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질문은 어떻게 함께 자라는가?― AI 시대, 교실은 답을 찾는 곳이 아니라 생각을 키우는 곳이다
"AI는 이해하는가."
이 질문에서 시작한 연재는 이제 마지막 물음 앞에 서 있다.
우리는 어떻게 함께 이해하게 되는가.
생성형 AI는 점점 더 많은 답을 알고 있다. 질문에 답하고, 글을 쓰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은 날마다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교실은 AI와 답을 겨루는 곳이 아니다. 교실은 서로의 생각을 만나 새로운 이해를 만드는 공간이다.
지난 글에서 살펴본 것처럼, 율곡은 배움을 삶 속에서 실천하는 과정으로 보았고, 퇴계는 마음을 성찰하는 과정으로 이해했다. 두 사람의 길은 달랐지만, 공통점이 있다. 배움은 혼자 정보를 쌓는 일이 아니라, 사람을 변화시키는 과정이라는 점이다.
오늘날 교육학도 같은 방향을 말한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학생이 지식을 암기하는 데 머물지 않고, 질문하고 탐구하며 협력하는 학습자를 기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세계적으로도 OECD Learning Compass 2030은 학생이 스스로 방향을 설정하고, 타인과 협력하며,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학생 주도성(Student Agency)'을 미래교육의 핵심으로 제시한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교육 방법이 바뀌었다는 뜻이 아니다. 교육에 대한 생각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의미다. 과거의 교실은 정답을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공간이었다면, 오늘의 교실은 질문을 얼마나 깊게 만들 수 있는지를 함께 배우는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이 점에서 생성형 AI는 역설적으로 교육의 본질을 다시 일깨운다.
AI는 수많은 정보를 연결해 가장 가능성 높은 답을 제시할 수 있다. 그러나 교실에서 중요한 것은 그 답 자체가 아니다.
"왜 그렇게 생각했나요?"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친구의 생각을 들으니 무엇이 달라졌나요?"
이 질문들은 AI가 대신할 수 없는 교실의 풍경이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Project Zero의 'Thinking Routines'는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타인의 관점을 이해하며, 질문을 계속 발전시키도록 돕는다. 예를 들어 'See–Think–Wonder(보고–생각하고–궁금해하기)', 'Claim–Support–Question(주장–근거–질문)'과 같은 루틴은 정답을 찾는 활동이 아니라, 이해를 함께 만들어 가는 활동이다. 생각은 혼자 완성되지 않는다.
질문은 대화 속에서 깊어지고, 이해는 서로의 경험을 만날 때 넓어진다. 그래서 교사는 가장 많은 답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 가장 좋은 질문을 이어 가도록 돕는 사람이어야 한다. AI 시대에 교실은 더 이상 정보를 전달하는 장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학생들이 서로 질문을 나누고, 자신의 생각을 수정하며, 새로운 의미를 함께 만들어 가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돌이켜 보면, 율곡은 배움을 삶으로 이어지는 실천이라 했고, 퇴계는 마음을 닦는 성찰이라 했다. 오늘의 교육은 그 두 길 위에 또 하나의 길을 더한다.
배움은 함께 질문하는 과정이다.
AI는 앞으로도 더 많은 답을 제시할 것이다. 그러나 한 사람의 질문이 다른 사람의 생각을 흔들고, 그 대화 속에서 모두의 이해가 조금씩 자라나는 일은 여전히 교실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미래교육의 경쟁력은 더 똑똑한 AI를 만드는 데 있지 않다.
더 좋은 질문을 함께 키워 가는 교실을 만드는 데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AI와 경쟁하는 학생이 아니다. AI와 함께 살아가면서도 스스로 묻고, 함께 생각하고, 끝내 더 나은 세상을 상상할 수 있는 사람이다. 어쩌면 미래의 교실은 정답을 가장 많이 배우는 곳이 아니라, 질문이 한 사람의 생각에서 시작되어 모두의 이해로 자라는 곳이어야 한다.(추상의 경향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