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궁은 국궁을 모르는 사람이 보기엔 사법이 비슷해 보일 지 모르지만
같은 사법을 구사하는 궁사들 간에도 개인적 차이가 다 있을 정도로 다양하기도 합니다.
왜 이런 말을 미리 하는가 하면 아래에 써 내려갈 몇 문장을 보고 잘못되었다고 하실 분도 계실것이고, 오히려 맹목적으로 믿고 따르다가 오히려 피해를 볼 수도 있을 것 같아 미리 사견임을 밝힙니다.
활을 쏠 때 화살의 중요성을 생각치 않는 사람은 당연히 없겠지만 가벼이 생각하여 자신에게 맞지 않는 화살을 고집하거나 돈이 든다는 이유로 대충 맞지 않는 화살이 다 소모될 때까지 고집스레 사용하는 분을 많이 봤기 때문에 자신의 화살을 선택할 때 좀더 신중하게 생각해 보자는 뜻에서 글을 올립니다.
사실 요즘 들어 이래 저래 바쁘다는 핑계로 자료를 올린지도 오래 된 것 같아 좀 미안한 마음에 글을 쓰는 이유도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국궁으로 발시하는 화살은 전통적으로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만,
여기서는 일반적으로 현대 국궁장에서 보통 사용하는 화살만 예를 들겠습니다.
1. 국궁 화살의 종류
시누대(바닷가에서 자라는 속이 차고 단단한 대나무)와 꿩의 날개깃으로 만든 죽시와, 카본+글래스화이버+플라스틱으로 만든 카본시의 두 종류가 널리 쓰입니다. 한때 알루미늄화살도 나온 적이 있으나 국궁용 화살로는 미흡한 점이 많아 현재는 거의 쓰이지 않습니다.
보통 전통각궁을 사용할 때는 죽시를, 개량궁을 사용할 때는 카본시를 씁니다.
죽시는 가격이 25000원~3만원 정도로 고가이며 장인이 만드는 고급 수제품입니다. 잘 만들어진 죽시는 예술품에 가깝죠.
장점은 일단 외관이 멋있다는 점, 전통공예품이라는 점, 화살의 비행이 부드럽다는 점이고,
단점은 카본시에 비해 비행거리가 짧고, 습기에 매우 취약하며, 파손되기 쉬우며, 가격이 비싸다는 점이 있습니다.
카본시의 특징은 가격이 7~8천원대로 비교적 싸고, 튼튼하며, 정밀하고, 습기나 충격에도 강합니다. 비행거리도 죽시보다 다소 긴 편인데, 단점은 외관이 쓸 수록 볼품 없어지며, 비행안정성이 좀 낮고, 파손되었을 경우 환경친화적이지 않으며, 사용자의 주문에 따라 자유자재로 원하는 규격을 만들 수 있다는 점입니다
덧붙이자면 한 사람이 사용하는 화살은 길이, 무게, 스파인(허리휨새), 깃의 크기, 무게분포 등 모든 요소가 완전히 일치해야 합니다.
카본시의 경우 부족한 갯수만큼 주문하여 보충하면 되지만 죽시의 경우는 같은 곳에서 한 세트로 만들어진 화살 이외에 추가로 만들어지는 화살은 여러 가지 일치하지 않는 요소가 생기며 이러한 화살을 사용하면 좋은 탄착이 형성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한 셋트 중 분실이나 파손에 의해 부족 수가 되면 새로운 세트를 통째로 구입해야 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카본시의 경우는 같은 치수로 모자라는 수 만큼 주문하여 부족한 수를 보충하면 됩니다.
2. 화살의 길이
국궁에 있어서 화살의 길이는 화살의 당기는 길이와 밀접한 관계에 있습니다.
양궁에 비하면 양궁은 턱까지 당기는 데 비해 국궁의 경우 귀 아래나 그 이상 거리를 당기기 때문에 몇 인치 정도 더 긴 화살을 사용하는 게 보통이죠.
화살의 촉과 화살대의 사이에 상사까지 당기는 게 일반적인데, 화살의 길이에 맞춰 활을 당기는 게 아니라 정확한 자세로 당겼을 때 출전피와 각지손에 걸린 현과의 거리에다 촉의 길이을 더한 길이의 화살을 구입해야 합니다.
국궁은 정확한 자세로 정확안 위치까지 각지손을 당겼을 때 가장 안정화 되기 때문에 화살이 짧을 경우만작이 안되기 때문에 각지손은 고정이 안된 채 벌벌 떨리게 됩니다.
처음 활을 시작하면 일단 궁력이 약하기 때문에 올바른 자세의 각지손 위치까지 자연스럽게 당기기가 힘들며 줌손도 어느 정도 몸통쪽으로 움츠러 들기 때문에 좀 더 수련하게 되면 약간 긴화살로 바꾸게 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보통 2자 6치에서 2자 8치 사이의 화살을 많이 쓰는데, "나는 어떤 길이의 화살을 살 것인가?" 는 일단 어떤 자세로 쏘는 가? 궁력은 충분히 늘었는 가? 하는 것과 체격을 고려하여 결정하면 됩니다. 가장 안정적인 자세를 취하였을 때 상사가 출전피에 붙어 있는 길이가 최적입니다.
화살의 길이가 짧으면 덜 당긴상태에서 불안정하게 팔이 흔들리고, 길면 쓸데없이 화살 무게만 늘리는 결과와 동시에 화살의 휘청거림(패러독스)만 더 심하게 만들어 줍니다.
만작으로 당겼을 때 한번 씩 월촉(화살끝이 활의 안쪽으로 넘어들어오는 현상)을 하게되면 화살이 짧다는 증거이니 화살을 긴 것 으로 바꾸시고, 정자세로 당겼는데 화살이 앞으로 촉길이 이상 나와 있으면 화살이 긴 것입니다.
3. 화살의 무게
보통 6돈~8돈을 많이 쓰는데, 화살의 무게를 결정할 때 고려할 사항은
a.활의 세기
b.화살의 길이
c.개인적 선호(조준점)
입니다.
활의 세기가 세고 화살이 가벼울수록 사정거리나 화살의 직진성이 우수해 집니다만...
국궁은 멀리쏘기를 기본종목으로 채택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지나치게 화살의 직진성(상하편차)이 좋거나 사정거리가 멀어야 할 필요가 없습니다.
전국의 국궁장의 구조를 볼 때 과녁 뒤쪽에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지 못한 정이 많기 때문에 사정거리가 지나치게 길다는 것은 과녁을 넘어간 화살을 회수하러 가는 거리가 멀어짐을 뜻합니다.
개인적 경험을 예로 들자면 저보다 약궁을 쓰시는 분이 대부분이다 보니 편사 후 화살을 회수하러 갈 때 보통 과녁의 뒤쪽 30~40m 이내에서 화살을 찾는 분이 대부분인데 저는 60~70m 뒤쪽까지 넓게 찾아다니는 경우가 많고 과녁의 후방으로 70m 이후는 수풀이 있고 그 아래 천이 흐르고 있어 바람이 화살 날리는 쪽으로 불어 화살이 평소보다 많이 날아가는 날은 수풀속에 들어가거나 물속에 처박는 일까지 있어 화살의 회수에 실패한 적이 더러 있습니다.
화살을 되도록 가벼운 걸 쓰면 좋지 않은 이유가 또 하나 있는데 화살의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에 과녁에 맞는 순간 과녁과 화살 모두에게 큰 충격이 가해지며 가벼운 화살의 경우 대가 얇기 때문에 잘 부서집니다.
또한, 바람이 세게 부는 날 가벼운 화살들은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조준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렵습니다.
화살이 가벼우면 화살이 활을 떠난 후 많은 에너지가 활에 남게됩니다. 그 에너지는 각궁의 경우 상당량 활자체가 흡수하게 됩니다(각궁자체의 피로도가 증가하게 되어 활의 수명이 짧아짐). 개량궁의 경우 남은 에너지는 진동에너지로 바뀌어 큰 소음을 내고 활을 떨리게 하여 그 진동이 손목을 타고 팔꿈치와 어깨관절까지 전해집니다. 가벼운 화살을 쓸 때 탁 하는 큰소리가 나고 손목과 팔꿈치에 충격이 느껴진다면 화살무게를 한돈만 높여보면 소음과 충격이 현저하게 줄어듦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각지손을 어깨높이 이하에서 고정하는 자세를 취하시는 분들은 화살촉을 과녁에 맞추어 쏘는 분이 많은 데 그런 경우 화살무게를 잘 조정하면 화살촉을 항상 홍심의 가운데 맞추어 쏘면 관중할 수 있게 됩니다.
화살의 비행고도가 너무 높다고 생각하는 분은 화살을 가볍게 하시고 너무 낮은 분은 화살을 무겁게 하시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화살의 무게는 화살의 수평방향도 바꾸어 놓는데 흔히 줌솜과 각지손의 밀고 당기는 힘의 균형이 맞을 때 화살이 과녁의 방향으로 똑바로 날아간다고 하며 줌손의 미는 힘이 더 강하면 과녁의 왼편으로, 각지손의 당기는 힘이 더 강하면 과녁의 오른편으로 화살이 비켜간다고 합니다.
화살이 가벼우면 줌손의 미는 힘이 강한 효과와 비슷한 결과로 과녁의 왼편으로, 화살이 무거우면 각지손의 당기는 힘이 강한(혹은 각지의 놓는 속도가 느린효과)와 비슷하게 과녁의 오른편으로 날아갑니다.
마지막 경우는 활의 줌을 비틀어 화살이 출전피를 치지 않고 나가는 경우에 해당되며 화살의 활을 치고 나가는 경우는 반대의 효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