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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영어 공교육으로 잡다
전에 제가 30세가 넘어서 뒤늦게 영어 공부를 시작할 때 가장 마음에 걸렸던 것이 바로 문법이었습니다. 영어공부를 하려니 학생 때 공부했던 문법을 다 잊어버려서 어떻게 해야 맞는 말인지, 어떤 것이 틀리는 것인지 자신도 없었고 엄두도 나지 않았습니다.
몇 년간의 영어공부 후에 미국에 와서 직장을 다니면서 약간은 영어에 자신이 생긴 후에 내린 결론은 영문법이란 것은 결국 문장이 구성되는 원리이며 문장이 구성되는 원리의 대부분은 따로 문법책을 가지고 문제 풀고 외우면서 터득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말을 하면서 (책을 읽기나 영화 대사 따라 하기, 혹은 원어민과 대화 등) 저절로 깨우치는 것이 빠르다는 것이었고 이런 내용은 제 이 전 글인 “영문법, 공부 할까, 말까” 에 반영되어 있습니다.
영어로 된 긴 문장을 쉽게 해석하기
하지만 영어로 된 뉴스나 영화를 보거나, 글을 읽을 때 초보자를 항상 괴롭히는 문제는 이 어순을 이해하지 못해서 문장이 조금만 길어지면 이해를 하다가 (혹은 해석을 마음 속으로 하다가) 놓쳐버린다는 것입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이런 문제로 고민이 많았는데 영어공부의 전혀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던 몇몇 영어공부 관련 서적을 읽으면서 서서히 고민이 해결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영어의 어순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데는 시간이 꽤 걸렸고 이 단계를 넘어서니까 문장이 아무리 길어도 문제가 되지 않았고 저 자신이 가끔은 쓸데없을 정도로 긴 문장을 사용하면서 말하는 것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서 도대체 영어의 문장을 어떻게 구성되는가를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다음은 오늘 자 뉴욕타임즈지에 실린 미국의 자동차 시장 동향에 관한 기사의 일부입니다.
글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고 그냥 쭉 읽어서 자연스럽게 해석이 되신 분은 이 글을 더 이상 읽지 않아도 됩니다. 제가 대강 해석을 해보겠습니다.
산업 분석가에 따르면, 약화되는 경제 때문에 은행들이 대출 기준을 강화하고 소비자들은 자동차 구입을 멀리하면서 10월은 자동차 회사들에게 9월만큼이나 비참한 달이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이정도 될 것 같습니다. 미국 신문을 읽다 보면 단어를 몰라서 단 몇 문장도 못 나아가겠다는 사람들이 많은데 알고 보면 단어가 문제가 아니고 문장 구조에 익숙하지 않은 원인이 더 큽니다. 사람은 누구나 글을 읽다가 문장 속에서 어느 정도의 짐작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서 그 단어나 숙어를 한번도 들어보지 않았어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에 100% 정확하게 해석을 하지 못하더라도 읽고 80%만 이해한다면 그렇게 많이 놓친 느낌이 들지는 않게 됩니다.
문장 5 형식의 비밀
우리가 학창 시절에 배웠던 문장의 형식을 좀 보겠습니다.
1형식
주어 + 동사
The accident happened.
2형식
주어 + 동사 + 보어
The girl was pretty.
3형식
주어 + 동사 + 목적어
I loved her.
4형식
주어 + 동사 + 간접 목적어 + 직접 목적어
I gave her the letter.
5형식
주어 + 동사 + 목적어 + 목적 보어
I made her angry.
목적 보어니 간접 목적어니 하는 용어를 듣는 순간 좌절감이 밀려오시는 분 많으실 것 같은데 이런 용어는 지금부터 필요 없습니다. 그냥 문장만 놓고 다시 보겠습니다.
The accident happened.
사고가 났다.
The girl was pretty.
소녀는 예뻤다.
I loved her.
나는 그녀를 사랑했다.
I gave her the letter.
나는 그녀에게 편지를 주었다.
I made her angry.
나는 그녀를 화나게 했다.
문장이 짧아서 그런지 독해에 별로 어려움이 없으셨을 줄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긴 문장이라도 이 다섯 가지 패턴은 벗어나지 않기에 선현들께서 문장 형식이란 것을 명명했을 줄로 압니다. 위의 문장을 차근차근 읽다 보면 이런 공통점이 발견됩니다. 이는 뒤의 단어는 항상 앞의 단어를 설명한다는 것입니다. 조금 풀어서 써봅니다.
2. 동사는 그 주어의 상태를 설명하고 주어 다음에 온다.
3. 동사를 보충하는 말이 동사 다음에 오고, 그 말을 보충하는 말이 그 다음에 오고, 그 동사를 보충하는 말을 보충하는 말을 보충하는 말이 그 다음에 오면서 문장이 무한히 길어진다.
위 세가지가 문장 구성의 원리입니다. 너무 간단해서 믿기지 않으시면 다시 위 문장을 보겠습니다.
The accident happened.
사고가 났다.
주어 다음에 주어의 상태를 설명하는 동사가 옵니다.
The girl was pretty.
소녀는 예뻤다.
주어 다음에 주어의 상태를 설명하는 was 라는 동사가 오고 그 뒤에 was라는 말을 보충하는 pretty라는 말이 왔습니다.
I loved her.
나는 그녀를 사랑했다.
주어 다음에 주어의 상태를 설명하는 love가 오고 그 다음에 love라는 말을 보충하는 her 가 왔습니다.
I gave her the letter.
나는 그녀에게 편지를 주었다.
나는 주었고, 누구에게 주었냐 면 그녀에게 주었고, 그녀가 뭘 손에 들고 있냐 면 편지가 있습니다. 사고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따라가게 됩니다. 우리말과는 어순이 사뭇 다르기에 우리 말로 번역하려면 앞뒤로 왔다 갔다 해야 하지만 그냥 그림을 그리듯이 내가 손을 내밀고, 그 앞에 여자가 있고, 그 녀가 손에 편지를 들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시면 쉽습니다.
I made her angry.
나는 그녀를 화나게 했다.
마찬가지 입니다. 내가 뭔가를 만들었는데 그게 바로 그녀고, 그녀의 상태가 화난 것입니다.
뒷 단어는 앞 단어를 설명한다.
어쩌면 말장난 같은데 이 원리를 이용해서 영작을 해보겠습니다.
"나는 부모님을 설득하느라 힘든 시간을 가졌다."
주어는 I 로 쉽습니다. 내가 뭘 어쨌습니까? 뭔가 가졌군요. 그 다음에는 had가 적당합니다. 근데 뭘 가졌나요? 보충해줄 말이 필요합니다. 힘든 시간은 a hard time이라고 하면 적당할 듯 합니다. 근데 힘든 시간 동안 무엇을 했길래요? 설득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persuade가 나와야 할 것 같습니다. 근데 누굴 설득했는지가 빠졌군요. My parents입니다. 이를 다시 나열해보겠습니다.
I had a hard time persuade my parents.
여기서 약간 어색한 부분이라면 동사 persuade가 나와서 어떻게 한 문장에 동사가 두 번인가 하는 문제인데 바른 표현은 persuading입니다. 그래서 아래와 같이 되어야 합니다.
I had a hard time persuading my parents.
이런 식으로 문장을 이해하는 것의 장점은 진짜 말을 할 때 거의 모든 의도하는 문장을 마음대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고, (문법적으로 완벽해지려면 시간이 걸리지만) 문장을 들을 때 자기가 예상하는 순서대로 말이 들어오기 때문에 이해가 잘 된다는 것입니다.
한 번 더 문장을 만들어볼까요.
"어머니는 내가 외국에서 공부하기를 원한다."
당연히 어머니가 먼저 오고, 그 다음에 어머니가 어떤 상태냐면 원한다는 것입니다. 뭘 원하냐면 내가 뭘 어쩌기를 원하시죠. 여기까지만 보면 my mother want me이렇게 되는군요. 그 다음은 내가 공부를 하는 것이고, 어디서 공부하냐면 외국이라고 했습니다. 여기까지 다 주욱 나열을 해보면
My mother want me study abroad.로 됩니다. 여기서 문장을 세련되게 만들기 위해서 다음과 같이 고쳐 줄 수 있습니다.
My mother wants me to study abroad.
My mother want me study abroad라는 거친 문장이 위의 바른 문장으로 다듬는 능력은 다시 말씀 드리지만 책도 읽고, 영화 대사도 외우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획득되게 됩니다. 하지만 이 정도의 아이디어만 있으면 문장을 만드는 것이 그다지 두려운 일이 아닙니다. 여기서 확장되는 것이 and, or, but, if 같은 접속사라든가 that, which 같은 관계대명사입니다. 이는 위에서 말씀 드린 세가지 법칙에 추가되는 네 번째 법칙이 될 텐데 이는 오늘 이야기의 범위를 벗어나므로 다음에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첫 문장으로 돌아가서 해석을 해보겠습니다.
주어가 october입니다. 10월이 어쨌냐 면 모양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무슨 모양이냐 면 비참한 한 달로 모양이 되고 있는데 얼마나 비참하냐면 진짜 많이 비참했던 9월 달 만큼이나 비참하다고 합니다. 여기까지가 한 문장입니다.
다음 문장은 lender로 시작합니다. 돈을 빌려주는 사람이니까 금융회사나 은행 정도로 해석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이 회사가 뭘 어쨌냐면 뭔가를 조이고 있답니다. 뭘 조이냐면 대출의 기준을 조인다고 했습니다. (financing은 금융을 하는 것이니까 대출을 해 준다고 의역했습니다.)
그 다음 문장은 many consumers입니다. 많은 소비자들이 어쨌나요. 점점 멀어지고 있습니다. 뭘로 부터냐면 (자동차 딜러쉽의) 전시장입니다. 그 이유는 약화되는 경제 때문이라고 붙어있습니다.
제가 중간에 뺀 말이 있는데 according to industry analysts 입니다. 업계 분석가에 따르면 그렇다는 것인데 이 말은 빼도 해석이 되고, 넣으면 이해가 더 도와지는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이런 쉬운 세 문장 정도가 as와 and로 이어지면서 초급자에게 해석 불가능한 (혹은 해석에 5분을 요하는 ^^) 문장으로 탈바꿈되었던 것입니다.
독해가 쉬워지는 어순의 이해
제가 이런 쉬운 법칙이 있으니 영어는 쉬운 것이다라고 단언하지는 않겠습니다. 여러분이 들어 보셨음직한 “이 한가지 법칙만 알면 영어는 해결된다”는 식의 광고도 알고 보면 호박을 잡아당기면 끊임없는 넝쿨이 딸려 나오는 것처럼 무수한 예외와 법칙이 새로운 법칙을 낳는 것이어서 좌절을 안겨주기가 십상이니까요. 하지만 영어 원어민들이 어떤 사고를 가지고 문장을 만들고 말하는지를 알면 이해하는 사람도 같은 순서를 기대하고 듣게 되고 이는 문장의 해석을 한결 쉽게 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이제 영어를 듣거나 읽을 때 뒤의 단어는 항상 앞의 단어를 설명한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그리고 오늘 당장 듣거나 읽는 영어 문장에 이 원칙을 대입해서 제가 맞는 말을 한 것인지 확인해보시면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이 법칙은 많은 영어교육자들이 이미 깨닫고 무수한 다른 이름을 붙여서 설파하고 있는 내용입니다만 처음 들어보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제가 사는 곳이 직원 아파트이기 때문에 월세가 조금 싼 대신 시설이 좀 열악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각 세대별로 뭔가 알릴 사항이 있으면 한국식으로 방송을 하거나, 아파트 입구의 게시판을 통해 알리기 보다는 엘리베이터 앞에 종이로 알리는 사항을 써서 그냥 테이프로 붙이는 고전적인 공지의 방법을 씁니다.
오늘 아침에 아파트를 나서다가 엘리베이터 앞에 공지사항이 하나 붙어있었습니다. 그냥 슬쩍 보고 지나갔는데 집에 돌아오니 아내가 무슨 공지사항이 있던데 읽어도 해석이 잘 안 된다고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더군요. 사진에 내용이 있지만 조금 사진이 덜 선명해서 제가 다시 옮겨 써 보겠습니다.
미리 말씀 드리는데 위 문장을 한번 죽 읽어서 매끄럽게 내용이 이해가 되시는 분들은 오늘 포스트를 읽으실 필요가 없습니다. 아마 평소에 들어보거나 쓰던 단어가 아니면 비록 쉬운 단어라 할지라도 해석이 안 되는 수가 있으므로 몇 가지 단어만 정리를 해보겠습니다.
문장해석을 요구하면서 단어 뜻을 알려드리는 이유는 오늘의 주제가 단어공부가 아니라 문장 구조를 이해하자는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제가 스스로도 단어는 아무리 간단해도 내가 모르면 모르는 단어이기 때문에 ‘뜻을 찾아보지 말고 뜻을 유추하도록 죽어라고 노력해라’라는 식의 주장을 믿지 않기 때문입니다. (제가 반드시 옳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다른 생각을 가졌다고 이해해 주세요.)
어쨌거나 단어를 이제 알았으니 이해가 잘 되십니까? 이해가 잘 되지 않으면 이 글을 읽을 자격(?)이 있으십니다. 지난 번에 영어문장의 독해와 청취 시에 중요한 단어부터 순서대로 전개되는 영어 문장의 특성에 대해 말씀 드리면서 다 설명하지 못한 내용이 오늘 설명할 구조적으로 조금 복잡한 문장에 대한 것입니다.
복합한 문장도 알고보면 간단한 문장의 복합체일뿐
제가 보기에는 문장은 크게 다음과 같은 세가지로 나누어지는데 각각의 예와 함께 소개 드려봅니다.
1. 그냥 단순한 문장
“Mother told me to study hard.”
2. 문장이 문장을 품은 문장
“Mother told me that I needed to study hard.”
3. 문장과 문장이 연결고리로 연결된 형태
“I will study hard and I will go to college.”
1번의 예에서 보여드리는 문장과 같은 경우 지난 시간에 어떻게 구성을 하는지 이미 알아보았습니다. 그리고 2번의 경우 문법책을 보면 관계 대명사와 명사절을 이끄는 종속접속사 관련한 곳에서 볼 수 있는 내용이고, 3번과 같은 경우는 and, or, but과 같은 등위접속사나 because, as, though와 같은 부사절을 이끄는 접속사가 사용되는 상황에 대한 설명이 있는 곳을 찾아보시면 됩니다. 여러분만큼이나 저도 문법용어를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굳이 문법용어를 잠깐 써 본 것은 기존의 문법학적으로 제 이론이 어떻게 설명되는지 의문을 가지는 분이 계실까 봐 소개드린 것입니다만 제 글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면 복잡한 문법용어를 다 알아야 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1번과 같은 문장은 다시 말해서 문장이 A + B + C와 같이 구성되는 것입니다. 기억을 하실 줄로 믿습니다만 A가 주어이고 B는 동사이며 C이후부터는 필요성에 따라 길게 확장이 가능합니다. 3번과 같은 예는 A + B + C and A + B + C 와 같이 연결되는 것입니다. And의 자리에 or, but, because, as, though등이 들어갈 수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차이는 없습니다. 위에 소개드린 아파트 공지사항은 이런 3번문장의 복잡한 예가 되겠습니다만 2번의 예를 조금 더 연구해보고 3번으로 넘어갑니다.
먼
그가 나에게 역사를 가르쳐준 선생님이다.
조금 어렵습니까?
그럼 두 문장을 나눠보겠습니다.
그가 그 선생님이다. + 그가 나에게 역사를 가르쳤다.
He is the teacher. + He taught me history.
이 두 문장을 붙이려면 그냥 쉽게 and를 넣어서 He is the teacher and He taught me history.라고 써도 훌륭합니다만 teacher와 he가 같은 사람이므로 두 단어의 중복을 피하기 위해서 that을 씁니다. 그래서 문장을 다시 만들면 아래와 같이 되겠습니다.
He is the teacher that taught me history.
여기서 사람이면 that보다는 who를 쓰고 사람이 아니면 which를 쓰는 것을 아실 텐데 학교에서 배운 문법이 새록새록 기억나실 것 같습니다.
결국은 2번과 같은 형태의 문장은 문장 안에 제대로 된 문장을 하나 더 품은 형태로서 여기에 들어가는 문장은 that에 의해 시작된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작문을 하나 더 해봅니다.
사실은 내가 자동차가 없다는 것이다.
The truth is that I don’t have a car.
똑같은 that이지만 문법적으로 분석하면 처음 문장의 that은 형용사절의 주어 역할을 한 관계 대명사이고 둘째 문장의 that은 보어역할을 한 명사절을 유도하는 종속접속사입니다. 문법학적으로 전혀 다른 that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현미경을 놓고 볼 때는 전혀 달라 보이는 것이 망원경을 놓고 멀리서 보면 큰 차이가 없습니다. 공통점은 that은 문장 안에 문장이 들어있는 것을 알려준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이 that은 언제나 이 that으로 시작되는 문장을 품고 있는 바깥의 문장이 설명하고자 하는 내용을 상세히 설명해주는 작은 문장을 이끌게 됩니다. 별 것처럼 보이지 않는 이 that에는 대단한 마법이 있어서 이런 류의 문장은 반드시 this도 아니고, it도 아닌 that에 의해 이끌어져야 합니다. 생각해보면 우리말로도 그렇습니다. 무슨 말을 했는데 설명이 부족했다고 느끼면 '그게 뭐냐면....'이런 식으로 문장을 덧붙일 것입니다. 영어로도 마찬가지인데 한국말에 비해서 '그게 뭐냐면'이 엄청나게 많이 쓰입니다.
그 이유는 아래에서 설명이 되지만 문장의 전체를 생각하지 않고 일단 주어와 동사로 말을 내뱉고 나서 뒷 문장을 말하면서 만드는 영미인의 사고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말을 하고보면 항상 부족하므로 'that'을 써서 보충을 해주는 경향이 많습니다. 그래서 영어를 읽거나 듣다가 that이 나오면 항상 한국말로 '그게 뭐냐면'하는 뉘앙스로서 앞부분을 더 설명하려는구나 하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심지어는 that이 주어로 나오는 'that is my car.'라는 식의 문장에서조차도 that의 뜻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해석은 '그게 뭐냐면 내 차야.'이렇게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
흔히들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고들 합니다. 동사가 문장의 가장 뒤에 위치하므로 앞에 어떤 말이 나와도 마지막에 나오는 동사에 따라 결론이 반대로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사장님께 월급을 올려달라는 사원에게 사장님이 답변을 시작한다고 합시다.
“요즘 경제위기다 뭐다 해서 우리 회사도 대기업에서 주문이 줄어서 생산량을 감축해야 할 판인데다가, 해외에서 들어오는 원자재 수입대금도 올라서 비용이 많이 지출되고…..”
이렇게 이야기가 나오면 마음속으로 월급 인상을 거의 포기해야 되겠지요. 그런데 사장님이 이렇게 마무리를 합니다.
“하지만 자네가 기여한 것을 생각하면 내년에 월급 10% 인상은…..”
이렇게 들으면 올려줄 것 같은 희망으로 돌아섭니다.
사장님의 말은 계속 됩니다.
“해줘야 하겠으나 일년만 참아주소. 내후년에는 내가 노력해볼께.”
결론은 월급 못 올려주겠다는 마지막 단어를 듣기 위해 앞부분의 장광설을 다 들어야 하는 것이 한국말입니다.
영어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I can’t increase your salary because ……”
결론이 앞에 명쾌하게 나오고 그 이유는 뭐가 되었던 그 뒤에 줄줄이 따라 나옵니다. 뒤에 나오는 내용들은 그만큼 덜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사람들은 일단 결론을 정하고 말을 시작합니다. 흔히들 영어 원어민과 한국인의 언어체계를 연역법과 귀납법에 비유하는데 이 말이 정말 맞는 것 같습니다. 영어는 문장 앞에 결론이 먼저 나오고 설명이 이어지니까요. 그래서 미국인들은 일단 말을 시작하고 시작한 말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면 이 that을 활용하여 문장 속에 문장을 넣음으로써 앞에 나오는 단어나 문장을 더 잘 설명해줌으로써 자신의 뜻을 더 명료하게 표현합니다.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로 미국인들은 자신이 할 말의 앞부분 30%만 마음 속에서 만들어서 일단 말을 시작하고 시작한 후에 뒤에 꼬리는 말하면서 생각해서 붙이게 된다고 하는데 우리 한국사람도 영어로 말을 하다보면 이렇게 하게 됩니다.
영문법을 체득하는 진짜 비결
이렇게 짧게 설명을 하고 보면 그럼 학교에서 배운 복문, 중문, 관계 대명사, 관계 형용사, 관계부사, 제한적 용법, 계속적 용법은 다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불안한 마음을 느끼시진 않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문법을 공부해서 시험을 치셔야 된다면 위의 문법을 다 알아야 할 것입니다. 저는 학교문법을 부정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다만 문법을 알아야 하지만 문법책만을 파고 있으면 문장 속에 살아있는 진짜 문법을 체득하기가 힘들다는 것을 스스로 깨달았을 뿐입니다.
문장의 구조를 이해함에 있어서 여기서 알아야 할 것은, 문장 속에 등장하는 각 단어가 더 긴 문장으로 설명이 더 필요하면 that으로 중복되는 단어를 대치하고 문장을 연결한다는 것뿐 입니다. 이제 더 이상 복잡한 이야기는 가장 기본인 that으로 문장을 길게 만드는 연습이 되고 난 후에 시작해도 늦지 않습니다. 저도 지나친 단순화가 가져오는 오류의 가능성을 경계합니다만 여러분이 읽거나 듣는 문장이란 것이 겨우 위의 세가지의 활용일 뿐이라는 것을 알면 좀 더 자신감이 붙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That을 이용하는 연습을 조금 더 해볼까요.
우리가 기다리던 영화가 지난 주에 개봉했다.
결국 ‘그 영화가 지난 주에 개봉했다.’와 ‘우리가 그 영화를 기다렸다.’를 붙이는 과정입니다. 앞 문장은 ‘The movie opened last week.’ 로 하면 될 것 같고 두 번째 문장은 ‘We had been waiting for the movie.’으로 하면 됩니다. 앞에서 배운 대로 두 문장을 붙이면 The movie that we had been waiting for opened last week.이 되겠습니다.
결국 이 글 초반부에서 소개한 ‘그가 나에게 역사를 가르쳐준 선생님이다.’라는 문장과 원칙적으로 다를 바가 없는데 따로 영작을 해 본 이유는 that이 어디에 나와도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것을 보여드리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우리 정서상에는 해석하다 보면 똑같이 느껴지지가 않습니다.
'He is the teacher that taught me history.'는 청취나 독해에서 그리 어렵게 여겨지지 않는데 'The movie that we had been waiting for opened last week.'는 조금 어렵게 느껴집니다. 그 이유는 두 번째 문장에서 주어가 the movie인데 동사가 연달아 두 개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서 앞에서부터 읽어가다 보면 주어인 movie에 대한 동사가 나오지 않고 하나의 끼어 들어간 문장이 나오니까 마음이 불안해지기 때문입니다. 이런 불안감(?)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런 문장을 스스로 만들어서 많이 쓰는 연습과 말하는 연습을 해봐야 합니다.
저희 아파트에 붙은 안내문으로 다시 돌아옵니다.
Trash generated by units should be taken directly to and placed in the trash chutes or physically brought to the basement trash compacting area.
그런 의미에서 위 안내문도 읽는 사람의 불안감을 여지없이 유발합니다. 일단 trash로 시작하는 문장의 동사가 generated라고 나왔던 것 같은데 뒤에 taken이라는 것도 있고 연달아서 placed나 brought 으로 한도 끝도 없이 계속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일단 동사를 중심으로 문장을 좀 나눠보겠습니다.
이렇게 나누어 놓고 보면 문장들이 어떻게 연결되었는지 짐작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이렇게 명료한 문장이 왜 연결되면서 여기저기가 생략이 되어 해독이 어렵게 되었을까요.
위의 문장들의 영어를 보지 마시고 한국말만 봐서 연결되는 한 문장을 만든다고 해보시죠. 아주 쉬운 일입니다.
각 세대에 만들어지는 쓰레기는 직접 쓰레기 투하통까지 가져와서 집어 넣던지 아니면 직접 지하의 쓰레기 압축장에 갖다 주셔야 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지겠군요. 이렇게 쉽게 하면 될 것을 가지고 누구도 아래와 같이 하지 않을 겁니다.
각 세대에 의해 만들어지는 쓰레기는 직접 쓰레기 투하장에 가져와져야 한다. 그리고 각 세대에 의해 만들어 지는 쓰레기는 쓰레기 투하통 안에 넣어져야 한다. 아니면 각 세대에 의해 만들어지는 쓰레기는 직접 지하 쓰레기 압축장소에 가져다 놓아져야 한다.
한국말이나 영어나 불필요한 말이 생략되는 것은 매 한가지이고 구체적으로 따져보아도 생략되는 단어는 거의 같습니다. 여기서 생략되는 단어들은 물론 한 번 앞에서 언급이 되었기 때문에 생략되어도 뜻이 통하는 단어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중복되는 단어를 생략하다보니까 문장이 이렇게 짧지만 읽기가 힘든 글이 된 것입니다. 다시 읽어보면 한결 부드러울 것 같습니다.
영어 학습의 선순환을 이루려면
어쨌거나 위의 문장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이해한다면 쉽게 이해하면서 읽을 수도 있고 이런 문장을 스스로도 만들 수가 있습니다. 이런 수준의 문장을 스스로 만드는 것이 익숙해지면 다시 이는 읽기 능력과 듣기 능력에 영향을 주어 읽기와 듣기를 쉽게 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이런 것이 바로 선순환이라는 것이지요.
다시 한번 정리를 해보자면 단문 내에서는 주어부터 시작하여 중요한 순서대로 단어가 나열된다는 것을 지난 시간에 배웠고 오늘은 아무리 긴 문장도 알고 보면 무수한 단문들의 조합이므로 that과 나머지 접속사들을 활용해서 문장을 만들면 된다는 것을 오늘 배웠습니다. 언뜻보기에 접속사와 관계사로 무질서하게(?) 나열된 문장의 경우도 자신이 문장의 구조에 익숙하다고 하면 듣거나 읽는 것과 동시에 그 정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이렇게 연습하다 보면 영어책 읽기를 통해서 살아있는 문법 실력이 늘면서 문장내의 세세한 내용들을 점차 진화해가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필연적으로 that을 사용해서 말을 늘리는 단계에 들어갈 것입니다. 자신이 스스로 that을 이용해서 문장을 만드는 내공이 생기게 되면 미국 사람의 어순에 많이 접근한 것입니다. 이 때부터는 아무리 긴 문장을 읽거나 들어도 왜 문장이 끝나지 않나 하는 불안한 마음이 들지 않게 됩니다.
영어공부에 관해서 글을 쓰다 보니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의 하나는 어떤 책으로 공부하면 좋을지 소개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영어공부에서 좋은 교재의 중요성을 잘 알면서도 감히 구체적으로 예를 들지 못했던 것은 제가 소개하는 제한적인 몇 가지 교재가 좋은 교재의 전부도 아닐 것이고 저에게 좋았던 교재라고 모든 사람에게 좋은 교재라는 보장도 없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저에게 시간낭비를 시켜주었던 ‘나쁜’ 교재라도 공개를 하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만 그것도 쉽지 않더군요. 저에게는 분명히 나쁜 교재였는데 이 교재를 옹호하는 사람도 꽤 있었던 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구체적으로 이 책은 좋고 저 책은 나쁘다라고 한다면 괜히 소모적인 논쟁만 일으킬 것 같았습니다.
오늘은 일반론적으로 볼 때 좋은 영어공부 교재에 대해서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약간 추상적일 수도 있지만 도움을 받을 사람도 있을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일단은 영어공부 교재라는 것이 매우 넓은 범위의 책들을 포함합니다. 가장 대중적인 것이 ‘영어공부 이렇게 해라.’ 혹은 ‘영어공부 이렇게 했다.’라는 류의 책일 것입니다. 대개 저자의 실제적인 경험이 들어가 있어서 롤모델이 될 저자들의 성공담은 독자들에게 공부할 에너지를 충전하게 해주고 좋은 영어공부의 방향은 무엇인가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습니다만 상식을 망각한 어이없는 주장으로 독자들이 공부의 방향을 잃고 표류하게 만들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위험성도 있기 때문에 양날의 칼을 가진 책입니다. 아쉽지만 이 분야의 책에 대해서는 오늘 다루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저 자신도 이런 주제의 책을 집필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제가 이런 책을 이렇다 저렇다 말을 하는 자체가 중립성에서 오는 제 글의 가치를 훼손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입니다.
수준에 맞는 영어공부를 해야
그래서 영어공부 방법에 관한 책은 배제하고 나머지 카테고리를 살펴보겠습니다. 일단 영어공부의 범주라고 하면 저는 흔히 말하기(회화), 듣기(청취), 읽기(독해), 쓰기(작문)으로 나눕니다만 그 외에도 출판계에서는 문법, 단어(혹은 숙어), 발음, 생활영어, 비즈니스영어 등으로 분류하고 있으므로 저도 이런 통상의 분류에 맞추어 책을 고르는 법을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모든 영어 학습서의 선정에서 반드시 고려되어야 하는 대원칙을 한가지 이야기하고 넘어가려고 합니다. 그것은 책이 자신의 수준에 맞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전에 제 글 ‘피해야 할 최악의 영어공부법 5가지’ 에서도 수준에 맞지 않는 공부는 나쁜 공부법이라는 주장을 한 적이 있었는데 댓글에서 공부 교재는 아무 것으로나 하면 되지 무슨 수준이 상관이 있느냐는 반박을 하신 분이 있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국어 교육에서도 초등학생용 교재와 고등학생용 교재가 다르고 1학년 교재와 2학년 교재는 다릅니다.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각 학년용 교재의 난이도가 다르고 당연히 고학년일 수록 수준이 높은 교재로 공부를 합니다. 모국어도 아닌 외국어를 공부하는 입장에서 수준에 따른 교재 선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주장입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고 심지어는 저 자신도 한때 이런 생각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이런 생각이 들었던 가장 큰 이유는 수준이 높은 교재로 공부하면 할수록 실력이 빨리 늘지 않을까 하는 생각 혹은 그렇게 높은 수준의 교재로 하면 할수록 제 영어의 수준이 그 높은 수준에 맞춰진다고 생각하기도 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런 오해는 조급성에서 비롯되었던 것 같습니다. 예전에 제 심정은 하루라도 빨리 영어를 정복하고 싶었고 쉬운 교재부터 천천히 공부해서는 몇 년이 걸려도 끝이 나지 않을 것 같은 공부였기 때문에 어려운 교재로 조금 무리를 하더라도 빨리 실력을 올리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저런 시도를 다 해본 제 경험으로는 어려운 교재로 공부를 하면 단계별로 수준에 맞는 공부를 한 경우보다 실력 향상이 오히려 더디지 않는가 하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자신의 실력을 과소평가해서 실력에 맞지 않게 너무 쉬운 교재만 붙잡고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로 손해가 많습니다. 공부는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우고자 하는 목적인데 새로이 배울 것이 거의 없는 책을 그저 하기 편하다는 이유로 고집하는 것도 옳지 않습니다. 책은 자신의 실력보다 약간 어려운 책을 골라서 새로운 것을 계속 배우되 꾸준히 그간 공부했던 내용이 복습이 되는 내용이 좋겠습니다.
수준에 맞는 책은 독자가 알아서 골라야 합니다. 시중의 책들은 각각의 수준이 다 다르지만 스스로 초급자, 중급자, 고급자용이라고 거의 표방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스스로 독자층을 제한해서 판매량을 축소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고급자용으로 집필된 책도 비록 초급자가 보아서 큰 도움을 얻을 수 없더라도 초급자가 구입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상황에 따라서는 장려하기도 합니다. 영어 학습자를 분석해보면 마치 피라미드 형으로 되어 있어서 초급자가 가장 많고, 중급자는 적고, 고급자는 아주 적습니다. 따라서 고급자용이라고 초급자나 중급자가 사주지 않으면 그나마 작은 시장에서 판매량이 아주 작아지게 됩니다. 그래서 그런지 대부분의 영어 학습서는 초 중급자를 타깃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끔은 고급자용 서적들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하는 것을 보면 초 중급자도 꽤 그 책을 사준다는 이야기인데 이렇게 보면 책 판매는 마케팅 하기 나름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영어 회화 책 고르기
영작문 책 고르기
작문을 안내해주는 책을 서점에 가서 일단 골고루 여러 가지 책을 둘러보고 결정을 해야겠습니다. 독해나 듣기 공부 등과는 달리 쓰기 공부는 상당한 열정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책이 가장 좋습니다. 아무리 베스트셀러라도 몇 장도 지나지 않아서 하기 싫어지면 그 책은 그냥 버려지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직접 책에 쓰면서 공부하게 되어 있는 책보다는 관용표현 사전식으로 최대한 많은 표현이 소개된 책을 선호합니다. 이런 책을 대충 한 번 읽고 나서-사실은 읽지 않고 필요할 때 마다 찾아보는 사전과 같은 목적으로 활용해도 좋습니다- 진짜 쓰기 연습은 인터넷상에서 구할 수 있는 작문 교정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일주일에 한 편 정도 작문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최대한 작문 교재의 표현을 활용하면서 작문실력을 길러나가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원어민(혹은 전문가)의 교정을 받으면서 정확한 표현을 길러갈 수 있습니다.
영어를 잘한다는 것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일단 남의 영어를 잘 알아듣고 자신의 의사를 영어로 잘 표현할 수 있으며 글로도 조리 있게 하고 싶은 내용을 다 쓸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겁니다. 이에 더해서 영어 잘하는 기준으로 한 가지를 더 포함시킨다면 읽는 능력일 것입니다. 사람들은 중고등학교에서 독해 연습은 질리게 했기 때문에 말하기와 듣기만큼 읽기에는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영어를 꽤 잘한다는 사람도 미국의 그냥 보통 사람이 보는 신문을 보면 읽기도 전에 기가 질려버릴 때가 많습니다. 영자신문은 한국 신문과는 달리 기사의 내용이 엄청나게 길어서 상당한 인내심을 가지고 읽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마도 한국 사람들이 글은 짧고 대신 그림으로 설명하는 것을 좋아해서인지 신문도 화려한 그래픽으로 글의 내용을 대부분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경우도 많습니다만 미국 신문들은 글로 자세히 설명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독해만 공부했는데도 독해가 어렵다니
한국의 영어 교육이 잘못되었다고 항상 지적을 받지만 영어교육에 주안점을 두었던 것이 바로 독해 교육일 것입니다. 독해는 시험으로 실력을 평가하기도 좋고 선생님이 영어회화 능력이 떨어져도 얼마든지 가르칠 수 있어서 그런지 독해를 많이 배우다 보니 한국사람의 대부분이 회화나 작문 실력에 비해 독해 능력이 좋습니다. 그 덕분인지 저 자신도 영어로 된 원서를 읽으면서 대학을 다녔고 미국에 올 때 통과해야 했던 각종 시험도 다 영어였지만 특별히 어려운지 모르고 지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읽기는 그나마 좀 한다고 생각했던 저도 미국의 신문이나 잡지를 읽을 때는 좌절에 빠지기 일쑤였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린대로 내용이 길어서 비교적 짧아 보이는 기사 하나만 읽으려고 해도 시간이 오래 걸릴 뿐 아니라, 때로는 표현도 상당히 어렵고, 쉬워 보이는데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지 못했던 단어도 많았습니다. 성격이 급해서 그런지 순식간에 읽고 내용을 파악하고 싶은데 기사 하나 붙잡고 앉으면 수십 분이 지나야 겨우 하나 읽고 끝낼 수 있었기 때문에 읽기가 싫어질 정도였습니다.
제가 처음 미국에 왔을 때 겪은 주특기인줄로만 알았던 읽기 때문에 약간의 굴욕을 당한 경험이 기억이 납니다. 당시에 저를 포함해서 두 명의 전공의와 두 명의 미국 의대생이 한 팀으로 함께 생활을 했는데 어느 날 다 함께 특정 주제에 관해 토론을 하기로 했습니다. 당시 그다지 똑똑하다는 평을 듣지 못하던 제 윗년차 레지던트가 15페이지 정도되는 논문을 준비해서 가져왔고 속독으로 읽고 나서 토론을 해야 했습니다. 의학적인 관점에서는 그다지 복잡한 내용은 아니었는데 제 자신이 이해하면서 읽는 속도에 제한이 있다 보니 빨리 읽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논문을 준비한 윗년차 레지던트는 이미 읽은 내용이라 우리들 세 명이 읽기를 끝내기를 기다리면서 자기 볼 일을 보고 있었고 의대생들과 저는 열심히 논문을 읽고 있었는데 15분도 되지 않아 두 명은 읽기를 마쳤습니다.
저는 반절도 못 읽은 상태여서 식을 땀을 뻘뻘 흘리면서 읽고 있는데 마음이 급해서 그런지 더 안 읽어졌습니다. 읽은 데를 또 읽고 또 읽고 하다가 세 명이 저만 쳐다보는 것 같아서 무안하기도 했고 내용이 제가 대충 아는 내용이라 그냥 다 읽은 척하고 빨리 장을 넘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5분 정도 후에 다 읽은 것처럼 논문을 덮었습니다. 그리고 토론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의대생들이 질문을 하면 얄미운 윗년차는 매번 저에게 먼저 답을 해보라고 시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답을 버벅거리면서 못하면 자신이 도와준다는 의미로 의대생에게 알려주는 것이었습니다. 다 읽지 못했기 때문에 확실히 알지도 못하는 내용을 가지고 답을 해 줄 수도 없었기 때문에 아주 괴로운 30분을 그렇게 보냈습니다.
독해 속도 향상에 도움이 되는 읽기 방법
솔직하게 남들 기다리는 것에 구애 받지 않고 천천히 30분을 더 써서 읽었다고 해도 창피하기는 매 한가지여서 어떻게 하는 것이 나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냥 지나치게 느리게 읽는 사람으로 보여졌어야 할지 아니면 빨리 읽지만 내용은 잘 파악을 못하는 사람으로 보여졌어야 할지요.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저의 이랬던 상황이 한국사람들이 영어로 된 책을 읽을 때 만나는 딜레마를 대표할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독해를 할 줄 알기는 알아도 속도가 느리다는 것과 빨리 읽으려고 하면 개개의 문장은 해독이 되는데 전체적인 내용은 잘 파악이 안되어 나중에 뭘 읽었는지 기억을 못하는 문제 말이죠.
제가 한참 영어공부를 열심히 할 때 영어공부 비결에 관한 책을 많이 읽었다고 한 것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그 중에서 지금도 기억에 남는 독해의 비결이 한가지가 있어 소개 드리려고 합니다. 이미 유명한 방법이라 들어보신 분은 많을 줄로 압니다. 하지만 똑같이 말을 들어도 누군가는 마음에 새기고 그대로 실험을 해보고, 누군가는 참 좋은 방법이라고 공감을 하지만 그냥 흘려버려서 나중에는 기억에서 잊혀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평범하지만(?) 기발한 방법을 가능하면 오늘이 가기 전에 직접 실험을 해보시고 자신의 공부 스타일에 맞는지 확인을 한 후에 지속적으로 적용하시면 되겠습니다. 일단 영어 문단을 드릴 테니 한 번 읽어보시고 얼마나 빨리 독해가 가능한지 시간을 재보시고 두 번째 문단은 제가 추천하는 방법으로 읽기를 해서 시간이 진짜로 절약이 되는지 실험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읽기 전에 마음의 준비를 하시고 초 시계라도 준비하시는게 좋겠습니다. 글은 미국 성인들이 읽을만한 글을 기준으로 미세하게 쉬운 글이고 아마도 대입 수능의 수준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초급자들이 읽기는 조금 어려우실수 있겠습니다.
일단 테스트의 주의사항을 말씀드리자면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건너뛰시고 전체의 의미를 파악하는데 주의를 기울이시기 바랍니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은 읽는 시간이 5-6분은 이상은 걸리지 않으실 것입니다. 도저히 뜻이 파악이 안되면 그냥 읽는 시간만 재보셔도 실험은 될 것 같습니다만 뜻을 파악하면서 읽어야 제대로 테스트가 된다는 것을 유념하시면 좋겠습니다. 평소에 대부분 눈으로 읽으실 테니 소리 내어 읽지 않고 눈으로만 읽는 것으로 룰을 정하겠습니다.
시작합니다!
source : www.readingsoft.com
수고하셨습니다! 어떠셨는지요?
위의 문단은 전체가 217단어로서 고졸 정도의 보통 미국인이 읽는데 1분 정도 걸리는 길이입니다. 모 웹사이트에서 제가 가져온 아래의 표를 보시면 빨리 읽고 잘 이해를 하는 축의 미국인은 윗 문단의 3-4배 길이도 1분 안에 읽어내는 것을 보입니다. 하지만 표에도 나오듯이 컴퓨터 스크린으로 읽으면 종이로 된 인쇄물을 읽는 것보다 약간 느려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사람이 얼마나 걸리느냐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한국의 보통 고등학생 1-2학년이라면 4분대(3분에서 5분 사이), 고 3이나 대학생이면 3분대(2분에서 4분 사이)정도 걸렸을 것 같고 개인차는 상당히 클수도 있습니다. 이해도는 40%에서 60% 사이가 나올 것으로 생각합니다.
같은 속도라도 정독하는 습관을 가진 사람은 이해도가 훨씬 높을 수 있으며 이해도가 더 높은 것도 영어를 더 잘하는 지표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상식적으로도 내용을 이해도 못하면서 눈으로 빨리 읽는 것이 큰 의미는 없을 것입니다.) 이해도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방금 읽은 내용에 대해 이런 내용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간단히 질문을 하는 식으로 알아볼 수는 있으나 여기서는 속도에 대해서만 다루는 관계로 이 개념에 대한 설명은 생략하기로 합니다.
Screen
Paper
Comprehension
Reader profile
100 wpm
110 wpm
50%
Insufficient
200 wpm
240 wpm
60%
Average reader
300 wpm
400 wpm
80%
Good reader
700 wpm
1000 wpm
85%
Excellent
위 표를 보시면 분당 200단어를 읽고 60% 정도를 기억할 수 있으면 미국 사람 기준으로 평균적인 독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대학원 학력 이상의 미국인들은 분당 400단어 정도를 읽는다고 하는데 무려 700단어나 읽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놀랍기도 합니다. 아마 영어에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는 평범한 대졸 한국인이라면 수준에 따라서 분당 읽는 속도가 50단어에서 90단어 사이가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이 글을 읽는데 10분이 가깝게 걸리셨어도 크게 좌절할 문제는 아닙니다. 누구나 시작은 미약한 법입니다. 이런 분들은 눈을 좀 낮추시고 중학교 1학년 영어 교과서 수준부터 다시 시작한 다는 기분으로 하신다면 열심히 하신다는 전제하에서 수 개월이면 이 글을 2분 내지 3분에 읽는 수준까지 따라 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상 향상은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립니다. 어쨌거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어 실력이 조금 올라가고 나서 스스로 만족하고 노력을 게을리하는 관계로 오랜 정체기를 거치기 때문에 시작이 늦었다고 따라잡지 못할 이유가 하나도 없습니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제가 오늘 알려드릴 속독의 요령은 여러 책에서 말하고 있는 단어를 의미단위별로 묶어서 읽기 입니다. 다 아는 이야기라서 실망하셨을지도 모르지만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제 글을 읽고 계신다는 자체가 자신의 독해 속도에 만족을 못하고 계시다는 방증일 수 있으니 이 방법을 알더라도 실천
하지 않고 계실 분 혹은 처음 들어본 분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 소개를 드립니다.
실제로 미국사람이 말하거나 책을 읽을 때도 이런 식으로 의미의 단위 별로 끊어서 말하고 읽습니다. 우리는 훈련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어디서 끊어서 읽어야 하는지 조차도 모르지만 제가 작년에 누누이 말씀 드린 읽기 연습을 많이 하신 분은 감이 오시리라 믿습니다. 일단 이 방법이 정말 효과가 있는지 비슷한 난이도의 아래 글을 읽어보면서 다시 테스트를 해보겠습니다. 총 215단어로서 윗 문단과 거의 길이가 같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모르는 단어나 표현은 그냥 넘어가시고 전체의 대의를 파악하시는데 집중하세요.
시작합니다!
When it comes to reading, /the nine months /of first grade /are /arguably /the most important /in a student's schooling.// It is /during first grade /that most children /define themselves /as good /or poor readers.// Unfortunately, /it is /also in first grade /where /common instructional practices /are /arguably most inconsistent /with the research findings. //This gap /is reflected /in the basal programs /most commonly used /in first-grade classrooms.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report /found /that /the more neglected /instructional components /of basal series /are /among those /whose importance /is /most strongly /supported /by the research.
In this discussion, /there are /again /certain caveats /to keep in mind: //There is /no replacing /passionate teachers /who are /keenly aware of /how /their students /are learning; //research /will never /be able to tell /teachers /exactly /what to do /for a given child /on a given day. //What research /can tell /teachers, /and /what teachers /are /hungry to know, /is /what the evidence /shows /will work /most often /with most children /and /what will /help /specific groups /of children.
In recent years, /most educators /have come /to advocate /a balanced approach /to early reading instruction, /promising attention /to basic skills /and /exposure to rich literature. //However, /classroom practices /of teachers, /schools, /and /districts /using balanced approaches /vary widely.
source : www.readingrockets.org/article/97
솔직히 제가 보기에도 두 번째 문단의 난이도가 약간 높습니다만 간단한 계산이긴 하지만 계산식과 숫자가 나오는 관계로 첫 번째 문단을 더 어렵게 느끼셨을 분도 계셨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몇 분을 대상으로 실험한 바에 의하면 만약 제가 끊어 읽기 표시를 해주지 않았다면 의미를 파악하느라 첫 문단에 걸렸던 시간보다 두 번째 문단에 시간이 더 걸렸었습니다. 하지만 끊어 읽기를 하고 보니 어떻습니까? 대부분이 조금이나마 독해 속도가 빨라진 것을 경험하셨을 것이고 실제 독해 속도에서 향상을 보지 못한 분들도 읽기가 훨씬 부드럽고 이해가 잘 되는 것을 느꼈을 것입니다. 영어 읽기가 익숙하지 않다면 아무래도 쉽지 않은 독해였겠지만 내용을 파악을 못하신 분 조차도 읽는 자체는 빨라졌으리라고 봅니다.
사람이 원래 비슷한 부류를 묶어서 인식하고 기억에 저장하는 버릇이 있기 때문에 이 점을 이용한 읽기법이 되겠습니다. 이게 익숙해지면 이제 따로 문단이 나누어 있지 않아도 눈으로 스스로 문단을 나누어 가면 읽게 됩니다. 눈으로 읽어야 할 때는 이렇게 읽으시면 조금만 익숙해지면 보통 1.5-2배 정도 읽는 속도가 빨라지게 됩니다. Three possible ways라는 단어를 처음부터 three 읽고, possible 읽고, ways 읽는 것이 아니고 /three possible ways/라고 통째로 머리에 들어가기 때문에 빨라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론과 실제가 다르기 때문에 이 같은 방법이 도저히 맞지 않는 분도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만 대부분 사람들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상 간단하지만 영어 독해 속도를 높이는 방법을 실험을 통해 알아 보았습니다. 아무리 좋은 비결을 알아도 실천에 옮기지 않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이 방법을 이미 알고 계시던 분들의 상당수가 굳이 이 방법을 통해서 독해를 해보려고 진지하게 노력을 해보지는 않으셨을 것입니다. 일단 귀찮거든요. 하지만 오늘 제대로 테스트를 통해 효과를 확인하신 분들은 뭔가 느끼시는 것이 있으셨을 것입니다.
실전에 응용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의미단위가 나누어지는 표시가 되있는 책을 사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결국은 스스로의 연습이 쌓여서 스스로 끊어 읽는 기술이 생겨야 합니다. 제가 추천 드린 영어책 읽기 계속하시기 바라고 테이프를 들으면서 원어민 성우가 끊어 읽고, 호흡을 어떻게 가져가는지 잘 파악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실제 눈으로 읽기를 하실 때 단어를 몇 개씩 묶어서 눈으로 읽는 연습을 하면 좋습니다.
새해에 직장인들의 소망 1위가 또 다시 영어 잘하기라지요. 해마다 나오는 뉴스라 놀랍지도 않습니다. 아마 제 글을 작년 이 맘 때 접하고 큰 결심을 하셨던 분들도 현실적인 여건상 결심이 많이 풀어졌다가 지금 다시 마음 잡으신 분들도 꽤 될 겁니다. 모두들 힘내시고 새로 시작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