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9 이름:Master 2002/2/25(월)
2001. 9.
6.
하루에 여러 번 경계에 오락가락하고 있는 것 같다. 생각보다 많은 편. 어떤 일이 벌어질까 기록해 보자.
김선연
선생님 화낸 일. 컴퓨터실 열쇠 때문에 다시 한번 봉변을 당한 날. 그저께는 어떤 학생이 열쇠를 달라고 하기에 줬더니, 그게 말썽. 어뚱하게
구컴퓨터실을 열어서 세콤 경보가 울려 나를 곤혹스럽게 하더니. 그 날에 혼선이 빚어지는 게 아무래도 수상쩍어 신컴퓨터실로 올라가 보니
뭔가 이상하다. 부랴부랴 구컴퓨터실로 가보니 입구의 경보등이 깜박깜박하고 있고, 용주사가 씩씩거리며 올라오고 있고... 급방한 상황에 머리마저
마구 뒤범벅이 되어 뭐라고 말할 수 없었다. 다시 일이 터졌다는 데 대한 난감함과 학생에 대한 책망, 그리고 나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 올라 어쩔
줄 모랐다.
오늘은 컴퓨터실 열쇠를 줬느니 안줬느니 해서 혼선이 생기더니 왜 열쇠를 주지 않고 수업 시작했는데 들어가지 못하고
학생들이 복도에서 우왕좌왕하게 하느냐고 역정이다. 아침부터 왜 역정이야. 다짜고짜 화를 내는게 괴씸해서 같은 수준으로 응대할까 하다가
참았다.
체육 선생님이 그저께 지영이 문제 때문에 나에게 찾아왔더니 오늘도 찾아왔다. 문제는 역시 지영이가 오늘도 아무 연락없이
수업에 참석을 하지 않았단다. 매우 화가 났나 보다. 그도 그럴 것이 그저께 지영이를 수소문해서 찾아서 취조를 했던 모양이다. 지영이가 나를
핑게대면서까지 거짓말을 했다고 한다. 내가 양호실에 가 있으라고 했다나? 그 사실을 확인차 그저께 왔었던 것이다.
오늘도 와서는
지영이가 학교에 왔느냐고 묻기에 황당할 수 밖에... 지영이는 안 왔는데 왔다고 하니. 1교시 수업이었는데 그때까지 지영이는 학교에 안 왔다.
그래서 오늘 결석하는가 했다. 난감하게 나는 지영이가 학교를 안 왔다 하고 체육 선생님은 왔다고 그러고... 오기는 온 모양이다. 담임이 그것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니. 또 화가 난다. 실장한테 그렇게 단속했건만. 학급의 학생 변동 상황에 대해서 신속하게 알려달라고. 지금까지 몇 번인지
모른다. 동욱이 무단 조퇴, 은숙이 무단 조퇴. 나만 모르고 다른 선생님이 그 사실을 알아 나에게 어떻게 된 거냐고 물어올 때. 참으로
난감하다. 실장에 대해 원망을 아니 할 수 없다. 거참, 그렇게 안되나? 오늘 지영이 문제도 그짝이다. 당연히 알아야 할 사실을 몰라
이렇게 체육선생님에게 쩔쩔 매야 하다니. 어쨌든 지영이는 고의적으로 체육선생님을 골린 꼴이 되었다. 궁색하게 지영이를 찾아서 사실을
알아보겠다고, 미안하게 됐다고 말할 수 밖에 없었다. 지영이를 찾아보았다. 지영이는 3교시때 학교에 왔던 모양이다. 교무실로 오라고 했다.
어떻게 할까? 선택해야 한다. 때려야 할지, 아니면 수도 없이 타이른 일을 오늘 다시 해야 할지. 이쯤이면 맞든지, 부모를 부르든지 해야 할 것
같기도 했다. 정리를 했다. 지영이는 특수한 애인만큼 달래는 수밖에 없다고. 엄중하게 타일렀다. 고개를 숙이고 내 추궁에 수시로
잘못했다고 표하고 다시 안 그러겠다고 말을 하는 게 기특하기는 했다. 다시 그런 일을 또 하기는 하겠지만. 이 애는 건방지다. 어떤
선생님한테고 대들고, 기분나쁘게 하고, 지 멋대로 놀아서 선생님들을 아주 피곤하게 만드는 데 재주가 있다. 특히 부모의 말과 행동은 전교적으로
유명하다고 전해진다. 내가 어머니를 학년초에 접했을 때 대단하겠구나 생각은 했었는데, 내가 생각했던 거 이상으로 지영이 어머니는 경우없이 자기
애만 두둔하고 선생들에게 마구 대드는 못된 버릇이 있다고 한다. 얘기를 좀 꺼내보면 거의 모든 선생님들이 혀를 내둘렀다. 부모의 그런
든든한 백을 믿어서 그런 건지 지영이는 대책이 없다. 나에게 만은 예외다. 그렇게 고분고분할 수 없다. 아마도 나는 자기를 그래도 이해해 주도
있다고 믿는 모양이다. 사실 나는 그 애를 믿는다. 못된 짓 하지만 그래도 심성이 나쁜 애는 아니라는 사실을... 이런 나의 본심을 그 애가
아는 것 같다. 동욱이도 그렇고.... 잘 타일러서 체육선생님께 보냈는데 어떻게 잘 마무리가 됐는지 모르겠다. 이 일은 내 선까지는 잘
마무리가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체육선생님께 지영이가 뭐라고 하던가 알아 보아야 한다.
책을 교체해 주기 위해 책주인이 찾아
왔다. 처남의 친한 친구분이기도 하다. 갑자기 들이 닥치니 난감하다. 나는 방 구석에 있었는데 목소리를 들어보니 그분이다. 윤주가 이미 본 책
가방을 넘겨 주는가 보다. 그러나 문제가 생길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책이 다 없다는 거다. 나는 마음을 졸이고 있는데, 어른 없냐는 목소리.
나는 아니 나갈 수 없었다. 책이 다 없단다. 뭐가 없냐고 물었더니, 알아보아야겠다고 한참 전화하고 그런다. 나는 진땀을 흘리며 책을
찾느라고 책꽂이를 뒤적였다. 그게 그렇게 쉽게 찾아지나? 없다. 겨우 용기를 내어 오늘 꼭 가져가야 되냐고 물었다. 가져 가야 한단다. 찾아
보란다. 한 5분 이상을 찾은 거 같다. 없었다. 진땀이 난다. 할 수 없이 다시 말할 수밖에 없었다. 찾아서 서점으로 가져가겠다고... 겨우
허락을 맡았다. 이런 사건이 벌써 세번 째다. 매번 와서 기다리고, 전화하고, 나는 찾느라 야단 법석으 떨고, 시간은 흐르고. 무엇보다
그분이 화가 날 걸 생각하니 몸둘 바를 모르겠다. 시간은 흐르지, 사업에 막대한 방해가 되지, 화가 나서 사업에 지장이 있지, 이 모든 생각이
나를 더욱 난감하게 만든다. 특히 그분은 처남과 매우 절친한 친구사이다 보니 더욱 내가 처신하기가 어렵다. 해서 잘 챙기다가 집사람이
괴씸해서- 지 멋대로 이걸 신청해서 나를 피곤하게 한다고 생각해서, 그리고 그렇게 정리하는 거에 대해서 부정적인 생각을 갖는 집사람에게 화가
나서- 자기가 앞으로 챙기라고. 알았단다. 알기는 뭘 알아. 보면 잘 챙기지 않아 매번 사건은 터져고 나는 황당하고 그랬던 거다. 윤주에게
화를 내지 않을 수 없었다. 윤주에게 화를 내면서도 내내 aw를 욕하고, 당연히 정리는 나를 편하게 하고 우리를 편하게 하기 위한, 그리고
공부도 더 잘 할 수 있는 아주 장점이 많은 사실을 부정하고 내가 이 사실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전혀 그렇지 않다고 부정하는 집사람을 욕하고
그랬다. 화가 많이 났다. 오늘 일은 집사람이 양양 수련원에 가서 오늘 오지 않기에 밥을 먹이는 것도 벅차고 민주의 오랜 소원이기도 해서
모두 데리고 짜장면 먹으러 막 나가려는 사이에 생긴 일이다. 기분 좋게 출발하려다가 이 일이 발생하여 완전히 기분 망치고 말았다.
윤주에게 화를 낸 건 정말 미안하다. 아 그래야 된다 생각은 하면서도 정말 그게 안되니 나도 참 딱하다. 그런 내가 화를 내면서도 참으로
안타까웠다. 어쨌든 밖으로 나와서 억지로라도 즐거운 표정을 지으려고 노력했다. 전에 몇 번 갔던 짜장집은 남자 둘이서 운영하는데 아무래도
불결한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방안에 들어서면 퀴퀴한 냄새하며 밖에서 짜장 먹을 때 바로 옆에 있던 쓰레기 통에 빠글대던
파리하며... 그래서 새로운 짜장집을 개척하기 위해 좀더 걷자고 제안했다. 윤주가 좋다고 맞장구쳤다. 윤주가 성격이 좋기는 좋다. 내가
그렇게 화를 내도 이내 밝은 표정으로 내 기분을 맞춰준다. 그 얼굴을 보고 있으면 내 마음도 이내 평온을 되찾을 수 있다. 좀 걷다보니
운 좋게도 금방 중국음식점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가까이 가서 보니 이 음식점도 그렇게 깨끗해 보이지 않아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그래도 어떻게 하나. 그냥 들어가서 짜장 세 그릇을 시켰다. 민주는 이리 기웃 저리 기웃하다 결국 주방까지 들어가 주인아저씨께 주의를 듣고
물러 나왔다. 주인 아저씨가 약간 심한게 아닌가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뜨거운 음식하며 불을 다루는 주방에 애가 쳐들어갔으니 따끔하게 주의를 줄
수밖에... 역시 민주는 잘 먹는다. 그러나 웬 일? 오늘은 짜장을 좀 남겼다. 전에는 매번 한 그릇 다 비우고 또 달라고
아우성이더니... 운경이도 꽤 먹었다. 거기에서도 멍멍이다. 방이 아니라 긴 의자에 앉아 식사를 했는데 시도때도 없이 내가 앉은 긴 의자에
올라와 멍멍 하면 강아지 흉내를 낸다. 그러면 나는 몰덜미를 쓰다듬어 주고, 턱을 톡톡 두드려 준다. 참으로 재미있는 놀이다. 이럴 때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깨물어주고 싶다. 거의 다 먹을 무렵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억수로 내리붇는다. 곧 그칠 것 같지가 않다. 어떻게 집에
가나 하는 걱정은 별로 없도 참으로 신나게 비가 오는구나 생각하면서 마음이 정리가 되는 것 같은게 그렇게 평안할 수 없었다. 비가 그칠
때까지 좀 앉았다 가겠다는데 우산을 빌려주겠다는 거였다. 참으로 고마운 사람이다. 아까 음식 먹을 때는 민주 문제로 해서 별로 친절하지 못하고
깨끗하지 못하고 다음에 오지 않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친절할 수가... 고맙게 우산 셋을 빌려서 집까지 왔다. 굵은 빗방이 내리붓고
우리 셋이는 웃으면서 떠들면서 신나게 집까지 왔다. 한 10분은 걸었나?
전체적으로 재미있는 하루였다. 더욱이 원격연수 성적이
어떻게 나왔나 궁금했었는데 99점으로 매우 괜찮게 나왔고...
아무래도 어저 일을 반성 아니할 수 없다. 맞는 사실도 있지만 역시
나의 속이 좁아서 툭하면 남을 탓하는 버릇이 많은 부분 사실을 왜곡시키고 있다고 자인 하지 않을 수 없다. 집사람은 어저 나에게 그렇게 잘 해줄
수 없었다. 오늘도 나를 학교까지 태워줬다. 일부러... 내리면서는 뽀해달란다. 쑥시럽게 뽀는? 그래서 해줬다.
그리고 양양에서
자고온다더니 빗줄기를 뚫고 나를 보고싶어 찾아왔다. 기특한 일이다.
어제 한 말 모두 취소하고,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말고, 무슨
문제가 있을 때 서로 빨리 풀도록 노력합시다. 그게 행복에 이르는 지름길입니다. 많이 썼으니 이만 줄이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