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문이름 짓기 바람 재우기 힘들다 |
한글학회, 아름다운 우리말 가게이름 뽑기 행사 열어 2004/06/15 |
한글학회는 문화관광부의 후원을 받아 '우리말 우리글 바로쓰기 운동' 가운데 하나로 "아름다운 우리말 가게이름(일터) 뽑기" 행사를 2001년부터 하고 있다. 무분별한 외래어나 외국어로 오염된 거리 간판을 바로 잡기 위해 아름다운 우리말 가게(일터) 이름을 뽑아 이를 북돋우고 널리 알림으로써 우리 말글의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우기 위한 목적으로 하는 행사다.
2003년 첫번째 '아름다운 우리말 가게이름'으로 서울 삼성동에 있는 일식 음식점 '맑은 바닷가의 나루터' 가 뽑혔다. 7월 30일 오후 4시 서울 삼성동 한강 변 '맑은 바닷가 나루터' 앞에서 한글학회 회원들과 문화관광부 관계자가 참석해 올해 우리말 우리글 바로쓰기 홍보행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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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정된 가게인 '맑은 바닷가의 나루터' 앞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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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이대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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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정권 때부터 우리 말글 사랑 정신이 식기 시작하여 노태우 정권 때에는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빼버렸고 김영삼 정권이 세계화 구호 속에 영어 조기교육을 강행하면서 거리에 영어 간판이 자꾸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던 것이 럭키금성이 엘지로 선경이 에스케이로 회사이름을 바꾸고 아이엠에프 경제 식민지가 된 뒤 영어 공용어 주장까지 나오면서 김대중 정권 때에는 영어 간판, 영어 회사이름 홍수가 난 것이다.
김영삼 정권 때 간판을 외국어로만 쓸 수 없는 옥외광고물관리법 시행령(법률 제4516호 시행령 대통령령 제13856호)이 1993년 발표되었으나 세계화 열병과 영어 광풍에 빛을 보지 못했다. 대통령이 영어 전도사가 되어서인지 그 영어 간판을 쓰지 못하게 한 대통령령이 바로 서지 못하고 영어에 미친 바람에 쓰레기처럼 나부끼는 신세가 되어버렸던 것이다. 이를 보다못한 한글단체는 법을 어진 영문간판을 단속하고 우리말글을 바로잡아 줄 것을 정부에 여러 번 건의하고 신문과 방송에서 말했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영어에 미쳐버린 관리들과 국민들은 이런 건의와 주장이 들리지 않았다.
이제 우리 말글을 쓰자는 한국 사람이 바보로 보일 정도로 영어는 거리에서뿐만 아니라 방송과 생활 속에서 난무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뜻 있는 분들과 함께 멀쩡한 우리말 회사이름 간판을 버리고 영문간판을 단 케이티와 케이비를 검찰에 고소한 일까지 있다. 점잖게 건의하고 호소하니 듣지 않아서다. 이 문제를 발벗고 풀어야 할 대통령과 장관, 공무원들이 모른 체 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 들어선 노무현 정권도 마찬가지 무관심이니 우리말의 앞날은 어둡다. 한글날 국경일 제정과 국어기본법을 만들어 우리 말과 한글을 살리고 지키겠다더니 조용하다.
우리말의 앞날이 어두우면 우리 겨레의 앞날도 어두울 수밖에 없고 나라 또한 마찬가지다. 참으로 걱정스럽다. 말글은 서로 통해야 하는데 많은 한국인들은 통하지 않는 말글로 가게 간판을 달고 장사를 하면서 살고 있다. 자기가 파는 상품에 단 이름의 뜻도 모른 체 물건을 팔고 있다. 미국과 영어의 식민지로 보인다.
한글학회가 2001년부터 뽑은 가게이름을 보면 '섬마을 밀밭집(세종로), 샘이 깊은 물(화성군), 주거니 받거니(대전), 솔내음(고양시), 하늘과 땅사이(광주), 낮엔 해처럼 밤엔 달처럼(부산), 씨앗을 뿌리는 사람(강남구), 이야기 마을(인천), 비둘기 둥지(마포구), 매니 푸니(춘천) 들이 있다. 한국 냄새가 물씬 풍기고 멋있는 이름들이다.
올해 첫번째 뽑힌 '맑은 바닷가의 나루터'란 음식점은 한강 나루터 근처에 있는 횟집인데 이름에서 '바다'와 '나루터'의 풍경이 떠오르며 맛있고 싱싱한 생선요리 생각이 드는 가게이름이다. 여기 뽑히지 않은 아름다운 가게이름도 많다. 모두 고마운 분들이다.
우리말과 겨레의 앞날을 걱정하는 국민들이라도 이런 가게를 밀어주고 즐겨 찾았으면 좋겠다. 그러나 일부 단체가 일년에 몇 번 하는 행사로는 영어 열병과 광풍을 잠재울 수 없다. 많은 국민이 우리말의 위기가 바로 우리 국민 자신의 위기가 되어 자신도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을 느끼고 함께 우리 말글을 살리고 빛내기 위해 힘써야 할 것이다. 우리 말글과 나라의 주인은 국민 자신이다.
영문이름 짓기 바람 재우기 힘들다:사람일보 - 사람 사는 세상 (saram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