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차 : 2006. 7. 22 (진고개-동대산-차돌배기-두로봉-만월봉-응복산-약수산-구룡령)
02:50 진고개, 02:57 진고개 출발, 03:50 동대산, 04:58 차돌배기, 06:29 두로봉,
08:33 신배령, 09:57 응복산, 11:22 1261봉, 12:44 약수산. 13:30 구룡령, 15:00 서울출발
장맛비로 전국적으로 큰 피해를 입고 있는데, 강원도 피해는 심각할 정도다.
지난주 토요일부터 내린 비는 수요일까지 이어졌고 집 앞에 흐르는 한강이 넘칠정도로 홍수경보까지 내려졌었다.
영등포구 양평동은 안양천 둑이 유실되어 침수가 되었다고 한다.
강변북로, 88도로는 이미 잠겨 버렸고…
진고개-구룡령 구간은 장맛비 피해는 없어 금요일 예정된 산행은 진행한다는 멧시지가 몇 번 왔었다.
수재민들이 어려움에 처해있는 이 때 강원도 산행이 맞는 것이냐라는 생각도 여기까지 빠짐없이 올라온 기록을(?) 멈출 수 없어 수해는 잠시 잊기로 했다.
동대문에 도착하니 수연형님이 반갑게 맞아준다. “참석 안한다고 해서 나도 안 올까 했었다”는 수연형의 말씀이 정감스럽고 따뜻하다.
이중길대장님은 애마 사장님께 진고개는 출입금지구역이니까 가능한 빨리 도착해서 신속히 올라가라는 말씀이 있고 버스는 떠난다.
사장님 바로 뒷좌석에 긴 생머리 차림의 30대 중후반 여자분이 타고 있는데, 등산복 차림은 아니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부인이라고…’어머 복도 많네.ㅋㅋ’
신대장님이 K2 백두대간 종주 기념 티셔츠를 나눠준다.
왼쪽 반팔 끝에 ‘백두대간종주’ 까만 글씨가 선명하다.
유병래님은 긴팔로 따로 맞췄단다. ‘통일 시키기 위해서 잘라 버릴까?’
진고개 도착(02:50 ~ 02:57)
“조심스럽게 계단으로 올라가라. 스틱을 끌지 말고 조용히 올라가라” 는 신대장의 말씀이 있었다.
조금 전까지 비가 내린 듯, 바깥은 촉촉하다. 도로에 물기가 흐르고, 뿌연 안개가 잔뜩 끼었다.
안개라기 보다는 비 구름이 맞겠다. 내가 지금 구름을 밟고 있는 것이다.
여기가 해발 990m로 1400m까지 오르내리면서 오늘은 하늘 길을, 구름 위를 걷게 될 것이다.
2010. 12. 31까지 자연휴식년제 적용이라는 입산통제 안내판이 선명하다.
고개를 살짝 숙이고 안내판을 지나치며 조심스럽게 계단을 오르기 시작한다.
동대산까지는 고도를 450미터를 올려야 한다.
얼떨결 잠결에 시작한 가파른 계단부터 동대산까지 1시간이나 오름이 계속된다고 하는데, 일단 가보자.
얼마 지나지않아 허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단 몇 분이라도 준비운동을 하고 시작했어야 하는데 사전 아무런 준비없이 시작한 것이 몸에 무리가 온 것 같다.
한발한발 내딛는 발목도 편하지 못하고, 종아리마저 뻐끈하다.
일행은 모두 거침없는 발길을 내딛는다. ‘속도를 조절하고 컨디션을 잘 맞춰야 할텐데…철인들이구먼’
혼잣말로 중얼거라면서도 잠깐 쉴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냥 따라가 보자.
안개구름속에 비는 내리지 않고 바람은 세게 불어대고 있어 시원하다
바람결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가 새벽을 ?틸珥쨉? 하다.
안개 비구름이 나뭇잎에 젖은 물기를 감싼 후 빗방울이 되어 떨어 뜨리고 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빗 방울이 얼굴에, 팔뚝에 시원하게 스쳐준다.
한 30여분 지난 후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급히 비닐 바지로 갈아 입는다.
일행은 멈춰 배낭커버를 덮고 일부는 자켓을 걸쳐 입고 가파르게 이어진 동대산으로 향한다
‘지난 차수에서는 밧데리가 떨어져 사진 몇 장 찍지 못했었는데…오늘은 비가 오네.’
비를 맞는다는 것 보다는 대간 길 가면서 사진을 담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비는 조금씩 내리다 그치다를 반복.
04:58 차돌배기(1230m) 도착…
수연형, 유병래님, 신용호님 사진 찍어주고 있는데 갑짜기 빗 방울이 굵어진다.
후다닥 카메라를 챙겨넣고 뒤를 따라간다.
05:20 1234봉 헬기장
비가 그치고 날이 밝았다
15 ~ 16명 일행을 모여 놓고 기념사진을 찍는다.
백두대간 종주기념 티셔츠를 입은 모습에서 일체감을 느끼는 듯 즐거운 표정들이다.
06:29 두로봉(1422m)
찌직거리는 무전기 소음. 아침식사는 두로봉에서 하자는 소리가 반갑게 들려온다.
헬기장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10여분 하산한 후 두로봉까지 오르는 길에서 상당량의 땀을 쏟아내야만 했다.
힘겨운 오르막에서는 오늘도 어김없이 힘겨운 오르막을 아는지…아름다운 새 울음소리가 힘을 북돋아 준다.
두로봉까지 3시간 30분이나 걸렀다.
어제 과음했다는 장도익님 행방불명이다. 탈진? 아니면 탈출하셨나?
신대장님은 식사후 본인이 찾아 보겠다고, 못 찾으면 진고개로 내려가겠다고 하면서,
몇 번이고 핸펀을 눌러댄다. ‘정말 의리있는 분…감사.’
3군데로 무리를 나눠 앉아 식사를 시작한다.
새벽에 큰 봉우리에 오르면서(동대산, 두로봉) 힘을 쏟은 탓에 젓가락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시원한 바람이 너무 상쾌하다. 얼마 지나지않아 한기가 들어 자켓을 꺼내야만 했고.
아침식사가 끝날 무렵 장도익님 도착했다. 40여분 알바를 했다고…
아줌마들도 끼어 있는 대구 마루금 산악회원들이 시끄러운(?) 경상도 말씨를 내뱉으면서 속속 도착한다.
03:40 진고개에서 출발했다고 하는데 아마 선두그룹인 듯. 요즘 대구에서는 백두대간 붐이 일고 있다고…
장도익님은 "산신제를 동대산에서 지내야 되었는데" 하면서 배낭 속의 막걸리를 꺼낸다.
본인이 드실 아침식사 꺼리와 막걸리 한 사발을 두로봉 푯말 밑에 두고 정충화대장과 함께
정성스럽게 제를 올린다. ‘그 정성 갸륵하여 무사종주 보장해 주마.’ 산신령 대답소리 들리는 듯.
08:33 신내령(?)
대구 산악회 아침식사
출입금지 구역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는데…신내령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08:35경 응복산으로 향하는 오른쪽 진행방향에서 잠시 조망이 가능하나 짙은 비구름으로
멀리 보이는 능선은 가물가물하다.
09:57 응복산(1359m)
선선한 바람이 끊이지 않고 불어대고 있어 편안한 산행이 계속되고 있다.
나지막한 조릿대 군락도 지나면서 촉촉한 마루금을 밟으면서 구름 위를 걷는다.
응복산까지는 중간중간 설치된 이정표이외 대간 진행방향을 알려주는 대간꾼들이 나뭇가지에 달아 놓은 표식을 볼 수가 없다.
아마 국립공원공단에서 달아놓은 표식도 다 떼어낸 듯…
대간꾼들이 다니는 마루금 양쪽을 멧돼지 무리들이 먼저 샅샅이 뒤집어 놓고 지나갔다.
멧돼지들은 사람냄새를 싫어한다는데…멧돼지 무리들이 나타날까? 약간 긴장감도 든다.
응복산 이후로 이정표는 잘 정리되어 있다
나무계단, 나무기둥의 이정표는 너무 촘촘히 서 있는 것이 응복산까지와는 완전히 대조적이다.
오늘은 이상하게도 소나무 한 그루 보이지 않았다.
엄청 굵은 참나무들이 즐비하다.
중간중간에는 파란 이끼가 잔뜩 낀 고목, 고사목들이 세월이 흐르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굵은 고사목은 다 썩어가면서 겨우 뿌리 위만 남겼는데 아마 한 세기는 더 살았었을 것.
세월의 흐름…정막함, 몇 십년 사는 우리들...경건한 생각도 잠시 들었고.
온통 참나무들만 무성하여 하늘도 보이지 않아 나무숲 터널을 지나고 있는 착각이 든다.
11:22 1261봉 19키로 지점.
1261봉으로 오르는 길에서 많은 땀을 흘려야 했다.
뚝뚝 떨어지는 구슬같은 땀방울…소리내어 “영차, 영차”를 외쳐본다.
앞서가는 몇 분도 힘이 들었는지 바로 후렴이 나온다. “어~영차”… 모두 힘겨운 신음소리.
이 맛에 대간을 즐기는지도 모른다.
보랏빛 야생화를 카메라에 담는 여유도 부려본다.…금강초롱인가?
새 울음소리도 간간히 들여온다
바위를 뒤덮은 짙푸른 이끼.
11:42 1280봉
얼굴은 온통 땀으로 범벅이다.
“1280봉 둘산악회 힘 내세요”
구룡령 3.32키로 남았다는 이정표.
12:30 약수산 정상부근 전망대
탁 트인 시야
왼쪽으로 한계령, 오른쪽 양양
구불구불 아찔한 56번 도로가 어지럽게 굽이쳐져 올라오고 있는 듯 보여 오랫동안 응시하고 있어도 오가는 차량은 나타나지 않는다.
멋진 포즈를 잡고 아련히 보이는 마루금을 바라본다. 어디서부터 얼마나 걸어 왔는지…
12:44 약수산(1306m)
약수산 오르는 고도 200미터를 올리는 것도 만만하지 않다.
올라서면 또 내려가야 하고 내려오면 또 올라가야 하고…
정상에 올라 잠시 땀을 식히고...
벌컥벌컥 물 몇 모금 들이키기를 반복하는 대간 길이다.
바지 무릎아래는 온통 흙으로 뒤범벅이다.
등산화도 진흙으로 덥혀져 더욱 무겁게 느껴진다.
산정상에서 기대했던 탁 트긴 전망은 없다.
따가운 햇볕이지만 다행히 바람은 강하게 불어대고 있어 시원하다.
10여명이 모여서 환한 웃음으로 기념 촬영. “시발라 먹을~~”
12:50 약수산 하산 길
구불구불한 56번 구룡령 도로가 보인다
급경사 1306에서 1013까지 300미터를 내려와야 한다
발바닥도 통증이 오고 무릎이 아파온다.
그러나 상쾌한 느낌은 계속된다
조심조심 돌계단
굵은 참나무 줄기에 파란 이끼가 가득하다.
13:30 구룡령
작년 2월 구룡령에 왔었는데 그땐 휴게소 지붕까지 눈이 쌓여 있었지...
구룡령 휴게소는 폐쇄되어 을씨년스럽다.
오가는 차량도 보이지 않는다.
휴게소 앞에서 할머니 1분이 말린 약초, 담근 술 몇 병 내 놓고 손님을 기다린다.
맑은 햇살, 시원한 바람.
13:52 ~ 15:00 (오대산 내고향 쉼터…홍천군 내면 광원리 샘골)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냇가에서 오늘 산행 흔적 말끔히 씻어낸다.
차가운 계곡물 푹 담갔다가 한기가 들어 후다닥 튀어 나와버린다.
불록 튀어나온 뱃살 50代들 몸매…흐믓한 표정들
냇가로 올라가는 오른쪽에 빠알간 산딸기가 먹음직스럽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몇 알 따 먹어본다. 달콤하면서 시큼하다.
원기보충이 필요한 밤이 두려운 분들이 많은지 속속 산딸기에 손을 뻗친다.
얼큰한 버섯찌개로 허기진 배를 채운다.
식사 후…
백두대간 졸업 기념으로 금목걸이로 할까? 종주 기념패로 할까? 의견이 분분하다.
하루종일 구름 위를 걸었다.
조망은 없었다.
시원한 물기먹은 바람이 좋았다. 햇?昞? 들지 않았다
무성한 나뭇잎 숲속 터널을 지나갔다.
말 그대로 최적의 산행 길이었다.
멧돼지가 지나간 곳은 밭이 되어 있었다.
오늘 구간에서는 그 많던 소나무 한 그루 없었고, 온통 참나무만 보였다.
짙푸른 이끼는 보면서 세월의 흐름을 느끼며 마루금을, 하늘 길을, 구름 위를 걸었다
고목(古木),고사목(枯死木), 갓 피어난 야생화, 1400미터 능선에서 꿈틀거리는 지렁이도 있었다.
첫댓글 구룡령 도착후 식당...033-435-7787, 011-9879-7786 오대산 내고향 쉼터(홍천군 내면 광원리 샘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