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참 좋다.
우거진 숲길을 걸으면 문명의 소리는 들리지 않고
새소리 바람소리 물소리 그저 자연의 소리뿐이다.
언제부터인가 주말이면 산을 찾았다.
그렇게 산을 벗 삼은지 몇 해가 지나고 몇몇 산우들과 백두대간을 뛰기로 했다.
뒷동산을 가는 것이고
이름 있는 산은 오르는 것이고
대간길은 뛴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대간길이 험난한 여정임을 말해주는 것이리라...
2년전 2007년 10월 둘째주
경상남도 산청군 지리산 천왕봉을 출발하여 강원도 고성군 진부령까지 720Km 1800리의 대장정이 시작되었다..
첫 산행을 마치고 벅찬 가슴으로
졸작을 지어 산행후기에 올려놓았다..
백두대간에서
산은 변함이 없는데
오만과 편견에 찌든 나는
가엾은 웃음으로 정상에 서 있습니다.
1등
최첨단
세계최초
사상최고 ~~
눈뜨면 들리는 구호들..
백두대간에서 두 손을 모읍니다.
오로지 자연의 섭리로 살게 하고
오로지 내 속에 내가 아닌 나를 버리게 하소서.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건 당연 한 것
내가 태어날 때 무엇을 가지고 왔기에
그토록 소유를 원하는가..
백두길 천팔백리
걸음걸음 디딘 흔적들이
내 평생 잊지 못 할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으리...
십리걸음 설은 마음 벗어놓고
백리걸음 가엾은 웃음 벗고 나면
마지막 천팔백리 내 마음 온전히 그대 산을 닮고 싶소...
천팔백리 다하는 날
내 마음 산이 되어 대원들 얼싸안고
떠도는 구름을 벗 삼아 행복한 웃음 지을 수 있으리..
이후 순조롭게 백두대간은 진행이 되었다.
전체 45구간중 39구간을 무사히 마치고
40번째(5/23) 오대산구간 진고개에서 구룡령(21Km,11시간) 산행을 하던중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산행시점 7Km지점부터 왼쪽무릎이 말을 듣지 않는다.
내리막길에서의 통증이란~~
도저히 움직일 수조차 없다.
무릎의 통증으로 좀 채로 구부릴 수가 없이 뻗정다리가 된 것이다.
내리막길에서 옆으로 게걸음을 걷다가 뒤로 걷기를 반복하여 이를 악물고 종산을 하였지만
이미 다른 대원들은 하산하고 2시간동안 나를 기다리고 있다.
아! 이제 산행은 그만 두어야 한단 말인가.
이제 백두대간 종착지를 향해 가는데 어쩌란 말인가
이대로 주저앉아야 하는 건가..
온간 회의와 절망으로 눈시울이 붉어진다.
그러나 일요일을 쉬고 월요일이 되니 통증은 많이 가셨다.
산에서 느꼈던 통증에 비교하면 아니 이게 뭐밍?
장거리 산행에서 오는 특이한 증상인가.
다시 토요일(6/6) 속리산을 찾았다.
백두대간은 격주로 뛰기 때문에 이번구간은 몸 풀기로 간 것이다.
갈령~형제봉~천왕봉~문장대구간 14Km
대간길에 비교하면 그래도 수월하지 않겠나 생각했는데..
아뿔사 3~4Km정도에서부터 나타나는 또 그 증상....
왼쪽 오금쟁이가 땡기고 바깥쪽 무릎이 아프고 구부릴 수가 없이 안쪽무릎이 삐끗삐긋거리는 증상 어쩐다..
또 뻗정다리로 평소보다 2시간정도 늦은 7시간을 산행을 간신히 마쳤다.
청주에 도착하여
바로 친구인 벧엘한의원 원장에게 전화를 했다.
"친구야 나 좀 살려다오. 나 백두대간을 마칠 수 있도록 나 좀 도와 주게나."
월요일(6/8)에 한의원을 찾았다.
평소 약한 허리 탓에 자주 신세를 지던 터라 내 체질을 잘 알고 있던 친구는
백두대간은 마쳐야 하지 않겠냐며 한 4일정도 치료를 해 보잔다.
너무 아픈 나는 4일정도 치료로 될까하는 의심도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평소 허리통증을 호소할 때마다 정성스런 치료로 낫게 해준 친구이기에 의심은 나의 부끄러움이 되고 말았다.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3일간 침을 맞고
목요일과 금요일 이틀간은 침을 맞은 후에 약침을 놓아준다.
다시 토요일(6/13) 새벽 5시 백두대간 출발이다.
이번 구간은 1박2일 구간 20시간 47Km 아무래도 내가 미쳤다.
실은 첫날 산행을 마치고 무릎이 아프면 다음날은 가지 않겠다는 생각이었다.
첫날 산행은 22Km 9시간 산행이다.
무릎이 몹시 신경이 쓰인다. 간헐적인 통증은 있었지만
이번의 통증은 지난번에 느꼈던 것 하고는 양상이 다르다.
'아~~ 이제 괜찮은 건가.'
너무도 아팠던 기억에 무릎을 최대한 조심하면서
첫 날의 산행을 무사히 마칠수 있었다
신나는 일이다. 참 감사한 일이다.
이렇게 신기할 수가 있단 말인가.
다음날(6/14) 새벽4시 기상
예정 된 한계령에서 조침령까지 10시간 25Km 산행을 시작한다.
밤새 내리던 비는 그치고 풀과 나무들은 물을 흠뻑 적시고 있다.
전날보다 더 개운한 무릎이다.
지난번 같이 갔던 대원들이 모두 한마디씩 한다.
어떻게 된 일이냐고..
산길을 걸으며
지난 5일간 정성스레 치료를 해준 친구 원장이 생각이 난다.
참으로 고맙고 감사하다.
이산을 내려가면 제일 먼저 완주를 알려야겠다.
"나 완주했다네..20시간47Km 정말 고맙네."
나는 참 행운아다.
나와 가까이 이런 명의가 있으니
아니 이것은 나만의 행운이 아니다
명의를 가까이에 둔 시민들 국민들이 함께 행복한 것이 아닐까.
또 이렇게 명의가 되기까지의 인명을 중히 여기는 친구의 노력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친구 원장님 고맙습니다. 꾸벅....."
2009.06.16. 조일희
첫댓글 사진방에 표정관리 안되는 사진 있습니다. ㅎㅎ
먼저 축하드립니다.매주 산행을 하시면서 시인이 되셨네요.이글을 읽으면서 호연지기가 생각나네요.부럽구요,건강관리 잘 하시고 행복하시길....
백두대간을 타시는 동안 정말 시인 되신것 같네요.. 글이 마치 옆에서 산길을 같이 따라 걷는듯 생동감 있게 느껴집니다. 고통과 인내속에서 무사히 안아프시고 내려오신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최대한 무리하지 마시고 앞으로의 산행도 항상 건강히 잘 마치실수 있기를 기도드립니다.
흐리멍텅 충청도에 없어서는 아니될 Pancreotonia님! 참 다행입니다. 지난 수년간 산에 미쳤던(?) 결과(?)일 수도 있는데, 앞으로 잘 관리하셔야 합니다. 백두대간 마치는대로...이제 미쳐야할 것은...하늘과 땅과 바다와 그 가운데 있는 모든 것을 지으시고 홀로 주관하시는 천지의 대주재이신 創造主 하나님께 그대의 모든 熱心을 쏟고 集中하시기를 간곡히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산행 무사히 마치셨다는 말에 제가 더욱 기뻤어요. 저도 산을 좋아하는지라 참으로 걱정이 되었거든요. 앞으로도 더욱 건강한 몸으로 자연과 벗삼아 행복한 시간들 보네세요.
감사합니다. 방문때마다 밝은 미소가 보기 좋아요...
엊그제 백두대간을 다 마치고 보내주신 문자를 보면서 얼마나 감사했는지요?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백두대간 완주 소감을 올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