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지난해와 같다면 인생을 허비하고 있는 것’이란 말이 있다. 언제나 더 나은 기량을 목표로 달리는 러너들에게도 유효한 말이 아닐까? 2013년 가을시즌을 맞이하면서 작은 변화를 시도해본다면 달리기 인생 전체에 뭔가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연간 대회출전 계획 수립하기
만약 아직도 별다른 계획 수립 없이 마음 내키는 대로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방법을 바꿔보자. 마라톤 풀코스 완주를 위한 정상적인 준비기간이 평균 3개월 내외임을 생각하면 지금쯤 연말까지 참가할 주요 풀코스 대회 리스트가 나와 있어야 한다. 기록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펀 러너라 할지라도 동계 및 하계훈련의 성과가 가시화되는 3~4월, 9~10월 타킷 대회 정도는 미리 결정해두자.
대회 출전 계획 수립이 중요한 이유는 훈련의 연속성 때문이다. 아무리 의지가 강한 러너라도 단기간의 목표 설정이 돼 있지 않으면 의욕을 잃기 마련이다. 대회가 끝난 시점으로부터 3~4개월 이내에 반드시 출전해야만 하는 대회가 정해져 있어야 새로운 기분으로 다시 훈련에 돌입할 수 있다. 연간 2~3번의 타킷 대회를 기준으로 6개월, 3개월, 1개월, 1주일 단위의 작은 계획을 수립하라는 조언은 이미 많은 마라톤 영웅들이 해온 말이다.
마라톤대회 자원봉사 참여하기
아직 마라톤대회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적이 없다면 올해 시도해보자. 보는 것과 많이 다르다는 것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대회 주최 측이 왜 보다 체계적인 운영과 참가자 배려를 하지 못하는지 늘 궁금해 하면서 불만을 토로한다. 자원봉사 참여는 운영하는 쪽 시각에서 대회를 바라볼 수 있는 기회일 수 있다. 물론 마라톤대회 수요자인 러너에게 공급자인 주최 측 입장을 헤아릴 의무가 있는 건 아니지만, 한 번쯤 경험해볼 만한 일이다.
한편으론 그동안 수많은 자원봉자들로부터 받았던 것을 다른 누군가에게 돌려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수천 명의 주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대회장에서 간식 봉지를 챙기고, 반환점 급수대에서 하염없이 주자를 기다리고, 끊임없이 몰려드는 완주자들에게 순두부를 퍼주는 일은 마라톤을 완주하는 것 이상으로 고된 일이다. 또한 마라톤과는 또 다른 재미와 매력도 있다.
전문 지도자가 운영하는 아카데미 참여하기
아무리 우수한 기량을 갖춘 마스터스 러너라 하더라도 전문적인 훈련을 받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은 늘 있기 마련이다. 엘리트 육상을 경험했던 주자들의 매끈한 폼과 레이스 운영능력을 보면 자기도 모르게 주눅이 들게 된다. 사실 마라톤이 생활체육으로 정착되는 과정에서 전문 지도자의 강습이 보편화되지 못한 것은 매우 유감스럽고 비정상적인 것이다. 어떤 스포츠든 제대로 된 기본기를 배우지 않으면 지속적인 실력 향상을 기대할 수 없고 재미도 덜하게 되기 때문이다.
다행히 최근에는 선수 출신 지도자들이 운영하는 아카데미가 많아졌다. 충분치는 않지만 시간과 약간의 돈을 투자하면 엘리트식 러닝 훈련을 받을 수 있다. 마라톤 붐 초창기부터 활동해온 지도자들은 축적된 경험을 통해서 마스터스에 맞는 지도방법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왔다. 따라서 전보다 ‘덜 무서운’ 방법으로 동호인들을 이끌어준다. 인터넷에 떠도는 훈련법을 통해 자기 나름의 훈련을 고수하기보다는 단기간이나마 검증된 훈련법을 통해 기본기를 다지는 것이 장기적으로 이로울 듯하다.
가족과 함께 마라톤대회 참가하기
지인을 마라톤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일만큼 재미있는 일이 있을까? 하물며 사랑하는 가족이라면 두말 할 나위도 없다. 배우자나 자녀를 달리게 하는 일은 적지 않은 인내가 필요하다. 특히 자녀들은 이미 풀코스를 여러 번 완주한 아버지와 달리는 것이 벅차고 재미없을 것이다. 성인은 누군가가 끌어주면 편하게 달리지만 아이들은 자신이 상황을 주도할 수 없음을 깨닫고 흥미를 잃어버린다. 어깨를 나란히 하고 함께 호흡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자신이 훈련팀장이 되어 가족들을 신입회원 다루듯 해선 곤란하다. 진지한 훈련보단 즐길 수 있는 이벤트를 먼저 경험하게 해주자. 가족걷기나 5km 건강달리기 같은 만만한 코스에 가족과 함께 참가해보면 어떨까? 워밍업 하기에도 짧은 거리를 종종거리며 달리는 것은 아주 갑갑하겠지만 완주의 순간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다면 그 정도 수고쯤은 감수할 만한 일이다. 이로 인해 가장들이 얻는 다른 소득은 가족을 대회장으로 끌어들임으로써 취미활동 시간을 떳떳하게 쟁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짧은 거리 개인최고기록 도전하기
대부분의 마스터스 러너들은 일단 풀코스 완주에 성공하고 나면 자신의 주 종목을 풀코스로 단정 짓는 경향이 있다. 물론 그 자체가 나쁘진 않지만 무조건 풀코스에서 기록을 내고 풀코스 완주횟수를 늘리는 쪽으로 치닫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만약 어느 순간 풀코스 기록이 좋아지지 않고 대회에 자주 참가하는 것이 고되게 느껴졌다면 역으로 짧은 거리 코스에 도전해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풀코스 완주가 가능한 주자에게 하프코스 혹은 10km 코스는 완주에 대한 부담 없이 언제든 참가할 수 있는 이벤트다. 이를 위한 준비단계 역시 거리훈련 부담을 느끼지 않아도 되므로 체력적인 면에서 수월하다. 짧은 거리 종목에서 자신의 최고기록을 노리는 것은 색다른 도전이 될 수 있으며, 풀코스보다 더 간소한 준비기간을 거쳐 더 자주 도전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10km와 5km 개인최고기록에 도전하게 된다면 마라톤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속도감을 맛볼 수 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자신의 최대스피드를 끌어올려 마라톤 기록 향상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나만의 달리기 훈련코스 만들기
마라톤 훈련의 효율에 있어 훈련코스는 매우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주로를 달릴 때 보다 즐거운 마음으로 임할 수 있고, 심리적으로도 안정감을 얻을 수 있다. 대부분의 주자들이 이용하는 400m 육상트랙이나 강변?천변도로만 훈련코스가 되란 법은 없다. 차량 통행 등의 방해요소가 없고 노면이 균일하다면 동네 골목길이나 빌딩숲 사이길도 얼마든지 훈련코스가 될 수 있다.
세상이 편리해져서 인터넷 지도만 열면 전국 어느 곳이든 길을 찾아 거리를 측정할 수 있다. 이것을 이용해서 나만의 훈련코스를 몇 가지 만들어보자. 지도상에서 쉽게 식별할 수 있는 건물이나 교량이 있다면 거리표시가 없는 주로에서도 정확한 거리훈련이 가능해진다. 멀리 훈련하러 갈 수 없을 때 집 앞에서 출발하여 제자리로 돌아왔을 때 정확히 5km가 되는 코스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다양한 상황에 부합하는 나만의 코스를 가지고 있으면 훈련의 성실도는 당연히 높아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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