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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들이 질환 진단 기술을 개발해 화제다. |
첨단 기술 개발에 의해 고령 질환을 손쉽게 진단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치매 등 뇌질환과 더불어 관절 질환 등을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포스텍(포항공과대) 화학공학과 오준학 교수팀은 최근 기초과학연구원(IBS) 복잡계자기조립연구단과 공동으로 신경전달 물질인 아세틸콜린을 포집해 뇌질환을 진단할 수 있는 바이오센서를 개발했다.
아세틸콜린(acetylcholine)은 학습 능력이나 기억력을 활성화 시키는 신경전달 물질로 너무 많으면 파킨슨 병에, 너무 적으면 알츠하이머 병에 걸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 물에 강한 유기반도체 DDFTTF와 '나노호박'인 쿠커비투릴을 이용했다.
쿠커비투릴은 가운데에 구멍이 뚫려 있어 다양한 분자나 이온이 들어가고 이런 초분자 물질은 자신에게 꼭 맞는 짝을 찾아 결합하는 특성이 있어 센서 분야에 유용하게 쓰인다.
반도체 위에 물에 잘 녹지 않도록 한 쿠커비투릴 유도체를 씌운 층을 만들어 아세틸콜린을 선택적으로 감지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기존 효소를 이용한 센서보다 제작 비용은 크게 낮추고 100만배 이상 민감하게 아세틸콜린을 검출해 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특히 유기반도체는 유연하게 구부러지기 때문에 시계나 팔찌, 목걸이와 같이 착용할 수 있는 웨어러블 형태의 기기로 응용이 가능하다.
오 교수는 "뇌질환에 관련된 신경전달 물질을 아주 적은 농도에서도 검출해낼 수 있는 바이오센서를 저비용으로 간단하게 제조할 수 있는 기술이다"고 말했다.
치매를 치매전단계(경도인지장애)부터 정확하게 알아내는 진단법도 개발돼 적절한 치료는 물론 환자에게도 미래를 대비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병원은 최근 원내 신경과 주건·김만호 교수팀이 코 상피세포 내 마이크로RNA-206 (mir-206)의 발현양으로 치매를 진단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치매 진단은 의사의 병력청취, 검진, 뇌영상검사 등을 통해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지만 기억력이 떨어져가는 치매전단계를 확실히 감별하는 것은 현재까지 거의 불가능했다.
더욱이 치매전단계 환자들은 최초 증상 후 약 10년이 지나야 비로소 치매로 진행하기 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받거나 미래에 대비할 계획이 부족하게 된다.
아울러 치매와는 다르지만 우울증과 같은 기분장애나 만성스트레스에 의한 주의집중력 저하도 치매전단계 환자처럼 기억력이 떨어진다.
알츠하이머 병 초기에 제일 먼저 나타나는 증상은 냄새를 구별 못하는 것이다.
이는 냄새를 뇌로 전달하는 후각신경계에 병리변화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 사실에 착안해 치매와 치매전단계 환자를 조기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냈다.
연구팀은 후각신경말단이 있는 상피조직을 떼어내 정량 PCR(중합효소연쇄반응)을 통해 마이크로RNA-206의 발현양을 검사했다.
대상은 건강자원자, 우울증환자, 치매전단계, 치매환자 등 4개 그룹이었다.
치매전단계는 정상인에 비해 7.8배, 치매 환자들은 41.5배의 mir-206 발현양을 보였다.
반면 우울증 환자들은 기억력이 저하돼 있음에도 mir-206 발현양은 정상인과 같게 나와 치매와는 뚜렷하게 구별됐다.
주건 교수는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치매검진에 드는 엄청난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며 "기억력이 떨어지는 환자들도 본인이 치매로 진행될 것인지 여부를 알 수 있게 도와준다"고 말했다.
무릎 퇴행성관절염 위험도를 평가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개발됐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공학교실 김덕원 교수팀은 최근 컴퓨터 설문을 통해 한국인의 무릎 골관절염(osteoarthritis, OA) 발병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골관절염은 가장 흔한 관절질환의 하나로 관절의 연골이 약해지거나 닳으면 관절을 이루는 뼈와 인대 등이 손상돼 염증과 통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지난 2013년 발표된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50~64세 성인의 5.8%(남자 2.2%, 여자 9.3%), 65세 이상의 24%(남자 9.2%, 여자 34.3%)가 골관절염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덕원 교수는 제5차 국민건강영양조사(2010년)에 참여한 50세 이상 2665명의 데이터를 활용해 무릎 골관절염을 유발하는 7개의 위험인자를 선별한 후 인공 신경망(ANN)을 이용한 자가진단 프로그램 모델을 구축했다.
그리고 방사선학적 골관절염 중증도를 켈그렌-로렌스 체계(KL: Keelgren-Lawrence grading system)에 따라 0~4단계까지 구분했다.
김 교수는 이번 모델을 미국 관절염 조사(Osteoarthritis Initiative, 2004)의 45~79세 4796명 데이터에 적용해 정확도를 검증했다.
프로그램은 7개의 위험인자인 성별과 연령, 키와 몸무게(체질량 지수, BMI), 대학 졸업 유무, 고혈압, 무릎 통증 유무, 청소, 걸레질, 빠른 걸음 등의 하루 활동량을 입력하면 인공 신경망을 이용해 무릎 골관절염 위험도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키 155cm, 몸무게 48kg, 무릎 통증이 없는 70세, 고혈압이 있으며 하루 1시간 정도의 활동량을 갖는 여성의 경우 무릎 골관절염 위험도는 6(Risk Score)으로 고위험군(High Risk Group)으로 분류된다.
0~3은 저위험군이며 4는 경계선상, 5~9는 고위험군이다.
무릎 골관절염에 걸릴 확률(ANN Knee OA risk)은 58%로 고위험군에 속한다.
임상의가 진단을 내리는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무릎 통증이 있는 환자에서 X-ray 영상으로 진단한 위험도(ANN-Symptomatic Risk)도 분류했다.
사례자의 경우 KL 값이 2로 무릎 골관절염으로 진단됐다.
KL 값이 2 이상이면 골관절염이며, 4는 제일 심한 경우다.
김 교수는 "통증이 없는 경우에도 고위험군에 속하는 경우가 있어 프로그램을 통해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면 전문의를 통해 예방과 조기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며 "무릎 골관절염 예방을 위해서는 체중을 줄이고 혈압을 낮추며, 무릎의 과도한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프로그램 개발과 관련된 논문은 최근 'PLOS ONE'에 게재됐으며 프로그램은 인터넷(https://sites.google.com/site/taekeunyoo/oa-risk-calculator)에서 다운 받아 사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