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6일은 세계 식량의 날입니다. 이 날은 1945년 10월 16일에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UN-FAO)가 창설된 것을 기념하여 식량주권에 관한 대중인식 제고, 식량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농업 개발협력 노력 촉진 등을 위해 FAO 20차 총회에서 지정한 기념일로, 매년 세계 식량의 날에 관련 행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기념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의 식량문제과 직결된 식량주권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많기에 본 글을 통해 식량주권에 대해 알리고자 합니다.
먼저 식량 주권의 개념에 대해 알아보자면, 사전적 정의는 ‘소비자가 자신의 식량을 선택할 권리와 각 나라가 주권 국가로서 자국의 식량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권리’로, 생태계에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생산된 건강하고 문화적으로 적합한 식량에 대한 민중들의 권리이며, 민중들이 자신의 고유한 식량과 농업체계를 결정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한편, 식량안보와 식량주권이라는 단어는 식량에 대한 담론을 다룰 때 자주 사용되는 단어이나, 일반인들은 두 단어의 의미를 자주 혼동하여 사용합니다. 사실 식량안보와 식량주권은 전혀 다른 개념입니다. 이를 쉽게 알 수 있는 것이 우리는 일반적으로 식량안보는 ‘달성’하는 것이고 식량주권은 ‘실현’한다고 표현하는 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본래 식량안보는 ‘먹을거리의 보장성’이라는 측면에서 접근되어야 하는 개념이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식량안보는 곧 국가안보의 문제로만 여겨지고 소외계층의 먹을거리 접근성 문제는 무시되고 있기도 합니다. 반면에, 식량주권은 먹거리가 인류의 기본적인 권리이며, 생산자원을 농민들에게 돌려주는 농업개혁, 자연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과 관리, 확산되는 기아를 종식시키는 한편 사회적 평화의 실현의 원칙을 기초로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식량안보와 식량주권은 주로 식량안보가 공동체를 위한 일종의 목표인 반면 식량주권은 농업과 먹을거리의 대안을 바탕으로 다양한 정책들을 하나의 체계로 통합하고 있는 점에서 그 차이가 나타납니다. 그리고 식량안보가 소수의 엘리트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개념이라면 식량주권은 농민들과 이를 지지하는 세력이 광범위한 연대와 합의를 바탕으로 주체적으로 발전시키고 실천하고 있는 운동입니다.
다음으로 한국의 식량주권을 실태를 살펴보면,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양정자료에 따라 현재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45.3%로 사상 최저치임을 알 수 있습니다. 1970년만 해도 80%가 넘었던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은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여 낮은 식량 주권력을 가진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같이 한국의 식량자급률은 OECD 국가 중에서도 최하위권으로, 일부 학자들은 한국이 현재 총체적인 식량위기, 위험에 처해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전에는 100%를 넘겼던 주식인 쌀 자급률마저 올해 86.1%로 떨어져 역시 역대 최저 수준으로,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벼 재배면적은 2012년보다 1.9% 줄어든 83만2625㏊로 역대 최저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이렇게 한국의 식량주권이 약화된 주된 원인은 농지 감소 등 국내 생산기반이 크게 약화하고 해외곡물의 도입 여건도 순탄치 못했기 때문입니다. 세계적 기상이변, 곡물수출 통제, 투기자금 유입 등 국제곡물시장에 상존하는 공급불안 요인도 중요한 이유입니다.
한국의 식량주권의 약화의 이유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자면, 한국의 개도국 지위 포기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한국은 작년 2019년 10월 25일 개도국 지위를 주장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는 한국의 경제 성장률이 개도국 조건을 능가하여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이유도 있지만, 미대통령이 WTO에 G20 회원국, OECD 가입국, 세계은행 분류상 고소득 국가, 세계전체 무역량의 0.5%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 등을 기준으로 제시하며 개도국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쳐 이에 대한 조치를 내리지 않으면 일방적으로 개도국 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무역을 진행하겠다는 미국의 강경한 통보로부터 영향을 받은 까닭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정부가 WTO(세계무역기구)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한다고 밝히면서 농민단체들이 거세게 항의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33개 단체로 구성된 ‘WTO개도국 지위 유지 관철을 위한 농민공동행동’(농민공동행동)은 "개도국 지위 포기는 통상주권과 식량주권을 포기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고, 개도국 지위의 포기는 통상주권과 식량주권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농업을 죽이는 일이라고 규탄하였습니다. 농민 대표는 "계속되는 수입개방 정책으로 국내 농산물 값은 연쇄폭락을 맞았고, 농가소득 대비 농업소득 비율이 최저치를 찍는 등 한국 농업은 무너져버린 지 오래"라며 "이 상황에서 개도국 지위를 포기한다는 것은 한국 농업의 미래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하여 한국의 식량주권과 개도국 지위 포기가 직접적인 관계에 놓여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었습니다.
그렇다면 국제사회에서 식량주권은 어떻게 영향을 주고 있을까요? 이는 모든 국가는 자국의 식량 주권을 유지하고 보호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현황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식량주권은 건강하고 문화적으로 적합한 식량에 대한 민중들의 권리이며, 민중들이 자신의 고유한 식량과 농업체계를 결정할 수 있는 권리로, 식량의 수출입 과정에 있어 국가적으로 직접적인 경제적 영향을 미치고, 식량주권이 낮아진다면 심지어 나라에 식량위기까지 불러올 수 있습니다. 식량안보 개념이 미국을 비롯한 농산물 수출국들이 재고를 해소하기 위해 자유무역을 주도하면서 안전한 먹을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역할을 스스로 포기하고 초국적 곡물기업들의 이윤추구의 논리가 되면서, 전 세계 민중들은 먹을거리의 위기에 봉착하게 되어 식량주권은 국가에 직접적인 경제적 영향을 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아이티의 식량위기 사례에서 식량주권이 약화된다면 어떻게 식량문제가 발생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중남미 카리브해에 위치한 아이티 공화국은 국민의 75%이상이 하루 2달러 이하로 생활하는 최빈국으로, 식량주권을 박탈당해 급진적인 식량가격의 상승과 같은 식량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아이티의 수도 포토프랭스는 식량위기에 더불어 시위가 일어나 5명의 사망자가 생기기도 하는 등, 시장에는 모두 수입산 식료품밖에 없고, 밀가루는 100% 수입품으로 자리잡게 되는 등 최빈국에서 가장 부자 나라의 곡물을 수입해야 하는 기막힌 상황이 이어지면서 주식인 쌀조차 가격이 급격히 치솟아 먹을 것이 있어도 사먹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흔히 빈곤국의 아이들이 만들어 먹는 다는 진흙쿠키도 아이티의 아이들이 그 시초로, 이렇게 수입산 농산 가격의 급등으로 시름하고 있는 아이티는 30년 전만 해도 식량 자급이 가능했으나, 급격한 세계화로 인해식량주권을 잃어버리며 식량위기가 닥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런 아이티의 식량위기 사례와 같이, 궁극적으로 경제적 대비 및 식량자급률을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세계화와 자유무역은 국민들의 먹거리를 국제시장에 의존하게 만들고, 결국 자국의 농업을 파괴시키고 식량주권을 해쳐 식량위기를 불러옵니다.
결론적으로, 식량주권은 세계화 및 무역, 식량자급률과 관련하여 국가의 경제적 지위를 좌우하기까지 하는 중요한 국가의 권력입니다. 국제사회에서 식량주권을 중요시하고 있으며, 아이티와 같은 국가적 사례로 식량주권의 박탈이 식량위기로 이어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기에 그 중요성이 크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식량 자급률이 하락하고 개도국 지위를 포기한 상태에서 우리나라의 식량 주권은 약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으므로 식량주권과 그 중요성에 대해 이해하고 한국의 식량주권을 지키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