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만에 다시 긴 산행에 나섰다. 예상거리가 16km라서 걱정이 많았는데 그럭저럭 낙오하지 않고 완주할 수 있어 기뻤다. 2020년 9월 19일(3토) 고교동문산악회의 낙동정맥팀은 코로나19의 질곡을 벗어나 새로운 산행을 시작했다. 낙동정맥에 도전하는 꿈을 코로나가 진정될 때까지 연기하며 은인자중하던 차에, 이렇게 앉아서만 기다릴 수 없다고 생각되어 이번 달부터 체력단련도 하고 동문간 친목도 유지할 겸 서울근교의 명산을 한 달에 한 번 정도 탐방하기로 의견이 모아졌다.
그래서 첫번 째 산행지로 예봉산-운길산 연계산행이 계획되었고 여러 동문 산꾼들의 적극 성원하에 무사히 진행되었다.
아침 9시 10분에 경의중앙선 팔당역에 집결하여 인사를 나누고 기념사진을 찍은 다음 간단한 신행안내를 듣고 9시 28분경 예봉산을 향해 힘차게 출발했다. 그 동안의 코로나와 폭염의 위세를 꺾은 듯 선선한 가을 공기 속에 하늘은 맑게 개여 파랗고 산길로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삼삼오오 모여서 조금은 가파른 길을 힘들어하며 산을 올라갔다. 경사가 급한 곳에선 계단을 만난다. 계단의 중간에는 한강을 건너 하남시의 숲처럼 솟은 아파트까지도 조망이 되는 전망대가 있어 잠깐 쉬며 경관을 카메라에 담았다.
듣기로는 예봉산은 옛날 김영삼대통령이 야당시절 민주산악회를 조직하여 산행할 때 자주 왔던 곳이라고 들었다. 그때만 해도 전철이 없었을 터이니 서울에서 먼 이곳이 제법 호젓한 곳으로 다른 사람들의 눈에 잘 뜨이지 않고 단체로 모여서 동지애를 불태울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난다. 지금은 경의중앙선 전철로 교통이 제법 편해져서 접근하기에 편리해져서 그만큰 산꾼들과 가까워졌다고 할 수 있겠다.
오늘 산행거리가 도상으로 보아도 16km가 넘는 힘겨운 산행인데 기온과 날씨가 좋은 쪽으로 호응해 주니 천만 다행이다. 산행의 성공이 보증되는 듯한 최고의 날씨였다.
11시 20분경 예봉산 정상 바로 밑의 “강우레이더 관측소”에 도착하여 나무덱크로 된 전망대에서 한강변 경치를 조망했다. 곧바로 정상석이 서있는 683m의 예봉산 정상에 올라 기념사진을 찍고 휴식을 취했다. 오늘의 가장 높은고지에 올랐으니 첫 번 째 어려운 고비는 넘긴 셈이었다. 지난 주 성공리에 성남누비길 2_3코스로 약 17km의 산행을 무사히 끝내고 이번 주에도 다시 어려운 코스에 도전하였기에 은근히 겁을 집어먹고 있었다. 70이 넘는, 나이를 속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이제 어쩔 수 없다고 해야겠다. 조심해서 오르는 수 밖에.
다시 길을 재촉하여 능선을 따라가니 곧 조선시대에 정약용 형제가 올라서 학문수련에 도움을 받았다는 철문봉이 나왔다. 그곳에서 좀 더 걸으니 11시 42분, 패러글라이딩 활공장(글라이더 이륙장)이 나타났다. 넓은 공지가 있고 경관이 너무 좋아 그냥 지나가기에는 아까운 장소이다. 아직 12시가 안 되어 조금 이른 감은 있었지만 다들 일찍 집을 나와 시장 끼도 느끼고 장소도 널찍하여 적당하므로 이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 마침 넓은 활공장엔 우리 동문 산객들을 빼곤 아무도 없이 비어 있어서 더욱 오붓하게 식사와 담소를 즐길 수 있었다.
각자 마련한 음식들(낙지무침, 김밥, 누룽지, 빵, 라면 등)과 과일을 내놓고 나누어 먹는 중에 반주로는 15년 후배가 가져온 수제 막걸리가 돌려졌다.
식사후 길을 떠나 13시경, 해발 560m의 적갑산에 도착하여 기념사진을 찍은 다음 길을 떠났는데 새재고개 근처의 삼거리까지는 길이 순탄했다. 우리의 산행길은 새재고개 까지는 가지 않고 새재고개를 0.7km 남겨둔 삼거리(13:46)에서 우측 산길로 올라서서 3.0km 떨어진 운길산을 향하는 것이었다.
서너번 산등을 타넘고 몇 번을 쉬며 운길산을 향하는데 운길산 정상에 가까워지니 경사가 급해지고 돌이 나와서 길이 험해진다. 겨우 겨우 난관을 돌파하여 15:29, 운길산 정상(해발 610m)에 서서 두물머리 쪽의 수려한 경치를 조망하였다. 선두 팀은 조금 전에 하산을 시작하였다고 하여 내가 속한 후미도 사진 촬영후 걸음을 재촉하여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가파른 계단을 내려서서 조금 더 내려가서 하산길과 수종사길이 갈라지는 삼거리에서, 수종사를 관람할 사람들은 그 길로 가고 후미의 6인은 능선을 타고 계속 내려왔다. 내려오다 보니 걸음의 차이로 몇 팀으로 나뉘어졌는데 모두가 운길산역에서 모이기로 되어 있었다.
17시 30분경, 역 뒤의 음식점(정부네 장어집)에 도착하여 일행이 모이기를 기다렸다. 코로나 사테 때문에 연회는 생략하고 각자 집으로 귀가할까 생각하였으나 오랜만에 느껴보는 동문간의 정회를 존중하여 같이 식사를 하기로 하였다.(18인 참석) 돼지갈비를 숯불에 구워 막걸리와 소주를 흠뻑 마시고 재미있는 대화로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연회시간은 열차가 드문 경의중앙선의 사정에 맞추어 진행되어서 모두 자리를 파하고 18시 30분 전철을 탈 수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낙동 산우들과, 낙동 팀을 방문한 총산악회의 회장 이하 두 사람과 함께 한 값진 하루의 산행이었다. 하늘은 맑고 공기는 선선하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산친구이자 동문인 일행들과의 담화는 흐뭇한 추억이었다. 오래 동안 기억될 산행이었다. 다시 안 올 올해 최선, 최고의 산행이라 생각된다.
▼ 2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