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1|처분조건부 대출
아파트 매물 10만개 우루루…
하향안정세 넘어 침체 가능성도
최근의 주택시장은 일부 급매물 거래를 제외하고는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당장 뚜렷한 호재도 없는 실정이다. 여기에다 주식시장의 활황세로 인해 일부 부동산 관련 자금의 이동도 감지되고 있다. 그렇다고 국내 투자부문에서 부동산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급감하는 것은 아니다. 주택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는 여전하다. 단지 정부정책과 대출규제 등으로 정중동 상태를 나타낼 뿐이다. 전매가 자유롭고 투자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주상복합이나 아파트에 대한 청약경쟁률이 여전히 높다는 것이 그것을 입증하고 있다.
하반기 부동산 시장은 상반기의 하향 안정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출규제·금리인상으로 인한 이자부담 가중, 분양가상한제와 주택청약가점제 시행 등 정부의 강력한 규제책과 함께 종부세 및 양도세 중과 등도 하반기 주택시장의 하향 안정세를 가속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될 것이다. 대선변수로 기존 부동산 정책의 규제완화도 예상되지만 급격한 변화는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 등 전세계적으로 주택경기가 하락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저금리 상태에서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급등했던 집값이 금리인상으로 인한 수요위축으로 제동이 걸리면서 하락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주택시장의 강약은 주택 수급의 변화에 따라 좌우된다. 즉, 주택을 원하는 수요보다 주택을 팔아야 하는 매물이 많다면 당연히 집값은 약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이러한 주택매물이 하반기에 대거 나타날 예정이다.
금년 말까지 아파트를 처분해 상환해야 하는 처분조건부 대출이 4만6000건, 금액으로는 약 5조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중 50%만 시장에 매물로 나온다고 가정해도 최근과 같은 수요위축 분위기에서는 엄청난 파급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처분조건부 대출이란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받은 사람이 투기지역의 아파트를 추가로 구입할 때 1년 안에 기존 아파트를 처분하는 조건으로 대출을 받는 것을 말한다. 만기에 대출을 상환하지 못할 경우에는 약 15%의 연체이자를 물어야 하고 이후 3개월 내에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금융기관이 경매 등 강제상환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일부 대출자가 다른 금융기관의 대환대출을 통해 처분조건부 대출을 상환하는 등 편법 사례가 자주 발생하자, 금융감독당국은 제2금융기관에게 처분조건부 대출을 받은 사람에 대해 대환대출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에 따라 자기자금으로 대출상환이 가능한 건수가 적을 것으로 추정되어 상당한 기존주택 매물이 하반기 주택시장에 대거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양도세를 면제받기 위한 일시적 1가구 2주택자들의 처분매물이나 양도세 특례 대상 아파트 매물이 가세할 경우 연말까지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높은 대기성 매물만도 10만건을 상회해 하반기 집값은 하향안정세를 넘어 일시적인 침체 현상까지 나타날 것으로 우려된다.
양도세 특례 대상 아파트는 지난 1998년 5월 22일 1999년 12월 31일, 2000년 11월 1일 2003년 6월 30일 사이에 신축된 아파트(고급, 고가주택 제외)는 입주 후 5년 안에 팔면 양도세를 내지 않고, 기존 주택 1채를 갖고 있어도 2주택자로 분류되지 않는다는 특례가 적용되는 아파트를 말한다. 그러나 정부가 내년부터 기존 1주택에 대한 비과세 혜택을 없애기로 해 양도세 특례 대상 아파트를 분양받은 상당수 1가구2주택자들이 매도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현재 양도세 특례 대상 주택은 수도권에만 370여 개 단지, 4만5000여 가구가 있다.
기존 주택을 1년 안에 팔아야 양도세 면제 혜택을 받는 일시적 1가구 2주택자 매물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의 서울 및 수도권의 아파트 거래건수를 살펴보면,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는 10월 3,036건, 강북 14구는 11월 11,151건, 그리고 수도권은 11월 62,864건으로 각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중 상당수가 일시적 1가구2주택자일 가능성이 높아 하반기 부동산 시장에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처부조건부대출 매물, 양도세 특례 대상 아파트, 일시적 1가구2주택자 등 하반기에 대기성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지면 시중 집값의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들 대기성 매물이 미치는 영향은 지역별로 서로 다르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또 그 영향력은 금년 말을 기점으로 점차 약화될 것으로 판단되어 대선변수로 인한 규제완화 등을 고려하면 집값 하락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위기 2|주택담보대출 금리
주택담보대출 90%가 변동금리…
금리 1%↑ 가계부담 2조6000억원↑
지난해 결혼 15년 만에 서울 마포구 대흥동에 6억원을 주고 집을 장만한 직장인 박철순(43)씨. 은행에서 2억8000만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6억 원짜리 아파트를 산 박씨는 집을 산 후 ‘금리’이야기만 나오면 깜짝 놀라는 버릇이 생겼다. 대출금리 인상으로 올해 들어 월부담액이 10만원 정도 늘었기 때문이다.
금리가 돈을 빌릴 당시 6.1%에서 6.57%까지 오르면서 벌어진 일이다. 10년 원리금 분할상환으로 돈을 빌려 한 달에 250만원이 넘는 돈을 대출금 상환에 쓰는 박씨로서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아파트 값이나마 좀 올랐다면 위안이 될 텐데 그나마 꿈쩍도 안 하니 후회 막급”이라는 게 박씨의 말이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집값은 제자리걸음인데 반해 시중금리가 빠른 속도로 오르면서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도 함께 뛰자 대출로 집을 산 사람들의 이자부담이 크게 높아지고 있고, 이자 부담 때문에 대출로 집을 사려는 사람들도 줄어들고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으로 은행권의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은 203조1000억원으로 전체 주택담보대출(301조8000억원)의 93.6%를 차지하는데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신규 기준)는 지난해 12월 연 5.88%에서 올 6월 6.13%로 올랐다.
시중 금리가 계속 오른 데다 한국은행의 콜금리 인상 여파로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로 쓰이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CD금리는 지난달 31일 6년 만에 최고치인 5.1%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CD 금리를 좇아 움직이는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거의 8%를 육박하게 됐다.
금리가 오르면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사람들은 늘어나는 이자 부담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한다. 금리가 1%포인트 오를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가계의 1년 부담은 2조6000억 원(1인당 약 64만 원)이 늘어난다.
이처럼 금리인상이 주택담보대출로 집을 사려는 사람들의 발목을 붙잡아 주택 수요를 위축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가계 신용부실로 까지 이어질 조짐을 보이자 금감위가 지난 8월 1일 변동금리가 적용되는 주택담보대출에도 금리상한선을 적용할 것이라고 발표하는 등 금융당국도 대책마련에 나섰다.
주택담보대출 금리상한제는 시장 금리에 따라 금리가 결정되는 구조는 유지하되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시장금리에 일정 수준을 정해 그 이상의 이자는 받을 수 없도록 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2% 상한선을 둔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연 7%로 받았다면 이후 시장금리가 9%를 넘어서도 대출 금리는 연 9%를 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금감위가 이자 상한을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한 데다 주택담보대출이 일반적으로 시장금리를 크게 상회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제도가 얼마나 큰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이밖에 대출을 받아 집을 사려는 사람들의 앞길을 막는 것은 금리뿐만이 아니다. DTI(Debt to Income, 총부채상환비율), LTV(Loan to Value, 주택담보인정비율) 등 정부의 주택담보대출규제도 적지 않은 걸림돌이다.
지난해 금융당국은 잇달아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DTI와 LVT를 하향조정해 서민들의 주택담보대출을 어렵게 하고 있다.
실제로 주부 박경주(39)씨는 최근 거래은행에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러 갔다가 소득 때문에 예상보다 대출한도가 낮아 집 구입을 포기했다고 한다.
“봐둔 아파트가 싸게 나와 한 1억 정도 대출 받으려고 했는데 남편 소득이 적어 대출한도가 작게나와 나와 결국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 박씨의 말이다.
이에 대해 한금은행 금융산업팀 김인규 과장은 “소득에 따라 대출을 제한하는 현재의 규제 시스템은 소득이 많은 중상위층보다 저소득층의 주택 구입 기회를 더욱 축소시키는 결과를 가져 온다”며 “저소득층에 대한 DTI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금융감독 당국은 주택담보대출이 부실화돼 금융회사의 신용위험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거나 유연하게 운용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정부는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규제가 주택담보대출이 부실화돼 금융회사의 신용위험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강조하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정부로서는 주택담보대출 규제로 넘치는 유동성을 줄이고 부동산 시장도 덩달아 잠잠해지니 ‘일석이조’의 효과를 본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와 금융당국의 따라서 금리와 정부의 적극적인 주택담보대출 규제는 하반기 주택 수요를 억눌러 부동산 시장에 긴 그림자를 드리울 것으로 보인다.
위기 3|지방 주택시장 침체
연말 미분양 10만호 육박…
지방경제·건설업계 화약고
정부가 드디어 지난 6월 27일 드디어 지방의 일부 지역에 투기과열지구를 해제하였다. 그 동안 지자체장들과 지역 중소업체들의 강력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해제가 이루어지지 않던 지방의 투기과열지구가 드디어 해제 된 것이다. 이번 해제의 결정적 계기는 아마 신일㈜의 부도였던 것으로 해석된다. 신일의 부도로 지방發 부동산 버블 붕괴, 도미노 도산, 98년도의 위기라는 여러 우려가 제기되면서 지방의 주택시장이 상당한 위기로 비춰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투기과열지구 해제에서 지방의 인기지역 및 중심지역은 모두 제외시켰다. 이들 지역은 지방에서 그나마 주택수요가 일어날 수 있는 지역이다. 그러나 이런 지역들이 모두 이번 해제에서 제외된 것이다. 금융규제의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투기지역의 경우에는 전혀 해제에 대한 언급조차 없다. 최근 부동산 시장의 안정에 금융대출규제가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정부는 지방시장에 대해 크게 심각성을 못 느끼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지방의 경제기반은 이미 취약해진 지 오래다. 그나마 최근에는 부동산 경기의 붐으로 토지보상자금이 풀리면서 지방경기의 침체가 체감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과거의 통계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지역의 산업기반이 미약한 도시일수록 건설업 생산이 지방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게 조사되고 있다. 이는 다시 말해 지방 주택경기·건설경기의 침체가 상대적으로 경제기반이 취약한 도시에서 더욱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즉 토지보상금에 따른 유동성 증가가 마무리 되고, 현재의 미분양 및 건설경기 침체가 지속된다면 현재의 지방경기는 더욱더 악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것도 경제기반이 취약한 도시부터 말이다.
최근 3~4년 동안 지방 신규 아파트 공급의 30% 정도가 85㎡이상의 중대형 평형으로 공급되었다. 특히 2005년 이후에는 135㎡ 이상의 대형 아파트 공급이 증가하고 있는 상태이다. 소득증가에 따라 주거면적에 대한 확대욕구는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또한 도심보다 상대적으로 토지가격이 저렴한 외곽에서의 대형주택공급은 자연스러운 수요를 예측하고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공급되고 있는 신규 아파트의 경우에는 기존 주택가격보다 가격(단위면적 당 가격)이 2배 가까이 비싼 데다가, 각종 금융대출규제로 자금조달에 한계가 있어 기존 도심에서 외곽으로 대체수요를 수용하는데 한계가 있다.
지역별 규모별 미분양주택을 분석해 보면 수도권에 비해 지방에서의 대형 아파트 미분양이 많다. 이는 위에서 설명하였듯이 근본적인 토지가격부담으로 인해 지방에서의 대형주택건설이 용이하여, 지방에서 수도권보다 많은 물량의 대형 아파트를 공급한 것도 원인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지방의 주택수요특성이나 구매능력이 신규로 공급되는 대형 공급아파트와 적절히 연계되지 못한 측면이 더욱 강하다고 판단된다.이러한 규모별 공급 특징은 비단 미분양 주택뿐만 아니라, 신규 사업승인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므로 앞으로도 지방의 대형 아파트 중심의 미분양 적체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방의 주택경기 침체는 이미 여러 해 전부터 시작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은 혁신도시 등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바로 이러한 개발호재가 지금의 지방 주택시장의 문제를 가리는 가장 큰 장애물일 수도 있을 것이다. 올 하반기 전국적으로 미분양 아파트 수는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급에 비해 수요는 계속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방 주택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때 해당 지방에 국한되어 풀려고 한다면 그것은 미봉책일 수밖에 없다. 지방의 인구구조, 인구이동과 경제여건 등을 살펴볼 때 지방 내에서 주택수요는 매우 제한적일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는 더 감소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주택개발사업은 사업 구조의 특성상, 자금흐름이 막히면 전후방으로 막대한 연쇄적 파급효과를 가져온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지방주택시장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위기 4| 목타는 건설업계
자금경색 우려 상존…
줄 도산 공포에‘덜덜덜’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는 옛말이 있다. 요즘 은행권 분위기가 이렇다. 비교적 건실한 업체로 평가받아 왔던 신일이 부도나면서 제1금융권인 은행은 물론이고 저축은행까지 건설사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고 나선 것. 최근 미분양 사태가 속출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사 입장에서는 2중고가 겹친 셈이다.
특히 건설업체들은 그 동안 은행권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상당수 개발사업을 의존해 왔다. 현재 시공 중이거나 분양 예정인 공사를 담보로 자금을 조달했던 것이다. 그러나 신일의 부도로 홍역을 치른 은행들이 자금줄을 묶으면서 건설사들이 진땀을 흘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은행권에서 조만간 대대적으로 자금을 회수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실제로 신일이 부도 직전까지 은행에서 받은 PF대출 규모는 300억원 정도. 그러나 시행사들이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은행권에 제공한 PF보증 규모는 수천억원 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은행 입장에서는 이자는 고사하고 원금을 회수할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때문에 추가 부도 우려가 있는 공사 현장의 대출을 회수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물론 해당 은행들은 원금 회수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회수 시기가 조금 늦춰질 뿐이라는 설명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계약 당시 담보를 설정하고 보증인을 세웠기 때문에 회수에는 문제는 없다”면서 “원 시공사가 부도나면 다른 시공사를 선정해 공사를 계속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번 고생을 한 은행권이 기존처럼 PF대출을 해주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 경우 자칫 요건을 갖춘 업체들까지도 은행권에서 외면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업계를 중심으로 줄도산설이 나도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한 건설회사 관계자는 “신일의 경우 부채비율 147%에 불과했다. 매출 구조도 2년 연속 흑자를 내는 등 비교적 건실한 기업으로 평가받아 왔다”면서 “그러나 유동성 문제가 터지면서 급기야 부도를 맞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일에 바로 앞서 부도가난 한승건설도 지난해 2160억원 매출에 85억원을 기록했다. 상대적으로 재정이 건실한 것으로 평가 받아왔던 신일과 한승이 부도난 마당에 나머지 업체들은 어떻겠냐는 것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현재 상황이 생각만큼 심각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언론에서 지나치게 위기설을 조장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중앙인터빌 한치호 이사는 “건설업계를 중심으로 돌고 있는 소문은 몇몇 회사의 문제일 뿐”이라면서 “현재 M&A를 진행하고 있는 일부 건설사들이 매각 지연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은 사실이지만 소문만큼 그렇게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실체도 없는 위기설이 계속해서 돌아다닐 경우 멀쩡한 회사도 죽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시간이 지나면서 건설사들의 줄도산 우려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건설사들의 자금 사정은 여전히 악재로 거론되고 있다. 분양률이 바닥을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권이 대출을 줄일 경우 자금난이 가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것은 결과적으로 공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자금난에 못이겨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사채시장을 기웃거리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여의치가 않다. 시장에 흉흉한 소문이 돌면서 사채시장마저 금리를 올려 버린 것이다.
실제로 기자는 지난 3일 명동의 한 사채 사무실을 찾았다. 이곳에서 업계 상황을 어느 정도 엿볼 수가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한 업자가 전화로 설전을 벌이고 있었다. 내용은 이렇다. 그는 당초 건설업체가 보유 중인 부지를 담보로 은행권의 PF대출을 중개해 줄 예정이었다. 4%의 수수료로 부지의 공시지가인 10억원보다 높은 20억원을 대출해 주기로 얘기를 끝냈다. 그런데 갑자기 은행에서 수수료를 5%로 인상해야 한다고 말한 것. 이를 전하는 과정에서 건설업체 사장과 시비가 붙은 것이다.
이 사채업자는 “상대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금리를 올려 받기를 원하는데 우리라고 별 수가 있겠냐”면서 “정부 제재로 분양 시장이 위축되면서 대출 받기가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렵다”고 토로했다.
물론 업계에서는 최근의 분위기에 어느 정도 희망을 걸고 있다. 주요 건설회사의 어려움이 가중된 상황에서 정부가 가만히 앉아서 보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 경우 분양률이 살아나면서 건설사 자금난에도 다소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업체들이 현재 겪고 있는 문제는 정부의 규제에서 비롯된다”면서 “최근 상황이 대선 정국인 만큼 시간이 지나면 정부 정책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형구 기자(lhg0544@ermedia.met), 이석 기자(suki@ermedia.m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