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시큰한 기억이 코끝에서부터 등줄기를 타고 내려간다.
어딘 가로 갈때 또 올때 꼭 들러야 하는 피할 수 없는 나룻터.
2021년 10월 20 일
대전에 사는 동서와 번개팅을 하기로 했다.
KTX로 가니 한시간 만에 대전에 내렸다.
환하게 웃는 동서의 모습이 파리하다.
전날 이석증으로 지옥 맛을 봤다는데 ..
이번 길을 취소하지 않고 반겨줌에 미안한 마음이 한자루다.
불편한 기색인데도 열심히 우리를 근사한 곳으로 안내한다.
팡시온?
이름이 특이한데 대청호수 주변이 그림같다.
아름다운 식당 아니 레스토랑이라고 해야 어울릴듯.
동태찌개가 나올 것 같지는 않으니~~
이층으로 올라가니 결혼 예식장 피로연장 같은 곳이 나왔다.
저 뒤에 보이는 호수는 날렵한 김연아가 스치는 은쟁반 얼음판 같고 병풍처럼 둘러진 산들은 빙 둘러서 스케이팅 구경하는 관중들 같다.
샐러드와 파스타 그리고 비프 뭐였나?
하여튼 근사한 요리를 앞에 두고 우리 동서 셋은 여러 이유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넷째 동서의 몸 상태는 아직 회복 중이라 식욕은 저만치 달아났지만 반가운 마음이 up되어 계속 싱글거렸다.
남기기 아까운 음식은 체중 조절 생각 확 던지고 형님인 내가 접수 ~~
식사후 내려와서 위를 바라보니 더욱 근사했다.
아래에서 올려다 본 유리상자는 전혀 다른 느낌의 대상이었다.
모든 대상은 보는 각도에 따라 저리 달라보이는구나.
우리는 얼마나 많은 속단을 하고 사는지 ~~
코로나로 칩거하며 생활했던 불편한 마음을 저기 호수속으로 밀어 넣고 우리는 날아다녔다. 마음이
팡시온의 고양이들!!
고양이들이 찜 해놓은듯한 테이블 밑에서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많은 고양이가 그 카페의 분위기를 알려준다.
말을 걸어봤다.
너 배고프니?
약간 마른, 코에 거뭇한 코딱지가 말라 붙어있는 아기 고양이가 작게 대답하듯 입을 벌리는 시늉을 한다.
그리곤 땅을 보면서 내놓으라고 눈짓한다.
동서들 셋이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평온한 하루를 즐겼다.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가는 길
쭉 뻗은 대나무 숲을 지나가듯 막힘이 없다.
대전의 신시가지 모습이 외국 대도시의 계획된 시가지 같이 깨끗했고 높은 건물이 즐비했다.
동서의 특별한 배려로 마련된 대덕특구 이노폴리스 게스트 하우스인 숙소로 갔다.
정식 이름은 ...
14층에 스카이 라운지가 있다는데 가보진 않았지만 전망 좋고 교통 편리한 위치에 있어 매우 편리했다.
숙소는 깨끗했고 큰 길가에 있어서 우려했던 소음도 전혀 없었다. 작은 콘도같이 가벼운 아침식사는 해결할 수 있도록 필요한 물품이 다 준비되어 있었다.
과학자들을 위한 숙소로 외국인들에게 제공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훌륭한 시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저녁 식사를 위해 서울의 양재천 비슷한 갑천이란 이름의 개천을 옆에 두고 걸어서 신세계 백화점으로 갔다.
둘째 동서의 추천과 초대로 ' 화니' 라고 하는 한정식 집으로 들어가보니
신세계 백화점 식당가에 자리잡은 화니 한정식집은 대전 분점같이 메뉴도 같다고~
바싹 불고기와 고등어 구이 그리고 낙지볶음을 시켜 셋이서 나누어 먹기로...
넷째 동서가 아직 이석증이 회복되지 않아 식사를 제대로 못해 잠시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즐거운 분위기를 마련하려는 진심이 전해져서 부담없이 우리는 열심히 그리고 맛있게 정찬을 즐겼다.
식사후 동서가 준비한 다음 코스로 이동했다.
엑스포 물빛공원이라고 부리는 저 광장에서 음악 분수쇼를 보기위해 20분쯤 기다리니 기막힌 쇼가 시작되었다.
사방이 어둑해지고 8 시가 되니 조명등이 켜지고 분수들의 향연이 시작되었다.
아! 이럴땐 댄스가 필요한데 몸치들이어서 구경만 하는게 몹시 아까웠다.
멋진 음악과 함께 쏟아지는 색색의 조명, 거기에 박자 맞추어 뿜어대는 분수들
8분음표의 길이와 2분음표의 길이에 맞추어 높이가 달라진다.
빙글빙글 도는 물줄기에 우리도 덩달아 마음이 오래전의 어린 시절로 돌고 돌면서~~
마이클 잭슨의 문 워크춤이라도 배워둘 걸
이건 정말 사람도 별로 없고 신나는 기회인데 으휴 아깝다.
늦은 시간,
숙소에 가서 쉬기가 아쉬운 순간들!!
우리가 가까운 인연이 되어 얘기 나눈지 40 여년
이젠 그냥 형제자매가 다 되고도 남을 시간이 흘렀는데 모든 관계가 그럴 수 없는게 안타깝다.
내게 처음부터 한 가족이 되어 변함없이 마음을 열어 준 두 동서~~
피로를 완전히 풀고, 지난 밤에 분수광장으로 유석이처가 마련해 보내준 빵과 커피를 아침식사로 먹었다.
오늘은 조오기 2021년 국화 전시가 열리는 유림공원을 가보기로~~
아직 현직에 계신 네째 서방님 김기홍박사님께서 아침부터 우리를 안내했다.
고급 인력의 시간을 뺏어서 미안했지만,
아내인 넷째동서가 아직 부실하니까 걱정이 되어, 그 덕에 우리가 호강함.
이번에 생전 처음 겪은 동서의 이석증세 덕분에 아내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신듯. ㅎㅎ
"이석증이여!! 고맙습니다."
작은 연못을 보니,
화려한 자태를 자랑하던 수련이 어느새 고개를 숙이고 볼품 없는 브라운 잎으로 쪼그라지고 변색되어 바닥으로 널브러지고 있었다.
우리의 모습이듯..
그러나 또 다른 싱싱한 생명체가 계속 바톤을 이어 즐거움을 주는 개체가 끊임없이 나오니,
슬픔과 기쁨은 반복되는 순환고리인 듯하다.
그게 자연의 순리이겠지.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를 한껏 느끼고
이젠 다음 코스로 가기로 했다.
이번 여행이 동서의 철저한 계획에 따라 한치의 오차도 없이 진행되는 것을 보니
동서가 어느새
과학자인 남편을 닮아버렸나?
유림공원에서 열린 국화 전시회를 보고
네째 동서부부를 따라
대전시 서구 월평공원에 위치한 황금 코다리 식당으로향했다.
동서가 미리 예약한 2층 독방으로 안내됨
대전에서 유명한 코다리 찜과 황태구이 미역국 그리고 밑반찬이 시장하지도 않았는데 우리를 홀려 정신없이 먹게 했다.
맛은 정말 황금을 바른 코다리 맛!!!
맵지도 싱겁지도 않으면서 자꾸 손이 가게 한 먹거리가 다음번에 다시오리라 다짐을 하게 했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준비한 동서부부에게 다시 한번 감사하며 ~~
죽죽 뻗어진 동서가 산책하는 코스를 위에서 내려다 보며
아름다운 대전, 살고 싶은 대전의 발전을 마음으로 빌어본다.
아름다운 여행의 이틀 일정을 끝내고 서울로 떠나는 발걸음이 무겁지만,
다음 만날 일을 기약하며 작별했다.
이번 여행을 마련해준 두분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며,
각자의 바쁜 일정으로 참석하지 못한다고 했던 다른 동서들께 여행 기록을 보고하는 마음으로 포스팅을 작성한다.
추신
2년 전에 한국수필에 등단하고 주야장천 수필작품을 쓰느라 작년에 여행한 포스팅을 이제 마무리한 점을 사과하며
늘 격려해주고 함께 동무해 준 주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2022 10 월 30 일
金 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