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생님, 현아, 창주, 그리고 저, 넷이서 모였는데, 추석 전 주라서 가능한 여러 가구를 방문하여 추석에 드실 쌀이라도 가져다 드리자는 취지에서, 한꺼번에 우르르 이동하여 엄청난 협동의 힘을 발휘하던 이전 모임과는 달리 둘씩 팀을 나누어 유동성을 한껏 살려 평소보다 여러 집을 방문하기로 했지요.
정선생님과 제가 표만ㅇ 할머님을 포함하여 동네 주변에 함께 오가는 이웃분들 (임이ㅇ, 박경ㅇ, 이정ㅇ 할머니) 총 네 분께 쌀을 가져다 드리고, 어디가 불편하신지 어떤 도움이 필요하신지 말씀을 나누었슴다. 모두 여성분들이라 그런가 팔순이 넘으셨지만 집안 청소나 빨래는 여전히 씩씩하게 혼자들 하고 계셨고(절대 남성비하의 말은 아닙니다만, 실제로 할아버지 독거가구의 경우는 대개 청소, 빨래가 우선 시급했거든요), 다만 대부분 노환에 따른 관절염 등으로 인해 멀리 걸어 나가시는 것을 힘들어 하셨고 그래서 건강검진 및 치료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셨슴다. 영양이 골고루 함유된 찬거리도 아쉬워하셨지만, 저희들의 예산과 활동의 제한상 정기적인 먹거리 지원은 정말 남의 도움없이는 힘드신 분들께 한정적으로 지원한다고 양해를 구하니 모두들 '그럼, 그래야지~' 하시면서 이해하셨슴다. 잠시나마 당신들의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낼 대상이 있다는 것 자체를 고마워하시는 것 같았고, 여러 동네 친구분들이 함께 하니 말씀들도 활발히 하고 분위기가 좋았슴다... 우리 마포희망나눔지원단에서 추석이후에 건강검진 서비스를 준비하여 다같이 모시겠다고 하니 좋아라 하셨슴다. 가까운 장래에 구체적인 도움을 드릴 수 있다고 생각하니 저희도 기뻤구여... 이야기 나누다 보니 행정구역상 망원동이 아니라 성산동으로 나뉘는 곳에 거주하고 있는 분들이 대부분이어서 추후에 의료기관 섭외라도 가능하다면 홍대쪽의 연남동보다는 실제 거주지에 가까운 모래내를 선호하셨슴다. 참고해야겠어요...
이렇게 우리가 한쪽에서 환영을 받고 있는 동안, 다른 한쪽에서 현아와 창주는 정신장애를 앓고 계시는 심성ㅇ 할머니를 찾아가서 그 따님께 한바탕 혼줄이 나고 있었다고 하네요. 이유인즉, 우리 마포연대에서 지난 4월 말 마포구 저소득층 가구조사차 처음 방문을 한 이후 벌써 몇 달이 지난 지금에서야 얼굴을 비추었다는 이유 때문이었슴다. 사실 그정도면 기다림에 지쳐 화가 날 법도 하지요… 그동안 조사결과 정리하고, 그 결과에 따라 어떻게 활동할 건지 계획세우고, 또 새로운 자원봉사 활동자들 모집하고, 등등 우리 나름대로는 바빴습니다만… 쩝. 변명인가요? 이쯤 되면 자원봉사의 한계를 느끼게 되지요… 그래서 우리 연남동 모임에서는 한번 찾아 뵌 집은 적어도 두 세 달에 한번이라도, 직접 찾아뵙기가 힘들다면 문안전화라도 드려서 연대의 끈을 끈끈하게 이어가기로 새삼 다짐했슴다… 다만 이번만큼은 저희의 사정을 정성을 다해 설명드리고 양해를 구했으며 (사실 저희를 마포구청 소속이나 정부단체 일원으로 잘못 알고 계셨더라구요. 그게 아니고 지역주민으로서 자원해서 활동하는 거라 이해시키니 다행히도 나중엔 노여움을 푸셨다고 하시네요^^;) 정신질환을 앓고 계시는 할머니를 위해 신경과 선생님과 연결해 드리기로 했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지원해 나갈지 좀더 고민해 봐야겠어요..
이후 장소를 이동하여 김순ㅇ 할머니을 찾아갔슴다. 다시 넷으로 뭉친 우리들은 컴컴하고 비좁은 방 한 칸짜리 전세에 사시면서도 동네에서 불러주는 친구 많은, 아주 재미나고 활발하신 할머니 모습에 사람은 돈으로만 사는 게 아니구나~를 새삼 느끼면서 가슴 한 켠이 뭉클해졌슴다… 젊은 시절에 잘못 맞은 침으로 평생을 다리를 절고 계셔서 오랜기간 쌓인 의료진에의 불신을 일순간에 해소시킬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우리들의 정성어린 설득으로 마포희망나눔지원단 의료활동의 날에도 가능하면 동네분들과 함께 동참하겠다고 하셨구요…
하루동안 총 여섯 분을 만나뵙고, 여섯 부대의 쌀을 가져다 드리고, 또 다음 모임엔 건강검진 지원까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정말 우리가 뭔가 하고 있구나 하는 뿌듯한 하루였슴다. 그래서 우리의 아지트 옥상(어디게~요^^)에서 붉게 번져가는 석양을 만끽하며 시원한 맥주 한잔으로 다시 한번 모임의 전의(?!)를 불태우며 신나는 하루를 마감했슴다.
첫댓글 수고들 하셨습니다. 25일 모임에는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ㅎㅎ 이햐~~누나 정말 최고네요....수고 많이 하신것(?) 같습니다. ㅋㅋ
정신장애를 가지신 심섬0할머니는 다니시는 병원이 없으신가요? 혼자 병원다니시는게 가능한가요? 알려주심 형편에 맞게 병원연계하겠습니다. 늦게 답글 달아서 죄송해요. 정말 애쓰셨어요. 후기를 넘 생생하게 써주셔서 마치 같이 다닌것 같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