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 기상요소
훌륭한 등산가는 악천후를 두려워 하지 않는다. 악천후는 우리에게 용기와 개척정신을 주며, 시련에 견디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야영중 비가 오고 일기가 나빠지면 웃음과 용기를 잃고 실의에 사로잡혀 편안한 집을 생각하기 쉽다. 그럴때는 오히려 미소와 노래로 서로를 격려하고 악천후를 극복해야 하겠다.
젊은 시절의 이러한 경험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으며 자신의 내적성장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다.
1. 기 압
공기가 내리누르는 힘을 말한다. 공기도 무게가 있다. 지구가 공기를 잡아 당기기 때문에 지표부근에서는 그 공기가 많이 몰려 있고 높은 곳에 올라갈수록 공기가 희박해 진다. 보통 지상의 기압은 1기압(=1013mb) 내외이며 그 기압은 1500m 정도 높이에서는 85%정도, 3000m정도에서는 70%정도로 줄어들며, 9000m 정도에서는 해발 0m의 공기에 비해 3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공기중 산소의 양도 비슷한 비율로 줄어들기 때문에 8000m급 봉우리에서는 산소의 양이 평지의 3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기압은 100m 올라갈 때마다 1.2mb가 낮아 진다. 이 낮은 기압때문에 두통, 권태감이 오기도 한다. 물이 100°C이하에서 끓어 밥이 설게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고도계는 이렇게 기압이 고도에 따라 줄어드는 것을 이용해 만든 것이다.
2. 고기압, 저기압
주위보다 기압이 높으면 고기압, 반대로 주위보다 기압이 낮으면 저기압이라고 한다. 주위보다 기압이 높은 지역을 고압부(기압능,ridge)라고 한다. 반대로 주위보다 기압이 낮은 지역을 저압부(또는 기압골)라고 한다.
북반구 고기압지역에서는 주위의 기압이 낮은 곳으로 바람이 불어 간다. 그러나 지구는 항상 돌고 있기 때문에 시계방향으로 약간 돌면서 불어간다. 반대로 저기압 주위를 보면 바람이 불어들어 오며 그 방향은 반시계방향이다.
대개 고기압지역에서는 공기가 하강하기 때문에 있던 구름도 없어져 버릴 정도로 날씨가 좋다. 반면에 흐리거나 눈,비가 오는 날은 저기압지역에 많다. 대개 능선에는 물이 별로 없고 골짜기에는 물이 많아 계곡을 이루고 폭포를 만든다. 그러나 능선에도 샘이 있듯이 고기압지역에서도 간혹 비가 내릴수 있다. 마찬가지로 날이 가물면 계곡도 마르듯 기압골이 지나간다 해도 하늘에 구름만 잠시 끼었다가 다시 개어버릴 경우도 많다.
등고선 간격이 클수록 고도차, 다시말해 경사가 완만하듯 등압선간격이 크면 기압차가 적다. 경사가 급한 곳을 내려오다 보면 속도가 빨라 지듯이 등압선 간격이 작은 곳에서는 고기압에서 저기압으로 내려오는 공기, 즉 바람이 빨라 진다. 산에서 길을 찾기 위해 지도를 보듯이 일기도를 보면 날씨를 찾아 낼 수 있다.
3. 기 온
공기의 온도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잔디밭위에 세워진 백엽상안에 있는 온도계로 측정한다. 그 온도계는 잔디밭에서 1.5m 높이에 있다. 햇빛을 받으면 따뜻하다. 그러나 공기가 바로 햇볕을 받아 가열되는 것이 아니고 땅이 먼저 가열된 후 그 땅의 열기가 공기로 전해지는 것이다. 따라서 기온이 떨어지는 정도를 기온감율이라고 하는데, 100m 올라갈 때마다 평균 0.65°C정도 기온이 떨어진다. 찬 공기는 무겁고 상대적으로 따뜻한 공기는 가볍다. 이러한 이유로 대기는 매우 불안정한 모습을 하고 있어 여러가지 기상현상을 일으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8.2 바 람
공기의 움직임을 말한다. 지구에는 육지와 바다가 있다. 그 육지에는 산이 있고 들이 있다. 만년설이 있는가 하면 사막이 있다. 이렇게 지구표면은 그 상태가 서로 다르다. 또 적도지방은 극지방에 비해 1년중 태양이 머리위에서 내리쬐는 시간이 많다. 이렇게 태양이 지구를 덥히는데도 큰 차이가 있어 지구표면이 일정하게 같이 따뜻해 지지 않는다.
가벼운 공기는 위로 올라 간다. 그러면 그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주위의 공기가 밀려 들어온다. 이러한 공기의 이동이 우리에게는 바람으로 느껴진다. 높이 오를수록 평지보다 기압이 낮고 장애물이 없어 바람이 세어진다. 심한 바람은 때로 눈,비,벼락을 동반하여 등산에 위험을 가져온다. 낮에는 계곡에서 산위로, 밤에는 산위에서 계곡으로 부는 산곡풍과 습한바람이 산을 넘어 덥고 건조한 바람으로 변하는 휀바람(Fohn)이 있다.
(1) 편서풍
적도지방에서 가열된 공기는 위로 올라간다. 위로 올라간 공기는 그 열기가 식어 적도 30도 부근에서 하강한다. 다시 지표까지 내려온 공기는 이 30도 부근에서 아래 위로 갈라져 일부는 적도를 향해 남으로, 일부는 북쪽으로 흘러간다. 그러나 지구는 끊임없이 돌고 있기 때문에 그 영향으로 바람이 오른쪽으로 약간 치우쳐(偏) 불게 된다. 위도 30-45도 정도에 걸쳐 있는 우리나라는 이러한 바람의 영향을 받으며 이런 지역을 편서풍지역이라고 한다.
(2) 해륙풍
낮에는 육지가 바다보다 빨리 더우지기 때문에 육지의 공기가 상승하면 바다의 공기가 밀려온다. 이렇게 낮에는 바닷바람이 분다. 반대로 밤에는 육지의 공기가 빨리 식어지고 상대적으로 바다의 공기가 더 따뜻하다. 그래서 밤에는 육지에서 바다로 바람이 불어 간다. 이를 해륙풍이라 한다.
(3) 산곡풍
산의 경사면에서도 같은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낮에는 골짜기에 비해 산꼭데기부근의 공기가 빨리 더워지기 때문에 산정부근의 공기가 상승한다. 이를 메우기 위해 골짜기 위의 공기가 산으로 움직인다. 낮에는 이렇게 골바람이 분다. 거꾸로 밤에는 산정부근의 공기가 빨리 식어 침강하면서 바람이 아래로 내려 불게 된다. 밤에는 이렇게 산바람이 분다. 야영을 할 때에는 이를 고려해서 차가운 산바람이 불어 내려오는 쪽으로 머리를 두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8.3 구름, 눈, 비
지표부근의 공기가 더워지면 위로 올라 간다. 그러나 위로 올라갈 수록 기온이 낮아지기 때문에 그 안의 수증기는 얼어 작은 물방울이나 얼음알갱이가 된다. 이렇게 수증기가 얼어있는 것이 우리 눈에 보이는 구름이다. 이러한 구름이 땅에 내려오거나 산에 걸리면 그 곳에 있는 사람은 이를 안개로 느낀다. 실제로 안개라 함은 땅에 붙어 있는 구름을 말한다. 산에서는 이를 보통 개스라고 한다.
피어오르는 구름밑에서는 공기가 계속 상승하고 있기 때문에 그 힘(부력)에 밀려 구름안의 물방울, 또는 얼음알갱이도 위로 치받쳐 올라간다. 그렇게 올라가다 주위의 것들과 부딪히면서 서로 엉켜 붙는다. 그렇게 해서 덩치가 커지다 보면 무거워지고 자연 땅으로 떨어지게 된다. 이렇게 얼음알갱이들이 떨어지는 것을 우리는 눈이라고 한다. 기상의 기온이 따뜻하면 눈으로 녹아 비로 떨어지게 된다. 해발고도가 3000m이상 되는 곳에서는 그런 눈이 천년만년 녹지 않고 계속 쌓여 만년설을 이룬다.
산에서는 평지보다 기후변화가 매우 심하다. 맑은 날에 비가 갑자기 내리기 일쑤다. 산에서의 비는 평지보다 빨리 내리고 늦게 개이기 때문에 강수량이 많아 갑자기 계곡물이 불어 난다. 물만 흐르는 것이 아니라 돌도 같이 굴러 흐르기 때문에 위험하다. 산에서 갑자기 불어난 계곡물은 쉽게 줄어드는 특징이 있다.
8.4 천둥과 번개
구름아래에서 공기가 아주 강력하게 상승할 경우에 구름이 피어 오르는 속도가 아주 빠르다. 이렇게 피어오르는 뭉개구름에서는 천둥번개가 칠 확률이 크다. 구름의 바닥부분은 (-)전기를 땅은 (+)전기를 띠고 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구름 아래쪽의 (-)전기가 땅으로 뻗어 내려오기 시작한다. 그냥 내려오는 것이 아니고 길을 찾아 구불구불 선을 그리며 내려온다. 그 가지가 지상가까이로 내려오면 지상에서도 그를 마중나간다. 이렇게 하늘과 땅을 잇는 통로가 만들어 진다. 이 통로를 따라 검푸른 하늘에 벌겋게 빛줄기가 선다. 번개이다.
이 빛줄기에는 1-3백만 볼트의 전류가 흐른다. 이렇게 강한 전류가 흐르는 곳의 온도는 약 3만도 정도이며 기압은 약 100기압정도이다. 이렇게 뜨겁고 강한 빛의 통로가 순간적으로 폭발하며 지축을 울리는 굉음을 낸다. 이 천둥의 소리는 빛보다 느리기 때문에 번개가 친 잠시후에야 천둥소리가 들린다.
천둥번개는 구름속에서 또는 구름과 구름사이에서 일어나기도 하고 위와 같이 구름과 땅사이의 작용으로 일어나는 경우를 낙뢰(벼락)라 한다. 이러한 천둥번개는대개 거대하고 시커먼 뭉개구름이 있을 때 친다. 벼락은 쇠붙이, 큰 나무, 높은 벼랑등에 떨어지는 것이 통례이다. 천둥소리가 가까이에서 들리기 시작하면 금속성장비를 멀리하고 자세를 낮추어 가능한 움푹 파진 곳이나 동굴속으로 몸을 숨기는 것이 안전하다.
8.5 장마와 태풍
1.장 마
여름철 오호츠크해에 있던 차고 습한 공기덩어리와 북태평양에 근원을 둔 따뜻하고 습한 공기덩어리가 버티고 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두 고기압 덩어리 사이에 있는 작은 골짜기처럼 생긴 기압골로 두 공기덩어리의 힘이 거의 비슷하게 맞물려 있다. 이렇게 서로 맞물려 있는 선을 장마전선이라 하며 그 선을 따라 하늘을 쥐어짜듯 많은 비가 오랜기간 걸쳐서 내린다.
장마기간에 산행을 하려면 몸과 각종 장비가 비에 젖지 않도록 미리 필요한 준비를 하여야 한다. 비가 오지 않더라도 산에는 개스가 끼어 있을 확률이크므로 길을 찾거나 지도읽기가 어려워 진다. 또한 물이 불어 급류가 된 계곡을 건널 수 없게 만든다. 이 장마가 끝나면 폭염의 태양이 이글대는 삼복더위가 이어진다.
2. 태 풍
뜨거운 적도지방 바다위에서 수증기가 증발하면서 내는 열을 에너지원으로 해서 생기는 열대성 저기압이다. 일기도상에는 둥근 모양으로 나타나며 실제모양은 소용돌이를 이루고 있다. 열대성 저기압중에서 중심 최대풍속이 초속 17m 이상인 것을 태풍이라 부른다. 바람과 구름의 소용돌이가 더 이상 안으로 불어들 수 없는 태풍중심은 바람과 구름이 없이 맑은데, 이것을 태풍의 눈이라고 한다.
열대지방에서 발생한 태풍은 점점 발달하면서 북서진을 한다. 그러다가 편서풍대에 들어서면서 부터 그 진로가 북동으로 바뀐다. 대개 우리나라에는 여름과 가을철에 많이 찾아 오며 실제 우리나라에 큰 피해를 주는 것은 1년에 평균 2-3개 정도이다. 장마와는 달리 짧은 기간에 많은 비와 강한 바람을 동반하기 때문에 태풍이 지날때의 산행은 매우 위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