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차.140624.화.동호해변-모래미해변
밤새 엄청 비가 내리더니 6시경 그친다. 멀리 바닷가 동네 주민들이 조개잡이 간다. 나도 따라가 등 넘어 한
수 배운 후 조개를 캔다. 갈쿠리가 없어
세탁소표 옷걸이로 대신 하지만 시원치 않다. 발로 손으로 대신하니
무리가 온다. 커다란 조개껍질을 주워 불과 10Cm 정도의 모래를 파니 조개가
나타난다. 하나 둘 캐다 보니
재미가 붙는다. 아주머니께
무슨 조개냐 물으니 시큰둥하게 백합이라며 외지 사람들이 작은 것 까지 캐간다
고 불만을 표시한다. 내
비록 생존이 걸린 문제이긴 하지만 마구잡이로 캐진 않는다. 공장표 햇반에 바다표
33조개국에 마누라표 밑반찬으로 잘 먹고 다니라는 아내의 주문에 따라 이침식사를 거하게 한다. 나현이를
통해 아침상을 사진으로 아내에게 보낸다. 동호해변을 떠나
구시포로 향하는 발걸음이 소협이가 보내준 운동
화 깔창 덕분에 걸음걸이가 한결 부드럽다. 집에선 온 몸이
쑤시고 하루 종일 피곤하더니 꾸준히 걸으니 아무
렇지도 않다. 길에 무신경의 고라니가 나타난다. 아름다운 파도소리에 나를 눈치채지 못했고 사진 찍으려는
사이 숲 속으로 사라진다. 승용차로 일터 가는 아주머니 넷이 차를 멈추고 '어디까지가소. 각시 읎소. 친구랑
다니제. 으메!'한다. 백제시대 불교 최초 도래지에 도착한다. 역사책에서도 국사책에서 배운 적이 없는 대단
한 유적지답게 잘 조성되어 있다.
굴비로 유명한 법성포에 도착한다. 우선 예쁘게 생긴 수협 아가씨에게 사진
을 부탁한다. 길가 아줌마 왈 '어디 피난가소?'
법성포 굴비 맛은 둘째치고 냄새조차 맡지 못하고 백수해안도
로를 따라 걷는다. 오로지 백수만이
걸어야만 보고 느낄 수 있는 아름답기 그지없는 길이 한도 없이 끝도 없
이 이어진다. 넋이 빠지고 혼이
달아난다. 아쉬움을 남긴 채 모래미해수욕장에 도착하지만 정비 정돈이 전혀
안된 미개척지다. 공용화장실은 물론 물을 사용할 수 있는 곳을 찾을 수가 없다. 마침
바닷가에 산책 나온 젊
은 친구를 만난다. 대화를 나누다 보니 광주 출신의 24년 대학 후배 윤X호, KT에서
명퇴비로 수 억원을 받은
98학번 이혼남이다. 내 또래의
아버지를 도와 무인텔 오픈 준비를 하면서 열흘째 혼자 있다고 한다. 동문 선
배를 만났으니 군기가 바짝
드는 모양이다. 홀로 먹기로 한 막걸리가 부족하여 추가로 후배가 사온 막걸리가
큰 통으로 두 통이다. 나야 좋긴 하지만 일기를 써야 하는데... 전화를 핑계로 그가 사라진다. 나도 바라던 터
라 주변을 정리하고 나의 작은 사랑방 안에서 모기들과 피의 전쟁을 마친 후 일기를 쓴다.
해안따라 두발로 김기인


















첫댓글 텐트와 배낭, 해변가 옛추억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나 또한 대리 만족하며 형님을 열렬히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