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사순절 스물여덟째날 묵상 4월 1일(토요일)
말씀 본문
“그리고 예수께서 제자들과 함께 무리를 불러 놓고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를 따라오려고 하는 사람은,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오너라”(마가복음 8장 34절)
묵상 제목 : 앞서지 말라
예수님을 가장 가까이서 잘 따를 수 있었던 사람으로 누구를 꼽을 수 있을까요? 아마 예수님의 첫 제자이며, 수제자라고 불리었던 베드로가 아닐까요? 그러나 우리는 복음서에서 베드로만큼 예수님을 따르는 일에 실패(失敗)한 인물을 찾아보기도 어렵습니다. 무엇보다도 베드로는 십자가를 앞두고 수난(受難)당하시는 예수님을 세 번이나 “저주하고 맹세하며(막14:71)” 부인했었지요. 특히 마가복음 8장 33절에서 베드로는 예수님께 심하게 책망(責望)을 받기도 합니다. ‘사탄’이라고 하는 극언으로 책망을 받았던 것입니다. 예수님을 따르는 길, 수제자도 잘 따르지 못한 길, 베드로조차 예수님을 따르는 일이 이렇게 힘들었다면, 그 누가 감히 예수님을 따르겠다고 할 수 있을까요?
그런데 왜 베드로는 예수님을 따르는데 그처럼 실패하게 되었을까요? 베드로가 지닌 문제는 무엇이었을까요? 예수님께서 수난당하실 것을 처음으로 예고하셨을 때, 베드로는 안된다고 항의(抗議)했습니다. 단순히 안된다고 다시 생각해보시라고 만류(挽留)하는 정도가 아니었습니다. “바싹 당기고” 항의했다, “어깨를 붙들고” 꾸짖었다고 번역을 합니다. 윽박지르고 대들었다는 뜻이지요. 왜 그랬을까요? 왜 방금 전, 하나님의 아들이요, 그리스도시라고 고백하고도, 어찌 그리 황망(慌忙)한 짓을 서슴없이 했을까요? 그만큼 베드로가 예수님의 말씀에 놀라고 분개(憤慨)했던 것입니다. 왜요? 자기가 생각한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의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이요, 예수님께서 성공하시고 왕이 되셔야 나도 한자리를 할 터인데,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시고 죽으시겠다는 말씀에 베드로는 이성(理性)을 잃었던 것이지요.
그때 예수님이 하신 말씀이 “사탄아, 내 뒤로 물러가라.” 였습니다. 여기서 ‘내 뒤로’라고 번역된 ‘오피소 모우’라는 말은 ‘나를 따르라’라는 말과 똑같은 말입니다. 누구를 ‘따른다’는 것은 곧 누구의 ‘뒤에 선다’는 말입니다. 당연한 것인데 우리는 이것을 잘 연결(連結)시키질 못합니다. 뒤에 서지 않고 우리는 따른다고 말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바꿔 말하면 “따른다”는 말은 “앞서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베드로가 오늘 예수님을 따르는 일에 실패한 까닭은, 예수님 뒤에 서질 못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과 마주서서 예수님의 어깨를 붙드는 망령(妄靈)된 위치에 서 있었던 까닭입니다. 예수님보다 생각이, 계획(計劃)이 앞서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 ‘그리스도’ 신앙을 고백한 후 우쭐하고 있을 때, 수난을 향해 가시는 예수님의 길을 막아서려 했던 것이지요? 어느새 자기 자리를 잃어버리고 예수님 앞으로 튀어나왔던 것입니다. 겟세마네 동산에서 피땀 흘리며 기도하시는 예수님을 두고 졸다가, 사람들이 몰려오자 또다시 예수님 앞으로 튀어나와 칼을 휘두릅니다. 베드로는 어쩌면 예수님보다 늘 앞서다가 경험했던 실패로, 그 뼈저린 후회(後悔)로 마지막 그의 순교의 장면에서 거꾸로 달려 죽기를 자청(自請)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여러분, 앞서지 마십시오. 앞서는 자들은 예수님을 따를 수 없습니다. 겉으로는 예수님의 이름을 내세우지만, 속으로는 자기를 앞세우려는 사람들, 자기 권력과 자기 명예와 이익을 앞세우려는 사람들은 예수님을 따를 수가 없습니다. 그들은 오히려 예수님보다 앞서가며 예수님더러 왜 춤추지 않고 왜 가슴을 치지 않느냐고 비난(非難)할 뿐입니다. 앞서는 사람은 예수님의 길을 훼방(毁謗)하고 막아설 뿐입니다. 성령을 모독(冒瀆)하고 예수님을 모독하는 죄는 용서받을 수 없는 죄라고 하셨습니다. 이런 사악한 죄악을 역사적으로 누가 저질러 왔습니까? 누가 저지르고 있습니까?
예수님을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라고 고백하는 사람은 모두 오늘 이 말씀을 기억해야합니다. 명심해야 합니다.
“앞서지 말라, 내 뒤로 물러가라, 그리고 나를 따르라”
찬송
찬송가 171장 하나님의 독생자 예수
기도
그리스도 우리의 주님, 우리가 무지하고 교만하여 십자가의 길을 가로막지 않게 하옵소서. 앞서지 말게 하옵소서. 다만 겸손한 마음으로 청종의 자세로 우리 주님을 뒤따르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원문
『복음의 길을 따라서』, 서재경 목사, 한국기독교대한장로회총회교육원, 2017, 118-120쪽
※ 1. 우리 학생들을 위해 일부 상용단어들은 한자 병기하였습니다. *^^*
2. 제가 했던 설교를 첨부하면서 원본과 조금 달라진 부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