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시끄러울 수록 더 생각나는 장성원 친구
수십가지 특권을 누리는 국회의원 3선을 훌훌 털어버린 장성원 친구
서정시 사사시를 그리고 소설 집필에 나날
유신 독재에 정면 항거한 자유언론 투쟁에 앞장 서다가 동아일보에서 쫓겨나
지금으로부터 60여년 전.그러니까 단기4288년(1955년) 2월19일 노송대 전고 강당에서 열린 김원기
박재권 선배 등 전고 32회 졸업생을 위한 송별회 자리에서 당시 1학년인 장성원은 재학생을 대표하여 자작시 獻詞를 낭송했다. 당시에 2학년은 물론이고 1학년에도 날고 긴다는 유명 시인 소설가 지망생은 제쳐 두고라도 공부 잘하는 특대생이 수두룩 했는데도 장성원 친구가 재학생을 대표하여 당당하게 연단에올라가 졸업하는 형님들에게 바치는 노래 헌사를 낭송했다. 바로 그 헌사의 전문을 다시 한번 들어보자.전고학보 제4호에 발표된 전문이다.
여기에 환하게 열린/하늘이 있습니다./세월이 펼쳐진/말끔한 하늘입니다./출렁이는 물결에/구름이 밀려간 하늘입니다./호수 아쉼길로 떨어지는 오동잎 처럼/쌓이는 연륜을 안은 하늘입니다./성게랑 조개위에 바닷물이 스쳐가는/바다를 가는 긴 잔디 위에/창백한 하늘과 맞이 들어누워/옛일을 더듬어 보고/형의 노래소리에 초롱초롱 씻기는/나의 마음이여/형의 휘파람 소리는 /내 귀밑을 은은히 스쳐가고/잉크가 뿌려진 형의 노트에/아름다운 시들이 읊어지고/세월은/형을 대담하게도 다려가고 말았습니다/풀잎을 엮어서/하늘을 보아도/손가락과 손가락을 서로 엮고/손바닥과 서로 맞붙여/하늘을 보아도/내 팔뚝에선/시계가 세월을 점령하는 군악 소리가 느껴지고/형! 불타는 사연일랑 오동잎지는 내 시집 속에/접어 두시고 가시지 않겠습니까 /형을 빼앗기는 나의 마음을 아시겠습니까/ ....그날 강당은 떠나갈 듯한 박수 소리와 함성이 넘쳤다.
나와의 인연도 이러하다.전고 1학년 반 편성을 받고보니 김해강선생님이 담임으로 키가 아주 쬐고만한 친구의 왼쪽인가 오른쪽 얼굴인가 기억이 가물가물한 검은 점이 있어서 점백이라고 별명을 붙였다. 그런데 나보다 시를 곧잘 쓰고 공부도 월등하게 잘하는 아마 앞뒷자리에서 만났다. 당시 辛錫正
선생님의 필명이 辛夕汀으로 하신 모방을 하여 내가 張誠源을 張星園으로 하자고 했던 기억이 있다.
장성원은 서울사대 영문과를 나와 공군 중위로 예편하고 동아일보에 입사하여 날리는 기자로 이름났다.경제부장 동경특파원 논설위원 편집부국장 자리에 까지 원칙대로 오른 튀는 언론인이었다.
그런데 그 가운데에는 당시 소도 웃을 유신 독재에 항거하는 언론 투쟁에 앞장선 장성원은 박정희 정권의 압력에 의해 쫓겨나고말았으니 사회에 내딛은 그의 첫발은 암담하기 짝이 없었을게다. 하루 아침에 직장에서 쫓겨나온 몸은 늦잠에 익숙하지 못해 불면으로 지내는 중에 장성원의 식견과 경륜을 익히 지켜 본 모 재벌에서 탐내어 발탁의 손길을 뻗어왔다.
세월은 흐르면서 DJ의 발탁과 권유를 뿌리치지 못하고 새정치국민회의 발기인으로 참여 하면서 발기문을 쓰는 필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우리들의 고향 땅 호남들녁인 김제에사 15대 16대 국회의원을
지내면서 당무위원 최고위원.새천년민주당 정책의장 등을 역임하면서도 참신한 국회의원상을 지켰다.그러나 성경말씀의 잠언을 즐겨 암송하는 장성원은 양털보다 더 푹신거리는 수많은 특권의 자리인 국회의원 3선을 뿌리치고 야인으로 귀향했다. 대단한 용기를 보여준 틀림없는 신사이다.
바로 그가 지금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내가 친구들 끼리 희수기념으로 옛날 글 들을 모으고 희수에 대한 회고를 짧게 써보자는 무지개 추억을 만들면서였다.
그런데 보내온 원고의 첫 머리에 시가 눈에 확 띄었다. 첫 사랑/편지/ 빈 배/달을 보세요/서사시 단기 4283년 어느 사슴 가족의 설화/산문시 유혹.....그리고 단편소설 좌절 이었다. 그 후 얼마 지나서 또 영원한 약속 이라는 단편을 보여 준바 있는데 이번에는 또 한 떨기 흰 백합화 라는 단편을 탈고했다.
이번에 내 손에 들어온 한 송이 흰 백합화는 장성원 친구가 동아일보에 재직하면서 앞장서 투쟁한 자유언론수호투쟁사의 생생한 단면이기도 하다 뿐만이다. 아니 누구에게나 감동을 안겨 준다는 것이다.
27.500자 남짓의 단편소설의 첫 장을 읽다보면 그냥 빠져들어 다 읽지 않고서는 일어 설 수 없으리라고 확신하면서 줄거리는 각자 한번 읽어 볼 것을 추천하고 조금 양념을 쬐금만 보여 주겠다.
내용 중에 실제 인물인 천관우 전직 주필이 왈 /생략 권력에 맞서 옳은 일을 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신변에 위험을 받을 수도 있고 직장에서 쫓겨나 생계가 막막할 수도 있고 긍지를 가지면서도 한편으로 외롭고...각오를 단단히 해야 합니다. 하략/
신문 제작 거부에 들어간 주인공은 / 생략..윤항서는 그런 결심을 아내 김창숙에게 알렸다.아내는 아주 담담하고 태연하게 남편의 결정을 받아 들였다. /잘 하셨어요,당연히 그렇게 하셔야지요. 하략/
주인공인 윤항서가 결혼 전 김창숙에게 보낸 연서에/ 생략 현숙씨가 내 가슴에 심어 놓은 사랑의 씨가 나도 모르게 싹이 나서 싱싱하게 자라고 있습니다./나는 그 꽃 이름을 현숙과 형서의 인연의 꽃이라 부르렵니다 .나는 누가 뭐래도 어떤 바람이 휘몰아쳐도 꺾이지 않고 시들지 않는 아름다운 꽃으로 가꾸어 나갈 것입니다 /.
하략/ 유신 독재가 씨나미처럼 이 땅을 휩쓰는 /1978년 7월6일 박정희는 서울장충체육관에서 제9대 대통령으로 선출된다.통일주체 재적 대의원 2581명 중 2578명이 출석 해 2577명이 박정희 단일 후보를 지지했다. 99.9%의지지로 당선된 것이다.한 표도 반대표가 아니라 무효표였다.100%로 지지나 다름없었다. 선거는 종신제 대통령을 추대하는 형식적인 절차에 지나지 않았다 하략/
독재에 항거하는 자유언론 투쟁에 앞장섰다가 거리로 쫓겨난 주인공은 딸 하나를 둔 가장으로 산사에 있는 그를 찾아온 아내가 귀가 길에 암자의 만공거사 악마의 손에 무참하게 목숨을 빼앗긴다. 하략/ 생전에 광능에서 열린 자유언론투쟁위원 회식 자리에서 그의 아내가 부른 한떨기 흰 백합화를
자유언론투쟁의 제단에 바쳐진 운동의 상징이 되었다. 하략/
나도 끝 장을 넘기면서 마음 속으로 가만히 부른다.
가시밭의 한 송이 흰 백합화/ 부끄러 조용히 고개숙였네/ 가시에 찔릴까 두려 함인가/ 고개를숙인양 귀엽구나/ 어여뻐라 순결한 흰 백합화야/ 그윽한 옛 향기 영원하리라./
지금 내가 사는 서래마을에 1년 선배인 장윤환 전 한겨레신문 편집국장을 산책 길에서 가끔 만났다. 옛날 노송대 시절에 쏘가리 뱃놈이라는 소설로 유명한 장선배가 동아 그 투쟁의 선봉에 섰던 것으로 안다,장성원 친구 말인즉 셋이서 점심 한 번 했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그 날이 언제일까. 장선배가 몸이 많이 불편하다기에 말이다.
우리에게 어찌하여 그런 세상이 있었을까. 따지고 보면 초등학교 입학하면서 해방이 되고 6학년에
올라 가면서 6.25 한국전쟁 그리고 대학 졸업 무렵에 4.19혁명과 5.16군사 구데타 등을 겪었다.
이후 정권 연장의 유신과 12.12라는 엄청난 세월을 모든 국민이 다 당했으니 누가 뭐라고 할 수 있을까. 요즘 조정래장편 소설 아리랑을 슬슬 넘겨 보고 있는데 오늘까지 5권째이다.어전지 마음이 가볍지가 않다. 세상이 참 시끄럽잖은게비여......
첫댓글 문학인으로 그 꿈을 키웠더라면
노벨상에 굶주린 이 나라에
첫 번째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되었을 거고
정계를 그렇게 일직 떠나지 않았더라면
작금의 나라 꼴이 이 모양 이 꼴은 아니었을 걸
이 모두가 아쉽기만 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