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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북정맥-17(팔봉중학교-오석산-백화산-퇴비산-유득재) |
| 일출시각이 늦어지면서 서래마을에서 04시에 출발한다. |
| 가는 길에 즐거운 대화로 빠져야할 서산IC를 놓치고 해미IC에서 빠진다. |
| 첫번째 알바 덕분에 팔봉중학교에 조금 늦게 도착한다. 학교 안에 주차하고 |
| 산행을 시작한다(06:10) 아직 어둠 속에서 랜턴에 의지하지만 길은 아주 |
| 편하다. 산 길이 아닌 마을을 지나는 차도다. 서서히 날이 밝아오며 정겨운 |
| 시골 풍경이 펼쳐진다. 늦가을 이른 새벽의 날씨가 좀 쌀쌀하지만 공기가 |
| 맑고 싱싱하여 발걸음이 가볍고 기분이 상쾌하다. 엄청 빨리 걷는 창학이의 |
| 걸음을 따라가기엔 약간 부담을 느낀다. 이곳은 육쪽마늘로 유명한 곳이란다. |
| 여기저기에 마늘이 심어져 있고, 부지런한 농민들이 벌써 일터로 나서고 있다. |
| 붉은재에 도달한다. 본격 산행이 시작된다. 산행이라고 해야할지 산보라 |
| 해야할지 전투라 해야할지는 미지수다. 잠시 후에 먼 산 위로 해가 뜬다. |
| 장관은 아니더라도 일출을 본다는 것은 늘 기분 좋은 일이다. 그런데 길이 |
| 영- 길 같지가 않다. 망설임 끝에 진행을 계속한다. 수상하게 생각하면서도 |
| 아니 갈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험한 길을 지났으니 맞던 틀리던 |
| 다시 돌아가고 싶지가 않은 것이다. 결국 붉은재로 Ringwanderung(환상방황) |
| 을 한다. 원점에서 다시 시작한다. 일출을 관람했던 자리에서 어렵게 정맥길을 |
| 찾아낸다. 그리고 아주 험난한 산행이 시작된다. 온 몸을 비틀어가며 쓰러진 |
| 나무들을 밟고, 넘고, 껴안고, 좌로 돌고, 우로 돌고, 아래로 기고를 반복한다. |
| 그나마 한 여름이 아님을 다행이라 생각한다. |
| 잡풀들은 언제 그랬냐는듯이 완전히 풀이 죽어 있고, 기세등등하던 잡목들도 |
| 한 풀 꺽여 있다. 그래도 지난 16차 새벽산행 때 보다는 더 심할 정도로 몹시 |
| 거친 길이다. 그래서인지 겨우 오른 오석산 표지기가 더욱 반갑게 느껴진다. |
| 오석산에서 백화산을 향하는 길도 약간 거칠긴 하지만 지난 여름에 비하면 |
| 완전 양반행차다. 어렵사리 겨우 엉덩이 정도 붙일 자리를 찾아 간단식사를 |
| 한다. 284m백화산 근처에는 산행객들이 많이 보인다. 그럼에도 10여분간 |
| 세번째 알바 아닌 알바일 수도 있는 애매모호한 알바를 즐거이 맞이한다. |
| 정상에는 많은 동네주민들이 올라와 있다. 금북정맥을 탐하는 중 오랜만에 |
| 많은 사람을 만난 것이다. 하산길에 치매걸린듯한 개나리꽃을 맞이한다. |
| 지난번에 진달래꽃을 보더니 이번엔 개나리꽃! 태을암에 들러 마애삼존불을 |
| 알현하고 퇴비산으로 향한다. 그런데 또 무신경으로 하산하다가 네번째 |
| 알바를 낳는다. 덕분에 경치구경, 동네구경은 잘했지만 좀 한심하다는 생각이 |
| 든다. 모래기재에서 예비군교장까지는 또 다른 농촌구경 시간이다. 구수한 |
| 가축냄새만이 우리를 반기는 조용한 농촌을 지나고, 예비군교장 철조망을 |
| 통과하고 교관없이 훈련차 산을 오른다. 또 다시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
| 콩나물라면을 끓인다. 약간 싸늘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산에서의 맥주맛을 |
| 뭐라고 표현해야할까? 조용한 산 속에서 둘만의 대화로 가을산을 이야기 |
|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가을꽃은 사라지고 단풍이라고는 눈 비비고 찾을래야 |
| 찾을 수도 없고, 풀벌레소리 새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씁쓸한 가을산이지만 , |
| 오늘 하루 뇌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고마운 것이다. |
| 알바가 문제가 아니고, 친구와 아무런 생각없이 나오는 말로만 대화를 나누며 |
| 구름 한 점없이 쾌청한 하늘 아래 조용한 곳에서 존재했었음이 내게는 아주 |
| 중요한 일이다. 산 높이가 무슨 문제랴. 나무가 있고 숲이 있고 너와 내가 |
| 있으면 되는 것이 아닌가? 마지막 남은 두 구간에 대해 의견을 나누며 버스를 |
| 타고 태안터미날로 가고, 막걸리를 사고, 서산행 버스를 타고 팔봉중학교로 |
| 간다. 18:20에 팔봉중학교에 도착하여 승용차를 회수하고 꽉 막히는 길을 |
| 따라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집으로 향한다. 남은 두 구간이 궁금하다. |
| 2012.11.03 |
| i-S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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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기어가고 포복하면서도 얼굴은 웃고 있네. 즐거운 산행이었습니다. 하루 알바 네 번한 최고의 날. 그래도 해지기전에 하산 완료. 기특한 우리들.
이젠 혼자서도 잘 할 것 같은데. 창학이가 달라졌어요. 정맥을 제대로 즐길줄 아는 배테랑중 배테랑이야^^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2.11.07 11:36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2.11.07 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