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변곡점에서 만난 우주의 하모니
나는 평생을 음악에 바쳤지만 길을 찾지 못하고 음악을 외면하며 살고 있었다.
인생은 너무나도 어려운 여정이었다. 아무도 내 삶의 길을 알려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어 끊임없이 고민하며 길을 찾아 헤매고 있던 시기였다.
음악을 펼칠 길이 없어 돌아선지 근 5년쯤 되어가던 내게, 엄마의 공연 초대장이 날아왔다.
엄마의 공연이기도 하지만 소지로와 수많은 앙상블 단원분들의 공연이기도 한 이번 공연.
엄마와도, 음악공연과도 너무나 오랫만의 상봉인지라 나에겐 감회가 새로웠다.
어떤 공연이 펼쳐지더라도 나는 기쁘고 행복한 마음으로 감상하고 즐길 준비가 되어 있었다.
삶의 모든 순간이 현존의 기쁨과 축복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공연장을 가득 메운 수백명의 연주자분들이 하나되어 만드는 하모니, 그 자체가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었을 것을 알기에
순간 순간 감사함을 느꼈다.
첫 곡부터 헨델의 사라방드가 연주되었는데, 곡의 분위기와 모두가 하나되어 만든 사운드는 음악의 신성함을 생생하게 느끼게 해주었다.
이것이 진정 신께 감사하는 멜로디이자 하모니구나. 그것의 현존을 가슴 깊이 새기며 눈물이 나려고 했다.
늘 그렇듯 자연과 일체된 모습에서부터 겸허한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소지로의 공연.
그의 오카리나 소리는 이곳이 마치 깊은 산 속 고요한 풍경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맑은 울림이 있었다.
오카리나라는 악기 자체가 맑고 청아한 음색을 가졌지만, 특히 그의 높은 고음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는
마치 맑고 깨끗한 숲속 하늘을 자유로이 날아다니는 새처럼 공연장의 모든 곳을 정화시켰다.
모든 곡들이 다 다르게 아름답고 생명력이 넘쳤으며, 자연의 에너지와 풍경들을 떠오르게 하여 사랑으로 가득차게 했다.
그 사랑은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에너지를 하나로 연결하는, 우주의 사랑이었다.
리듬감 넘치는 '루브라냐의 푸른하늘' 이라는 곡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시작부터 피아노의 리듬이 에너지 넘치게 치고 들어오더니, 제목처럼 푸른하늘을 날아다니는 듯한 멜로디가 이어지고
그 에너지를 퍼커션과 기타의 즉흥연주로 하늘 끝까지 몰고 가서, 마침내 테마로 돌아왔을때 그 터지는 자유로움으로 인해
모두가 넘치는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었던 곡이었다.
연주를 듣는 내내 나의 손과 발, 어깨와 머리가 신이 나서 나는 상상으로 춤을 추었다.
나풀거리는 치맛자락을 휘두르는 보헤미안의 춤과, 한복을 입고 신명나게 춤을 추는 여인의 춤이 떠오르는 그 곡을 잊을 수가 없다.
음악이라는 것이 주는 이런 에너지가 바로 신성한 에너지이고, 가장 사랑하는 것이었는데
한동안 꺼내보지 못한 연서와도 같은 그것을 다시 마주하면서, 나는 다시 용기와 희망을 얻었다.
아무것도 보장되어 있지 않은 인생에, 자신의 길을 용기있게 가는 사람들에게서 경외감을 느꼈고
그 먼 곳까지 모여서 모두가 함께 공연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셨을지 생각하니 감사하고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었다.
많은 사람들의 에너지가 모인 만큼 큰 정화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런 공연을 볼 수 있게 해주신 엄마께 정말 많이 감사하고, 사랑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잊지 못할 소중한 시간을 만들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늘 건강하시고 평안과 행복 가득하시길 기도드립니다.
첫댓글 우리 가장 행복한 순간이
음악과 함께 있는거였듯이
어디에 있든 그렇기를
늘 응원할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