로 양팀은 전력 보강과 비주전 선수들에게의 출전기회 확대라는 측면에서 이번 트레이드를 단행했다고 봅니다. 사실 지난 연휴부터 유독 KGC배구단 홈페이지 게시판에 트레이드 관련 글도 보이고 하던데, 진짜 이렇게 트레이드가 이루어졌네요. 사실 당장 굵직한 FA 영입도, 대형 신인선수를 발굴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에서 나온 고육지책, 또는 고민의 산물이 아닐까 합니다.
양팀 선수들, 너무 슬퍼하거나 실망할 필요 없습니다. 프로의 세계에선 이만한 기회도 또 없다고 생각하고요.
특히나 개인적으론 IBK에서 KGC인삼공사로 넘어가는 선수들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IBK는 원래 알아서 잘하는 팀이니까요. 제가 좋아하는 채선아 선수에 이솔아-고민지 선수도 스스로 노력해서 이 기회를 꼭 잡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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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추가(당일 21:12)
글 쓴 직후에 댓글로 덧붙이는 말을 남겼었는데, 현재 온라인상에서 양팀 팬분들의 설왕설래가 많으신 것 같아 몇 자 덧붙여봅니다.
일단 추가 보도된 바에 따르면 이번 트레이드는 인삼공사가 아닌 IBK측에서 먼저 이야기가 나왔다고 하네요.
객관적인 제3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당장 전력보강(트레이드 등)이 급한 쪽은 오히려 인삼공사쪽이었을텐데 말이죠.
전에는 유희옥 선수를 그냥 주다시피 하더니, 이정철 감독님! 이번 트레이드엔 과연 어떤 묘책을 숨기고 계시는 건가요?
그리고 IBK에서는 최수빈 선수를 리베로로 기용할 것이라는 후속 보도가 있었습니다. 원래 최수빈 선수 학창시절 포지션이 리베로였나요? 자료를 찾을 순 없는데... 그래도 지금까지 보여준 수비력(리시브 포함)으로 리베로라니... 그것도 채선아 선수를 내주면서까지... 이정철 감독의 노림수(생각)를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제가 이감독님보다 배구를 더 잘 알기야 하겠습니까만, 최수빈 선수의 수비력이 리베로 포지션까지 언급할 수준이 되나요???
그리고 채선아 선수의 실력에 대해 언급하시는 팬 분들 많으시던데, IBK의 다년 간의 연속우승에 창단멤버로, 수비형 레프트로 묵묵히 제역할을 다했던 채 선수고요. 솔직히 현 수준에서 최수빈 선수, 그리고 현재 남아있는 한송이-지민경 선수보다는 당연히 실력이 낫지 않나요? 수비는 당연하고, 현 상황에서는 공격력도 밀리지 않을까 합니다.
여기에 채선아 선수를 인삼공사가 리베로로 활용할거라고 예측하시는 분들!
일단 현재 인삼공사에선 오지영 리베로가 충분히 잘해주고 있고, 또 채선아 선수가 올시즌 팀 상황상 리베로로 포지션을 변경하긴 했지만(남지연 선수의 이적 때문에) 원래 레프트 포지션이었습니다. 더군다나 채선아 선수를 레프트로 기용하면 오지영 선수와 함께 2인 리시브 체제로 후방이 안정화될 수 있고, 이에 한송이 선수는 좀 더 공격에 집중할 수 있게 되지요.
제 생각에는 채선아 선수, 레프트 포지션으로 돌아갈 겁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많은 인삼공사 팬분들께서 IBK의 김미연 선수를 언급하시던데, 저도 김미연 선수 벤치에 앉아있기엔 참 아까운 선수라고 생각하고요. 하지만 IBK에서 그리 쉽게 내줄 자원은 아니었다고 봅니다. (고예림 선수는 더더욱 그렇고요).
김미연 선수는 당장 인삼공사 뿐만 아니더라도 흥국생명이나 GS, 현대에 와도 좋을 인재입니다.
만약 인삼공사가 김미연 선수를 노렸다면... 글쎄요? IBK 입장에서 크게 구미가 당길만한 상대급부가 인삼공사에서 안보입니다. 아예 한수지 선수 포함해서 팀의 핵심들이 몇몇 크게 움직이는 트레이드가 아니라면 말이죠.
GS칼텍스는 이소영 선수가 복귀하면 그 필요성이 많이 줄어들겠지만.. 김미연 선수 정도를 데리고 오려면 어떤 보상을 내놔야 할까요? 일단 IBK는 확실히 리베로 포지션 보강이 필요하고, 고예림 선수가 있어도 공격자원도 있으면 좋겠죠?
현대건설로 치면 요즘 기회를 조금씩 얻고 있는 리베로 유망주 이영주에 고유민 선수(아니면 아예 유망주로 김주향 선수)?
GS로 치면 센터 이영(그래도 김수지 선수 백업으로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쏠쏠할 듯) + 한다혜 리베로? (둘 다 아깝지만)
도로공사로 김미연 선수가 다시 갈 일은 없고, 흥국생명으론 남지연 리베로를 다시 데려가시든가(아니면 한지현 선수) + 정시영 센터? 어떨까 모르겠네요. 그냥 이런 저런 상상들을 해보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여튼 연휴 직후 뜬금없이 터진 트레이드 소식에 즐거운(?) 하루였네요. 양팀 모두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선수들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