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꿈/영웅원형의 변주 - 비용 지불에 힘쓰라!

[마고]

집에 가려는 건지....엘리베이터를 타려고 한다.

엘리베이터는 건물 저 안쪽에 있다.

엘리베이터 한 대가 지금 막 문이 닫혀 올라가고,

곧바로 다른 엘리베이터가 올라와 문이 열린다.

그런데 지하철과 승강장 사이의 틈처럼

엘리베이터의 내부 바닥에 틈이 벌어져 있다.

엘리베이터 문에서 안쪽으로 바닥 일부(10/1 정도)가 구멍이 있는 것이다.

한 남자가 창문 밖 철제 선반 같은 곳에 겨드랑이를 끼우듯 매달려 있는데

창문을 통해 건물 안으로 들어와 그 엘리베이터를 탄다.

나는 ‘저 남자처럼 겁이 없어야 하는데....’라고 생각한다.

- 30대 직장인 여성 -

#엘리베이터꿈 #건물꿈 #지하철꿈 #아니무스 #남성성 #추락 #틈 #구멍

저의 상상에서 꿈을 펼쳐 보겠습니다.

    이 꿈을 리딩한다는 것은 남성이 건물 밖 철제 선반에 매달려 있는 이유를 찾아보자는 것이다. 꿈은 엘리베이터 입구쪽 바닥에 난 구멍을 그 이유로 제시한다. 자세한 이야기를 만들어보자.

    엘리베이터 이미지는 상승 욕구의 측면에서 고민해 볼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권력과 지배의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꿈으로 오면, 그다지 길다고 보기 어려운 꿈에 엘리베이터라는 말은 무려 일곱 차례나 등장하고 있다. 내게는 엘리베이터가 무척 소중한 의미인 것이다. 어떤 건물이든 건물 내로 진입하는 순간부터, 나의 시선은 거의 자동적으로 엘리베이터를 찾고 엘리베이터를 주시하는 것 같다.

    한편, 건물은 인간의 집단지향성과 안전 및 안정지향성을 상징한다. 건물은 처음 세워진 그 자리에 붙박이로 고정됨으로써 안전과 안정을 지향하는 우리의 기대를 충족시킨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건물의 소속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데 우선 안도한다.

    건물 엘리베이터에 꽂힌 내 시선은 건물에서 내가 추구해온 바를 짐작케 하는 단서인데, 그 건물에서 가장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로얄층으로 입성하기를 욕망한다.

    내 욕망을 실현시켜 줄 수단이 엘리베이터인 것이다. 엘리베이터는 빠르고 안전하고 편리한데다, 목적지까지 올려다주는 이상적인 이동 수단이다. 시간 절약은 물론이고 최소의 에너지만으로 목적지에 당도할 수 있다는 기대감은 커진다. 하여, 엘리베이터의 위치를 빠르게 파악해 기민하게 접근해 가야 한다.

    꿈으로 추측컨대, 엘리베이터라는 수단에 의존해야 한다는 믿음이 과도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내 욕구를 살피고 정비하기보다는 수단과 방법을 강구하는데만 과도하게 몰두하고 에너지를 쏟아온 것은 아닌지...생각해 볼 일이다.

    다만, 건물 내 모든 거주자나 방문객이 ‘로얄층 바라기’일 확률이 높다는 점에서 골치가 아픈 것이다. 노골적이든 은밀하게든, 엘리베이터를 주시하는 이들은 많고 엘리베이터 앞은 거의 언제나 문전성시를 이룰 것이니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한다. 그렇다고 엘리베이터 주변만 서성거리기도 뭣하다. 외부로 티나지 않도록 조심해온 나의 은밀한 욕망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말 것이다. 그건 품위를 손상시키는 일이고 실제 그런 비난을 받을 경우 건물 내 거주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

    욕망의 성취를 위해서는 그에 따른 대가를 요구하는 법이다. 이제 건물 밖 철제 선반에 매달려 있는 남자에게로 가보자. 그처럼 위험천만한 모습의 이미지로 떠올랐다는 것 자체로, 사태의 심각성은 전달된다. 이는 무언가 심하게 기울고 틀어져 있다는 뜻으로 건물과 엘리베이터 이미지에서 그 원인을 짐작해 볼 것이다. 내가 욕망하는 정도에 비해 터무니없이 미미한 대가를 고집하는지 모른다. 마땅히 시도해야 할 모험이나 도전을 거부함으로써 삶에 많은 혼란을 초래했는지도 모른다.

    인간의 내면에는 무수한 원형들이 존재한다. 이 꿈에 등장한 남성의 행위에 담긴 의미를 이해하려면 영웅원형의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영웅이란 평범한 우리로서는 상상도 못 할 용기와 담대함을 살아낸다. 영웅은 끊임없이 도전하며 자신에게 닥친 위기에 용감하게 맞선다.

    건물 밖 철제 선반에 매달려 있는 남성의 모습이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면, 헐리우드의 수많은 액션 영화들에 익숙한 탓이다. 영화 속 주인공은 어떤 난관을 만나든 담대하게 돌파해 나감으로써 관객을 대리만족시킨다. 영웅이란 물러나거나 도망치는 법이 없거니와 끝끝내 위기를 벗어나 승리를 거머쥔다.

    내 꿈속의 남자가 겪는 고난에 걸맞는 영화 하나를 떠올려 보자. 영화 속 주인공은 어느 날 갑자기 도망자의 신분으로 떨어진다. 거대 조직으로부터 내쳐지거나 제거 대상으로 지목되는 것이다. 그를 쫓는 무시무시한 세력은 막강한 힘을 내세워 한 개인을 막다른 쪽으로 몰아간다. 거대 집단 대 한 개인 간의 싸움, 대개는 이런 구도가 영웅을 죽음의 위기로 몰아간다.

    나 역시 사회나 집단으로부터 내쳐지는 것은 상상에서조차 두렵다. 내가 속한 사회가 꺼릴만한 어떤 시도도 하지 말자는 주의다. 영화 속 영웅은 승리를 쟁취하고 질서를 재편하는 데 성공하지만 우리네 현실로 오면 사회로부터 내쫓긴 개인의 삶은 초라하고 비참해진다. 사회로부터 내쫓겨 소속을 잃어버리면 모든 울타리가 일시에 거둬질 것만 같다.

    건물 밖 철제 선반에 매달린 이는 동성이 아닌 남성이다. 꿈에서 이성으로 등장하는 경우, 자아가 해오던 태도나 방식에서 지나치게 멀리 있는 특질인지를 고민해 봐야 한다. 그 남성이 보여주는 행동, ‘외부에 다 보이는 상태로 건물에 매달려 있기’는 내가 그리는 최악의 미래인 것이다. 철제 선반에 간신히 매달려 있는 모습이 세상에 그대로 노출되는 것은 자아에게는 극심한 공포이다. 건물 밖으로 쫓겨난 채 간신히 매달려 있다는 사실, 자칫 추락할 수도 있다는 것, 두려움과 공포로 바들바들 떨고 있다는 점, 누군가의 도움을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다는 것 등 모조리 다 드러나는 것이다. 목숨을 부지하고자 얼마나 필사적으로 매달려 있는지, 버티기 위해 얼마나 안간힘을 쓰고 있는지, 그 처절한 노력이 외부로 다 드러나 버렸다. 미친 듯이 발버둥치며 살려달라고 구조 요청하는 것 외에는 달리 할 수 있는 것도 없다. 자아가 그릴 수 있는 가장 끔찍한 경험을, 내 안의 그 영웅이 살아간다.

    남성은 건물 밖에서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고 나는 건물 안에서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간다. 건물 안과 밖 그리고 그의 모습과 나의 모습은 대비를 이루고 있다. 꿈은 메시지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대비와 대조를 활용한다. 또,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나는 자동적으로 집을 떠올리는 것 같다. 내게 있어서, 건물 밖으로 쫓겨나는 것은 집을 빼앗기는 정도의 공포로 다가오는 것을 의미한다. ‘건물 밖’을 생각해 보는 것만으로도 두려움과 공포인 것이다. 자아는 두려움과 공포에 갇혀 있는 처지에 있고, 건물 밖 철제 선반에 매달린 남성은 내 몫의 용기와 담대함을 전부 떠맡야 하는 것이다.

    남성은 건물 안으로 재진입하기를 바라는 것 같다. 남성은 허공에서 고통을 견디며 버티는 중인데, 건물 안으로 재진입하기 위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 중이다. 삶에는 에누리가 없다는 사실을, 그는 안다. 그러나 건물 밖으로 내쳐지는 인물로 살아보는 경험은, 자아로서는 상상에서조차 어렵다. 자아는 건물 내 규율과 규칙에 철저하게 순응함으로써 엘리베이터에 탑승해 왔고 로얄층의 한 자리까지 기대했던 것이다.

    나는 저 앞쪽에 엘리베이터를 주시하며 걸어가는 중이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고 닫히는 것을 포착한다. 아쉽다. 또 다른 엘리베이터가 도착하고 문이 열린다. 문이 열리는 것을 보는 경험은 언제나 기대감을 높인다.

   그러나 내 시선은 대번에 바닥으로 가고 입구 바닥에 난 구멍까지를 잡아낸다. 하지만 그 구멍은 지하철과 승강장 사이에 있는 틈 정도로 보이니, 안심해도 될 것 같다. 조심성 많은 내 특성이 잘 드러난다. 엘리베이터의 안전성은 무엇보다 중요한 체크 항목인데, 혹시라도 하자 있는 엘리베이터에 탑승하는 날엔 내 삶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 자아가 오랫동안 경계와 의심에 기대어 살아온 이유라 하겠다.

    엘리베이터 입구 바닥에 난 구멍, 이는 내 두려움의 근거이자 자아의 기대를 담아낸 이미지이다. 구멍의 간격은 지하철과 승강장 사이에 있는 틈 정도이다. 그 정도의 틈이 무서워 지하철 탑승을 주저하는 이는 거의 없다. 나 역시 마음속으로 ‘위험 요소 아님’ 이라는 평가를 내린다. 요는, 건물 내 가장 많은 혜택을 보장하는 로얄층을 바라고 있으나 내가 지불해야 할 비용과 대가는 딱 그 정도로 정리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 이상의 리스크를 감당할 자신은 없다. 지하철과 승강장 사이의 틈 정도를 건너가는 노력만을 쏟고 싶다. 나의 강점인 각별한 조심성과 주의 깊은 태도 이외에 다른 노력은 거부하고 싶다. 하여, 그 나머지의 위험부담은 모조리 꿈속 남성 영웅에게로 넘어가는 것이다.

    승강장에서 지하철로 건너가는데 다리 가랑이가 찢어질 정도의 노력은 필요하지 않다. 타고난 조심성의 덕을 보며 가뿐하게 건너갈 수 있는 틈 정도를 바라고 있다. 내가 감당하고 싶은 리스크는 그토록 작아야 한다. 그 정도의 부담을 감당하면서 집단 내 가장 좋은 자리에 합류하기를 원했던 것이다.

    이제껏 내가 원하는 자리로 오르지 못했다면 이제 그 이유를 정리한 셈이다. 내 욕망의 크기를 대폭 축소시키던지 아니면 내 욕망하는 바에 걸맞는 대가를 제대로 지불할 결심을 굳히든지, 선택의 시점이 다가와 있다.

    자아의 고질적 습성과 태도가 영웅의 출현을 불러온 것인데, 영웅이 아니고서는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영웅이 아니고선 건물 밖으로 나가 볼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엘리베이터에 은유 된 의미가 곧, 자아를 지배해온 강고한 신념이다.

엘리베이터 입구 쪽 바닥에 난 구멍 그리고 건물 밖에 매달려 있는 남성과 바닥 사이의 간격, 이 이미지는 강조를 위한 대비라 하겠다. 자아가 감당해온 리스크와 남성이 감당하고 있는 리스크 사이의 간격과 격차는 실로 엄청나다. 내 괴로움과 고통의 원인은 그 간격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이제 문제의 원인은 밝혀졌으니 태도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건물 밖 선반에 매달려 있던 남성은 건물 내로 다시 진입하여 나보다 먼저, 엘리베이터에 탑승한다. 난관에 매달린 채 그 위기를 버티고 이겨낸 이는 기회 포착에도 능해지는 법이다. 건물 밖 철제 선반에 매달려 있는 동안 지나온 삶을 돌아봤을 것이고 많은 정리를 했을 것이다. 자아를 지배하는 허위의식를 벗겨내고 걷어내는 데는, 그만한 방법도 없다.

    건물의 요구를 충실하게 이행하는 조건으로 지하철과 승강장 사이의 틈 정도를 리스크로 원했다. 또, 건물에 은유 된 내 욕망이란 안전과 안락을 보장받으면서 다른 사람들 위에 있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집단에서 내 시선은 엘리베이터를 쫓기 바빴다. 엘리베이터를 쫓는 무리 속에서 내게 찾아올 기회를 기다리기 바빠서, 내가 지향하고 목표했던 것들을 점검할 여유는 내지 못한 것 같다.

    건물과 엘리베이터, 지하철은 모두 집단지향성의 상징이다. 거기에는 안전과 지위 상승을 동시에 욕망하며, 순응하는 이들로 넘쳐난다는 뜻이다. 요는, 지금까지 내가 해온 방식으로는 기대 충족이 어렵다. 어느 조직과 집단이든 꿈속 남성이 낸 정도의 용기를 발휘하며 자신의 길을 닦아가는 이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건물 밖에서 아슬아슬하게 버티며 추락의 공포를 이겨내고 살아남은 이를 당할 재간은 없다. 나는 속수무책이 될 것이다. 

    절박함은 가능성과 잠재력을 깨운다. 그는 건물 밖에서 온갖 수모와 수치를 견디며 공포에 맞서 처절하게 매달려 있었다. 살아남아서 어려움을 벗어난 그는, 나 보란 듯이 엘리베이터에 탑승한다.

    건물 밖 철제 선반에 매달려 있는 남성, 그 남성과 땅바닥 사이의 높이를 생각하면 참으로 아찔해지고 공포는 수직 상승한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위험부담이 있겠다 싶은 모험이나 도전은 마다했던 자아의 습성이, 그처럼 위험한 간격을 만들어냈다. 흡사 구경꾼처럼 살아온 자아는 꿈속 남성을 만나게 한 것이다. 추락과 죽음의 공포를 이겨내고 돌아온 그는 나보다 먼저 엘리베이터에 탑승한다. 나를 앞서가는 그, 그는 나의 리더이기에 모범을 보인 것이다. 이제 나도 구경꾼의 태도를 벗어던질 필요가 대두되었다. 그가 먼저 걸어간 그 길을, 나 역시 따라가야 할 것이다.

    지하철과 승강장 사이의 틈 정도를 건너가는 모험과 도전이란 안전한 모험과 안전한 도전을 뜻한다. 안전한 도전과 안전한 모험이란 양립할 수 없는 조합이다. 꿈속 남성의 모습은 처절함과 절박함의 의인화인 것이다. 품위를 챙길 수 없는 순간에도 살아있기를 바란다면, 꼭 필요한 자질이다. 내가 변화하지 않는 이상 남성은 지금보다 더 아찔한 상황으로 내몰릴 수도 있다. 욕망의 크기를 대폭 줄이든가 아니면 욕망에 상응하는 비용과 대가를 지불하든가, 양자 중 택일해야 한다.

    그 남성이 보여준 정도의 용기와 의지를 당장에 낼 수는 없다. 용기의 전체 스펙트럼 중, 내가 시도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내어 정리하고 그 정리를 토대로 하나씩 살아내야 하는 것이다. 꿈속 남성은 곧 추락해 비극적 죽음으로 끝날 것 같았지만, 자아가 예상하는 결말로 흐르지 않았다. 삶이 내게 요청하는 태도 변화를, 꿈속 남성이 몸소 시연해 주었다. 이제 나의 차례가 온 것이다.

    또 하나 기억해야 할 것은, 꿈은 절대로 비극적 최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