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후기
잘 익은 치자를 으깨어 덧칠을 한다 한들, 그 처럼 맑고 아름다울수가 있을까?
오란색은 더 노랗고 빨간 단풍은 더욱 빨갛게...
눈부신 가을 햇살.
투광되는 단풍터널을 걸으면 한없이 행복해 마지 않았다.
만산 홍엽
온 금정산 자락을 단청으로 물들인것도 모자라 길과 길을 이어놓은 갈색 낙엽을 밟으며
아름다움을 볼수 있는 눈을 주신것에 감사하였고...
따스함을 느낄수 있는 마음을 주신것에 감사를 하였고...
건강한 몸을 주신것에 감사를 하였고...
넉넉한 시간을 허락하심에 또한 감사를 하였다.
산행을 앞두고 몇일 전 부터 슬레임이 남달랐는데, 아마 금정산이라서 그랬을 것이다.
만만하기가 내 친구보다도 더 만만한 산으로 봄 여름 가을 겨울...
언제 보아도 편안하고 빼어난 아름다운을 자랑하는 부산을 대표하는 명산이다.
집결지를 두고 설왕설래 의견이 분분하였는데, 온천장 입구면 어떻고 금강공원 입구면 또 어떻랴~
어차피 길은 하나 뿐...
고초는 언제나 나이드신 선배님들이 먼저와 후배를 맞이하는 아름다운 전통이 있다.
오늘도 역시 선배님들이 먼저 오시어 후배들을 토닥그리며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인원파악을 마치고, 이어서 즐거운 산행, 아름다운 산행이 되길 바란다는 김차현 회장님의 인사를 끝으로 케이블카 승강장을 향해 이동을 하였다.
얼마만에 타 보는 케이블카인지 모른다.
중국의 황산, 장가계... 일본의 북알프스와는 비교할수 없으나 가슴 한켠에 저리한 느낌은 여전하였다.
승강장에서 차츰 멀이지면 질수록 단풍의 濃농은 더해져 운치도 더 하였으나 무엇보다도 시린 바다를 보지 못한것이 유감천만이였다.
어디서들 왔는지 금정산은 벌써부터 인산인해였다.
금정산은 부산과 경남을 끼고있는 도심지의 명산으로써 언제나 마음만 먹으면, 다녀올수 있는 나즈막한 산이다.
또, 등산로가 넓게 분포되어 있어 다방면에서 산을 오를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작용한다.
산행은 순조로웠다.
무엇보다도 길이 잘 정돈이 되어 있어 남여노소 누구나 오를수 있을 뿐만아니라 방부목으로 옹색한 길을 잘 다듬어 놓아 필요이상으로 편안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파란 하늘...
끝없는 억새밭...
페라글라이딩 두어개가 아까부터 이리저리 떠 다니며 가을을 희롱한다.
단풍이 비켜서면 억새풀이 펼쳐지고 그 억새밭을 지나면 또, 단풍 터널이 전개되고...
화왕산의 억새나 사자평의 억새를 견줄봐는 아니지만 금정산의 억새도 한 소식한다면 하는 편이다.
비록 잎은 말라 비틀어져도 하얀 꽃대는 메밀꽃을 연상하듯 잔물결을 치며 나부끼고 있었다.
사람의 재주로는 저렇듯 고운 자태와 아름다운 색깔을 낼수가 없으리라 여기며 자연의 고마움에 찬사를 보냈다.
때를 맞이하여...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였으나, 구석 구석 빤한 곳이 없다.
한참을 서성이다가...
하는수 없이 쪽(?)수로 밀어붙여...
점심 잘 먹고 나란히 잘 쉬고 있는 집주인(법 없이도 살수 있는...)을 쫒아내고 샛길마져 배낭을 쌓아 바리케이트를 치고는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였다.
그럼에도 불평 한마디 없이 점심 잘드시라면 자리를 양보해주는 부부를 보내고 우리는 전을 펼쳤다.
언제나 그렇듯이 산행에서의 점심은 화려한 출장 뷔페이다.
찰밥, 오곡밥, 김밥, 그냥 밥...
소주, 맥주, 과일주, 막걸리, 기타 등등...
지난 밤.
제사는 최봉옥 선배가 지냈다는데, 떡은 최재조 선배님 배낭에서 나오고, 빈 배낭만 둘러메고 수저만 달랑 들고 온 사람이 두셋은 되었음직한데, 밥과 반찬은 오히려 남아 돌았다.
물고기 세마리와 보리떡 다섯개로 삼천명을 먹이고도 일곱 광주리가 남았다는 예수님의 기적이 내 눈앞에서 일어났으니...
목탁은 내가 치고 , 염불은 지나가는 객이 하듯이 일사천리로 물흐르듯이 매사가 척척이였다.
이윽코...
술잔이 이집 저집 담장을 몇번 넘나들고...
반찬 뚜껑이 어지럽게 몇번을 오고 갈 즈음...
모두들 긴장의 끈을 풀어놓고 웃고 떠들며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옛날을 이야기한다.
거짓말 좀 보태면 배드리 장날이였다.
단풍은 금정산에만 드는게 아니였다.
단풍놀이 온 사람들이 오히려 촉촉히 단풍으로 물들고 있었다.
입가심으로 과일과 커피까지 바닥을 내고는 무거운 엉덩이를 털며 일어났지만 발걸음은 무겁다.
어깨는 가벼운반면, 배낭속의 짐들을 잠시 다른 장소로 옮겨 놓은 까닭에 힘든게 기정사실일터-
단체 사진 몇 컷을 기념으로 남기고 다시금 하산을 위한 산행을 서둘렀다.
언제나, 길은 또다른 길로 연결되고, 단풍은 가도 가도 붉은 감빛이다.
잠시~ 범어사를 오른쪽으로 끼고 오솔길로 살짝 꺾어 본격적인 샛노란 단풍길로 접어들었다.
꺼뻑 넘어 갈듯이 여기저기서 탄성이 자아 진다.
내가 보아도 미치고 팔딱 뛸 정도인데 감수성 예민한 여인네들이야 오죽하랴~
오늘의 오잘공으로 한마디로 예술이였다.
내 마음을 뒤 흔들어 놓은 죄...
내 눈을 흐트려놓은 죄...
내 귀중한 시간을 빼았은 죄...
마땅히 그 죄를 물어 물고를 내야겠지만
산도 죄가 없다 하고...
세월도 죄가 없다 하고...
단풍도 죄가 없다고 발뺌을 하니, 마땅히 물을 곳도 없다.
하산주는 악양 막걸리로 시작을 하였다.
매운 소풀찌짐이랑 막걸리........... 위하여
해물 파전이랑 막걸리.................. 위하여
묵은지 생두부김치랑 막걸리....... 위하여
오늘 산행에 박필연 선배랑 김차현 회장님께서 금일봉을 희사하셨음에도 고초 8회로 전학을 오신 사모님께서 성에 차지 않으셨던지 적잖은 금액의 하산주까지 해결사 노릇을 해주셔서, 염치불구하고 우리 모두는 모처럼 정말 맛있는 음식을 먹을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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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저렇게...
우째 저째...
또 하루를 보냈습니다.
오늘 금정산 산행에 후배들고 함께 길동무 해주신 선배님들께 다시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첫댓글 우와~~ 이런 문필가 따로 있었네... 쎤하게 보인다..
세발 네발... 하동 어느 한 귀퉁이 쯤에 있는 초등학교 동문 산행을 그저 생각나는대로 적어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