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또는 수갑-윤흥길
● 줄거리
동림산업 사원들은 사장의 일방적인 방침으로 내려 보낸 회람 때문에 술렁인다. 간부 사원들 대부분이 사장의 친인척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회사에서 전 사원을 대상으로 사복을 입을 것을 고지하였기 때문이다. 관리과 직원들은 우기환과 민도식을 중심으로 하여 대체적으로 사복 제정에 대하여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그러나 막상 사복 준비 위원회가 발족하자 장상태를 비롯한 사원 대표들은 기획실장의 설명을 듣고 그대로 수용하는 쪽을 택해 자신들의 목소리는 내지도 못한다. 결국 반대자들만 다방에 모여 성토하는 사이 사복 제정은 계획대로 진행이 되고 이에 불복한 우기환은 회사를 떠난다. 창업 기념일에 민도식을 제외한 전사원은 새로 제정한 깔끔한 사복 차림으로 질서 정연하게 식장에 도열해 있고, 사복도 입지 않은 채 늦게 도착한 민 도식은 어찌 할 바를 모르고 중간에 어정쩡하게 서 있다.
● 등장 인물
* 과장 : 회사의 권력층으로 사복 제정 방침을 관철시키려고 노력함
* 민도식 : 사복 제정 반대 의견에 끝까지 따르다 혼자만 사복을 입지 않게 된 순진한 인물
* 우기환 : 회사의 사복 제정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하다 이에 불복하고 회사를 떠남
* 권씨 : 생산부 작업부 인부들의 처우개선과 관련하여 앞장서서 싸우는 인물
● 핵심정리
* 갈래 : 현대소설, 단편소설
* 배경 : 1970~1980년대, 어느 중소기업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 주제 : 사복 제정을 둘러싼 인물들 간의 갈등
* 특징
- 대화를 중심으로 한 극적 구성
- 인물들 간의 미묘한 감정 차이가 드러나 있음
● 해설
이 작품은 중소기업의 사복 제정을 둘러싸고 빚어지는 인물들 간의 갈등을 통해 그 당시 강압적 권력의 부정적 측면에 풍자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 ‘옷(사복)’은 날개가 아니고 사람들을 옭아매는 ‘수갑’으로 등장한다. 제복은 조직 사회의 무자비한 획일성과 타율성을 상징하는 것이며, 제복을 입는다는 것은 전체의 질서에 무조건 복종한다는 의식이 자리 잡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에서 개성과 창의성은 자유롭게 발휘될 수 없다. 상황에 맞춰 어쩔 수없이 구속되어 살아가는 사람(장상태)이 있는가 하면 뛰쳐나가는 사람(우기환)이 있고, 어찌할지 모르는 어중간한 사람(민도식)도 있게 마련이다.
● 참고 - <날개 또는 수갑>에 나타난 사회성과 풍자성
1960~1980년대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국가가 나서서 머리와 치마 길이를 재서 단속을 하기도 했다. 풍기 단속이라는 미명 하에 국가가 개인의 사적 영역인 신체까지 통제한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외모의 통제를 넘어서 자유로운 개성과 창조성을 억압하여 권력에 유리하도록 획일화하려는 시도이다. 이 소설을 이런 사회상을 중소기업의 사복 제정을 둘러싼 인물간의 갈등 상황으로 설정하여 당대의 현실을 풍자적으로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글의 제목에서 ‘날개’는 자유로움을 의미하며, ‘수갑’은 구속이나 속박을 의미한다. 이 소설에서의 ‘수갑’은 사복(社服)을 통한 획일화와 일맥상통한다. 직원들에게 ‘수갑’을 채우려는 권력층과 그에 대한 비판의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권력자들의 편에 편승하는 힘없는 지식인들의 모습을 통해 현대 산업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은 어떠한 것인지를 한 번 더 생각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