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시와 시흥시의회, 비정규노동자들의
희망꺽기에 합작하다.
공계진 사단법인 시화노동정책연구소
사기극과 깡패짓.hwp
민주노동자시흥연대(의장 이준용, 조합원 약 2,000명, 이하 시흥연대) 등 시흥시 노동자들이 열과 성을 다해 설립하려고 했던 시흥시 비정규지원센터 설립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시흥시의 많은 사람들은 비정규지원센터의 설립 무산은 김윤식 시흥시장의 사기극과 시흥시의회의 깡패짓이 결합된 결과라고 말하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필자는 비정규지원센터 설립 발의와 무산 과정을 복기하며 사실관계를 밝혀 보고자 한다.
▪ 비정규지원센터의 발의와 추진 ▪
비정규지원센터 설립을 추진한 곳은 시흥시 소재 노동조합의 연합체인 시흥연대이다. 비정규지원센터 설립은 2010년부터 시작되었다. 다만 2010년과 2011년의 경우 비정규지원센터 설립을 직접적으로 추진하기 보다는 비정규직의 실태를 조사하였다.
비정규지원센터의 본격적 추진은 2012년부터 시작되었다. 시흥연대는 동년 7월 19일 ‘시흥시 영세사업장 노동자 문제해법을 묻다’ 토론회와 10월 ‘시흥시 영세사업장·비정규직 노동자 권리보장과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공청회를 개최하며 센터 설립의 기초를 닦기 시작했다. 그 결과 동년 11월 23일 지원조례가 시흥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하였고, 12월 13일. 지원조례가 제정(시흥시 조례 제 1286호)되었다. 2013년 3월 ‘시흥시 노동정책 제언을 위한 워크샵’과 ‘시흥시 노동정책 실현을 위한 김윤식 시장 간담회’를 개최, 시흥시의 비정규노동자에 대한 인식전환을 모색하였다. 동년 8월 ~ 9월 ‘시흥시 비정규직 및 중소영세․소규모사업장 노동자 권리보장과 지원에 관한 조례’이행 및 시흥시 노동자 지원센터 설립 촉구 서명운동을 전개, 조속한 설립을 촉구하였다. 그 결과 2014년 예산에 비정규지원센터 설립 예산이 반영되어 시흥연대는 비정규센터 설립이 가시권에 들어왔다고 기뻐했으나 김윤식 시흥시장은 선거라는 석연치 않은 이유를 들어 이의 설립을 지방선거 이후로 미루었다. 지방선거 결과 김윤식 시장이 다시 당선되었으나 김시장은 6대 의회가 아닌, 7대 의회가 개회되었을 때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공모사업을 추진, 의회의 반발을 불러왔고, 급기야 7대 의회가 심사보류를 하는 사태를 맞이하였다.
▪ 시흥시의회의 비정규지원센터 설립 추진, 깡패짓으로 마무리되다 ▪
시흥시의회는 비정규지원센터 설립에 필요한 법적 조치들을 취해갔다. 6대 시흥시의회의 이성덕 시의원이 주체가 되어 비정규지원센터 설립에 필요한 사업을 시흥연대와 함께 추진하였다. 앞서 언급했던 ‘시흥시 영세사업장 노동자문제 해법을 묻다’ 토론회와 ‘시흥시 영세사업장·비정규직 노동자 권리보장과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공청회는 시흥시의회를 대표하여 이성덕 시의원이 추진한 사업이었다. 이 행사에 시흥시의회 의장이 참석하여 축사와 격려사를 하였다.
시흥시의회의 노력 결과 2012년 12월 조례가 정식으로 제정되었다. 시흥시의회가 비정규관련 조례를 제정한 것은 진일보한 조치였다. 조례의 통과는 시흥시에서 일하는 8만여 비정규노동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였다.
희망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한 것은 2013년부터이다. 조례가 통과되었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시흥시가 비정규지원센터의 설립을 추진해야 하는데, 시흥시가 이를 추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시흥연대 소속 노동자들의 압박과 시흥시의회의 압박 등이 결합되면서 시흥시는 2014년 비정규지원센터 설립 예산이 정식으로 제출하였고, 시흥시의회는 이를 심의, 통과시킴으로써 1억 7천 5백여만원의 예산이 배정되었다. 예산 통과는 다시금 희망을 샘솟게 만들었다.
그러나 여기까지였다. 2014년 김윤식 시흥시장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비정규지원센터 설립을 선거이후로 미루었지만 시의회는 이에 침묵했다. 이 침묵은 다가올 지방선거 때문이었다. 왜냐하면 의원들의 관심은 하찮은(?) 비정규지원센터가 아니라 지방선거에서의 공천과 당선이었기 때문이다. 사태를 더 어렵게 만든 것은 그 동안 비정규지원센터를 앞장서 추진했던 이성덕 의원의 공천 탈락이었다.
2014년 지방선거가 6.4에 있었다. 새정치민주연합과 새누리당이 각각 6명의 의원을 나눠 가진 채 7대의회가 개원되었다. 7대 의회가 개원되자 시흥시는 비정규지원센터 위탁을 위한 공모사업 동의안을 의회에 제출하였다. 그러나 시흥시의회는 시흥시가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심사를 보류하였다. 그러나 보류결정 이면에는 여러 가지 설이 나돌았다. 흘러나온 말들 중에 많이 나온 것을 정리하면 1) 이성덕 전의원에게 자리를 주려고 하는 것 아니냐? 2) 한국노총의 근로자종합복지관에 노무사 한면을 두면 되는데 비정규지원센터가 왜 필요하냐? 3) 위탁은 문제이기 때문에 직영해야 한다 등이었다. 이것들은 사실관계에 부합되지 않고, 얼토당토한 것이라서 여기에 일일이 설명을 달 필요는 없어보인다.
그런데 이 얼토당토한 이유를 근거로 7대의회의 자치행정위(위원장 김태경, 이복희, 장재철(이상 새정치민주연합), 홍원상, 홍지영, 손옥순(이상 새누리))는 끝내 비정규센터 위탁 공모를 위한 건을 재상정하지 않았다. 시흥시 8만여 비정규노동자들의 가슴을 메이게 한 것은 이들 의원들이 시흥시민의 혈세를 낭비하며 갔다온 미국과 캐나다 관광여행 후 열린 첫 회의에서 이런 것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깡패들의 행위를 깡패짓이라 칭하며 경멸한다. 깡패짓은 어떤 합리적 이유없이 폭력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그 폭력적 행위로 많은 사람들이 심신의 상처를 입기도 한다. 시흥시의회의 위탁사업 거부는 아무런 합리적 이유없이 시흥시비정규노동자들과 같은 조직인 6대 의회의 사업을 부정하는 것이다. 합리적이지 않다는 사례를 두 개만 들어보자. 첫째, 홍원상 의원이 제기했다는 ‘노무사를 한국노총 근로자종합복지관에 고용하면 비정규지원센터의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억지 중 억지다. 그 의원은 위탁사업계획서도 읽어보지 않은 듯 비정규실태조사사업, 비정규직 관련 정책연구사업, 실천 사업을 노무사가 모두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세상에 그런 만능의 재능을 가진 노무사는 없다. 노무사는 법을 해석하고, 자문하는데 그칠 뿐이다. 그런데 근로자종합복지관에 노무사 한명을 고용하면 되기 때문에 비정규지원센터 설립은 필요없다고 하는 주장은 정말 합리성이 없는 막무가내식 주장에 불과하다. 둘째, 위탁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직영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역시 홍의원이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는 현재 시흥시가 직영을 할 능력과 체계를 갖추고 있는가를 살펴보지 않은 채 생각없이 한 말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현재 기업지원과 내에 1명의 주사를 노사협력담당자로 배치하고 있는데, 이 공무원이 이를 담당할 수 있다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 직영이 가능하려면 그 일을 할 수 있는 체계(이를테면 노동정책과)를 세우고, 그 일을 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가진 사람을 채용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현재 시흥시 조건을 고려할 때 불가능한 일이다. 결국 위탁에 문제 있다는 주장 역시 대안을 가진 합리적 주장이 아니라 역시 막무가내식 주장에 불가한 것이다.
합리성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막무가내식 주장을 갖고 비정규노동자들의 염원인 비정규지원센터의 설립을 가로막았으니 시흥시의회는 깡패들이 한 깡패짓과 다름없는 짓을 한 것이다.
▪ 애초 비정규센터 설립 의지가 없었던 시흥시, 사기극으로 비정규직 우롱하다 ▪
앞서 언급했듯이 비정규지원센터의 추진은 시흥연대와 시흥시의회가 공동으로 한 것이다. 서울시의 박원순시장은 비정규센터의 설립을 스스로 추진했지만 시흥시의 김윤식 시장은 그와 달랐다. 시흥시는 시흥연대와 시흥시의회가 추진하는 비정규지원센터 설립을 그저 바라만 보았다. 돌이켜보면 시흥시가 비정규노동자들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
이런 시장과 시흥시를 노동이라는 장으로 불러낸 곳은 시흥연대였다. 시흥연대는 ‘시흥시 노동정책 제언을 위한 워크샵’과 ‘시흥시 노동정책 실현을 위한 김윤식 시장 간담회’를 추진, 시장과 시흥시의 인식전환을 촉구하는 한편, 비정규지원센터 설립촉구 서명작업을 하며 시장과 시흥시를 압박하였다.
시흥연대의 움직임에 시장이 공식적 반응을 보인 것은 2013년 10월이었다. 즉, 그해 10월 시흥시 옥구공원에서 열렸던 노동인권업페스티벌에 참석한 김윤식 시장은 ‘비정규지원센터 설립 예산을 편성하겠다’고 발표하였다. 그리고 2014년 예산에 사무실 임대료 포함, 1억 7천여만원의 예산을 편성, 시흥시의회에 제출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 예산을 6대 시흥시의회가 심의, 통과시켰다.
2014년 예산안이 통과되었다면 집행책임자인 시장은 이를 집행, 비정규지원센터 설립 절차를 밟아갔어야 했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김윤식 시장은 설립을 6.4지방선거후로 미루었다. 본격 선거운동을 5월부터 한다고 하드라도 4개월의 시간적 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생중의 민생현안인 비정규지원센터의 설립은 그 어떤 합리적 설명없이 선거라는 이유만으로 연기되었다.
6.4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김윤식 시장의 이상한 행보는 계속되었다. 위탁과 같은 지방사무의 경우 시의회의 동의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조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동의절차없이 공모사업을 추진하였다. 1, 2차 공모사업의 결과 시흥연대가 유일한 공모단체가 된 이후 시흥시는 시흥시의회에 공모동의를 요청하는 안건을 상정하였다. 이것이 무지의 소치라면 시흥시장과 관련 공무원의 무능을 질책하고 책임을 물어야 하고, 만약 알고도 그런 것이라면 그 이유를 추궁하여 밝혀내야 한다.
시흥시의 무책임한 행위는 이후에도 계속된다. 절차를 지키지 않은 문제, 시의원의 자료제출 요구에 불성실하게 대응하여 시흥시의회가 심사보류라는 결정을 했다면 즉각적으로 이에 대해 사과하고, 빠른 시일내에 재심의해줄 것을 요청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이후 시의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시흥시장과 관련 공무원은 시흥시의회에 사과와 재심의 요청을 하지 않았다. 결국 10월에 열림 임시 회의에서도 시흥시의회는 위탁관련 건을 상정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비정규지원센터 설립 관련 시흥시장과 시흥시의 행위를 복기해보았다. 복기 과정 과정에 드러나고 있지만 시흥시는 비정규지원센터 설립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석연치 않는 두세번의 행위는 비정규지원센터 설립을 의도적으로 방해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의심받기에 충분했다. 즉, 시흥시장과 시흥시가 비정규센터 설립과 관련 일종의 사기에 가까운 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 결론을 대신하여 ▪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통계에 잡히지 않는 통계청의 <지역별고용조사>에 근거하자면 시흥시 노동자들의 35%정도가 비정규직이다. 그러나 간접고용노동자들을 통계에 넣을 경우 비정규직의 비율은 49%에 근접한다. 상당히 많은 노동자들이 비정규노동자들이라는 것이다. 하나 더 언급할 게 있다. 시흥시 소재 공장들은 대단히 영세하여 그곳에서 일하는 정규직 노동자들도 사실상 비정규직과 별반 차이가 없다. 즉, 무늬만 정규직인 노동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렇듯 시흥시 거주 18만여명에 이르는 노동자들의 과반 이상이 비정규직 또는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이라서 이들 노동자들의 인권과 권리를 신장시키기 위한 비정규지원센터의 설립은 정치적 논리, 경제적 논리를 떠나 매우 절실한 것이다. 더군다나 대기업의 성장기여력과 고용창출력이 한계에 봉착해서, 노동자들의 소득이 경제성장의 주요동력이 된다는 주장을 최경환 경제부총리조차 하고 있는 현상황에서 이들 노동자들의 권리신장을 위한 비정규지원센터의 설립은 더 이상 미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노동자들의 배부른 요구도 아니다.
그런데 시흥시의회는 합리성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주장을 하며 비정규센터 설립을 막고 있고, 시흥시장과 시흥시는 거의 사기에 가까운 행위, 매우 무책임한 행위를 하며 비정규센터 설립을 사실상 어렵게 만들고 있다.
시흥시의회와 시흥시는 더 이상의 깡패짓과 사기극을 멈추고 하루빨리 비정규지원센터의 설립에 나서야 한다. 11월 13일, 전태일 열사의 기일이다. 이전에 비정규노동자들에게 희망의 선물을 할 것을 간절히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