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31차 백두대간 출진 구간은 죽령 >> 도솔봉 >> 묘적령 >> 뱀재 >> 싸리재 >> 남조리로 이어지며, 거리는 18.4km, 소요시간은 10시간 30분, 참석인원은 25명이었다.
대전청사에서 5시40분에 출발한 버스는 2시간 50분을 달려 8시 30분경에 죽령(689m)에 도착하였다. 날씨는 밝은 햇살이 비추었고, 죽령 표지석을 배경으로 단체 인증샷을 찍은 후에 곧바로 죽령휴게소에서 풍기방향으로 200m 위쪽에 자리한 정자 옆에 세워진 죽령 옛길 표지판의 옆길을 따라 올라가기 시작했다.
등반 초반부터 오르막길이 가파르게 진행되어 모든 대원들이 가뿐 숨을 내쉬었다. 9시20분경 숨가뿐 오르막을 올른후에 평지에서 잠시 막걸리를 한잔씩하면서 휴식을 취하였다. 땀 흘린 뒤의 상큼한 막걸리 한모금은 힘을 주었고, 김영진 과장님이 정성드려 까서 싸온 생율 안주가 일품이었다. 막걸리와 더불어 이어지는 재담 또한 재밌었는데, 홍순칠과장님께서 '가죽속에 털이 있는 것이 무엇일까요?'하고 퀴즈를 냈다. 모두들 야릇한 미소를 짓는데 곧바로 '정답은 밤이요!!'라고 대답이 나왔다. 잠깐 동안의 휴식으로 충전 후 도솔봉을 향해 힘차게 내딛었다. 지난번부터 참가하여 대간팀 마스코트가 된 대간소년인 이재형군이 선두에서 씩씩하게 앞서 나가는 모습이 대견스러웠다.
10시경 흰봉산 갈림길(1288m)를 지나 봉우리가 3개 있다는 삼형제봉을 넘고 마침내 11시 30분경 오늘의 최고봉인 도솔봉(1315m)에 도착하였다. 도솔봉에서 본 주변 조망은 그야말로 장관을 이루었다. 사방이 탁트여 지나온 능선길이 한눈에 들어오고 앞으로 전진할 대간 마루금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져졌다. 도솔봉 정상에는 넓지는 않지만 십여명은 앉을 만한 공간이 있어 이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였다. 정상에 차려진 점심 밥상은 아름다운 주변 풍광을 보며 먹으니 마치 천상위에서나 맛보는 꿀맛의 점심이었다.
도솔봉 이후는 급경사 나무계단길이 이어지고 로프를 타는 급경사 암릉길이어서 또다른 묘미가 있었다. 13시경 묘적봉(1156m)에서 인증샷을 찍고 13:30분 묘적령(1025m)을 지나 솔봉으로 향하였다.
그런데 친절하게 1km정도 간격으로 있던 표지판들이 갑자기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는데, 그이유가 묘적령 이후부터는 소백산 국립공원 구간이 아니라서 표지판이 없단다. 야박한 생각을 하며 하지만 우리가 누구인가? 그동안 3년동안 30회를 백두대간을 완주한 베테랑들 아니든가! 아무런 의심없이 보무도 당당하게 거침없이 등반로를 따라 전진했다. 그런데 30여분을 진행했는데도 계속 내리막길로 가는 것이었다. 보통 대간길과는 다른 감을 느낀 이상철 총무님이 손에 차고 있는 내비게이션 확인결과 대간길과 다른 길로 가고 있다고 스톱을 외치었다. 하지만 이해평, 김천희 양대장님의 경험과 지도 판독 결과 지금 가는 길이 맞다고 판정하고, 일부 대원은 내비가 표시하는 것은 북한의 방해 전파로 이상이 생겼다고 웃으개 소리를 하며 아무런 의심없이 다시 내리막길을 내달렸다. 가끔 백두대간 리본도 보이고 등반로도 제법 널직하게 나 있었다. 하지만 내려갈수록 찜찜하였는데, 이번에는 같이 간 김대영대원이 스마트폰을 꺼내 내비를 작동하여 확인하니 목표지점과 반대로 가는 것을 확인하였고 여전히 이상철 총무님의 내비도 일치한 모습이었다. 이번에는 제법 심각하게 가던길을 멈추고 다시 모여 숙의를 한 결과 대간길과 다른 길로 온걸로 판명되었다. 누구도 의심하지 않은 길이었는데, 그것도 햇볕 쨍쨍한 벌건 대낮에 2명의 산악대장님과 함께 알바를 한 것이었다. 귀신에 홀린듯 누구도 탓할 수 없는 불가항력의 알바였다. 하지만 늦게라도 내비게이션의 도움으로 신속히 방향을 틀어 다시 되돌아가 대간길로 합류할 수 있었다.
여기서 잠깐!!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말을 잘 들어야할 세 여자가 있다는데, 그 첫번째가 마누라고, 두번째가 골프칠때 캐디고, 세번째가 네비양(네비게이션^^)이란다. 나중에 확인된 것이지만 우리가 간길을 회장님등 3명의 대원들이 이미 앞서가서 완전히 대오를 이탈하여 반대편 마을에 도착했단다. 다시 돌아올수도 없어 하는 수 없이 그 마을에서 오마넌짜리 택시를 타고 버스가 있는 남조리로 왔단다.
14:30분 묘적령(산불조심 깃발)으로 되돌아와 확인해 보니 우리가 내려간 길은 고향치(옥녀봉 휴양림)로 가는 하산길이었다. 정상길로 가지 않고 살짝 돌아서 간것이 알바의 시작이었다. 알바로 인하여 선두와는 1시간 이상 뒤쳐져서 부지런히 전진하여 15:30분에 솔봉(1021m)을 지나고 헬기장과 흙목정상을 거쳐 마침내 17:10경 하산지점인 싸리재에 도착하였다.
싸리재에는 우리 꼴찌그룹을 앞서간 대간소년팀이 있어 반가웠다. 그런데 우리 앞팀도 싸리재에서 우측방향인 남조리(단양 유황온천) 방향으로 내려 갔다가 길을 끊겨서 찾지 못하여 다시 올라 오고, 배재방향으로도 갔다가 다시 와서 1시간정도 알바를 한 뒤였다. 싸리재에서 날센돌이 선두그룹을 제외하고 우여곡절의 알바로 인하여 나머지 대원들이 함께 모이게 되었다.
싸리재에서 김천희 대장님이 선두에서 길잡이 하며 하산하는데, 등산로가 잡목 숲에 가려 잘 보이지 않고, 군데 군데 계곡도 건너며 헤쳐 나갔다. 18:30분경 계곡 등산로를 벗어나 시멘트 포장 임도가 나와 모두들 안도의 숨을 내쉬었고, 잠시 계곡물에 땀도 씻고 알탕도 하며 오늘의 스릴있고 길고긴 대간 산행을 마무리 하였다.
남조리에 대기하고 있는 버스에 도착하니 어느 덧 어둠이 내려서 깜깜하였다. 후래쉬 불빛 아래에서 뜨끈한 감자탕과 막걸리로 오늘 하루의 피로를 풀었다.
오늘 산행에서 날센돌이 선두팀도 마지막 임도에서 잠시 길을 잃고 알바를 하였단다. 오늘은 참가한 대원 전원이 알바를 한 진기록이 세워져 대간 산행중 특이하여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도 백두대간 종주는 쭈우욱 계속된다.... 백두대간 종주회 화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