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 수년간 오클랜드의 고등학생들을 미국의 명문대학으로 진학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교육기관을 운영해 오고 있다. 작년까지 프린스턴, 다트머스, 예일 등의 아이비리그 대학에 연속적으로 진학시켰다.
금년(2005~2006학년도)에는 지난 연말의 최경식군의 프린스턴 대학 조기합격(early decision admission)에 이어서 지난 주에는 이수지양이 아이비리그인 브라운대학과 듀크대학에 정시모집합격(regular decision admission) 통보를 받았다. 이 두 학생의 공통점은 노스쇼어 지역의 공립 고등학교에서 DUX를 했다는 것이다.
이번 Rangitoto College DUX 출신의 최경식군은 지난 2001년 초에 부모님과 함께 오클랜드로 이민을 왔다. 지난해 말 학교의 Final Prize-Giving에서 교장선생님이 최군을 소개할 때에“지난 5년 전에 처음으로 입학하였을 때에는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지시하는 영어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던 학생이 이번에 우리학교의 Dux가 되었다”는 감격어린 말을 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최경식군의 뛰어난 능력과 열정을 인정한 프린스턴 대학교는 앞으로 4년간 학비 전액의 장학금도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한편 이수지양은 2002년 초부터 유학생으로 이곳 생활을 시작했다. 이양은 Long Bay College를 에서 학업에 전념하면서 매년 수석 자리를 놓치지 않았고 지난해 11월에 이 학교의 DUX(수석졸업생)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이 상은 지난 4년간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면서 스스로 얻은 영광이기에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SAT-I 성적 1550점, AP과목 만점 등 학업 면에서 우수하였으며, Long Bay College 의 교장선생님을 포함한 많은 교사들도 이처럼 모든 면에서 우수하고 자기 관리를 잘하며 남도 배려할 줄 아는 학생은 처음 보았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항상 최선을 다하는 뛰어난 학생이다.
뉴질랜드에서는 전통적으로 고교 수석졸업생을 “DUX”라고 부르고 있다. 이“DUX”의 어원은 스코틀랜드어에서 왔으며,“동학년 최우수학생”이라는 사전적 정의를 가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Valedictorian 이라는 다른 말로 이를 표현하고 있다. DUX에 선정이 되면 개인적으로 큰 영예일 뿐만 아니라 뉴질랜드나 호주의 일부 의과대학에 특례입학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기도 한다. 따라서 뉴질랜드에서도 간혹 그 해의 DUX선정에 자신이 배제되어 이에 불복하는 학생의 부모들이 학교와 학교장을 상대로 소송을 하는 경우도 있다. 미국에서는 한술 더 떠서 수석 졸업생 선정과 관련된 갈등이 결국 법원의 판결을 받는 사건으로까지 비화하는 일들이 신문을 통하여 종종 보도되기도 한다.
뉴질랜드의 DUX는 비교적 작은 규모의“Prize giving Ceremony”에서 졸업생이 수상하는 최고의 상인데 비해 미국의 경우에는 전교생과 학부형이 모인 졸업식장에서 수석졸업자가 졸업생 대표로 고별사를 낭독하는 등, 그날의 하이라이트를 한 몸에 받는 주인공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미국에서 수석졸업생 자리를 두고 벌어지는 다툼의 이면에는 이와 같은 겉으로 드러나는 영예보다는 이 DUX가 아이비리그대학 등의 명문대학에 진학하는 데 결정적으로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다. 더 나아가, 명문대학의 졸업장은 곧 사회, 경제적으로 미국의 상류층으로의 진입을 가능하게 하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다음은 동아일보 논설위원인 김순덕기자가 2002년 뉴욕주립대학에서 연수하는 동안에 동아닷컴에 연재하였던“뉴욕일기”중에서 발췌한 것이다.
“미국에서 고교 졸업자의 연봉 초임이 2만5천달러이고, 대학졸업자는 4만5천달러였다. 학사학위가 있는 집안의 수입은 보통 7만1천4백달러로 집계되어 있다. (2002년 발표된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가구의 평균 메디안 수입은 5 만46달러다).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등 아이비리그의 대학을 나오면 연봉은 10만 달러로 뛴다고 CNN은 강조했다. 전문직 종사자들이 보통 여섯 자리(100,000달러) 이상을 버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교수는 아무리 전문직이라도 여기서 제외된다) 아이비리그를 나오면 첫 달부터 그걸 간단히 뛰어넘을 수 있다는 얘기다.”
서양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 중에“이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There is nothing like free lunch.)”라는 것이 있다. 우리말에서 비슷한 말을 구태여 찾는다면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라는 속담과 같은 내용일 것이다. 뉴질랜드는 자연환경도 좋고 여유로운 나라이기 때문에 이곳에서 자녀의 교육에 열성적으로 노력하지 않아도 자녀들은 스스로 미래를 잘 개척하여 나아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부모들도 있다. 그러나 자녀가 최종 학교를 졸업하고 직업을 갖게 될 때에 직면하게 되는 열악한 고용조건을 보고 난 후에는 후회할 수도 있을 것이다. 즉 자녀가 인생에서 성공하기 위하여서는, 본인과 부모의 공동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에 관한 이야기는 앞서 인용한 김순덕 기자의 “뉴욕일기”의 일부를 다시 인용하는 것으로서 대신하고자 한다.
“최근 내가 다니는 학교에서‘계급은 어떻게 작용하는가’를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미국과 영국 중산층의 계급 재생산 문제를 연구 한 피오나 디바인 맨체스터대학 교수는 보스턴과 맨체스터의 의사(중상층)와 교사 (중하층)들의 자녀교육 실태를 비교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보스턴 의사나 교사는 모두 자식을 평판이 좋은 공립학교에 보내기 위해 이사도 불사하며, 아이를 낳자마자 대학등록금 마련 장기대책에 들어서는 등 경제적 희생을 감수하고 있었다. 맨체스터에선 의사들은 대부분 사립학교에 애들을 보내며, 돈이 없어 이걸 못하는 교사들은 공립학교의 수준을 끔찍스러워하면서도 마지못해 자식들을 보내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중략) 이렇게 따지면 미국이나 한국이나 심지어 영국이나 내 자식 교육은 내가 책임지는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학벌에 따라 평생 수입이 달라지고, 학군에 따라 집값이 차이가 나고, 엄마들 극성에 따라 자식의 운명이 달라지는 건 세계적, 보편적인 현상이라는 얘기다.”
다이너스티 국제교육센터 원장/ 이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