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김해의 중학교 교사입니다.
행복 수업 시작 하기 전엔 무척 고민이 많았어요.
여름방학 부산대 연수를 받고, 수업을 일단 시작했습니다.
중 2학년 진로 수업 두 시간 중 한 시간은 진로교사가 맡고, 한 시간은 제가 행복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개학한 지 얼마 안 되어 한 시간 밖에 못했지만, 예상 외로 학생들의 참여도가 높았습니다.
첫 시간이라 행복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을 알고 싶어서, 미리 별 언급없이 4명 모둠원들의 행복에 대한 생각을
그림으로 표현하도록 하였습니다. 미리 수업하신 선생님들의 자료를 활용하였습니다. 한 학급 8모둠으로 실시하여,
칠판에 결과지를 붙이니 학생들이 보기에 크게 무리가 없었어요. 그림을 되도록 크게 그리도록 하였습니다.
남녀 공학이고 분반을 한 학교라 남녀 학급의 호응도 차가 컸습니다. 남학생들은 시간이 모자랄 텐데도, 금방 해
놓고 놀고 있거나, 장난을 치는 경우도 있었고, 남녀 학생 모두 시끄러운 경우가 많았습니다. 행복을 가르친다면서
육두문자를 쓸 수도 없고, 나치게 화를 낼 수도 없었습니다. 첫 술에 배부르진 않겠지요.
저 자신이 행복하고 싶어서 신청한 연수였는데, 연수 받을 땐 정말 행복했습니다.
그런데 수업이 시작되고 나니,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 앞섭니다.
2학년 수업을 잘 진행해야 3학년 도덕 수업에도 적용을 할텐데 말입니다.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의 행복에 대한 생각이 물질적인 것일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그렇게 생각하는 모둠이 많지
않았어요. 좋은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 지금 이 순간, 편안한 휴식이 가능한 집, 웃음 등 본질적인 얘기들이 많았습니다.
돈, 집, 람보르기니 등 물질적인 것들을 꼽은 모둠도 당연히 있었습니다. 마음이 아팠던 것은, 너무 활동적인 아이들이
많아서 수업이 힘들었던 남학생 반에서 학교와 학원이 없는 것이 행복이란 이야기가 나왔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 모둠이
그 반에서 가장 호응도가 높았다는 것이 더 슬펐습니다. 어쩌면 지금 학교의 현주소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
르겠습니다.
집중이수때문에 이 학생들과 만난지 얼마되지 않아 서로 마음을 나누고 알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수업에 한계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먼저 수업하신 선생님들의 자료와 도움으로, 힘들어도 지치지 않고 계속 해 보려구요.
교직에 발 들인지 20년쯤 되었는데, 학생들을 참여시키는 다양한 방법들에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미 개발되어
있는 행복 수업만으로도 조금만 노력하면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 부분을 교과 수업에도
접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행복 수업 관련 일을 하시는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저에게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습니다.
이 수업을 통해 저 자신도, 학생들도, 제 가족들도, 주변의 모두가 행복해 지기를 바랍니다.
첫댓글 샘 힘내세요!
공감합니다. 그래서 전 욕심을 버렸지요. 행복수업을 잘 해야겠다는. 마음을 놓으니까 시간에 쫓기지도 않게 되고, 아이들의 완성도 떨어지는 결과물에서도 재미있는 것들을 발견하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바로 아이들에게 얘들아 못 그려도 돼. 미술작품이 아니니까 그 속에 담긴 의미가 중요한 거아니냐? 그니까 의미를 솔직히 표현해서 그 의미를 잘 설명해 보자. 라고했고, 가장 협동 작업이 잘 되는 팀에게 포상을 걸었는데도 그것과 상관없이 자유롭게 낄낄거리며 작업을 하더니 의미를 설명할 때는 감동적인 내용이 나오고 아이들이 박수치고, 물론 제가 제일 크게 쳤지만ㅋ. 충분히 의미있으므로 천천히 가시는 길 함께 하고 싶습니다.
선생님들. 감사합니다. 중간고사 기간 지나고 또 준비해서 힘내서 수업해야지요. 뜻을 함께하는 선생님들이 있어서 너무 힘이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