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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가평설악 하늘계곡 캠핑장 원문보기 글쓴이: 여백강인원
제91회 작지만 귀하다 - 가평 잣 밥상 제작 KP커뮤니케이션 / 연출 황우광 / 작가 홍영아 2012년 10월 18일 목요일 저녁 7시 30분 ~ 8시 25분
서울에서 북동쪽으로 약 45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오지, 가평. 가평은 국내 잣 생산량의 60% 정도를 차지하는 우리나라 최대 잣 생산지이다. 축령산 일대 잣나무 숲. 그 곳에는 목숨을 걸고 나무에 올라 잣을 따는 사람들이 있다. 한 알의 잣에서 풍기는 세상에서 가장 사치스럽고, 고소한 맛의 뿌리를 찾아가 본다.
==================================================================== 한 알의 잣을 얻기 위해 목숨을 거는 사람들. ‘사가리’라고 불리는 뾰족한 쇠꼬챙이를 신발에 차고 맨몸으로 30미터 이상 되는 나무에 오른다. 안전벨트는 없다. 의지하는 것은 오로지 발에 찬 사가리와 두 손뿐.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열매 중 가장 힘든 노동을 요구하는 잣 수확 현장은 언제나 긴장이 감돈다. 30미터 가까이 되는 잣 꼭대기에서 이뤄지는 작업. 자칫 방심하면 추락하여 부상당하거나 심하면 사망에 이르기도 하기 때문이다. 7~8미터 되는 장대를 나무 꼭대기에서 휘둘러 잣나무 꼭대기에 열린 잣을 털어내는 모습은 위태롭기만 하다. 잣 한 알을 얻기 위한 세상에서 가장 고된 노동의 현장이다.
==================================================================== 백자주와 잣솔에 담긴 천년의 역사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가평현의 토산품으로 ‘송자(松子)’라는 기록이 있다. 또한 ≪본초강목(本草綱目)≫의 ‘신라송자(新羅松子)’라는 기록은 잣이 천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가평은 800고지가 넘는 산들이 즐비하고, 북한강에서 올라오는 습한 기운이 잣나무가 자라기 좋은 온도와 습도를 만들어주어 예부터 잣나무 숲이 넓게 분포했다. 잣을 이용해 만들어낸 백자주나 잣설기는 위험을 동반하는 인간의 노동과 가평의 자연조건이 만나 만들어낸 우리 밥상의 화룡점정이다.
==================================================================== 제사 음식 하는데 입에 잣 털어 넣으면 쫓겨났지. 잣은 가장 사람 손을 많이 요구하는 열매다. 탈곡기나 탈각기가 없던 50년 전에는 더욱 그랬다. 설곡리의 김영애(67) 씨 댁에는 아직도 예전에 쓰던 잣 까는 도구가 있다. 자루도 없이 가파른 산을 오르며 잣을 줍고, 밤새 그 잣을 손으로 까던 마을 어른들은 자식들 모두 출가 시키고 영광의 상처만을 온 몸에 간직한 채 마을을 지키고 있다. 옛날에는 한 알 먹기도 귀했던 잣을 이제는 마음껏 넣어 만들어낸 고소한 잣 칼국수. 그 고소한 향기 속에 담긴 가평 설곡리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 수도권에서 가장 가까운 오지에 들어온 외지인들, 그들을 매료시키는 잣밥상.
서울에서 차로 한 시간여 거리에 있는 가평. 서울과의 유리한 인접성과 수려한 자연환경은 도시에 지친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12년 전 가평에 들어온 이종복(64) 씨도 그 중 한 사람이다. 가평에 들어와 경기민요를 부르면서 다양한 잣 음식도 알게 되었다는 그녀의 집은 항상 이웃들로 북적인다. 북한강을 따라 오가며 불렀던 옛 뱃노래와 잣 향 가득한 음식들 속에서 2012년 현재의 가평을 만나 본다.
==================================================================== 우리밥상의 화룡점정은 계속될 수 있을까... 잣나무를 오르는 일은 엄청난 에너지를 요구한다. 그래서 잣 터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가을 보양식이 있기 마련. 논두렁에서 잡은 자연산 미꾸라지로 끓이는 추어탕도 그 중 하나다. 그러나 이러한 잣 털이꾼들의 밥상도 언제까지 이어질지 미지수다. 위험하고 힘든 노동을 하려는 젊은이들이 없기 때문이다. 30년 이상 잣나무를 탄 이수근(51) 씨도 집안 대대로 내려온 잣나무 숲을 아들에게 물려주고 싶지만 아들은 잣나무를 탈 줄 모른다. 기계의 힘을 빌릴 수 없는 잣 수확현장. 달콤하고 화려한 것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오늘의 밥상 위에서 잣이 이뤄내는 오래된 화룡점정을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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