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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세상은 명예와 권력과 재산의 '사냥터'이다. 도시에는 이 '사냥터'에서 얻은
획득물에 의해 그 사람의 사회적 신분이 매겨지는 독특한 도시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내가 이 '사냥터'를 벗어나 두메산골인 강원도 화전민
마을에서 삶의 터전을 잡은 지 이제 12년이 되었다.
야불폐호란 말이 있다. '밤에도 문을 닫지 않는다'는 말이다. 공자의 말에
의하면, 사람들이 다들 착해서 도둑이 없는 세상으로는 요, 순 시대나 가능한
이야기다. 문명의 눈부신 발달은 많은 '문'을 만들고 이 문을 잠그는 집 열쇠,
금고 열쇠, 자동차 열쇠 등 많은 열쇠가 현대인의 필수품이 되었다. 하지만
화전민 촌의 가옥은 울타리가 없다. 울타리가 없으니 대문도 없다. 대문이
없으니 열쇠가 필요 없다. 자연 속에서의 생활은 열쇠가 필요 없다. 밤에도
문을 닫지 않고 사는 사회, 열쇠가 필요 없는 사회, 이곳 생활이 공자가
그리워하던 요, 순 시대의 생활이다.
지난 12년 동안, 도시의 사냥터에서 많은 열쇠를 얻으려다가 난치병,
불치병에 걸린 환자들을 치료하며 얻은 결론이 있다. '누워 있다가 죽던가,
걸어서 살던가.'
'인생이 비참해지는 비결은 자신이 행복한지 불행한지를 생각할 여유를
갖는 것'이라고 버나드 쇼는 말했다.
환자가 자신의 병이 나을지 아닌지를 생각할 여유를 갖는 한 그는 자신의
병 감옥에서 헤어날 수 없다.
병상에 누워 있는 한 병이 나을 수는 없는 것이다.
이 글은 병상에 누워 괴로워만 하던 불치병, 난치병 환자들이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 병을 이겨낸 사례를 중심으로 그 동안 내가 살아온 숲 속의 생활을
기록한 것이다.
요즘 사람들은 '자연 건강'이나 자연 건강 식품의 노예가 되고 있다. 하지만
원인을 밖에서 찾지 말라. 근본적인 문제는 당신 생활 그 자체에 있다.
@ff
청산에 살으리랏다
누군가 당신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뭐라고 답할 것인가?
재벌 총수만큼 돈이 많기를 바라는가, 대통령만큼 지위와 권력이 탐난다고
할 것인가, 아니면 유명 연예인처럼 인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겠는가.
사람에 따라 꿈은 다르다. 하지만 도시에 살고 있다면 한 가지만은 똑같다.
답답하고 짜증나는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시골에서 마음 편하게 살고 싶다는
꿈이다. 자연 생활을 동경하는 것은 지금처럼 도시가 복잡하지 않던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서울 인구가 현재의 10분의 1, 아니 100분의 1도 안되던
시절에도, 그리고 서울의 모습이 농촌 풍경처럼 한가할 때도 낙향하고
싶어하던 사람들이 많았다.
모든 사람들이 꿈꾸는 시골 생활의 풍경은 어떠할까.
산나물이나 약초 등으로 식탁을 차리고, 텃밭에서 기른 고추를 따서
백복령으로 담근 고추장에 찍어 먹고, 백출로 담근 식혜를 한 사발씩
들이킨다. 점심에는 칡을 캐어 국수를 만들고 송홧가루로 과자를 만들어서는
아이들에게 간식으로 준다. 가끔씩 얼기설기 울타리를 쳐 놓은 뜰에 놓아기른
토종 돼지와 토종닭을 잡아 특식을하고, 훈련시킨 진돗개가 잡아오는 산토끼로
별식을 요리해 먹는다.
더우면 시원한 계곡 물에 몸을 담그고 시조 한 가락을 읊어 본다. 저녁이면
통나무를 자라 군불을 지피고 뜨끈뜨끈한 방에서 늘어지게 잠을 잔다. 새벽에
종알대는 새 소리에 잠을 깨고, 깊은 밤에는 소쩍새 소리를 들으며 촛불
밑에서 책을 읽으며 명상에 잠긴다. 파란 하늘에 한가롭게 떠가는 구름과
밤하늘의 별들과 더불어 지내다 보면 신선이 따로 없다. 생각만 해도 온몸이
희열로 떨린다.
이렇게 살다 보면 누가 대권을 잡건 망령을 떨건 상관이 없다. 돈이 필요
없으니 몇 푼 안되는 봉급을 받으려고 아둥바둥 댈 일이 없다. 변덕스럽고
잔소리 많은 상사한테 아부할 필요도 없다. 주는 것 없이 밉고 짜증나는
사람들 틈에서 점잖은 미소를 억지로 지을 필요도 없다.
한마디로 오염된 공기, 중금속탕 식수, 방부제 음식물, 짜증스럽기 만한
세상살이, 파렴치한 인간들과는 "영원히 안녕이다! 나는 떠나간다!" 고 외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자.
과연 산 속의 자연 생활이 그렇게 생각처럼 좋은 것일까.
옛날에 힘든 일은 꾀를 부려 피하고, 잠자는 것과 먹기만을 좋아하는 머슴이
있었다. 머슴 때문에 고민을 하던 주인은 머슴한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일을
안 시키고 하루 종일 잠만 자고 포식하게 해주겠는데, 만일 자지 않거나 먹지
않는다면 매를 때리겠다고 했다. 처음에는 좋아서 입이 벌어졌던 이 머슴은
불과 보름이 못 가서 매를 맞더라도 일을 시켜 달라고 간청했다고 한다.
자연 생활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한약방을 하고 있는 강원도 인제군 상남은 우리 나라에서 오지 중의
오지이다. 서울에서 이곳까지 오려면 승용차로 4시간은 걸리고, 높고 험한
고개를 적어도 네 개는 넘어야 한다. 이처럼 산간 벽지인데도 서울에서 온
환자들은 처음에는 이구동성으로 "이곳에 살면 저절로 병이 낫겠다"고
좋아하다가 막상 한 달쯤 지내다 보면 서울로 올라가고 싶어서 안달을 한다.
일반인들도 예외는 아니다. 며칠만 쉬겠다고 이곳을 찾아온 그들은 처음에는
내가 원시적인 자연 생활을 하게끔 산속에 지어 놓은 '황정계 토막집'이나
'백세터 집'에서 한 달을 묵겠다고 큰소리를 친다. 하지만 사나흘이 지나면
대부분 기가 죽어서 내려온다.
파란 하늘도 지겹고, 총총히 빛나는 별도 못난 여자 얼굴의 주근깨처럼
보인다는 이야기다. 산새들의 울음소리도, 계곡 물이 흐르는 소리도 자동차
소음보다 더 시끄럽게 들리고, 명상을 잠기면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장터와
밉살맞던 상사가 보고 싶어진다. 물론 산나물도 먹기 싫다. 바로 이것이 도시
문명에서 성장한 인간의 참모습이다.
내 한약방에서 산 속으로 십여 리 더 들어가면 원시적인 자연 생활을
실천하며 사는 무리가 있다. 특정 종교를 믿는 그들은 대부분이 가족 단위로
생활한다. 이곳 산골 사람들과의 접촉을 기피하면서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신문조차 읽지 않는다. 아이들도 학교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가르친다.
그야말로 바깥 세계와는 담을 쌓은 채 살고 있다.
그들은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짓고 산나물 같은 채식만 하며 육식을 금하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맑은 공기를 마시고 열심히 일을 하며 일찍 잠자리에
든다. 화를 내거나 소리내며 싸우는 일은 거의 없다. 언제나 착한 일만
하려고 노력할 뿐이다. 흡사 에덴의 동산과 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
건강 학적인 측면에서 보면 그들은 아주 건강하고 오래 살아야 한다.
농약을 쓰지 않으니 농약에 중독될 리도 없고, 싸우지 않으니 스트레스를 받을
일도 없다. 맑은 공기와 물을 마시면서 살고 있으니 건강해야 한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아무것이나 먹고 그럭저럭 살아가고 있는 산골 사람들에 비해 질병이 더
많고 한 번 병에 걸리면 저항력이 약해 치료 기간이 길다. 또 기르는 염소가
감기가 걸리면 그들도 감기에 걸길 정도로 병에 대한 저항력이 약하다. 심지어
영양실조에서 오는 간질성 질환을 앓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아마도 당신은 '자연 건강'이란 말을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어쩌면 '자연
건강 식품' 한두 가지는 먹었을지도 모른다. 요즘 세상은 자연 건강에 대해
아는 체를 안하면 시대의 낙오자가 되고, 자연 건강 식품을 먹지 않으면 당장
탈이 날 것으로 알고 있다. 한마디로 자연 건강과 자연 건강 식품에 노예가
되고 있는 것이다.
약삭빠른 장사꾼들은 금세기의 복음처럼 별의별 자연 식품, 건강 식품을
선전하고 대중매체들은 이에 편승한다. 자연건강서에 쓰여 있는 대로하고 자연
건강 식품만 먹으면 그 어떤 명에도 걸리지 않고 불로장생 할 것 같다.
적어도 건강에 관한 글을 쓴다고 하면 '자연' '건강' '생명' '환경' 이란 네
단어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자신의 몸 하나 가누지 못하는 알코올중독자나
약물 중독자까지 거창하게 생명 문제를 이야기하는 세상이고 보면 서글픈
느낌마저 갖게 된다.
자연 건강 식품이라고 떠드는 것은 사실 30년 전만 해도 소름끼치는
구항식품이었다. 그 시절에는 하루 세 끼 밥만 배부르게 먹으면 대통령이나
재벌이 부럽지 않았다. 춘궁기가 되면 산에 가서 칡뿌리를 캐어 떡을 해먹거나
산나물 죽으로 허기를 채웠던 시절이었다. 이러니 항문이 찢어져 피가 나고,
산모는 아이를 낳다가 죽고, 요행으로 살아남은 아이는 뼈가 채 자라기도 전에
산에 가서 땔감을 하든가 농사일을 거들어야만 했다.
지금처럼 섬유질 식품을 골라서 먹는 것은 별 문제가 없지만, 당시에는 어쩔
수 없이 섬유질로 된 한 가지 음식만을 먹었으니 부작용이 없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 결과, 40세가 넘으면 늙은이가 되고, 간혹 명이 길어 환갑까지 살면
온 마을 이 장수 기념 축하잔치를 벌리곤 했다. 이들에게는 요즘 도시에서
천대받는 설탕, 쌀밥, 돼지고기가 건강 장수를 위한 고단위 영양식이었다.
자연 건강 식품이 건강에 좋은 것은 사실이다. 또 맑은 물, 좋은 공기하는
자연 환경 조건이 중요하다는 것도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 시절에는 그같은
조건으로 살아도 40세를 넘기지 못했다. 이것이 바로 자연생활의 한계이다. 또
공해 없는 자연 환경과 자연 건강 식품이 건강과 행복의 충분조건은 될지언정
필요조건이 아님을 알게 해준다.
그렇다면 도시 생활에서 탈출하고 싶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도시인들,
몸에 좋다는 자연 건강 식품만을 먹지만 별로 건강하지 못한 도시인들이
참으로 건강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문제는 적게 몸을 움직이고 적정량보다 훨씬 많은 양의 식사를 하며, 욕심
사납게 생각을 많이 하는데 참된 원인이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모든 것을
환경 탓으로만 돌리고 싶어한다.
원인을 밖에서 찾지 말아라. 근본적인 문제는 당신 자신의 내무에 있다.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면 거기에 천당이 있고 극락이 있고 유토피아가
있다. 자연 건강 식품과 공해 없는 자연 환경은 결코 건강과 행복의 필요
충분조건이 아니다.
현재 당신이 처한 입장에서 바쁘게 일하고, 음식에 대한 편견을 머리고, 또
욕심을 버려 자기 분수에 맞는 생활을 하면 저절로 건강하고 행복해진다.
일상생활과 격리된 채 산속에서 도를 닦는다는 사람들의 넋두리는 무시해도
좋다. 산속에서 수도자 같은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절대선을 찾으려는 욕심이
강하다 보니 갈등이 생기고 신경이 예민해져서 사고의 폭이 좁아지게
마련이다. 겉보기에는 군자나 성인 같지만, 속은 병들은 소인배나 다름없다.
고기가 물에서 떠날 수 없듯이 인간은 사회에서 떠날 수 없다. 잘난 것과
못난 것, 이런 것과 저런 것이 사람들 틈에서 서로 부대끼면서 여과되고
승화되는 과정을 거치는 가운데 사람은 사람답게 된다. 이같은 과정을 거치지
않고 단숨에 결론에 이르려 한다면 문제가 생기게 마련이다.
복잡하고 짜증나는 도시를 떠나고 싶다고 생각하기 전에 자신이 방황하고
있지 않은가를 먼저 떠올려 보자. 진짜 건강한 사람은 참으로 사람답게 살고
있는 사람이다.
'강간을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있다. 도시를 강간의 질곡으로
파악하느냐, 즐거움의 공간으로 받아들이냐는 각자의 선택이다.
@ff
한마디 병 나가라, 뚝딱!
'병 나가라, 뚝딱!'하여 간경병 고친 외교관
과부와 술 마시면서 욕도 하고, 걸으면서 주문 외워 간경변을 고친 전직
고위 외교관
"씨X, 기분 좋다!"
"X같은 세상이다!"
이 X같은 년아, 한 잔 받아라!"
이미 사형 선고를 받은 간경변 환자에게 연 사흘 동안 술을 먹이면서 이런
욕설을 의도적으로 시켰다면 독자들은 나를 미친 한의라고 할지 모른다.
더욱이 그 환자가 세련된 품위와 매너를 지녔던 전직 고위 외교관 출신의
인텔리였다면 더욱 의아해 할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강견병'이라니
서울대 법대 출신의 이 선배(60세)가 나를 찾아온 것은 2년 전 봄이었다.
어느 날, 마치 저승에서 탈출한 듯한 몰골을 한 사람이 한약 방문을 열고 불쑥
들어섰다. 그는 다름 아니라 내가 대학생이던 60년대에 어지러운 시국을 함께
고뇌했던 선배였기에 더욱 놀랐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나를 당혹스럽게 한
것은 10연 년만에 만난 그 선배에게서 불치병 말기의 환자가 풍기는 시체나
다름없는 싸늘한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서로 다른 길을 걷다 보니 만난 지 어느덧 10여 년이 지났다.
신문지상을 통해 지구촌을 누비는 그의 활약상을 익히 알고 있었지만, 두메
산골에 있는 이름 없는 한의와는 만날 기회가 없었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서로 이해가 맞물려 있어야 자주 만날 텐데 추구하는 세계가 다르다 보니
보고 싶은 마음은 있어도 좀처럼 만날 기회가 없는 것이 세상살이이다.
이 선배는 공직에서 퇴직하고 그 동안 읽지 못했던 책이나 읽으며 한동안
하는 일없이 쉬었다. 그렇게 몇 달을 쉬었는데도 이상하게 직장에 다닐 때보다
쉽게 지치고 아침에 일어날 때면 몸이 천근 만근 같았다. 평소 건강에
대해서만큼은 자신이 있었기에 걱정을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종합 검진을
받아 보라는 부인의 성화에 못 이겨 병원을 찾았는데 뜻밖에도 '간경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절대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한 그는 외국의 유명 의료진을 찾아 재검사를
받았지만 결과는 마찬 가지였다. 일단 병을 인정하고 받아들인 그는 '노력해
봅시다'라는 의사의 말을 좇아 구내는 물론 외국의 유명한 의사의 처방까지
열심히 받았다. 그러나 2년여의 눈물겨운 투병 생활에도 불구하고 병세는
좋아지는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간경변은 간염 증상이 깊어져 나타나는 게 일반적이지만 평소 피곤함을
심하게 느끼거나 짜증나는 횟수가 잦아져 간 기능이 약해졌다고 자가 진단을
하다가 돌연 간경변이란 전문가의 진단을 받는 수도 많다. 일단 강경변이라는
진단이 내려지면 사람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사는 기간이 보통 6개월에서
10년 정도로 그 폭이 넓은 것도 특징이다.
이 선배는 완전히 사형 선고를 받고 집행일만 기다리고 있었다. 우연이나
요행, 기적 이외에는 도저히 빠져나갈 길이 보이지 않았다. 삶을 정리하기로
마음먹고 지나온 날을 되새기다가 내 얼굴이 떠올라 여기저기 수소문하여
찾아온 것이다.
물론 내 의술을 믿고 병을 고치려고 온 것은 아니었다. 다만 죽기 전에
가깝게 지내던 후배의 얼굴이나 보고 마지막으로 설악산도 구경할 겸 찾아온
것이었다.
욕설도 때로는 약이 된다
이 선배는 나를 만나자마자 눈물부터 흘리며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자기는 평생 남에게 못된 짓을 한 적도 없고 비록 하느님을 믿지는 않지만
십계명을 어긴 적도 없을 만큼 사회의 완전한 모범생으로 세상을 살아 왔다고
자부했다. 그런데 어째서 부정 부패나 사기 행각 같은 못된 짓을 많이 하고
과음과식으로 몸 관리를 엉망으로 하는 사람들은 아무런 탈없이 잘 살고
있는데, 왜 자신만 이런 불치병에 걸려야 하는지 하늘이 원망스럽다고 했다.
이 선배의 말처럼 질병이 마음씨 착하고 좋은 사람에게는 찾아오지
않으면서 나쁘고 악한 사람만 골라서 찾아오는 것이라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질병은 착한 사람, 나쁜 사람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사전 통보 없이
찾아오는 교통사고와 같다. 사람의 인격이나 교양, 그리고 덕망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우리는 밤새워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면서 나는 이 선배를
본능적으로 한 사람의 환자로 바라보게 되어 그의 병세와 정신 상태를
세밀하게 분석했다. 그리고 머릿속에 한 가지 치료 방법을 떠올렸다.
다음 날, 나는 이 선배에게 오래간만에 만났으니 술이나 한잔하자고
제안했다. 예상했던 대로 그는 의사가 술을 마시면 큰일난다고 했다면서 펄쩍
뛰었다.
사실 간병 환자에게 술은 독약과 같은 것이다. 그러나 나는 기왕 죽을
목숨인데 더 이상 무슨 큰일이 나겠느냐고 달래면서 억지로 끌다시피
술집으로 갔다. 나는 허름한 선술집에서 동네 과부 두 사람을 불렀다. 그리고
무슨 말이든 한 마디 할 때마다 반드시 욕설을 끼워 넣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벌주와 벌금을 물기로 했다.
이 선배는 처음에는 무척 주저하는 모습이었다. 낯선 여인들 앞인지라
나름대로 예의를 갖추려는 듯했다. 옆에 앉은 과부가 술을 권하면 두 손으로
공손히 받아 놓고 술잔만 만지작거릴 뿐 별로 마시지 않았다. 내가 "아, 씨X
술 좀 드시오!"하면 "알겠소"하는 게 고작이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분위기가 그럴듯하게 흘러가자 서서히
녹아들기 시작했다. "에이, 씨X 내가 왜 이런 죄값을 치러야 하나!" 하면서
자신이 살아온 삶의 앙금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우리는 그날 곤죽이 되도록
욕을 하며 술을 마시고 떠들었다.
다음 날, 그는 평생 처음으로 과음하고 주정하고 욕지거리까지 해서
쑥스럽기도 하지만 마음은 홀가분하고 기분이 매우 좋아진 것 같다고 했다.
나와 이 선배, 그리고 두 명의 과부는 연 사흘 동안을 이런 식으로 보냈다.
술좌석의 주제는 특별난 것이 아니었다. 다만 그의 병에 대해서는 일부러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나흘 째 되는 날 아침, 나는 다소 무리한 탓인지
피곤했지만 이 선배는 오히려 흙빛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처음 나를 찾아온
날과는 딴판이었다.
화날 때 화내고 슬플 때 슬퍼해야
술좌석을 통해, 이 선배에게 이른바 '인성 소양 교육'을 시킨 것은 일찍이
허준 선생의 동의보감에 언급되어 있는 것을 응용한 것이다.
동의보감에는 '대노하고 기가 역상하여 내리지 않고 협하에 쌓이면 간이
상하고 또 대노하여 기가 역상하면 간이 상한다'고 적혀 있다.
쉽게 말하면, 기는 몸의 위에서 아래로 순환되어야 하는데, 거꾸로 올라가
순환이 안되면 몸에 찌꺼기가 생기게 된다. 불순물이 많아지면 이를
해독시키는 간이 제기능을 다 못하게 되어 과부하 현상을 일으키고, 결국
간세포가 죽게 됨으로써 간 전체가 서서히 굳어지게 된다. 요즘 말로 하자면
간경변 증상을 보이는 것이다.
물론 간은 자신의 건강 상태가 어느 정도 좋은지 나쁜지를 얼른 알아차리게
해주는 '정직한 장기'는 아니다. 간세포가 절반 이상 파괴되어 거의 회복
불능의 상태가 될 때까지는 그 증상을 드러내지 않기에 '침묵의 장기'라고도
불린다. 어느 병이든 초기에 알아내면 쉽게 고칠 수 있지만 간질환의 조기
발견이 어렵고, 또 치료도 어려운 까닭이 여기에 있다.
허준 선생이 동의보감을 저술하던 조선조 시대(선조)에는 공해 문제가
없었으므로 간이 상하는 주요 원인을 화를 내어 기가 역상하는데 두었다. 오직
스트레스만을 간병의 원인으로 본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간질환은 오염된 음식물, 오염된 공기, 오염된 물, 그리고
스트레스가 주원인이다. 다시 말하면 잘못 먹고, 잘못 마시고, 잘못 숨쉬고,
탐욕의 산물인 과도한 스트레스에 의해 생기는 병으로, 한마디로 자연을
거스르는 짓을 한 결과이다.
물론 화를 내는 것만이 간을 상하게 하지는 않는다. 화를 참는 것도
겉보기에는 교양과 인격을 갖춘 것 같아 보기는 좋지만 속으로 곪기 때문에
건강에는 화를 내는 것보다 더 해롭다. 그러므로 허준 선생이 동의보감에서
지적한 '대노하고...' 라는 말을 '대인하고...' 로 바꿔야 한다.
인간이란 화날 때 화내고 슬플 때 슬퍼해야 한다. 로봇처럼 완벽한 것보다는
뜨거운 피가 흐르는 '결함 많은 인간'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자신의
결점이나 잘못을 반성하면서 남의 허물을 이해하고 용서해 줄 수 있다. 약간은
모자라고 짜증나고 변덕스러운, 항상 불안정하고 불완전한 것이 사람다운
사람이다. 인간의 원초적인 희로애락이 사람들 사이에서 흙탕물처럼
뒤엉키면서 여과되고 승화되어 자연스러운 인간이 되어야 한다.
갚은 산 속에서 혼자 사는 대선사나 깡통로보트가 되어서는 안된다. 용기
있는 사람, 지혜 있는 사람이란 지신의 허물을 알고 그것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이 선배가 살아온 인생은 자연스러운 인간의 삶이 아니라
틀이 정해진 깡통로보트의 삶이었다.
그는 얼릴 때부터 완전한 모범생으로 성장하여 일류 마크가 붙은 학교를
거치고 외무 고시에 합격하여 외교관이 되었다. 품위 있고 교양 있는 세련된
매너는 치열한 공직 사회에서 남보다 앞서는 빠른 승진을 보장해 주었다. 그는
넓고 할 일이 많은 세계의 외교 무대에서 화려한 생활을 하다가 정년 퇴직을
했다.
화려한 외교 무대에 걸맞은 생활을 하려면 극도로 절제된 말과 행동이
필수적이다. 그는 어릴 때부터 남의 칭찬에 익숙해지다 보니 자기의 개성은
없어지고 남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느냐를 세상살이의 척도로 삼았다. 감정을
드러내 보이는 것을 수치로 여기고 그것을 배꼽 아래에 감췄다. 기분 나쁜
상태나 욕설을 하고 싶은 상황에서도 품위와 교양을 잃은 적이 없다. 마음에
드는 여자가 있어도 십계명을 어기고 그 동안 쌓아 놓은 기득권에 금이 갈까
봐 의식적으로 외면하고 언짢은 일을 당해도 의연하게 대처했다.
결국 이 선배는 간경변을 치료하기에 앞서 이같은 깡통로보트
의식으로부터의 탈출이 필요했다. 외교관으로 세계를 돌아다니며 많은 사람과
접촉했지만 그것은 인간적인 만남이 아니라 박제되고 경직된 삶이었다. 지구를
수십 바퀴 돌았어도 실제로는 평생 열 발자국도 못 걷고 죽는 양계장에 갇힌
닭의 일생과 비슷한 삶을 살아온 셈이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여러분들은 이 선배와 비슷한 처세술로 세상을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은 다 죽을병에 걸려야 되느냐고 되물을 것이다.
그러나 답은 간단하다.
세상살이는 자신의 감정이나 개성을 어느 정도 감추거나 절제하고 살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같은 박제된 삶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푸는 자기
나름대로의 방식을 가지고 있다. 포장마차에서 소주 몇 잔을 마시며 세상을
욕하거나, 노래방에서 고래고래 노래를 부르는 것은 건강을 지키는 좋은
방법의 하나이다.
싫은 것은 싫다고 하고 좋은 것은 좋다고 당당하게 말하며,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은 누가 뭐라도 하는 X세대들의 생활 방식을 두고 기성세대는 많은
걱정을 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따지면 그들과 같은 생활 태도는 건강이란
측면에서 오히려 바람직한 면도 있다.
내가 이 선배로 하여금 연 사흘 동안 고주망태가 되어 상스런 욕설을 하며
주정하게끔 만든 까닭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였다. 30여 년 동안 응어리진 그의
깡통로보트 의식에서 비롯된 고정된 사고의 틀을 부수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
였기 때문이다.
녹즙은 간에 해로울 수 있다
간경변 환자인 이 선배에게 사용한 치료법은 동의보감에 실려 있는 것을
토대로 하여 그의 적성과 체질, 병의 상태, 그리고 내가 살고 있는 이곳
강원도 방태산의 자연 환경을 고려한 것이었다.
우선 마음을 가라앉히고 몸을 다듬는 방법으로 수양법과 도인법을 사용했다.
수양법은 매월 초하룻날 새벽에 동향평좌하고, 이를 세 번 마주치면서 동방의
청기를 아홉 번 마시고 아흔 번 폐기한다. 도인법은 정좌하여 양손으로 계하를
여러 번 안마하고, 서서히 3-5도에 걸쳐 몸을 낮추고 다시 정좌하여 양손을
끌어서 서로 교차하고 반복하면서 가슴에 닿도록 3-5도 한다. 이것을 오래
하면 간의 적취와 풍사와 독기가 제거된다.
다음으로 처방인데, 동의보감에 따르면 간허에는 사물탕, 청간탕 혹은
보간환을 쓰는데 간병에는 당풍하는 것을 금하도록 되어 있다. 청간탕은 간의
경락인 간경이 혈허하고 노화가 있는 증상을 다스리는데 백작약, 천궁, 당귀
각 4그램, 산치자인 목단피 1.6그램으로 만든다. 보간환은 간허를 다스리는데,
사물탕에 방풍 강활을 가하여 밀환한 것이다.
이밖에 단방으로 21종이 있으나 이곳 산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초용담,
세신, 결명자, 차전자, 제자, 복분자, 청상자, 산조인, 산수유, 사삼, 창이자,
작약, 고삼, 청피, 모과, 소맥, 총백, 이 같은 나물과 약초를 사용했다. 사실
동의보감에 적혀 있는 단방의 나물과 약초만 먹으려고 해도 다 먹기가 쉽지
않다.
'위의 그림'
높다란 침엽수림이 빽빽한 숲길을 걷고 있는 두 사람
산을 돌아다니면서 호흡할 때마다 '병 나가라, 뚝딱!' 하면 단전호흡의
효과가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간병에 걸리면 마음이 약해져서 이상한 학설의 약초나
나물, 비방, 고가의 약품, 수입품 약초에 귀를 기울인다. 하지만 우리 나라의
산과 들에 사시사철간에 좋은 나물과 약초가 즐비하게 자라고 있으니, 그것을
잘 활용하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다.
요즘 녹즙을 먹는 사람들이 많은데, 녹즙은 간에 해를 줄 수 있으므로 단방
내에 있는 것으로 자연산을 직접 캐 먹거나 나물국을 끊여 먹는 것이 좋다.
즙을 내어 먹는 것은 자연 상태로 먹는 게 아니다. 식물의 어느 특정
부위만을 빼먹는 것은 위험할 수가 있다. 물론 신선한 비타민을 섭취한다는
면에서 보면 녹즙을 먹는 것이 안 먹는 것보다 나을 수 있지만, 녹즙처럼
액기스만 빼서 먹게 되면 그 식품의 성분만을 빼먹는 꼴이 된다.
자연 식품은 그 식품이 가지고 있는 자연스러운 기를 섭취해야 효과가 있다.
산삼이나 도라지에는 사포닌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 성분은 자연산에서만
그 고유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아무리 완벽한 유기농법으로 재배를 했다고
해도 자연산의 효능을 따라갈 수는 없다.
숨쉴 때마다 '병 나가라, 뚝딱!'
봄철에 찾아온 이 선배는 나의 지시대로 이곳 방태산에서 오대산을 오가는
심마니들을 따라 다니며 위에서 말한 단방 약초를 캐어 날것으로 먹고 나물로
무쳐 먹거나 뿌리를 삶아 먹었다.
환자들, 특히 불치병에 걸린 환자들은 음식을 많이 가려먹는다. 무슨
체질에는 무슨 음식이 좋고, 어떤 병에는 어떤 음식이 효과가 있다는 것을
의사보다도 더 자세하게 안다.
그러나 나는 어떤 종류의 환자이건 간에 음식을 가려서 먹게 하지 않는다.
아무리 불치병에 걸려도 마찬가지다. 아무 음식이든지 입맛에 맞는 것을
먹도록 할 뿐 몸에 좋다고 해서 먹기 싫은 것을 억지로 먹게 하지는 않는다.
환자가 먹어 보고 맛이 입에 맞으면 그 음식은 그 환자의 체질에 맞는 것이
보통이다. 왜냐 하면 병 상태에 따라, 체질에 따라 입맛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어느덧 가을이 왔다. 그런 사이에 이 선배의 몸은 눈에 띄게 좋아졌다. 내
치료 방식에 120퍼센트의 확신을 가진 그는 내 말이라면 무엇이든지 순순히
받아들였다. 몸이 좋아지니 우울증에서 벗어나 '나는 죽지 않는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고 모든 일에 솔직하고 적극적이었다.
이 선배는 본래 냉소적인 지성인이라 믿는 종교가 없다. 그래서 그에게 내가
만든 하나의 '주문'을 외우게 했다. 그는 이 주문을 외면서 하루 종일 높은
산을 돌아다녔다.
만약 그가 카톨릭이나 기독교 신자라면 '하늘에 계신 아버지...' 로
시작되는 주기도문을 외웠을 것이고, 불자라면 '관자재 보살...' 하는
반야심경을 중얼거리며 다녔을 것이다. 그러나 믿는 종교가 없는 그에게
'병나가라, 뚝딱!' '병나가라, 뚝딱!' 이란 주문을 중얼거리게 했다.
이 주문은 정신적인 치유 능력을 높이기 위해 내가 특별히 고안한 진언이다.
호흡을 할 때 숨을 힘있게 들이마신 다음 다시 힘있게 내쉬면서 이 주문을
중얼거리면 단전호흡의 효과와 같이 마음이 편해진다. 고민이 있거나 문제되는
것을 의도적으로 생각하면서 그것이 나가라는 의미를 두고 호흡을 유도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병이 나가는 체험은 여러 차례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는 사람들
각자가 가지고 있는 기의 능력 때문이다.
병도 살아 있는 생명체이니 나가 달라고 사정을 하고 성의를 보이면 환자의
몸에서 떠난다. 약보다 정신력이 병을 낫게 하는 더 중요한 요소이다.
지성이면 감천이 아니라 감병이다.
이 선배가 결코 죽지 않겠다는 신념을 가지고 '병나가라, 뚝딱!'을 외친 지
8개월 후 병원에 가서 재검진을 받아 보니 그의 몸에서 간경변이 뚝딱 사라져
버렸다.
@ff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
죽어도 산 속을 걷다가 죽겠다는 독한 마음으로 당뇨, 간경변 합병증
때려잡은 기업체 사장
살아 있는데, 왜 송장 행세하는가
어느 날 염라대왕의 사자가 찾아와서 며칠 후에 당신이 죽을 것이라고
말하면 여러분은 어떻게 할 것인가.
"웃기는 소리 말아, 난 할 일이 많은 사람이야, 더 살아야 해!" 라고
소리치며 저승 사자를 쫓아낼 것인가, 아니면 "예! 말씀대로 꼭
죽겠습니다"라고 할 것인가. 어쨌거나 많은 사람들은 염라대왕의 뜻은 거절할
수 없는 '운명'이라고 믿는다.
이 세상에는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지만 사람들이 열심히 믿는 몇
가지가 있다. 천당, 지옥, 극락, 하느님, 염라대왕 등이 그것이다.
현대 의학의 판단도 이 부류에 속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대 의술이
내리는 사형 선고를 염라대왕의 뜻으로 알고 무조건 따르려 한다. 그러나 숨이
완전히 끊어져 염을 하고 관속으로 들여보낸 사람도 살아나는 판에, 멀쩡하게
살아 있는 사람이 제 삼자의 판단에 의해 송장 행세를 하려 든다면 매우
어리석은 일이다. 나는 자신이 불치병에 걸려 곧 죽을 것이라고 말하는
환자들에게 이런 경고를 한다.
"진짜 죽기 전엔 죽었다고 생각하지 마시오"
"관속에 들어간 사람도 살아나는데 멀쩡하게 숨이 붙어 있는 사람이 왜
송장 행세를 하는 거요"
"요양한다고 자리에 누워 있으면 반드시 죽지만, 죽을 각오로 산길을 걷다
보면 절반을 살아날 수 있다. "
침대는 병을 치료할 수 없다
박 사장 부부가 경남 삼천포에서 이곳 상남을 찾아온 날은 함박눈이 퍼붓는
소한 추위의 어느 겨울날이었다. 두 사람은 피난민 보따리 같은 많은 짐을
들고 천 리 길을 찾아온 사람들이었다. 첫인상에서부터 전혀 희망의 눈빛을
찾아볼 수 없었다. 마지막 통과의례를 기다리고 있는 가련한 모습이었다. 특히
박 사장의 얼굴에는 저승 사장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50대 초반의 박 사장은 삼천포에서 몇 개의 사업체를 갖고 자수성가하여
그곳 상공회의소 회장을 지낸 실업가이다. 그는 10여 년 전부터 당뇨가 있어
식이요법을 철저하게 지키며 매일매일 당뇨 수치를 측정해 왔다. 당뇨라는 병
자체가 당장 죽을병은 아니어서 조심하며 지냈는데, 어느 때부터인지 당의
수치가 높아져 병원에서 종합 검진을 받았다. 진단 결과는 간경변
합병증이었다.
서둘러 입원하여 반 년 남짓 병원에서 지냈다. 그러면서 그 동안 좌우를
돌아볼 겨를도 없이 일에만 매달려 살아온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니 허망한
생각뿐이었다. 특히 고향의 청정 해역 바다를 바라보는 즐거움도 이젠 얼마
남지 않았구나 생각하니 그 동안 죽자살자 일만 한 것이 억울하기만 했다. 또
그렇게 해서 쌓아올린 사회적인 위치나 재산도 자신을 위해서는 아무 쓸모가
없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아무런 희망도 기약할 수 없던 어느 날, 우연한 기회에 강원도 산골에 살고
있는 이름 없는 한약방 이야기를 전해 듣게 되었다. 그는 막내딸로부터 산
속의 도인처럼 사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처음에는 코방귀를 뀌었다.
'현대 의술로도 못 고치는 병을 일개 산골 한의가 어떻게?' 라며 무시했다.
그러면서도 한 번 만나 봐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병을
고치겠다는 것보다 일단은 갑갑한 병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그래서 안된다는 부인을 졸라 나를 찾아오게 된 것이다.
어떤 환자라도 오랫동안 병상에 누워 있게 되면 각종 염증이 생긴다. 몸의
면역 기능과 근육의 힘도 떨어져 결국에는 병에 대한 저항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환자가 침대에 누워 있을 경우, 젊은 사람은 하루에
1.5퍼센트 정도의 근육 힘이 떨어지고 노약자는 5퍼센트 가량 떨어지므로
열흘만 병상에 누워 있어도 몸의 기운이 절반으로 떨어지게 된다.
유럽 최고의 명예인 유럽 의학 아카데미 위원을 역임했으며 간담췌(간,
쓸개, 췌장) 외구 부분에서 '아버지'로 불리는 스웨덴 룬드 의대 외과의
벵마르크 교수는 "침대는 병을 치료할 수 없다. 환자들을 병상에 가둬 둔 것이
서양 의학의 가장 큰 실수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첫눈에도 상태가 매우 심각한 환자임을 알 수 있었다. 혼수 상태가
심해, 나와 마주 앉아 있는 짧은 시간에도 수시로 혼절했으며 제대로 앉아
있지도 못했다. 수전증까지 겹쳐 혼자서는 식사도 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나는 부인이 진맥을 짚어 달라고 남편의 손을 내게 내밀었을 때 이를
정중히 거절했다. 그 대신 부인을 진맥했다. 부인 역시 매핵기라는 신경성
질환을 10여 년 이상 앓아 왔다. 좋다는 약은 다 써 봤지만 늘 그 모양이라고
했다. 몇 군데 지압을 하고 약 한 첩을 지어 주면서 그냥 돌아가게 했다.
독자들은, 내가 왜 급한 환자는 진맥도 하지 않은 채 부인을 진맥했는지
궁금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계산된 행동이었다.
그가 병상에 누워 죽을 날만을 기다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도시의 '유리
동물원(유리 안에 갇혀 살 듯 살아가는 도시인의 생활은 동물원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 전광판에는 '병이 나면 반드시 누워 정양하거나 약을
먹고 병원에 가야 한다'고 씌어 있고, 특히 간경변에 걸리면 반드시 죽는다고
적혀 있기 때문이다.
나는 치료에 앞서 박 사장의 그같은 우상부터 부숴야 했다. 병을 오래 앓고
불치병에 걸린 사람일수록 의사를 믿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도
마찬가지였다. 비록 천 리길을 마다 않고 달려왔지만, '설마 당신같이 이름
없는 산골의 한의가 내노라 하는 유명 의사도 못 고친 병을 고치겠느냐?'
하는 의심을 품고 있었다. 그래서 먼저 한수 보여 준 것이다.
다음 날 꼭두새벽에 두 부부는 다시 찾아와 모든 것을 밭기겠다고 했다.
10여 년 이상을 고생한 부인의 병이 약 한 첩으로 깨끗하게 치료되는 것을
밤새 확인한 결과였다.
나는 그에게 '왜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사는가'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한 뒤,
이제부터는 아무 음식이나 먹어도 좋다고 했다. 그는 나한테 모든 것을
맡긴다고 했으면서도 막상 아무것이나 먹으라고 하자 머뭇거렸다. 하기야
병원에 입원했을 때, 음식을 골라 먹어도 효과가 없었는데 아무것이나
먹으라고 하니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모든 질병이다 그러하지만, 특히
당뇨병은 식이요법을 최고로 치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다.
음식 궁합은 중요하지 않다
나는 음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음식을 받아들여서 에너지화시키는
몸의 효율이 중요하다는 점을 이야기해 주었다. 먹은 만큼 운동을 해주면 어느
것을 먹어도 이상이 없다고 했다. 또 지금까지 먹고 싶은 것도 못 먹고 힘들여
했던 식이요법으로도 치료가 되지 않았으니 그 방법에는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 따라서 치료 방법을 바꾸는 것이라 생각하고 내 말에 따르게 했다.
일반적으로 환자들, 특히 당뇨 환자들은 금기하는 음식이 많아 소나
염소처럼 풀만 먹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당뇨에 좋다는 음식, 약품,
건강법은 백과사전 분량만큼 많다. 그러나 이런 방법으로 병이 나았다는
사람들은 별로 많지 않다. 설사 낫는다 해도 곧 재발하는 경우가 흔하다.
오히려 어떤 약도 먹지 않고 아무 음식이나 먹고 하루 종일 운동하면서
고치는 경우가 많다.
몇 년간에 걸쳐 해 오던 치료 방법으로 건강이 호전되지 않으면 새로운
치료법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환자들은 '유리 동물원'의 전광판에
씌어 있는 대로 계속 누워 약을 먹거나 용하다는 의사를 찾아 이 병원 저
병원을 계속 헤맨다.
'위의 그림'
해발 1천미터에 위치한 개인약수: 한 눈에 맑은 물이 있겠다 싶은 골짜기에
위치해 있다
김부리에서 바라본 개인산: 높고 험준한 산이 두터운 녹색 옷을 입고 그
모습을 과시하고 있다
박 사장 부부는 방태산 자락에 있는 광욱이 집에 거처를 정했다. 그리고
먹고 싶은 대로 음식을 마음껏 먹었다. 생활 또한 혁명적으로 바뀌어졌다.
수십 년간 3보 이상 걷지 않는 게 습관처럼 되어 있어서 가까운 거리라도 차
없이는 다니지 않았던 그였다. 그러던 그가 매일같이 내린천 미산 계곡 다리에
있는 광욱이 집에서 6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개인산 약수터까지 걸어서 갔다가
걸어서 오는 생활을 시작했다.
해발 1,321미터인 개인산은 가을 단풍이 빼어난 곳이다. 그리고 해발
1,000미터에 위치하고 있는 약수는 우리 나라에서 제일 높은 곳에 위치한
약수터이다. 원래 이곳은 1970년대 중반까지 수백 년 된 주목 나무, 박달나무,
전나무, 참나무, 단풍나무 등이 빽빽이 들어찬 원시림이었는데 '경제 개발'이란
이름 아래 귀중한 자연림이 거덜이 났다. 지금 남아 있는 몇 그루의 노거수
들은 목재나 땔감으로 전락할 운명이었으나 나무 베기 작업에 동원된 동네
청년들이 약수터를 보호하기 위해 벌목 명단에서 제외시켜 그나마 현재의
모습을 지니고 있다.
왕복 12킬로미터나 되는 험한 비탈길의 산길을 걷는다는 것은 성한 사람도
쉬운 일은 아니다. 더욱이 눈과 얼음으로 덮인 산길을 걷는 것은 이만저만
힘든 일이 아니다. 건강한 젊은이들도 하기 힘든데 평생을 '자동차 감옥'에서
보내 죽을 기력도 없는 50대의 박 사장이 하기란 얼마나 힘든 일이었겠는가.
길을 걷다가 혼절하기가 수십 차례였다.
나는 등산 안내인 역할을 겸한 광욱이에게 P사장의 다리가 풀려 쓰러지면
부축하게 했다. 그리고 가열순환제를 한 봉 먹게 하여 다리에 힘이 생기면
다시 산행을 계속하게 했다.
우리가 설악산을 오를 때 대청봉 정상 가까이 갈 때쯤이면 탈진하여 한
발자국도 움직이기 힘든 상황이 생긴다. 이때 초콜릿 한 개를 먹거나 설탕물
한 잔을 마시면 생기가 나서 힘차게 계속해서 산행을 할 수 있다. 마라톤
선수는 골인 지점에 닿기 직전에 엄청나게 기진맥진한 상태에 빠진다. 이때
진수성찬을 차려 먹으면 선수는 즉사한다. 하지만 간단히 설탕물 한 잔을
마시면 원기를 회복하여 무난히 골인 지점에 도달할 수 있다.
광욱이가 박 사장에게 먹인 가열순환제는 설악산 등반인이 먹은 초콜릿,
마라톤 선수에게 준 설탕물 한 잔과 같은 효과가 있다. 인체에는 몸의 효율에
따라 진수성찬이 '007 살인 무기'로 둔갑할 수 있고 설탕물 한 잔이 '루르드
기적'의 생명수가 될 수도 있다.
걸으면 살 수 있다는 신념
박 사장은 10여 년간 매일매일 스스로 당뇨 테스트를 해 왔는데 산행을
시작한 지 일 주일이 되는 날 당뇨 테스트를 하다가 깜짝 놀랐다. 절제된
식사, 당뇨약으로 잡히지 않던 당뇨 수치가 무절제한 식사를 한지 일 주일만에
정상 수치가 되었던 것이다.
10년 넘게 고생한 당뇨를 무절제한 식사로 일 주일 만에 잡은 그는
어린아이처럼 좋아서 흥분했다. 누워 있으면 죽고 걸어다니면 산다는 신념이
현실로 나타났으니 기쁜 것은 당연하다. 그는 그 동안 운동은 하지 않은 채
누워만 있으면서 치료를 했으므로 식이요법이나 약물요법 등이 모두 독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이곳에 와서는 먹고 싶은 음식을 먹고, 약을 먹는 대신 심한
운동을 했기 때문에 당뇨병이 간단하게 치료된 것이다. 이곳의 깨끗한 공기,
깨끗한 물도 한몫 거들고 박 사장의 죽어도 좋다는 각오와 마음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 동안 그의 건강이 계속 상승세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오랫동안 병상에
누워 있어 온 탓에 진맥도 못할 정도의 무맥증이었다. 또 몸이 워낙 휘진
상태라 약을 쓰는데 노심초사했다.
우선 기를 보하는 약으로 '가열순환제'를 주머니에 넣고 가다가 다리가
풀려서 쓰러지면 먹고 다시 일어나 걷게 했다. 무리한 산행으로 혼수 상태가
자주 오고 구급차에 실려 병원에 갈 뻔한 경우가 여러 번 있었으나 그는
'죽어도 산 속을 걷다가 죽겠다'고 끝까지 버텼다. '산길을 걷다가 죽겠다'
'염라대왕도 까불면 죽이겠다'는 독한 마음은 어떤 극한 상황도 극복할
정신력을 주었다. 아마 몇 번 쓰러졌다고 포기했다면 그는 영원히 일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이제 당뇨를 잡았으니 간경변을 때려잡자!"
월드컵에 출전하는 축구 선수들처럼 박 사장과 그의 부인, 광욱이와 나는
서로 손을 잡고 소리를 질렀다.
6개월 후 그는 하루에 광욱이 집에서 약수터까지 왕복 12킬로미터, 광욱이
집에서 내 약방까지 왕복 26킬로미터, 도합 38킬로미터를 옆집 마실 가듯이
걸을 수 있게 되었다. 하루 100리의 산길을 힘들이지 않고 즐겁게 걸어다닐 수
있다면 그는 그 어떤 불치병에 걸렸다 해도 건강한 사람이다.
제아무리 건강한 사람일지라도 침대에만 누워 있으면 하루 1.5퍼센트의
기력이 떨어져 70일이면 송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죽을병에 걸린
사람일지라도 산을 걷기만 한다면 살아날 희망이 있다는 것을 박 사장은
행동으로 보여 주었다.
@ff
20년 당뇨를 한 달에 고친 신문사 사장 부인
먹고 싶은 것을 가리지 않고 입맛대로 아무것이나 먹고 먹은 만큼 운동하여
당뇨 치료한 이야기
'마지막 치료'라고 찾아온 환자
이상하게도 나를 찾아오는 환자의 대부분은 말기 환자들이다.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며 좋다는 약과 음식은 다 먹어 본 사람들인지라 그만큼 기가
차단되어 몸의 기운 순환이 되지 않는다. 또 아프다고 계속 누워만 있어서
위장의 기능이 거의 정지된 사람들이다. 더욱이 항생제를 많이 복용하여 간이
많이 상해 있다.
간은 자연 상태가 아닌 인공으로 합성된 약품에 거부 반응을 일으킨다. 인공
합성된 음식물이나 약물에 의해 해를 받은 간에 인공 합성으로 된 약을
먹였으니 간이 더 나빠질 것은 뻔한 이치다.
당뇨병으로 20년 이상을 고생한 R부인(56세)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그녀의
남편인 H신문사 사장은 어려운 시절에 고락을 함께 나눈 부인의 병을 고치기
위해 좋다는 약과 유명하다는 의사는 빠짐없이 찾아다니며 처방을 하다가
이젠 그 자신이 웬만한 의사는 빰칠 정도로 당뇨병에 도가 트였다. 하지만
부인의 병은 차도를 보이지 않았고 몇 해 전에 설상가상으로 풍까지 맞았다.
병이란 음과 양의 부조화로 기운 순환에 장애가 생겼음을 말한다. 몸의 기운
순환에 장애가 생기면 체내에 불순물이 누적되고 이 누적된 불순물에서
발생하는 독소들이 인체의 각 부위를 공격하는데, 그 중 제일 취약한 부분에
문제가 생겨 병이란 이름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몸의 기운 순환을 위해서는
강제로 몸 전채를 쉬지 않고 움직여 주는 길밖에 없다.
뱀을 잡아 우리 속에 가두어 두면 먹은 음식을 모두 토한다. 언젠가 커다란
구렁이 한 마리를 잡아 이곳 습관대로 김치 독에 넣어 두었더니, 다음 날 그
독에는 들쥐 두 마리가 함께 들어 있었다. 구렁이는 쥐나 토끼, 청설모 등을
잡아먹는데 어둡고 좁은 우리 속에 가두었으니 소화되지 않는 먹이들을 모두
토해 놓는 것이다.
몸이 차가운 파충류는 따뜻한 태양열을 받아야 소화 기능이 제대로
발휘된다. 태양열을 받지 못하면 소화 능력이 떨어져 소화 불량으로 목숨을
잃는다. 때문에 스스로 먹이를 토해 내는 것이다. 실로 자연의 오묘한
이치이다.
해가 지면 먹지 않는 이유
나는 많은 환자들에게 이 뱀에게서 교훈을 얻으라고 말한다. 나에게 진료를
받으러 오는 환자들의 대부분은 소화 기능이 죽도 못 삼킬 만큼 약해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모든 환자들이 다 그렇다.
우리는 몸이 불편하면 편안하게 누워 있는 것을 당연시한다. 그러나 나는
다리가 부러진 환자 외에는 있는 힘만큼 걷도록 시킨다. 누워 있으면 소화
기능이 더 약해져 음식을 섭취하더라도 에너지화시키지 못한다. 조금이라도
움직일 힘이 남아 있다면 근육을 써야 한다. 몸을 꾸준하게 움직여 기운
순환을 시켜야 한다. 특히 두뇌를 많이 쓰는 직업일수록 육체노동으로 몸을
단련시키는 게 중요하다.
이때 주의할 것은 해가 지면 가급적 쉬도록 해야 한다.
나는 R부인에게 지금까지 습득한 의학 상식을 모두 무시하고 오직 내
지시만 따르도록 했다. 그리고 지쳐서 쓰러질 때까지 산 속을 돌아다니게
했다. 산을 다니다가 가운이 부치면 가열순환제를 복용하게 했다.
식이요법에 맞춰 식사를 하며 당뇨 수치에 연연하던 것을 포기하게 하고
아무것이나 먹도록 했다. 우선 먹고 싶은 것을 먹게 하고 먹은 양보다 더 많은
운동을 하게 했다. 당뇨병은 아무리 좋은 영양분을 인체에 공급해도 그
영양분이 에너지로 전환되지 않는 병이다.
그러나 몸의 효율만 좋아지면 기운 순환이 활발하여 당의 수치는
자연스럽게 정상 수치가 된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은 몸을 열심히 움직여
물리적으로 기운 순환을 시키고 음식이나 다름없는 약인 가열순환제로
화학적인 기운 순환을 시키는 것이다.
걷기 힘들어 보이는 깊은 산 속에 위치한 황정계곡: 하루 2시간 이상 산
속을 걸으면 몸의 효율이 높아진다
나는 당뇨나 고혈압, 중풍을 각기 다른 병으로 해석하지 않는다. 이런
병들은 근본적으로 간의 기운이 약한 간기 부족에서 오는 병이다. 간기를
보충하려면 기운 순환 운동과 가열순환제를 이용하여 몸의 효율을 높여 주면
된다. 간혹 당뇨를 수치상으로만 체크하다가 간경변 합병증을 일으키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것은 병의 근원인 간을 치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기'하면 상당히 막연한 개념으로 이해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기'는
기운 순환에 필요한 열에너지를 말한다. 그리고 열에너지, 즉 기의 창고는
바로 간이다.
이제껏 간에 이상이 생기면 이를 일반적인 염증성 질환과 같이 취급하여
해열, 소열 등의 방법으로 치료한 것은 잘못된 치료법이다. 이는 오리려
간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다. 몸이 열을 필요로 할 때 열을 보충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열을 식히는 해열 소염제를 사용하면 병이 악화될 것임은 당연한
이치다. 내가 사용하는 가열순환제의 처방은 이같은 이치에 바탕을 준 것이다.
마찬가지로 당뇨나 고혈압, 중풍 치료의 요체는 부족한 열에너지를 어떻게
보충해 주느냐에 달려 있다. 그렇지만 자동차 타이어에 바람을 집어넣듯이
간단히 인체에 열에너지가 넣어지는 게 아니다. 인간을 복잡한 정신의 지배를
받는 초고등 생물이므로 정신적인 요소와 몸의 효율 등 여러 복합 요인이
조화를 이루어야만 열에너지를 인체에 넣을 수 있다. 인체가 이 '기' 와
원만하게 조화를 이루면 웬만한 간질환은 쉽게 치료된다.
소변을 잘 못 보는 신장병도 같은 논리이다. 이뇨제를 쓰면 쉽게 치료될 것
같지만 그것은 임시방편일 분이다. 이는 마치 거지에게 공짜로 먹여 주기만
하면 결국 자생력이 떨어지고 거지 근성이 몸에 배어 영원한 거지가 되는
것과 같다. 거지에게 밥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일자리가 필요하듯이 일을 잘
못하는 신장이 일을 잘 하게끔 도와주어야 한다.
이뇨제를 계속 복용하면 신장은 일을 더 안하게 되고 결국은 완전히
무기력한 신장이 되고 만다. 신장에 이상이 있다는 것은 걸러 내는 힘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신장의 기능을 되살리는 것은 걸러 낼 수 있는 기를 넣어
주는 것이다.
20년 당뇨를 1개월에 완치
R부인의 당의 수치는 1개월만에 정상적인 수치로 돌아왔다. 먹고 싶은
음식을 제아무리 먹어도 소화가 안되는 일이 없어 살맛이 난다고 했다. 인간이
살아 있다는 것은 단순히 목숨이 붙어 있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고 즐겁게
사는 것을 말한다. 생명의 소중함을 무시하려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왕 살려면
건강하게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1년 뒤에 R부인의 예에서 보는 것처럼,
몸의 효율을 높여 주는 방법은 자꾸 걸어서 물리적으로 기운 순환을 시켜
주는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해발 1천 미터가 넘는 산의 숲이 우거진 길을
설렁설렁 2시간 이상 걷는 것이다. 만약 이것이 여의치 않을 때에는 집 근처의
소나무 많은 야산을 산행하고, 이것마저 어려우면 틈나는 대로 평지 길이라도
천천히 하루 2시간 이상 걸으면 된다.
중증의 환자는 반드시 산길을 걸어야 한다. 산 속을 걸을 때는 '누워 있으면
반드시 죽지만 걸으면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걷는다.
일어날 힘도 없던 중증의 환자라도 일단 산 속에만 들어가 걷기 시작하면
힘이 솟구치게 된다. 걷기는 모든 환자의 기본이며 필수이다.
왜 무조건 걸으라고만 하는가.
운동에는 조깅이나 수영, 테니스 같은 수많은 운동이 있는데, 하필이면 왜
걸어야만 하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정상인 사람도 운동을 할 때는 자신의 여건, 즉 운동을
하는 시간, 체형, 직업이나 경제력 등을 고려하여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어떤
운동이라도 모든 운동에는 부작용이 뒤따른다. 예컨대 테니스는 팔꿈치를
아프게 하고, 골프는 늑골 골절을 가져올 수도 있고, 조깅은 아킬레스건에
손상을 입힐 수도 있다. 따라서 정상인도 운동을 할 때는 신경을 써야 하는데,
하물며 환자야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환자에게 무리함을 주지 않으며
자연스럽게 기운 순환을 시켜 주는 것으로 걷기 운동이 가장 적합하다.
걸으면 물레방아 돌 듯이 운동 관성이 생겨 기운 순환이 된다. 기운 순환이
안되는 대부분의 이유는 하체에 기를 내려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전신에 기운이 전달되는 수영이나 테니스 같은 운동은 환자의 1차 건강
요법으로는 적당치 않다. 걷는 게 제대로 된 다음에 무슨 운동을 하든 그것은
환자의 마음이다.
사 먹는 수액은 효과 없다
기분이 나쁘거나 우울할 때도 걸으면 기분이 상쾌해진다. '기분이
나쁘다'거나 '기분이 우울하다'는 말은 몸의 기가 정체되어 있다는 말이다.
몸이 아프면서 기분이 좋은 사람은 없다.
몸이 조금이라도 불편하면 기분이 상한 느낌을 받는 것은 기가 정체되어
있다는 증거다. 곧 몸 속에 연소되지 않은 불순물이 누적되어 있다는
이야기다. 이러할 때 열심히 걸으면 기운 순환이 되고 정체된 기가 뚫려
기분이 좋아진다.
항상 몸이 약해서 골골해 하는 30대의 젊은이가 서울에서 짐을 싸 들고
이곳 산골을 찾아온 적이 있었다. 건축업을 한다는 청년에게 나는
곡우(24절기의 하나로 청명과 입하 사이에 있으며, 양력으로 4월 20일
안팎이다)를 전후해서 산에 올라가 수액을 받아먹되, 집으로는 절대로
가져오지 말도록 했다. 이곳 방태산 주변에는 고로쇠나무, 자작나무, 박달나무
등에서 많은 수액을 받을 수 있다.
청년은 하루도 쉬지 않고 산에 올라가 나무 물을 받아먹었다. 비가 오는
날도 올라갔다. 한달 가까이 지나자 청년의 몸은 몰라볼 만큼 튼튼해졌다.
그렇다면 이 청년은 수액의 효과를 본 것일까?
아니다. 만약 이 청년이 집에서 편하게 이런 물을 돈으로 사서 먹었다면
백날을 먹어도 효과가 없었을 것이다. 물을 받아먹느라고 험한 산을 하루 종일
돌아다녀서 몸의 효율이 높아졌기 때문에 건강을 되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ff
돈에 인생을 건 '왕소금' 의 디스크 치료
술과 여자를 밝혀 생긴 디스크와 좌골 신경통을 반욕법으로 고친 재벌 2세
돈 세는 게 유일한 낙
40대 초반의 '왕소금'은 돈이 안되는 일이면 웃지도 않을 만큼 돈에
철저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수학은 소질이 없는 탓인지 간단한 곱셈이나
덧셈도 서툴지만, 숫자에 '원' 자만 붙으면 복잡한 계산도 단숨에 해치운다.
그의 아버지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자수성가하여 우리 나라에서 꽤 이름난
재벌 총수가 되었다. 교육의 혜택을 별로 받지 못하고 어린 나이에 돈벌이에
뛰어들어 성공한 사람들은 성장기에 '놀이'를 할 기회를 잃어 '놀이'를
모른다. 심지어 이를 죄악시하기도 한다. 그래서 취미가 없다.
이들은 돈 세는 게 가장 즐거운 취미이자 유일한 낙이기도 하다. 돈벌이에
도움이 되므로 골프는 치지만 별로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다만 돈을 벌었다는
것을 과시하는 전시용 효과만 있을 뿐이다.
예외는 있다. 제 삼자의 눈에는 쓸데없는 낭비로 보이지만 본인으로서는 꼭
필요하여 큰돈을 지출하는 '놀이' 가 있다. 바로 여자에게 돈을 지불하여
얻어지는 '놀이' 이다. 왕소금의 어머니도 이러한 지출 항목과 관련하여
아버지와 인연을 맺었는데 왕소금 하나를 낳고 일찍 죽었다.
왕소금의 아버지는 돈이 모이자, 돌연 사회 지도층 인사로 신분이
상승되었다. 새로운 양반 계급, 새로운 귀족층에 진입할 자격증이 생긴 것이다.
그 결과 왕소금은 신분에 걸맞게 귀족 교육을 받으며 성장했다. 기부금 입학이
불가능한 학교를 제외한 명문 대학에 입학했고, 미국의 대학을 거친 다음,
아버지 회사의 부회장이 되었다.
30대 초반에 대재벌의 부회장이 되었지만 돈에 대한 탁월한 감각으로 그
자리를 무리 없이 지켜 나갔다. 미모의 탤런트, 여배우와의 스캔들도 있었지만
이는 그의 여가 선용일 뿐 제 삼자들이 평가하듯 그렇게 파렴치하거나
불미스러운 일은 아니었다. 원래 인간들은 자기가 하는 일은 거룩하고 남의
일은 스캔들로 보는 못된 속성이 있다.
바쁜 생활을 보내던 어느 날, 왕소금은 새벽에 잠자리에 일어나려다가
허리에 심한 통증과 왼쪽 다리에 마비 증세를 느꼈다. 병원에 가니 디스크와
좌골 신경통이란 진단이 나왔다.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자, 그는 단호히 거부했다. 20여 년 전, 미국에서는
디스크 수술을 하지 않는다는 정보를 미국 유학 중에 들었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수술하여 부작용이 생기면 담당 의사가 그 환자에
대하여 평생 책임을 져야 하므로 의사들은 수술을 하지 않는다. 백 번
잘하다가도 한 번 실수하면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중증의 디스크와 좌골 신경통 환자에게는 금기 사항이 하나 있다. 어떠한
경우에도 텔레비전의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지 말아야 한다. 웃다가 허리에
자극을 주면 환부가 몹시 아프다. 그만큼 엄청난 고통을 수반한다는 말이다.
술과 여자를 너무 밝혀서 간이 나빠진 결과로 생기기도 하는 이 병은 가끔
기공으로 치료되는 수가 있다. 왕소금 역시 기공사, 안마사, 지압사를 불러
집에서 치료를 했다. 신문이나 텔레비전에서 얼굴을 볼 수 있는 유명한 치료인
들이 그의 집을 들락거렸다. 다른 곳도 아닌 허리를 못쓰게 되어 '놀이'를 할
수 없게 되었으니 돈이 아까울 게 없다. 중국의 유명한 대기공사도
초빙되었다. 이들에게 지불한 치료비는 천문학적 액수였다. 그는 여자 외에
이렇게 많은 돈을 써 보기는 처음이었다.
일시적으로 병이 호전되는 기미를 보였지만, 불행하게도 그 많은 돈을
쓰고도 그의 병은 좋아지지 않았다. 돈으로 안되는 일이 있다는 것을 처음
경험한 것이다. 인격, 학교, 여자, 교양, 조경 등 그 어느 것도 돈으로 해결되지
않은 게 없었는데 이번 경우만은 예외였다.
물론 웅담, 산돼지 쓸개, 오소리 쓸개도 여러 번 먹었다. 중국제이건
한국제이건간에 좋다는 것은 다 먹었다. 일반 서민들도 허리가 아프면 비싼
돈을 들여 이런 것을 먹는데, 돈 많은 그가 먹지 않을 턱이 없다.
실제로 디스크에 쓸개가 기가 막히게 듣는 경우가 있다. 무거운 것을 들다가
허리가 삐끗할 때가 있는데, 좌섬요통이라 부르는 이 병은 기체로 허리에
어혈이 뭉쳐 심한 통증을 수반한다.
이런 요통에 산돼지 쓸개나 오소리 쓸개, 곰의 쓸개를 독한 술에 타서
마시고 수면을 취하면 몇 시간 후엔 심한 통증과 함께 땀을 뻘뻘 흘리면서
잠을 깬다. 이 과정을 거치고 다시 잠이 들었다가 깨어나면 요통이 말끔히
가신다. 쓸개즙은 혈관의 노폐물을 청소하고 응혈 부분이 있을 때 담즙이 풀어
주기 때문이다. 쓸개가 뭉쳐 있는 어혈을 풀 때는 보다 심한 통증이 오지만,
일단 뭉친 게 풀리면 통증은 씻은 듯이 사라지고 요통이 낫는다.
웅담, 쓸개를 왜 먹을까?
'기'의 관점에서 설명하면 통증은 그 부분의 기가 막혀 있다는 신호이다.
진통제는 막혀 있는 그 부분을 여는 게 아니라 신경을 마비시켜 아픔을
모르게 하는 일시적인 작용을 한다. 따라서 진통제의 약효가 사라지면 다시
아프거나 더 아프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인체의 자가 치유 능력이 실력을 발휘하면 막힌 부분이
열려 통증이 없어지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진통제 덕분에 낫는 줄로 잘못
알고 있다. 실제로 공을 세운 것은 자가 치유 능력이지 진통제가 아니다. 우리
몸이 가지고 있는 신비한 능력 중의 하나인 자가 치유 능력은 과로한 사람이
허리가 아파 누워 있으면 과로 에 뺏긴 에너지가 허리로 가서 치유를 하듯이
몸의 곳곳에서 스스로 알아서 보충하고 치유하는 아주 중요한 능력이다
왕소금은 기운 순환 운동은 전혀 하지 않고 고단백질의 음식과 술, 그리고
여자를 곁들인 파티를 매일 밤 열었으니 이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간과
신장에 이상이 생기고, 이 이상이 디스크와 좌골 신경통으로 외부에 나타난
것이다. 이런 경우에 의사가 아무리 척추 뼈를 눈이 빠지게 들여다보아야
쓸데없는 짓이다. 웅담, 산돼지 쓸개, 오소리 쓸개도 전혀 소용없다.
평소 운동 부족으로 허약해진 허리 근육에 지압이나 마사지를 하게 되면
근육이 더 무력해진다. 지압은 심한 운동이나 심한 노동으로 강해진 근육을
소유하고 있는 운동 선수나 노동자가 무리를 하여 근육이 아플 때 필요하다.
근육 같지 않은 허약한 근육을 소유한 사람들에게는 지압 등이 오리려 해롭다.
왕소금도 마찬가지다.
왕소금의 병이 낫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하나도 도움되지 않는 치료를
했기 때문이다. 그가 치료한 것을 나열하면, 병원에서 척추 들여다보기, 진통제
먹기, 동물 쓸개 먹기, 지압과 기공하기 같은 쓸데없는 짓만 골라 했다. 그렇게
돈으로 치료할 수 있는 온갖 방법들이 소용없게 되자 나를 찾아왔다.
국회의원이나 장관도 우습게 여기던 그는 산골에 묻혀 있는 이름 없는 나를
존경(?)한다고 했다. 왕소금과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 나 같은 사람을
존경(?)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지도층에 소속되어 있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의해 '존경스런 인물'이 되다 보니 자기가 '존경받을 권리'가 있는
것으로 착각한다. 그들은 자기를 존경하는 사람들은 우습게 여기고, 자기를
무시하는 사람들은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하여 공격하고 경멸한다. 그러나
자신을 소나 닭 쳐다보듯 존경도 무시도 안하면 안절부절못하다가 거꾸로
상대를 존경하게 된다.
나는 어떤 환자가 찾아와도 그가 어떤 사회적 지위를 가졌는지 묻지 않는다.
사회적 지위가 낮은 사람이든 높은 사람이든, 돈이 많든 적든, 똑같이 한
사람의 환자로 취급한다. 그러나 지위가 있거나 돈이 조금 있는 사람들은 재가
묻지 않는데도 애써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가를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그럴 때면 나는 예외 없이 말을 끊어 버린다. 환자가 엄청난 권력이나 재력,
유명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의사가 고개를 굽실거린다면 애초부터
병을 고치기는 틀려 버린 것이다.
또 환자들은 자기 병에 대해 많은 설명을 하려 애쓴다. 그러나 환자에게
던지는 내 질문은 간단하다. 내 말에 따라 걸으면서 살겠느냐, 아니면 누워서
죽겠느냐 하는 선택뿐이다. 불치병, 난치병을 고치는 사람은 서비스업을 하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환자 위에서 군림해야 한다. 불치병에 걸린 환자일수록
의사를 적대적으로 믿고 따라야 치료가 쉽고 가능하다.
이런 나의 처세를 보고서 어떤 이는 존경을 하고, 어떤 이는 비웃기도 한다.
심지어 배부른 소리를 한다면서 되돌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때문에 초기에는
경제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당하기도 했다. 이를 보고 주위에서는 남들처럼
쉽고 편하게 살라 하지만 나는 결코 그럴 수가 없다. 이같은 방법이 아니고는
간경변이나 간암, 당뇨병 등으로 죽을 날만 기다리는 환자들에게 생명의 빛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반욕한 뒤 기운 나면 합격
나를 찾아온 왕소금을 진찰해 보니 간과 신장이 엉망이었다.
고단위 영양식 대신, 이곳 산골의 화전민들이 먹는 음식을 먹게 하고
가열진통제, 가열순환제 등 간병 치료용 약을 먹게 했다. 또 매일 황정계곡을
산행하다가 몸이 더워지면 살얼음이 있는 계곡 물에 명치 이하를 담그고 5분
정도 앉아 있게 했다.
왕소금의 허약한 피부가 찬물의 자극을 받으니 '삶은 문어'처럼 빨개진다.
추위로 숨이 막힐 것 같지만 5분이 지나면 하반신에서 열이 후끈후끈 난다.
움츠려 들었던 혈관이 5분 후에는 확장된다. 인체는 스스로 인체를 조직하는
성질이 있다. 이 성질은 특별히 외부에서 주어지는 게 아니라 인체 내에서
스스로 자기 조직(self-organization)을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서
생긴다. 소위 혼돈(chaos) 속의 질서이다. 이 자기 조직 능력은 '자연 치유력',
'기 순환'으로 표현된다. 생명체는 자기 조직 능력에 의하여 하반신으로
기운을 보낸다. 일단 하반신으로 기운이 가면 물레방아 돌 듯이 기운 순환이
된다.
반욕법은 옛 선조들이 산 속에서 얼음이 풀릴 때 자주 행한 장생법의
하나이다. 겨울에 동상에 걸린 사람들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찬물에 동상
부위를 담그게 하는 것도 같은 이치이다.
찬물에 동상 부위를 담그면 우리 몸의 방어 체계는 방어 작용의 일환으로
상반신의 기운을 모두 찬물에 담근 부위로 보내게 된다. 자연히 동상 걸린
부위로 기가 몰리게 되고 그 부위가 따뜻해지면서 동상이 풀리게 된다.
말하자면 강제로 충격을 줌으로써 낫게 하는 방식이다. 만성 동상의 경우
흐르는 물에서 한 달간 이같은 방식을 반복하면 완치된다.
반욕법은 적어도 해발 1천 미처 이상의 산에 흐르는 계곡 물에서 매일
반복해야 제격이다. 시기적으로는 얼음이 얼기 직전이나 녹을 때가 가장 좋다.
처음 시작할 때는 너무 무리하게 할 필요는 없다. 처음엔 발만을 담갔다가
빼고, 잠시 후 무릎까지 넣는 등 차츰차츰 넓혀 가는 게 좋다. 이때 주의할
것은 팔을 물에 담그지 말아야 한다. 팔은 명치 위이기 때문이다.
처음 하는 반욕법은 엄청나게 차갑고 고통스럽지만 노래를 부른다거나
숫자를 세는 것으로 자신의 의지력을 시험하다 보면 어느새 하루라도 안할
경우 몸이 찌뿌둥함을 느낄 것이다. 목욕 후 기운이 생기면 합격점이고,
피곤하고 졸음이 오면 불합격이니 자신의 체질에 알맞게 조절하는 것은
당사자의 몫이다.
산 속에서 하는 것이 여의치 않은 도시 사람들은 대중 목욕탕이나
가정집에서 냉탕을 만들어 놓고 해도 좋다. 많은 사람들이 사우나탕을 즐겨
이용하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뜨거운 사우나탕에서 땀을 흘리면
일시적으로 기분이 좋고 몸이 가벼워진 것 같지만 몸의 겉은 뜨거워진 반면
속은 차갑기 때문에 전체적인 기운 순환이 어렵다.
자연의 아름다움에 눈을 떠야
왕소금은 일 주일 만에 병세가 많이 호전되었다. 매일 찬물에 들어가고
산길을 걷다 보니 자연 치유력에 의해 몸이 좋아진 것이다. 그러나 처음
이곳에 와서 무척 아플 때는 회사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산골에서 약초 캐고
밭일이나 하며 영원히 살 것처럼 말하던 그는 몸이 나아지자 다시 회사 일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바로 이때쯤에서 결단을 내려야 한다.
좋은 공기, 좋은 물, 기막힌 산세도 며칠 지나면 지루해진다. 권태가 생기게
되고 이 권태는 스트레스와 마찬가지로 간을 상하게 하여 다시 허리병을
도지게 하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보름만에 다시 서울로 돌아갔다. 나는 왕소금으로 하여금 서울로
올라가 정상적인 회사 업무를 보면서 자연 치유력에 의한 치료를 잊지 말라고
했다. 그는 내가 지시한 대로 운동요법, 식이요법, 목욕 요법을 열심히 라면서
간과 신장의 치료를 위해 가열소염제와 가열순환제를 복용했다. 100일 후,
드디어 그는 디스크, 좌골 신경통에서 완전히 해방되었다.
그는 몸을 치료하려고 산을 다니다 보니 하찮게만 보였던 자연에 눈을 떴다.
전에는 꽃, 새, 다람쥐를 보면 '저 야생 꽃은 값어치도 없는 것' '저 새는
싸구려 새' '저 다람쥐는 수출 길이 막혀 헐값' 등으로 생각했는데, 이제는
보는 눈이 달라졌다.
구름과 파란 하늘의 아름다움이 보이고 야생화의 건강한 모습과 산새들의
울음소리가 즐겁게 들렸다. 새로운 즐거움을 그를 놀라게 했다. 자연의
아름다움에 눈을 뜨니 자연의 귀중함을 할게 되고 자연보다 더 소중한 인간과
인간 관계의 아름다움을 알게 되었다.
아름다움을 아는 자만이 귀중함을 안다.
기는 아름다움이다.
2편 계속~~~
첫댓글
"동의보감에는 '대노하고 기가 역상하여 내리지 않고 협하에 쌓이면 간이
상하고 또 대노하여 기가 역상하면 간이 상한다'고 적혀 있다."
식사 잘하시고 하루도 거르지않고 등산하시며 건강하시던 부친께서
작년 7월에 간암 판정 받으시고 12월에 돌아가셨다.
작년 4월에 문중일에 관여하시다 4촌동생에게 심한 반박을 넘어 모욕을 당하신 우리 아버지....
나는 그 즈음에 꿈에서 봤다.
아버지께 용서하시라고 당부한 게 내가 한 전부였다.
글 읽다보니 제가 심히 괴로워집니다.
어줍잖게 용서타령이나 하고...
차라리 허공에라도 욕을 퍼부었어야 했는 데...
나무 아미타불 나무 아미타불 나무 아미타불_(())_
아~~~안타까운 사연이 있으시군요.. 어제 불교 박람회에서 받아 온 책 중 이런 글귀가 있네요..
생이란,,,,행복하고 불행하고 즐겁고 슬프며 아름답고 추한 것 이라고.....
삶이 이러한데 욕해서 풀어 질 맘이라면 욕도 해보시고 ,,,..
늦었지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