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악산은 이미 어두움의 장막이 내려
보이는 것은 산과 하늘을 가르는 능선뿐
산자락에는 음식점들의 불빛이 휘황찬란하다.
이 자리는 인간이 사는 세상
저 산은 우리가 돌아갈 곳
덕은 외롭지 않고 친구는 멀리 있지 않듯이
삶과 죽음도 멀리 있지 않다.
거주촉객하고 송명월지시하며 가요조지장이라
소언어 월출어동산지상하고 배회어 두우지간이다
술을 손에게 권하고 명월의 시를 읊고 요조의 장을
노래하니 달이 동쪽 산 위에 솟아올라
북두성과 견우성 사이를 서성이네.
산행하면서 이야기하던 산벚꽃은 지고 있을까
벚꽃은 왜 그리 바삐 뛰어가고 비장한지 모르겠다
히데요시는 요시노잔에서 벚꽃놀이를 벌리면서
마지막을 예감했을까
"몸이여. 이슬로 와서 이슬로 가니,
나니와의 영화여. 꿈속의 꿈이로다"
요시가케는 41세에 산벚꽃을 보며 할복자살
100년을 이어 온 명문 집안의 멸문이라니.
"칠전팔도 40년 생애
나도 없고 남도 없네.
인간 세상 본디 공이더라"
그의 처는 사라지는 달처럼 뜬 세상을 마감했고
"살다보면 좋고 나쁜 구름도 생기게 마련
이제야 숨어드누나. 산 저쪽의 달"
고바야시 잇사는 저녁 벚꽃을 보면서
지나가는 세월을 한탄했고
"저녁의 벚꽃
오늘도
또 옛날이 되어버렸네"
정류장 건너 산에는 보름달이 걸려있다.
시골이라서 그런지 달빛은 왜 이리 밝고 붉은색인지.
나는 이백이 보던 저 달을 보지는 못하겠지만
저 달은 이백을 비추었으리라
지금도 흰토끼는 불사약을 찧고있을까
옛사람이나 지금 사람 모두 흐르는 물과 같아
다 같이 달을 보고 모두 이와 같았으리라.
묻노니, 지금 어느 철인가
봄바람이 날아다니는 꾀꼬리에게 속삭인다.
그대에게 권하노니 술잔을 거절하지 마소,
봄바람이 비웃는다오.
오직 바라노라, 노래하고 술마실 동안은
달빛이 오랫동안 술통을 비추어주기를
산벚꽃 질 때
숨어드는 산 저쪽의 달이 되기보다는
꿈을 찾아다니는 추몽인이 되고 싶다.
"흰토끼는 불사약을 가을이고 봄이고 찧고 있는데
항아는 외로이 살면서 누구와 이웃하고 있는가
지금 사람들은 옛 날의 저 달을 보지 못하지만
지금 저 달은 옛 사람들을 비추었으리라
옛사람이나 지금 사람 모두 흐르는 물과 같아
다 같이 달을 보고 모두 이와 같았으리라
오직 바라노라, 노래하고 술마실 동안은
달빛이 오랫동안 술통을 비추어주기를"
"세상살이는 큰 꿈과 같아
어찌 그 삶을 수고롭게 할까
그래서 종일토록 취하여
기둥 앞에 곤두라지게 누워버리나
술에서 깨어 뜰 앞을 바라보니
한 마리 새가 꽃 사이에서 울고 있네.
묻노니, 지금 어느 철인가
봄바람이 날아다니는 꾀꼬리에게 속삭인다
감동되어 절로 감탄이나와
술을 대하니 저절로 술잔을 기울인다
호탕하게 노래 부르며 밝은 달을 기다리니
노래가 다함에 이미 정을 잊는다"
"그대에게 권하노니 술잔을 거절하지 마소,
봄바람이 비웃는다오.
복숭아와 살구나무는 친구처럼,
꽃을 기울어 나를 향해 피네.
떠돌던 앵무새는 푸른 나무 위에서 울고,
밝은 달은 황금술잔을 비춘다.
어제는 붉은 빛의 젊은 얼굴이,
오늘은 백발을 재촉한다.
대추나무 황폐해진 석호전에 자라고,
사슴은 황폐해진 고소대를 뛰논다.
예로부터 제왕의 집,
궁궐이 누런 티끌로 뒤덮혔다.
그대가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옛 사람이 어찌 살아 있겠는가"
"푸른 하늘의 달은 언제부터 있었는가?
나 지금 술잔을 멈추고 한 번 물어 보노라.
사람이 밝은 달을 잡으려해도 잡을 수 없지만,
달은 오히려 사람을 따라 오는구나.
떠다니는 거울처럼 밝게 선궁(仙宮)에 걸려서,
안개가 사라지고 나니 맑은 빛을 내는구나.
다만 밤이면 바다에서 떠오르는 것만 볼 뿐,
어찌 새벽에 구름 사이로 지는 것을 알리오?
토끼는 일 년 내내 불사약을 찧고,
항아는 외로이 머물며 누구와 이웃하여 사는가?
지금 사람들은 옛날의 저 달을 보지 못하지만,
저 달은 옛 사람들을 비추었으리라.
옛 사람이나 지금 사람, 물과 같이 흘러가지만,
함께 달을 보는 것은 모두 이와 같았으리라.
오직 바라노니, 노래하고 술 마실 동안,
달빛이 술통 속에서 오래도록 빛나기를."
追梦人(꿈 찾는 사람)
'청춘은 당신의 긴 머리칼 날려 꿈을 불러오고
이 성시는 역사 속에 당신의 웃는 모습 남겼네
타는 듯한 가슴 속의 푸른 하늘은 생명의 시작이요
봄비도 쉬지않고 외로운 밤 당신과 함께 하네
청춘의 탐스러운 꽃. 숨겼던 아름다움 활짝 피우니
온 하늘 흩날리는 버들개지는 당신의 웃는 얼굴같아
가을 오고 봄 가는 세상 속에 누가 숙명을 따를까
빙설덮힌 고요한 밤 감출 수없는 눈부신 빛이라네
저를 한번 봐요 빈 베개만 지키지 말고
후회없는 청춘 가지 않아 영원한 애인이여
방랑하는 발자국은 황막에 영원한 회억 남기고
휘갈기는 글발은 격정을 깊이 감춘 당신의 맘속 말
뒤바뀌는 세상에서 누가 생명 속에 배회할까
치정은 세속의 이해할 수 없는 나의 관심을 비웃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