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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게실 확성기에서 곧 영화가 시작된다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사람들이 부산하게 입구 쪽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국가가 연주되겠습니다. 일동 기립”확성기에서 힘찬 남자 목소리가 나왔다. 사람들이 황급히 일어섰다. 이어서 불이 꺼지고 화면에 빨간 풍선들이 네 귀를 끌어올리는 커다란 닛쇼우끼가 나왔다. 그와 함께 기미가요의 곡조가 우렁차게 울려나오기 시작했다. |
소설의 내용 중에 등장하는 또 다른 텍스트, 제2의 대체역사소설 [도우꾜우, 쇼우와 육십일 년의 겨울]은 가상의 역사가 아닌 현실에서의 역사이며, 이것은 소설 내에서는 또 다른 가상의 역사가 된다. 복거일은 이렇게 현실과 가상, 가상과 현실을 병치시키면서 이를 통해 현실에 대한 비판의식을 내세운다. 현실과 가상이 병치되면서 객관적인 시각에서 현실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다.
(4)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는 "만약 박정희정권이 핵무기 개발을 시도했다면?" 이라는 대체역사적 가정(假定)으로부터 출발한다.
권순범 기자는 최영수 부장에게 소개 받은 잔나비파 두목 박성길을 교도소에서 만나게 된다. 박성길은 나이가 50이 다 되자 더 이상 뒷골목 생활을 할 없었기에 스스로 교도소에 들어오고 지난일들을 권 기자에게 하나하나 말해 준다. 그러던 중 박성길은 놀라운 이야기를 듣게 된다. 13년전 박정희 대통령 시절. 북악 스카이웨이에서 어떤 사람들의 사주와 협박을 받은 그는 동료들과 함께 한 남자를 죽였다는 것이다. 그 남자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주위 사람들에게 협박을 받고도 입 하나 뻥긋 하지 않았고 결국 박성길의 손에 의해 죽었다고 한다. 그런데 순범은 교통사고가 나기 어려운 북악 스카이웨이서 죽은 이 남자를 교통사로 처리 했다는 것과 나라에 무슨 공훈을 세웠는지 국립묘지에 묻혔다는 것에 의문을 갖고 죽은 이 남자에 대해서 조사 하고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죽은 남자의 이름은 이용후 박사. 하지만 평범한 핵물리학자가 아닌 국제적 인물이자 세기의 천재, 아인슈타인과 함께 물리학을 양분할 정도로 대단한 평가를 받는 인물이었다. 미국에서 유학 중 이었던 그는 박정희 대통령에게서 한국에 핵폭탄을 만들어 달라는 부탁의 편지를 받게 된다. 박정희 대통령은 미군이 철수할 기미를 보이자 북한에 대한 방어로 핵무기를 결정하고 이 핵무기 개발을 이용후 박사에게 부탁한 것이다. 심각한 고민 끝에 이용후 박사는 가족과의 안락한 생활과 노벨상, 그리고 부귀영화를 모두 뿌리치고 미국에서 몰래 한국으로 귀환한다. 이 사실을 안 미국 CIA에서는 한국에서 매수한 공무원을 이용. 이용후 박사를 박성길로 하여금 살해하게 한다.
박정희 대통령은 이에 분노했지만 상대가 미국인지라 일단은 참고 사실을 은폐한 체 1980년 8월 15일에 있을 지하 핵실험을 계획합니다. 하지만 이용후 박사가 세상을 뜬지 1년후, 핵실험이 있을 1년을 앞두고 그 또한 암살 당하고 만다. 한국의 핵실험은 수포로 돌아가게 되었다.
이 모든 사실을 안 권순범은 이용후 박사의 딸 이미현과 함께 그 두사람의 흔적을 추적한다. 미국 앞잡이 공무원들이 고용한 암살자들에게 몇 번을 위험을 받지만 끝내 단서를 찾아내고 한국에 핵무기를 만들만한 플루토늄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미 순범은 정치인들을 믿을 수 없기에 누구에게 알릴지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그는 이용후 박사가 보여주었던 행동에 용기를 얻어 대통령에게 이 사실을 모두 알리게 되고. 대통령은 순범의 말을 듣고 북한과 손을 잡아 핵실험을 완수하고, 이 과정에서 남북의 벽이 완전히 허물어지게 된다.
한편, 일본에서는 한국이 통일 기미를 보이고 국가 경제력이 자국을 추월한 것을 예상한다. 이에 일본은 한국이 힘이 없을 때 공격하기로 하고, 독도를 빌미로 하여 한국의 중요 산업 공장인 포항 제철과 울산 공장을 철저히 부순다. 이에 대통령은 일본이 한국의 경제 뿌리를 뽑고 경제적 지배를 한다는 것에 분노한다. 그리고 우방인줄 알았던 미국도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한국을 일본에 희생시킨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분노한다. 결국 태백산맥에 숨겨져 있는 비밀기지의 핵폭탄이 일본으로 날아가고 일본은 큰 혼란에 빠진다. 하지만 한국은 도쿄에서 떨어진 외딴 무인도에 핵을 떨어뜨리고 일본을 용서하면서, 소설이 마무리된다.
문단에서 버림받은 유작
600만권이나 팔린「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에 대한 분석은 문단에서 시도되지 않았다. 이런 문단의 태도는, 당시의 기사들을 보면 알 수 있다.
<문학화제> [무궁화..]는 "권력욕의 산물" 연합뉴스. 1995. 08.22
"묘사가 필요없는 낯익은 공간들, 하등의 과거도 가족관계조차도 필요없는 주인공, 남는 것은 이렇게 해서 오직 한 <술망나니>의 <핵>을 갖고 싶어하는 간절한 욕망이, 진정으로 나라와 민족을 위한 우국충정으로 보여지기 위해서, 한국인들에게 가장 민감한 문제들중의 하나인 일본과의 관계를, 목록을 작성하듯 열거해가며 가장 저열하고 말초적인 방식으로 기둥 줄거리에 끼워 맞추는 것 뿐이다."
정씨는 주인공의 이런 위험한 갈망이, 순수한 마음으로 이 소설을 읽는 독자들을 위험한 판단오류속으로 몰아넣었다고 주장하면서 "소유라고 하는 인간행동의 가장 보편적이고 또 가장 폭력적인 속성에 의해 쓰여진 소설"이라고 통렬히 비판했다.
경향일보 1993. 11. 09
평론가 유보선씨는 “무궁화꽃-은 어렵게 발견한 외부의 적에 대해 영웅과 권선징악적 요소를 도입해 통속적으로 해소하는 발상에서 각각 문제제기 수준 이상이 아니다” 면서 미국의 패권주의와 일본의 제국주의를 주목함으로써 우리소설의 좁은 시각을 반성케한다고 평가했다.
때문에 본지의 분석도 제한을 가질 수 밖에 없었고, 대체역사기법의 활용 외적인 요소들에 대해선 뒤에 따르는 한국 SF영화의 특징과 함께 본지 나름의 의견을 제시하도록 하겠다.
2. 한국의 SF영화
한국의 SF는 도입기부터 동화의 색깔이 강했다. ‘공상’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게 된 것도 이 이유라고 추정하는데, 이 때문에 SF영화도 아동용이라는 인식하에 제작되어왔다. 관련 자료가 부족하여 쉽게 추정하기 어려우나 1950년 ‘투명인의 최후’라는 멜로SF영화 이후 1967년 ‘대괴수 용가리’를 비롯한 대부분은 아동을 겨냥한 작품들이었다. 1980년대에는 일본의 영향을 받아 우레매, 슈퍼홍길동 등 아동용 SF 작품들만이 명맥을 이어왔으며 이러한 인식은 사실상 2007년 ‘괴물’이 엄청난 성공을 거두기 전까지 계속 되었다.
위에서 언급한 두가지 소설 역시 소설의 성공에 힘입어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SF로 분류되지는 않으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는 1996년 상반기 당시 15만 관객을 동원하며 관객동원률 4위에 랭크될 정도로 흥행했다. ‘비명을 찾아서’ 역시 2001년 상당한 투자금과 일본과의 합동 제작등으로 큰 화제가 되며 흥행에 성공하게 된다.
한국 SF의 실패 원인 : 네러티브의 부재
내러티브는 어떤 장르를 불문하고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나 외국의 화려한 효과에 길들여진 관객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우리나라의 감독들은 이 대신 특수효과에만 관심을 두었다. 그리고 이것은 오히려 관객으로 하여금 영화에 몰입할 기회를 주지 않는 요소로만 작용하였다. 영화는 상대적으로 헐리웃에 뒤지는 기술력이 문제가 될 수 있으나 에니메이션은 다르다. 기술적인 요소가 흥행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결과는 2003년 원더풀데이즈라는 작품을 통해 드러난다. 이 영화는 막대한 투자비와 긴 제작기간을 통해 많은 주목을 받았던 작품이다. 항상 일본의 애니메이션에 비해 떨어지는 질의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많은 이들은 기대했다. 그러나 관객은 이를 외면했다.
서사구조에 있어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청자가 몰입하고 캐릭터에 이입하는 것이다. 이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내러티브는 성공적으로 전달될 수 없다. 작품의 주인공인 J와 수하의 지나치게 우연적인 재회, 그리고 그녀를 위해 델로스를 파괴한다는 설정은 관객들로 하여금 몰입할만큼의 개연성을 주지 못한다. 비슷한 시기의 예스터데이와 네츄럴시티도 비슷한 이유로 관객들에 외면당했다. 이 작품들은 스토리와 캐릭터간의 개연성이 드러나지 않아 주제와 캐릭터 모두에 인식하지 못한 대표적인 예이다. 짜임새 있는 스토리는 그 범위가 포괄적이고 방대해서 쉽게 분석하기 어려우나 이는 헐리우드의 성공한 SF영화를 살펴보면 그 중요성에 대해 쉽게 알 수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스타워즈를 들 수 있다. 이 영화는 조지루카스의 작품으로 방대한 세계관과 캐릭터와 주제간의 개연성, 사회적 맥락화의 성공으로 인해 아직도 많은 매니아층을 이루고 있는 작품이다. 감독은 이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 먼저 책을 썼다. 그 분량은 실제로는 9편까지였으나 다듬어지는 과정에서 6편으로 축약되었다고 한다. 당시 기술력의 한계로 인해 4,5,6편이 먼저 제작되었고 최근에 1,2,3편이 제작되었다. 이 영화는 우주라는 배경으로 아버지와 아들, 국가와 개인, 사랑과 싸움에 대해 전혀 이질감없이 서술하고 있으며 냉전시대에 대해 선과 악의 구도로 이분화 하여 묘사하고 있다. 여전히 제3자에 의해 많은 작품들이 출간되고 있으며 제작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기다리며 게임으로 이야기를 이어가기도 하였다. 최근 개봉된 혹성탈출 역시 1963년 프랑스 작가 피에르 불의 ‘La planegrave;te des singes’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그 외에도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SF영화는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이것은 SF에서 특수효과만이 주요한 요소가 아니라는 것을 반증한다.
이것은 외국의 사례들로만 국한하기 어렵다. 우리나라의 SF영화에서 대작으로 남을만한 2007년 영화 ‘괴물’이 그것이다. 이 영화는 112억, 순수 제작비는 그 반정도밖에 안되는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을 들인 작품이다. 영화 전반적으로 그렇다할 특수효과도 없고 배우에 사용한 비용도 크지 않다. 실질적으로 CG에 투입한 비용이 50억, 배우 캐스팅에 쓰인 비용은 10억여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은 이에 열광했다. 고질라나 킹콩의 10분의 1도 되지않은, 동시대에 1000여억원을 들였다는 용가리, D-war의 괴수에도 상대조차 되지 않는 괴물은 천만여 관객을 돌파하며 한국의 대표적인 SF영화로 자리잡았다. 사실 영화와 소설은 상당히 많은 차이를 가진다. 개인의 상상력에 맡기는 소설과 달리 영화는 모든 상상을 시간 안에 현실로 만들어야 하는 어려움을 지닌다. 반대로 소설은 영화의 표현력에 비해 지극히 제한된 글만으로 독자들에게 모든 것을 전달해야만 한다. 그러나 대중문학, 특히 SF라는 장르에서 이와같은 차이점만으로 구별을 두기엔 지나치게 편협적인 사고로 치우치기 마련이다. 물론 기술상의 문제는 있으나 이미 앞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그것이 해당 문학, 작품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것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괴물이라는 SF영화의 내러티브는 앞에서 설명한 영화, 소설로써 성공한 비명을찾아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와 유사한 범주에서 분석해 볼 필요가 있으며 이 시도는 SF문학의 현상과 발전을 위해 중요한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3. 한국 SF의 성공 요소 분석
1. 친숙한 배경
위 세가지 작품의 배경은 모두 쓰여진 현재 우리나라 중심부를 배경으로 한다. 비명을 찾아서의 배경은 다소 다르지만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을 역사적 사실에 ‘만약’을 가미함으로써 관객으로 하여금 어렵지 않게 내러티브 전체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SF 영화가 현실에 대한 반영을 낯설게 하기라는 미적 과정을 통해 대안사회 또는 대안의 정치적 삶을 구성하는 것이라 봤을 때, 이미 배경에서 이를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영화 괴물은 설정단계에서 의도적으로 우리와 가장 가까운 한강을 설정하였다고 한다. 이와 유사한 경우로는 2009년 해운대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세계적인 재난에 대한 두려움을 대한민국 부산으로 끌어와서 사람들에게 현실적인 공포감을 심어주었다. 이러한 방법은 낯설게 하기위해 낯설지 않은 배경을 제공한다. 킹콩이 헐리웃 영화의 가장 대표적인 예이며 1970년의 혹성탈출은 주인공이 폐허가 된 뉴욕의 지하철을 발견하며 낯설었던 배경이 사실은 내가 살고 있는 곳이라는 사실을 독자에게 던지고 더욱더 몰입하게 하는 장치가 된다.
2. 한국 사회의 역사 특수성을 감안한 주제 설정
이상사회의 구현도 마찬가지로 우리에게 와닿지 않으면 안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식민역사와 동족상잔의 아픔을 겪으면서 국민적으로 민족주의적 의식이 짙게 깔려있다고 볼 수 있는데 세 작품은 독자들의 그러한 감정을 잘 이용했다고 볼 수 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는 자칫 독재자로써의 이미지가 강할 수 있는 박정희 대통령을 민족으로 감싸 안고 주적이라고 믿어왔던 북한과 화해하면서 그를 이용하는 미국과 일본에게 강력한 군사력으로 경고하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그 연계성이나 해결 방법에 있어 지나치게 민족적이고 폭력적이어서 극에 몰입이 안된다는 비판도 굉장히 많았으나 수백만부가 팔렸다는 것은 수십 년간의 독재에서 막 벗어난 90년대 초반, 인민들이 어떤 세상을 바라왔는지 살펴볼 수 있는 사례이기도 하다. ‘비명을 찾아서‘는 아직도 사람들의 기억에서 치욕으로 남아있는 일제 식민지에 대해 굉장히 끔찍한 디스포비아를 제공하고 이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지금 우리의 삶을 이상적인 세상으로 묘사했다. 작품 전반적으로 흐르는 민족적, 애국적인 성격은 극이 끝나고 독자가 현실로 돌아왔을 때, 몰입한만큼 현실에 안도하는 효과를 줄 수 있다. 괴물은 사실 단순한 SF작품이라기엔 작품 개봉 이후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켰을 정도로 반미주의적 성격이 강했다. 당시 미국과의 외교, 미군의 범죄등으로 반미 감정이 심화되던 때, 감독은 괴물의 씨앗을 미군부대로 설정했다. 괴물에 대한 국가기관의 안이한 대처나 미군의 납득할 수 없는 태도를 통해서 관객은 현실에서 겪은 사실을 영화에 이입한다. 동시에 자연스레 캐릭터에 몰입하면서 작품에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3. 치밀한 내러티브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성공 요인이 있었겠지만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내러티브이다. 괴물은 소설이 원작은 아니지만 감독이 1987년 한강에서 괴물을 목격하고 영화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해왔다고 하니 얼마나 오랫동안 다듬어진 이야기인지 쉽게 추론해볼 수 있다. 2000년을 전후로 거의 유일하게 성공한 SF 영화는 로스트메모리즈이다. 원작의 느낌을 살리지 못한 작품으로 끊임없이 악평이 쏟아졌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도 흥행에 성공하였다. 오직 특수효과에만 신경을 쏟았던 다른 영화들과는 달리 검증된 소설을 이용한 영화이다. 2002년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은 100억대의 예산을 쏟아붓고 메시아, 가상현실이라는 당시로써는 참신했던 소재를 차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재앙으로까지 불릴 정도로 처참한 실패를 맛보았다. 많은 관객들은 그 원인을 지루한 이야기 전개로 들고 있다.
한국 SF 소설에 대하여
한국 SF문학의 역사는 매우 초라하다. 사실 그렇다할 흐름도 찾기 어렵다. 다행히 복거일로부터 듀나까지 일부 작가들이 그 명맥을 유지하여 왔을 뿐이다. 특히 듀나는 PC통신을 통해 인기를 얻은 영화평론가 겸 작가로써 그 실체에 대해서는 알려져 있지 않다. 그 외 일부 작가와 평론가들이 SF 소설에 관심을 갖고 발표하기도 했으나 크게 주목받지 못했으며 SF문학은 사실상 소수의 문화로만 인식되어 있다.
4. 한국 SF 문학의 문제점
한정된 소재 및 주제
위에서 한국 SF가 성공하기 위한 요건들을 알아보았다. 그러나 꼭 성공이 좋은 작품을 대변한다고 볼 수는 없다. 2003년 지구를 지켜라 라는 작품은 우주, 외계인을 소재로 한 특수한 SF였다. 그에 더해 외계인과 지구인을 노동자와 자본가에 비유하면서 이상사회에 대한 언급까지 표현하며 시대를 앞서간 작품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유치한 포스터를 비롯한 부족한 홍보와 아동용이라는 인식이 그 원인으로 지적되며 크게 실패했다. 아직까지 대중에게 있어 본격적인 SF는 성인이 접하기에는 유치하다는 것을 보여준 실 예라고 볼 수 있겠다. 이러한 인식하에 우리나라의 SF문학은 소재나 주제에 있어 지나치게 한정된 모습을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SF에서 드러나는 테크노포비아는 지난 개발시대의 개발에 꿈에 밀려 사실상 전혀 드러나지 않으며 결론도 항상 긍정적으로만 표출된다. 특히 민족주의적 성격은 성공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하였지만 되려 시간에 대한 상상이 현재에서 파생된 것으로 한정되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미국과 일본의 SF와 몇가지 특징에 맞춰 비교한 것은 다음 표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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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
일본 |
한국 |
테크놀로지에 대한 태도 |
긍정적 부정적 |
긍정적 - 아동용 부정적 - 성인용 (인간소외) |
긍정적-아동용,성인용 |
공간에 대한 상상 |
지구 밖 우주 공간 |
우주 공간 - 에니메이션, 아동용 영화 |
지구, 한국 |
시간에 대한 상상 |
과거/현재/미래 |
근미래 |
현재에서 파생된 과거설정/ 현재/ 현재에서 파생된 미래설정 |
타자에 대한 상상 |
O |
X |
X |
내러티브 |
테크놀로지의 선/악 사용 장르혼종 철학적 문제 |
테크놀로지 발달에 따른 철학적 문제 (소외, 고독) 재난 |
장르 혼종 멜로, 역사, 권선징악 |
문학적 인식
그러나 SF문학의 문제가 단순히 이것 뿐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듀나의 작품은 기존 한국 SF에서 벗어나고 있다. 외계인의 침략, 좀비 등 여러 가지 소재를 통해서 독자에게 어필하고 있다. 그럼에도 SF문학에 관한 학문적 연구는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평론가 복도훈씨를 비롯한 일부가 SF에 대해 그나마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을 뿐이다. SF라는 장르에 대한 편견도 문제다. 앞서 언급했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는 SF적 요소가 농후한 데도 불구하고 관련 연구는 없다시피 한다. 역사 왜곡이라는 학문적 비판에도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는 많은 역사소설에 비교되는 부분이다.
5. 결론 : 문학적 재인식
우리는 앞에서 한국 SF의 성공과 실패, 한계에 대해 영화와 더불어 살펴보았다. SF문학은 그 태생적 한계와 대중적 인식에 의해 발전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질적으로 아직 많이 뒤쳐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사실 이러한 문제는 결국 문학임에도 문학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방황하는 현실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SF문학을 통해 등단한 작가는 손에 꼽을 정도이다. 아직 대중문학의 연구 역사가 길지 않은 만큼, SF문학에 대한 연구도 계속 발전해나가길 바란다.
참고문헌
한금윤, 「과학소설의 환상성과 과학적 상상력」 ,『현대소설 연구』, 12권, 한국현대소설학회, 2000
이지용, 한국 대체역사소설의 서사 양상 연구 : 복거일의 『비명(碑銘)을 찾아서, 경성(京城), 쇼우와 62년』을 중심으로, 단국대학교 대학원, 2010
복거일,『비명(碑銘)을 찾아서, 경성(京城), 쇼우와 62년』, 문학과 지성사, 1987
김진명,『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해냄, 1993
복도훈. ‘창작과 비평 2008 여름호 ’ 한국의 SF, 장르의 발생과 정치적 무의식.
이의경 ‘한국 SF영화에 대한 고찰 : 2000년대 한국 SF영화를 중심으로’ 중앙대학교 첨단영상 대학원 2008
김종방 ‘한국 과학소설의 성립과정 연구’ 세종대학교 일반대학원, 2010
박창선 ‘90년대 이후 한국 SF영화의 경향성 연구 : 한국적 SF영화의 가능성을 중심으로’ 동국대학교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