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로키의 시작을 알리는 바위산

Yamnuska

얌누스카 리지의 아찔한 능선.
얌누스카 리지라고 불리지만 길은 대체로 능선 아래의 사면으로 나 있다
브래드 피트와 안소니 홉킨스가 주연한 ‘가을의 전설’에 나왔던 산이 얌누스카(Yamnuska)다.
영화는 캐나다 보우강과 캐나다로키에서도 아름다운 곳만 골라 찍었다.
영화에 실린 아름다운 곳 중 하나가 얌누스카(2,240m)이니 캐나다에서 꽤 알려진 산이라 할 수 있다.
얌누스카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건 위치와 인상적인 산세 때문이다.
설악산 울산바위처럼 병풍 모양으로 늘어선 거대한 벽이 얌누스카이며,
그래서 인디언 말인 얌누스카의 뜻도 ‘돌벽’(wall of stone)이다.
로리산(Mount Laurie)이라고도 하는데 존 로리는 앨버타인디언협회 창립자다.
얌누스카는 캘거리에서 서쪽으로 80km,
밴프에서 남동쪽으로 48km에 위치한 바위산이다.
벽의 폭은 1,500m이며 높이는 360m 정도다.
바위는 석회암이며 어프로치가 쉬워 30개 이상의 암벽등반 루트가 있다.
캘거리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밴프국립공원으로 향하는 길에 보면 평원이 펼쳐지다가
처음 나타나서 수문장처럼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산이다.
밴프를 찾는 외국인들이 비행기로 캘거리에서 접근하는 걸 감안하면 얌누스카는 캐나다로키의 첫인상이자,
로키산맥에 들어섰음을 알리는 거대한 자연 표석이다.
얌누스카는 밴프국립공원에 속한 산은 아니다.
캘거리에서 밴프로 향하는 길에서 캐나다로키 입구에 있는 산이며
보우계곡주립공원(bow valley wildland provincial park)의 산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도립공원인 셈이다.
캘거리에서 가깝고 조망이 탁월해 캐나다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산행지다.
설악산 울산바위와 닮은 큰 바위산

첫 번째 갈림길에서 얌누스카 능선으로 향하는 길.
뒤로 보이는 바위성이 얌누스카산이다.
일요일 아침,
얌누스카 주차장에는 20~30대의 차들이 주차되어 있고 산행을 준비하는 이들로 부산하다.
산 입구에는 그리즐리베어를 주의하라는 안내문과 간단한 위치도가 있다.
나무 함을 열어 보니 ‘클라이머 로그’라고 해서
등반하는 팀의 이름과 입산 시간, 등반루트, 하산 시간을 적도록 되어 있다.
숲길이다.
자작나무숲길. 굳은 몸이 서서히 풀리듯 길은 완만하고 편안하다.
오르막이 나오나 싶더니 땀이 날 즈음 갈림길이다.
왼쪽 길은 얌누스카와 로더봉(Loder Peak) 사이 안부에서 내려오는 길이며 클라이밍 루트로도 연결된다.
대부분의 등산객은 오른쪽 길로 간다.
여기서 능선까지 이어진 사면길을 현지에서 발행한 지도엔 ‘얌누스카 리지’라고 표기해 놓았다.
산행을 시작한 지 50분쯤 지나자 동쪽과 남쪽으로 시야가 트인다.
동으로는 망망대해 같은 평원이 펼쳐지고 남서로는 히말라야를 연상케 하는 설산들이 굵직한 산세로 솟았다.
뒤로는 얼핏 보면 진짜 성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반듯하게 얌누스카 리지가 자릴 잡고 있다.
산 입구에서 봤을 땐 바위병풍이 길게 늘어선 모양이었는데 사면길을 올라 옆에서 산을 보니 둥근 바위성처럼 생겼다.
곳곳에 화려한 풍경이 펼쳐져 지루할 틈이 없다.
사면길이 끝나고 능선에 닿자 본격적으로 정상을 향해 길이 이어진다.
관광을 목적으로 장비 없이 온 이들은 여기서 온 길로 내려간다.
그렇다고 캐나다 사람들이 전문적인 장비를 지니고 산행하는 건 아니다.
대부분이 등산복이 아닌 반바지와 면티를 입고 있으며 등산화가 이들의 유일한 장비다.
흙길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바위 구간이 시작되는 곳에 갈림길이 있다.
직진해서 정상으로 가는 길과 왼쪽 갈림길로 하산하는 코스다.
안전한 워킹을 즐기는 이들은 대부분 여기서 하산한다.
정상에 선 뒤 안부로 내려와 사면을 타고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하루 풀코스는 중급 이상의 등산인들에게 해당된다.
그렇다고 사람이 지키고 서서 출입을 체크하는 건 아니지만
갈림길에서 정상으로 이어진 길의 초입을 보면 초보자들은 대부분 뒤돌아선다.
바위틈으로 난 위태한 길만 봐도 금방 상황파악이 되기 때문이다.
바위틈으로 난 좁은 구멍을 넘어서자 별천지처럼 산의 뒷모습이 드러난다.
앞이 거대한 직벽이라면 뒤는 방대한 너덜 사면이다.
갈림길에서 식사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도 일단 너덜에 들어서면 땡볕에 마땅히 식사할 곳이 궁하기 때문이다.

전체 코스에서 유일한 인공 구조물인 와이어가 설치된 절벽 구간.
20m 정도로 짧아 주의하면 어렵지 않게 지날 수 있다.
가파른 너덜 사면은 길의 흔적이 뚜렷하다고는 얘기하기 힘들다.
우리나라 국립공원처럼 계단이나 난간 같은 안전시설은 전혀 없다.
나무 한 그루 없는 땡볕의 사면길은 누구에게나 극복해야 할 과제다.
마치 순례자처럼 멀리서도 사람들이 줄지어 오르는 게 보인다.
너덜길에서도 사람들이 가장 주의하는 곳이 와이어 절벽구간이다.
20~30m로 짧지만 절벽 옆에 고정된 와이어를 잡으며 조심해서 지나야 한다.
준비해 온 사람들은 카라비너를 와이어에 걸고 줄을 바지춤에 연결해 확보줄로 사용한다.
고도감이 있지만 천천히 발을 디디며 가면 어렵지 않은 구간이다.
자갈스키 타고 하산하는 색다른 스릴

정상에서 안부로 이어진 하산길. 여길 지나면 급경사의 ‘자갈스키’ 구간이 나온다.
너덜을 꼬불꼬불 올라 닿은 정상은 헬기장처럼 평평하진 않지만 여럿이 쉴 수 있는 공간이 조금 있다.
파란 스머프 인형이 있을 뿐,
정상임을 알리는 인위적인 장치는 전혀 없다.
올라섬으로써 꼭대기임을 알 수 있는 간단명료한 정상이다.
경치는 멋지다 못해 두려울 정도다. 300m가 넘는 직벽 꼭대기라 절벽 아래로의 고도감이 상당하다.
동쪽의 평원과 서쪽의 캐나다로키를 모두 맛볼 수 있는 건
로키산맥과 평원지대의 경계에 솟은 산이기에 누릴 수 있는 특별함이다.
하산길 역시 특별하다.
나무 하나 없는 너덜지대를 따라 사면을 이어가는데 올라올 때와는 달리
너덜이 자갈처럼 작고 부드러워 발이 푹푹 빠진다.
그러나 걸어서 갈 수 있는 한계치라고 할 정도로 가팔라 일명 ‘자갈스키’를 타며 미끄러지듯 내려선다.
가파른 경사에 비해 발이 잔잔한 돌멩이 속으로 빠져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스키를 타듯 내려설 수 있다.
우리나라 산에선 자주 맛볼 수 없는 색다른 구간이지만
자칫 실수하면 몇 백 미터를 미끄러질 수도 있어 발걸음이 조심스럽다.
더운 땡볕에 스패츠를 차고 산행하는 이들이 있어 의아했는데 이해가 간다
발이 자갈 속으로 푹푹 빠지니 등산화 속으로 돌멩이가 들어가 발바닥이 아파 계속 신경 쓰인다.
바지 밑단도 너덜너덜해진다.
눈은 없지만 스패츠를 차는 게 여러모로 유리하겠다.
길임을 알리는 표시가 없어 앞선 이들이 지나간 흔적을 좇아 내려간다.
캐나다 등산객들은 주로 젊은 여성이 많은 게 눈에 띈다.
별다른 장비 없이 성큼성큼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이 인상적이며,
평상복을 입어 우리나라 등산객 같은 분위기는 없지만 체력은 좋은 듯하다.

얌누스카 정상.
웅장한 바위벽의 산세처럼 시원한 조망을 등산객들에게 내어준다.
얌누스카와 로더봉 사이 안부에 닿자 자갈스키 구간도 끝이다.
너덜지대에 들어선 후 오랜만에 딛는 평평한 터라 배낭 풀고, 긴장도 풀고 쉬었다 가기 제격이다.
이어지는 하산로는 병풍처럼 늘어선 바위벽 아래를 지나는 길이다.
흙과 너덜이 섞인 가파른 사면이라 신경은 발을 내딛는 데 계속 집중된다.
고개를 들어 산 아래를 보면 이국적인 침엽수숲이 끝없이 펼쳐지지만
30cm도 안 되는 좁은 길을 따라가느라 여유 있게 경치를 감상할 짬은 없다.
왼쪽으로는 성벽처럼 굳건한 바위벽이 엄청난 위용으로 떡하니 버티고 있다.
암벽등반을 하는 이들도 멀리 점처럼 보인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이런 화창한 일요일에 등반하는 사람들로 붐비겠지만
캐나다에 이런 거벽이 많아서인지 등반하는 이들은 몇 팀 없다.
사면 트래버스구간은 황량한 너덜이라 땡볕에 그대로 노출된다.
그래서 나무를 만나는 산길이 반갑다.
지그재그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가니 아침에 지났던 갈림길이다.
길을 따라 내려가면 얌누스카 리지 원점회귀 산행이 끝난다.
[트레킹 팁]
출발 기점 얌누스카 주차장(1347m)
도착 기점 얌누스카 정상(2,240m)
표고차 897m
산행 거리 11km
난이도 중급

접근
캘거리에서 1번 고속도로(TransCanada Highway)를 타고 밴프 방향으로 간다.
캘거리에서 75km를 지난 지점에서 Seebe/Exshaw/Stony Indian Park 방면 114번 출구로 나온다.
우회전해 1X도로를 타고 산이 보이는 방향으로 직진하다
1A도로를 만나는 곳에서 다시 우회전해 직진하다 얌누스카 표지판이 있는 주차장 입구로 좌회전하면 된다.
6시간 정도 걸리는 전형적인 당일산행 코스다.
등산로는 안전시설물이 전혀 없고 가파른 너덜이 많아 위험한 요소가 있으므로
초보자는 너덜지대 입구까지만 산행하는 것이 좋다.
20~30m 정도 고정된 와이어를 잡고 지나는 절벽구간이 있으며 나머지는 모두 워킹 코스다.
고도감이 있는 사면을 지나는 구간이 많으므로 다리에 힘이 많이 들어가 산행 거리에 비해 근육의 피로도가 높은 편이다.
길이 희미한 편이지만 능선과 사면을 따르는 코스가 단순해 개념도만 이해한다면 길찾기는 어렵지 않다.
땡볕에 노출되는 구간이 많으므로 선글라스와 모자는 필수이며
발이 빠지는 너덜구간을 내려가기 위해 스패츠가 필요하다.
캐나다치곤 휴일 등산객이 많은 편이며 주차장에 간이 화장실이 있다.
산 입구에 인가가 없으므로 물이나 식량은 미리 준비해야 한다.
가민 오레곤300 GPS로 확인한 실주행거리는 11km, 6시간 30분 정도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