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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문단 활동
* 정선군 벽탄국민학교에 근무하였다.
* 2월 23일 정선군교육장 표창(제3095호)을 받음
* 1984년 2월 23일 중앙일보 신문(내 고장 시조 기행)에 아우라지 발표
아우라지
남진원
차라리 불꽃이어라 죽음은 불꽃이어라
여기 타다가 만
죽지도 못 한 썩지도 못 한
검붉은 사랑 하나가 흘러가며 흘러오며
불러도 이름 없는 혼만 남은 내 색시야
피도 지도 못한 정을 황천에다 뿌려놓고
한 세월 진달래꽃만 죽어 다시 피는가.
올해도 봄은 혼자 건너오고 건너가는
아우라지 아우라지 목을 꺾어 앉은 강변
을음만 푸르게 돋아 달이 되고 있었다.
*1984년 3월호 교육자료의 <교단문인 초대석>에 시 ‘꽃이 피는 창가에서’를 발표했다.
꽃이 피는 창가에서
남진원
사는 게 때로 피곤할 때면
창 가에 앉아
꽃을 본다.
인생은
다들 혼자로
피어난 꽃들
어둠이 풀어지는
창가에 서면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사는 게 더러 힘이 들 때면
사는 게 이리도 아플 때면
창가에 기대
꽃을 보다가
빈 배가 된다.
* 1984년 3월 한국방송통신대학 행정학과에 편입학 하였다.
* 1984년 6월 30일 국토시순례 시낭송에서 문학강연 (원주 카톨릭 회관)
- 시 낭송 작품
임이여, 청산에 꽃 되소서
그리운 이가 그리운 날에
임이여 꽃 되소서
나는 한 마리
나비 되오리다.
가다가 곤하면
길섶에서 잠이 들고
잠 들면 꿈 속에서
임의 꽃 가르쳐주소서
3
그리운 이가
그리운 날에
임이여 꽃 되소서
나는 한 마리
나비 되오리다.
가다가 힘 들면
아무 꽃잎에나 앉으리까
아무 풀잎에나 앉으리까
그리운 이가 그리운 날에
임이여
가는 길도
임의 향기로 가르쳐주소서.
임의 향기로 붙들어주소서.
* 1984년 9월 1일 강원일보에 「핵가족 시대에 퇴색해 가는 윤리관을 되살리기 위한 기획물」
- 태백의 효열<67> ‘정선 남양홍씨 열려각’ 집필
남양 洪씨(본명 홍금란)는 홍종운의 딸로서 대대로 지체높은 가문이었다. 어려서 일찍 어머니를 여의었으나 집안이 양반집이라서 어려서부터 홍씨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에 이르기까지 법도에 어긋남이 없었고 원래 심성이 착하고 고와서 웃어른 공양에 온갖 정성을 다하였다. 또한 여인으로서의 예의 범절과 덕을 쌓기에 게을리하지 않았으니 마을 어른들은 한결같이 보기 드문 효녀가 났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홍씨는 나이 19살 되던 해 이웃 마을에 사는 최종선씨의 아들인 최복순에게 시집을 갔다.
그런데 초례를 치르는 날 아버지 홍종운씨가 신랑을 보니 신랑의 몸이 말이 아니었다. 석달전 중매장이를 통해 눈여겨 본 신랑은 건장한 대장부로 기골이 든든하고 사위감으로는 전혀 손색이 없는 사람이었는데 지금의 얼굴 모습은 옛 모습 그대로이건만 몸은 여윌대로 여윈 신랑이 아닌가. 홍씨의 아버지는 앞이 캄캄해짐을 느꼈다. 이 일을 어쩐단 말인가. 에지중지 길러온 딸을 더더욱 어미 없이 길러온 딸을 병색이 완연한 신랑에게 시집을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구만리 같은 딸의 장래가 불안해질 것만 같아 침통함을 금할 길 없었다. 허나 이미 엎질러진 물임을 어떡하랴.
홍종운은 초례를 치른 다음 날 딸을 불러놓고 조용히 이른다.
“모든 게 이 애비를 못 만난 탓으로 생각하여라. 이것도 하늘이 내린 일이라 여기고 조석으로 남편 공양을 잘 해서 남편의 몸을 잘 돌보도록 하여라. 예부터 지아비는 하늘과 같다고 했느니라. 이제 부터는 최씨 문중의 사람이니 오로지 남편과 시댁 부모를 극진히 모셔야 하느니라.”
홍씨는 아버지의 말을 명심하고 시댁에서 남편과 3일 밤을 동침한 후부터는 남편의 건강을 위해 잠자리도 따로하면서 남편의 병구완을 하기 시작했다.
어려서부터 귀하게 자란 홍씨지만 시집을 오자마자 남편이 시름시름 앓아 누웠으니 연약한 몸으로 남정네들이 하는 일을 도맡아서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산에 가서 땔감을 해 오다가 비탈길에 쓰러져 몸을 다치기가 일쑤였고 밭갈이 김매기 등 남편이 해야 할 일을 도맡아서 했다. 그리고 밤이 되면 뒷마당에서 정화수를 떠놓고 천지신명에게 남편의 병이 낫게 해 달라고 빌었다.
“시집 오자마자 당신이 이렇게 고생하는 것을 보니 면목이 없구려.”
약을 달여 가지고 들어오는 홍씨의 손목을 잡고 남편은 가슴이 미어 말도 재대로 잇지 못했다.
“제 걱정 마시고 어서 몸이나 완쾌하세요. 당신이 나으시면 매일 저를 업고 다니실게 아니예요?”
“업다 마다겠소? 당신의 정성에 내 병이 꼭 나을 것만 같소.”
“예, 꼭 나으셔야지요.”
홍씨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비록 병이 들어 여윌대로 여윈 남편이었지만 그런 남편이 있다는 게 큰 위안이 되었다. 또한 따뜻한 남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춥고 긴 겨울밤도 따뜻하게 보낼 수 있었고 고생이 조금도 고생스럽지가 않았다.
“천지신명이시여, 우리 남편의 병을 낫게 해 주소서.”
홍씨는 눈보라치는 겨울이나 찌는 듯 더운 여름이나 한결같이 간곡한 기도를 드렸고 좋다는 약은 백방으로 수소문해서 남편의 병구완을 했다.
그러나 남편의 명줄이 원래 짧은 것이었던지 결혼한지 3년 만에 남편 최복순은 홍씨의 지극한 병간호에도 불구하고 저세상으로 가고 말았다.
홍씨는 남편이 죽자.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듯한 애통한 마음을 가눌길이 없었다. 한참 부부의 금슬이 좋을 신혼 3년 동안을 애오라지 홍씨는 손발이 부르트도록 남편의 몸 하나를 위해 온갖 정성을 다 바쳤건만 허무하게 남편 최복순이 저 세상으로 가니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 무슨 전생의 죄가 많아 내게 이런 벌을 주시는 겁니까?’
홍씨는 남편의 시신을 붙들고 목을 놓아 통곡하니 집안 식구들은 물론이고 마을 사람들이 다 눈시울을 적시었다.
“남편이 없는 이 세상에서 내 더 목숨을 부지하여 무엇하리.”
홍씨는 살아있다는 자신이 꿈 속에 있는 것 같았다.
“차라리 죽은 남편을 따라 못다한 사랑, 저숭에서나 이루리라.”
끝내 홍씨는 식음을 전폐하고 며칠 밤낮을 통곡하다가 남편을 따라 저세상으로 가니 홍씨의 나이 21살이었다.
그 후로 남편 최씨가 죽은 곳에는 밤이면 이름 모를 새 한쌍이 날아와 구슬피 울다 감으로 이곳에 열려각을 세워 두 젊은이의 애닲은 혼을 위로하자, 그후로부터는 구슬피 울던 새소리가 멈췄다고 한다.
* 1984년 10월 27일 관동대학 신문 8면
내 고장 문인과의 만남
생텍쥐베리의 동화 [어린 왕자]중에 여우가 어린왕자에게 친구를 원하거든 자기를 길들여달라고 말하는 내용이 나온다. 그리고 헤어질 때 여우는 본질적인 것을 보려면 마음의 눈으로 보아야 잘 보인다고 한다.
이는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인가.
우리들의 삶속에 정말로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은 ‘남에게 베풀 수 있는 마음’이라는 것을 넌지시 귀뜸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 동화 속에 나오는 ‘길들여짐’ 그것은 바로, 베풀 수 있는 사랑의 마음자리인 것이다. 사랑의 마음자리로 서로를 길들이고 싶을 때 우린 어떤 만남으로 마주해야 하는가?
오늘날은 양적으로 봐도 사람이 엄청나게 많다. 강변을 걸을 때 발 끝에 채이는 것이 돌멩이듯이 사람이 그렇게 많은 세상이다. 따라서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 씩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만남이이루어진다. 오히려 이제는 만남의 공해 속에 묻혀 사는 것이 우리들의 현실이다. 그러나 이 많은 사람과 사람의 만남 속에서 과연 저신의 목소리를 몇 사람이나 꺼내놓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사람들은 많은 군중 속에서 혼자인 채 표류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고독하다는 것을 느낀다.
그러나 오늘을 사는 현대인들이여, 지금이야말로 좀더 외로워져야 한다. 군중 속의 고독이 아니라 또 혼자되기 때문에 외로운 것이 아니라 좀 더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좀 더 자신의 모습을 찾고 있는 외로움과 접해야 한다. 그런 외로움과 부딪치자. 그런 외로움과 만나자.
나는 오랫동안 산속에 칩거하기 때문에 사람과 사람의 만남을 다른 사람보다는 덜 가진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나는 늘 외로움과 만나고 있다. 그래서 바람과 만나고 싶은 내 하늘빛 기다림은 매화 향기 불어오듯 그렇게 누군가의 가슴에 번져들고 싶고 그리하여 한 송이 포도송이 같은 그리움에 익어가고 싶다.
꽃가지를 흔들듯이
너를 자꾸만 흔들고 싶은
바람이고 싶어
매화 향기 불어오듯
그렇게 네 가슴에 번져드는
향기이고 싶어
가을엔 내 속살 송두리
너로하여 익어가는
과일이고 싶다.
그러다
하얀 눈이 펑펑 내리는 날
내 하늘빛 기다림은 겨울바다에서
또 한 해 새움으로 돋아날
바람이고 싶어서
봄이고 싶어서…
- 꽃 가지를 흔들듯이 -
그렇다. 우리는 외로운 모습으로 만나고 허전한 얼굴로 마주한 채 가을날 강물 속에 한다발 쏟아져 비치는 단풍나무 그림자처럼 사랑의 샘을 길어올려야 한다. 사람과 만남, 이 보다 더 소중한 것이 우리에게 존재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러나 만남의 대상이 없다고 해서, 만날 수 없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우리는 하나도 슬퍼하지도 말고 실망하지도 말자. 한 송이 가냘픈 꽃조차 모진 비바람과 천둥 속에서 자신의 꽃잎을 피우기 위하여 기다림의 세월로 지내왔듯이 우리들이 누군가를 위해 소중한 그 무엇이 되기 위하여 우리는 인고의 아픔과 외로움 속에서 기다리는 연습을 하며 살 일이다. 만나는 연습을 하며 살 일이다.
다시는 피우지 못하는 꽃이면 어떠리.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사람이면 어떠리. 누군가에게 길들여지고 싶은 사랑의 못가에서 마음의 눈을 뜨고 아프고 외롭게 살아가는 삶이야말로 오늘을 살아가는 황폐한 도시에서 얼마나 고귀한 눈물겨운 삶인가.
헤어지는 법도 잊었다가
만나는 법도 잊었다가
친구야
외로울 때 바람이 되자
어느 산기슭
풀꽃처럼 살다가
먼 기억들을 되살려서
달 뜨는 밤이면
달맞이꽃처럼 일어서서
숲을 지나고
강을 건너고
그렇게 바람이 되어 만나는 거다
풀물 든 얼굴로 만나는 거다
헤아지는 법도 잊었다가
만나는 법도 잊었다가.
- 어느 산기슭 풀꽃처럼 살다가 -
* 1984년 10월 30일 한국시조시인협회 연간시조집[흐름속에서] ‘뻐꾸기. 2’수록
뻐꾸기.2
어어져 나뒹구는 가슴 하나 들쳐업고
산산에 꽃물 괴듯 숨어우는 먹뻐구기
점점이 번지는 시름 뉘 가슴을 젖우나
(젖우나: ‘적시나’의 뜻)
* 11월 24일 제4회 강원아동문학상을 받았다.
- 강원일보 1984년 11월 25일 인터뷰 기사
아름다운 自然이 곧 詩 素材
“ 고향인 정선에서 근무하기 시작하면서 고향을 주제로 한 글을 많이 쓰게 됩니다. 제 동시는 생활주변에 있는 자연과 사물이 제일 많은 소재가 되고 있어요. ”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생활하며 자연과 생활이 곧 시가 되고 있다는 제4회 아동문학상 동시 부문 수상자 남진원씨(31)의 말.
남씨의 수상작은 「아침은 햇빛과 새와 나무와 바람 속에서」1주일에 한 편 정도는 꾸준히 작품을 쓰고 있다는 남씨의 창작 활동에 비해 올해는 작품 발표는 많이 하지 않은 편으로 동인지 시조집 등에 몇 작품만 발표했다고.
77년 아동문예를 통해 동시를 천료했고 월간문학 신인상 시조 당선, 83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었으며 동인지 「조약돌」, 「미래시」동인 등에 동인 활동을 하고 있다.
82년에는 동시집 『싸리울』을 발간하기도 했다. 고향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그는 고향을 주제로 한 글을 계속 써 볼 계획이며 연작시도 구상하고 있다고 왕성한 창작의욕을 보인다.
南씨는 현재 정선 벽탄국교교사로 근무하고 있으며 부인 김정자씨(29)와의 사이에 1남 1녀를 두고 있다.
( 아동문학상 수상 기사<인터뷰> - 강원일보 1984년 11.25 )
아름다운 자연이 곧 시 소재
[고향인 정선에서 근무하기 시작하면서 고향을 주제로 한 글을 많이 쓰게 됩니다. 제 동시는 생활주변에 있는 자연과 사물이 제일 많은 소재가 되고 있어요.]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생활하며 자연과 생활이 곧 시가 되고 있다는 제4회 아동문학상 수상자 남진원씨(31)의 말.
남씨의 수상작품은 <아침은 햇빛과 새와 바람 속에서> 1주일에 1편 정도는 꾸준히 작품을 쓰고 있다는 남씨는 창작활동에 비해 올해는 작품 발표도 많이 하지 않은 편으로 동인지 시조집 등에 몇 작품만 발표했다고.
77년 아동문예를 통해 동시를 천료했고 월간문학신인상 시조당선 83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었으며 동인지 <조약돌>, <미래시> 동인등에서 동인활동을 하고 있다.
82년에는 동시집<싸리울>을 발간하기도 했다. 고향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그는 고행을 주제로 한 글을 계속 써볼 계획이며 연작시도 구상하고 있다고 왕성한 창작의욕을 보인다.
남씨는 현재 정선 벽탄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고 있으며 부인 김정자씨(29)와의 사이에 1남 1여를 두고 있다.
○수상작품
아침은 햇빛과 새와 나무와 바람 속에서
남진원
1
엄마
너무 고요해요.
모두
누구를 기다리는 건가요?
아니면 꿈을 꾸는 건 가요?
바람은 잠꾸러기에요
풀잎을 덮고
아직 자고 있어요.
단 잠
깨울 까 봐
새 한 마리
조심조심 빠져나가고
조금씩 조금씩
개울도 물소리를 풀어놓고 있어요.
2
안개
걷히면
파아란 하늘
하늘 아래
보셔요.
새들이
누굴 부르고 있잖아요.
들리지 않으셔요?
숲들이 무어라 대답하잖아요.
저 귀여운 것들 끼리
저 귀여운 것들 끼리 말이어요.
3
무엇인지는 몰라도
살결에 닿기만 해도
기쁨 같은 것이기도 하고
엄마의 사랑 같기도 한
보이지 않는 것들이 움직이고 있어요.
아,
잠깬 바람이었어요.
보드라운 바람이었어요.
그런데 누가 누가
바람을 깨웠을까요.
엄마, 지금은
바람이 나무의 팔을 붙잡고
심호흡을 시키고 있어요.
보셔요,
어린애처럼 모두들
즐거워하고 있어요.
4
눈이 부셔요.
어쩌면 좋아요.
가슴이 부셔서 견딜 수 없어요.
이제 숲속 마을도 나도
꼼짝없이
해님 품에 안겨버렸잖아요.
그런데
얄미운 해님이 뭐라는지 아세요?
너희들이 사랑스러워서 그런단다.
사랑스러워서.
*1984년 12월 3일 아동문예작가회보 [아름다운 나무]에 동시 ‘여름밤’ 발표.
*1984년 <아리랑 부름회지> 아리랑 문예지에 초대시 ‘꽃이 피는 창가에서’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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