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회 와인을 맛있게 마시기 위한 기초지식② 시간
주문한 와인이 택배로 왔다. 얼른 코르크를 따고 글라스에 따르고... 싶지만 잠깐 기다리시길. 와인을 최상의 상태에서 마시기 위해서는 약간의 준비가 필요합니다. 이번에는 [침전물 가라앉히기] 즉, [와인을 열리게 하는]것의 필요성을 설명해 보죠.
① 침전물을 가라앉힌다.
집에 와인이 있으면 병의 바닥을 보세요. 대부분 바닥이 볼록할 겁니다. 왜일까요?
와인이 병입돼 숙성이 진행되는 동안 다양한 화합물이 결정을 이루고, 그러한 것들을 총칭해 ‘침전물’이라고 합니다. 마셔도 몸에 해는 없지만 쓴맛이 나죠. 병 밑바닥이 볼록한 것은 침전물을 팬 곳에 모아서 따랐을 때 글라스에 들어가지 않게 하기 위함입니다.
그런데 막 배달된 와인은 이동 중에 생긴 진동으로 밑에 가라앉아 있던 침전물이 병 속을 떠다닙니다. 그것을 다시 바닥의 오목한 곳에 가라앉히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 병을 세워 두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또한 그러면서 이동 중에 지친 와인을 쉬게 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와인을 사서 직접 들고 온 경우나 와인 셀러에 뉘어 둔 와인을 꺼낼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자의 경우, 신중하게 옮겼어도 얼마간 진동에 노출되었고, 후자는 병을 세운 순간 측면에 가라앉아 있던 [침전물]이 일어나고 맙니다.필자의 경험에 따른 시간의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ο 생산된 지 10년 미만인 어린 와인은 3일~1주일
ο 생산된 지 10년 이상인 오래된 와인은 2주~3주
② 와인을 열리게 한다.
그럼 침전물을 가라앉혔다고 합시다. 하지만 마시는 건 좀 더 참아주세요. 와인은 병에 담은 뒤 조금씩 숙성이 진행되는데 거의 공기에 노출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속도는 매우 느립니다. 때문에 본래의 맛과 향이 속에 갇혀버린 듯한 상태가 돼 있습니다. 호흡을 시작해 다양한 체내활동을 하고 있지만 그 수준이 매우 낮은 동물의 동면 상태와 같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겁니다. 이 상태를 와인 용어로 [닫혀 있다]고 표현합니다.
따라서 코르크를 열면 그 상태에서 한동안 공기에 닿게 합니다. 그렇게 하면 숙성이 활발해지고 본래의 맛과 향이 겉으로 나옵니다. 이것을 와인 용어로 [열린다]고 합니다. 동면 상태에 있던 동물을 깨워 호흡을 시작으로 한 체내활동을 활발하게 만드는 것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시간의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ο 부르고뉴의 적포도주는 30분 정도.
ο 보르도의 적포도주는 1시간 정도.
ο 생산된 지 10년 미만인 어린 와인은 각각 플러스 30분 정도. 생산된 지 10년 이상 된 오래된 와인은 공기에 닿는 시간이 너무 길면 맛이 망가지므로 반대로 약간 짧게.
ο 백포도주는 코르크를 따고 금방 마셔도 기본적으로 문제가 없지만, 막 생산한 매우 어린 와인은 디켄터에 옮겨 좀더 공기에 노출시키면(이것을 [에어링]이라 합니다) 좋다.
와인 바나 레스토랑에서는 소뮬리에가 코르크를 막 딴 와인을 디켄터에 옮겨 줍니다. 여기에는 침전물과 위에 뜬 맑은 액체를 분리하고, 에어링으로 와인을 [여는] 두 가지 목적이 있습니다. ‘빨리 마시고 싶다’는 마음을 조금 참는 것. 더 맛있는 와인을 마실 수 있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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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그렇다면 와인을 잔에 따른후에, 공기와의 접촉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와인잔을 돌리면서 내용물을 흔드는 경우는 어떤가요? 난 그렇게 마시는데...
여기서 매일 술 얘기 하니깐 매일 술먹게 되는 것 같습니다. 끊을 수도 없구..
형이 술을 끊으면 안되죠! 즐거움인데, 상상할 수가 없어요. ㅎㅎㅎ
술을 궂이 끊을려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가 없어요.
참, 마시다 남은 와인이 있는데 오래두면 안되는거죠???
내가 알고 있는 상식으로는 버리기는 아깝고 화초에 주는게 좋을 듯하네
화초에 줄때는 물과 섞어 주세요. 사람이나 동물은 싱싱한 것을 먹고 살고 식물은 썩은 것을 먹고 자랍니다.
부기가 더 자상하다. 물을 섞지 않으면 화초가 와인에 취해서 주정을 할까봐???
넵, 그렇게 하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