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1일, 마산시장은 `노산문학관`을 `마산문학관`으로 그 명칭
을 변경하여 건립하겠다는 담화문을 발표했다. 원래 이 사업은 1999년 마산
시가 저명한 예술인의 기념관을 건립하여 시민의 자긍심을 높일 뿐만 아니
라, 그것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한다는 취지로, 노비산공원에 `이은상기념
관`을 세우기로 계획하면서 시작되었다.
18억원의 사업비 중에 10억이 국비 지원금으로 책정되었고, 이 사업을 본
격적으로 주도할 「노산문학관건립추진위원회」(2002년 9월 13일 마산시 주
도로 조직된 단체)가 결성되었다. 이를 중심으로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
는 과정에서 일부 시민단체들이 심하게 반대했다. 성명전과 1인 시위 등으
로 이어져 결국 사업이 중단되었다.
당시 반대 이유는 친일혐의였다. 그 근거로 노산이 만선일보에 근무했
고, 『반도사화와 낙토만주』에 실린 「이언의 전와에 대한 일고」라는 논
문이 친일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이는 무혐의로 입증되었다. 만
선일보 영인본을 확인하면 그 속에 노산의 이름은 없다. 또 광양 백운산 현
지답사와 최상철 교수의 증언 등으로 만선일보에 근무하지 않았음이 명백해
졌다. 친일로 지목된 논문이 실린 『반도사화와 낙토만주』는 그가 옥중에
있을 때 발간되었다. 내용도 우리 속담에 관한 연구로, 한글에 대한 애정
과 민족의 자존을 제고시킨 업적이다.
이러한 사실은 증빙 자료와 함께 각종 잡지와 신문과 방송에 이미 보도되
었다. 그런 발표가 있었을 때, 노산의 친일설을 제기했던 사람들은 침묵할
것이 아니라, 즉각 반발하고 그 반증 자료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든지, 그럴
수 없다면 자신들이 무고죄를 범했다는 반성의 자세를 보여야 마땅하다. 그
의 친일설이 사실무근임은 기존의 친일문학론이나 친일작품집 등에서 쉽게
확인된다.
노산의 경력을 살펴보면 더욱 명백해진다. 충무공기념사업회장, 안중근의
사숭모회장, 신단재선생 기념사업회장, 백범선생 탄신백주년축전 집행위원
장, 독립운동사 편찬위원장, 독립동지회 고문, 범독립운동자대회 고문, 광
복회의 고문, 동학혁명기념사업회 이사, 세종대왕기념사업회와 한글학회 이
사, 예술원회원, 한국시조작가협회장, 민족문화협회장, 펜크럽한국본부 고
문, 한국산악회장 등을 역임했다. 만일 노산이 친일을 했다면 이런 직책을
맡을 수 있겠는가.
근거 없이 친일설을 퍼뜨린 사람들은 노산에게 무고죄를 범했으며, 또 그
와 함께 반일적 성격의 단체활동을 했던 많은 회원들을 핫바지로 만든 셈이
다. 그가 친일한 것도 모르고 그를 반일 단체의 회장이나 고문이나 이사로
모신 것으로 만들었으니, 결국 그 회원들을 싸잡아 핫바지로 만든 꼴이다.
친일설 주장자들이 범한 무고죄의 악영향은 노산이 지은 노래를 즐겨 부르
는 많은 사람들에게 확대될 수 있다.
노산은 가곡뿐만 아니라 많은 교가를 작사했다. 경남대, 창원대, 창원전
문대, 해사, 창신고, 마산중앙고, 마산용마고(마산상고), 마산여고, 마산제
일여중고, 무학여고(마산여상), 거창대성고 등 이 지역의 학교를 비롯, 전
남대, 영남대, 충북대, 한국외국어대, 홍익대, 경성고, 국립부산해사고, 목
포고, 수피아여고, 순천금당고, 신진공고, 인성고, 군산중, 동양중, 광주중
앙초등 등, 어디 그 뿐인가. 해군 군가, 대한의 노래, 경남도민의 노래, 창
원 시민의 노래, 강원도의 노래, 진천 군민의 노래, 철도의 노래, 감사원
의 노래, 한화그룹의 노래 등이다.
최근 북한의 우연오 교수는 「반일·애국·광복 이념을 노래한 계몽기 서
정가요」란 논문을 발표했다. 그 속에서 노산의 「사우」, 「그리움」,
「성불사의 밤」, 「옛동산에 올라」 등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빼앗긴 조
국에 대한 애절한 그리움을 직설적으로 표현하지 못하고, 일제의 검열을 피
하기 위하여 은유적인 수법을 통해 간접적으로 표현했다고 평가했다. 이렇
게 그는 북한에서도 주목받는 시인이다. 올해 노산 탄신 100주년을 맞이하
여, LA에서 그를 기념하는 특집방송이 있었다.
교민들이 가장 즐겨 부르는 노래가 「가고파」이기 때문이다. 마산시가
그 명칭을 `마산문학관`으로 변경하려 한다면, 이 사업의 주체였던 「노산
문학관건립위원회」의 동의를 먼저 얻어야 옳다. 그런 정당한 절차를 밟지
않고, 이 위원회가 이미 결정한 사항을 완전히 무시한 채, 이번엔 분쟁해결
을 위한 `시민위원회` 결정에만 따라서 그 명칭을 변경한 것은 무책임한 행
정이다. 이렇게 일관성 없이 추진되는 시의 행정을 우리 문인들이 어떻게
신뢰하고 따를 수 있겠는가. 민병기(창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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