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광장 / 제주현대미술관
미술의 향취에 흠뻑 취하다
연하게 페인트 향이 남아 있었다. 지난 9월 1일 개관했으니 아직 100일도 되지 않은 제주현대미술관. 페인트 향이 마치 젖내음처럼 느껴진다.
선과 면으로만 이루어진 듯한 모습으로 정갈하게 서 있는 제주현대미술관은 처음엔 콧대 높은 여인마냥 느껴졌다. 하지만, 자기가 제일인양 뽐내는 다른 건축물과 달리 주변과 잘 어우러져 있다. 외관을 제주자연석으로 둘러서 그런지 친근감이 더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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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 없는 크기와 관람자를 배려한 동선 구조며 편안한 느낌을 주는 채광까지 그 느낌이 따스하다. 제주현대미술관은 지상 2층 규모의 본관건축물과 지상 1층 건축물인 분관건축물로 한경면 저지문화예술인마을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었다.
이곳의 관람료는 천원이다. 도민인 경우에는 50% 할인이 되고, 학생과 단체의 경우 다시 할인이 된다. 자판기 커피 한 잔 가격 정도면 미술의 향취에 흠뻑 취할 수 있다. 김광진 직원은 “며칠 전 중학생 100여 명이 단체관람을 왔는데 관람료가 이만원 정도였습니다.”라며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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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전시된 작품의 값어치는 상상을 초월하며, 작품의 질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다. 이는 제주현대미술관이 위치해 있는 저지문화예술인마을과도 관계가 있다.
여기에는 작가 한 사람 한 사람이 그 분야를 대표할 수 있을 정도로 인지도가 높은 사람들이 입주해 있다. 이러한 이유로 개관기념 저지문화예술인마을 입주작가 작품이 전시된 상설 전시실에 가면 동양화에서 서양화, 사진, 수 등 다양한 작품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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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전시실에서는 ‘신화를 삼킨 섬’이란 주제로 제주 풍광전이 열리고 있다. 제주를 다양하고 재미있게 표현한 그림을 보고 빛이 넘나드는 1층 계단을 올라서는 순간 고향의 포근함이 물씬 풍겨온다. 오름자락에 자리잡은 마을과 너무도 정겨운 바다. 내 고향이 바로 여기 있었다.
특별전시관에 이르러 흥분은 최고조에 다다른다. 특별전시관에는 김흥수 화백과 박광진 화백의 작품이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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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수 화백은 구상과 비구상, 한국화와 서양화의 요소를 하나로 융합한 하모니즘(조형주의)회화를 발표한 현대미술의 거목이다. 그런 그가 직접 내려와서 자신의 그림위치를 조정해 줄 정도로 제주현대미술관에 큰 애정을 갖고 있다.
화단의 문화외교관으로 불리는 백광진 화백의 그림까지 볼 수 있다. 가격을 매긴다는 것 자체가 실례라는 그림들 속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분할 이유가 될 것이다.
천원의 관람료로 이러한 작품들을 본다는 것 자체가 약간은 죄스러울 정도다.
야외로 나가니 소풍을 온 아이들이 조각공원에서 점심을 먹고 있다. 여기에 전시된 조각은 2006 제주국제조각 심포지엄 작품이다. 여기에 어린이 조각공원도 같이 있다.
행복한 마음에 송이로 놓여진 길을 걸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세상 시름은 어느새 구름 흘러가듯 흩어져 버린다.
제주현대미술관, 시간이 날 때 오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꼭 만들어서 가라고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