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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시 동남쪽 선학산에서 바라본 진주시 왼쪽 끝자락에 평거동 新시가지 아파트촌이 운집해 있다. | 『경상도 음식 별것 있는교~』 경상도 사람들 특유의 반어법이다. 경상도만큼 고유한 먹을거리가 풍부한 고장이 없다는 이야기다. 산과 평야, 바다와 만, 하천이 고루 갖춰 있고 유구한 역사와 문화가 있다. 특히 晋州(진주)는 예부터 영남내륙 문물의 중심지로 「北 평양, 南 진주」로 불리는 맛고을임을 자부한다. 화려했던 敎坊(교방)음식은 진주 한정식으로 재현되고 있고, 비빔밥은 전국에서 가장 오랜 老鋪(노포)가 진주에 있다. 1929년 진주법원 앞에서 문을 연 貸房(대방·여인숙) 할매가 선보인 비빔밥이 3代 80년 가까운 내력을 기록하며 「진주비빔밥」으로 뿌리를 내렸다.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예전의 맛과 모습을 하나도 흩트리지 않고 고유의 정취를 그대로 이어 오고 있다. 맛깔스러운 비빔밥과 담백하면서도 개운한 한우곰탕, 세심한 정성이 깃든 교방한정식, 순수한 전통한우불고기, 한가족이 함께 즐기는 장터국밥, 별미인 중국만두, 냉면, 콩국수와 청국장까지 2~3代를 잇는 노포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1) 천황식당 ― 80년 내력의 진주비빔밥 본포 1929년 진주법원 앞에서 여인숙을 하던 「대방 할매」가 아침식사가 여의치 않은 손님들을 위해 내던 비빔밥이 하도 맛깔스러워 밥집으로 소문났다. 1950년대 초 대방 할매의 며느리 오봉순(작고)씨가 6·25 전쟁 때 불탄 건물을 새로 지으면서 「천황식당」이란 옥호를 붙인 것이 며느리代로 이어지고 있다. 메뉴는 단 한 가지 비빔밥이고 석쇠불고기가 추가메뉴로 곁들여 있다. 넓적한 대접에 쌀밥을 안치고 솎음배추와 시금치나물, 숙주나물, 애호박, 고사리, 산채나물 등을 무치거나 볶아 잘게 썰어 얹고, 육회를 한 줌 덧얹은 뒤 고추장으로 마무리한다. 무를 저미어 넣고 끓인 맑은 콩나물선짓국에, 가을에 담가 땅에 묻은 김장김치와 깍두기, 물김치 게다가 마른반찬 한두 가지를 곁들인 소박하면서 맛깔스러운 모습이 80년을 한결같다. 일본식 양옥집에 식탁과 의자도 만든 지 50년 된 것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비빔밥 1인분 5000원, 석쇠불고기 1만5000원. ● 주소 진주시 대안동 4-1 전화 055-741-2646 2) 육거리곰탕 ― 60년 손맛 지닌 부드럽고 개운한 탕국 진주에서 두 번째로 오랜 음식점이다. 창업주 정순막(작고)할머니의 일손을 도와 20년을 수련한 아들 부부가 代물림해 60년 내력을 쌓고 있다. 한우고기의 특성과 불 조절에 도가 튼 주인 유성관(60세)씨가 터득한 곰탕 맛은 기름지지 않으면서 부드럽고 담백한 맛의 정수라 할 만하다. 개운하게 감치는 깔끔한 맛이 일품이다. 기본 국물은 주인이 직접 골라 오는 한우사골과 쇠머리뼈 이외에 들어가는 것이 없고, 알맞은 불에 알맞게 고아 건져 낸 뒤, 사태와 쇠머리고기를 삶아 내 맛을 돋우고 기름을 말끔히 걷어 낸다고 한다. 따끈하게 달군 뚝배기에 밥을 안치고 머리고기와 양지를 알맞게 썰어 한 줌 얹어 설설 끓는 국물로 한 차례 헹궈 내고 파를 한 줌 얹는다. 밥을 따로 내기도 하지만 주방에서 말아 내는 것이 진미다. 새콤한 깍두기를 국물에 얹어 먹으면 한결 개운하고 맛이 상쾌하다. 곰탕 6000원, 수육 1만8000~2만5000원. ● 주소 진주시 강남동 119(제일예식장 옆) 전화 055-757-6969 3) 한정식아리랑 ― 교방 상차림 손맛을 연상한다는 진주한정식 진주 敎坊음식과 상차림을 재현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는 여주인이 상차림을 직접 챙긴다. 주연상 위주의 「교방상차림」과 식사를 겸한 잔칫상 형태의 「대장금 상차림」, 가벼운 접대모임을 위한 「아리랑 상차림」, 점심특선 등으로 구별해 화려하고 정갈한 모습의 한정식을 선보인다. 죽과 삼색전, 생선 회와 찜, 해물 찜과 구이, 갈비 구이와 찜, 건구절판과 진구절판, 신선로, 홍시죽순채, 정과와 다식, 계삼채, 숭체만두, 대하냉채, 오색화양적, 율란과 생강란, 떡과 수정과, 식혜 등 20~30가지가 어우러진 정교한 상차림에 민속주와 직접 담근 반주가 곁들여진다. 계절에 따라 지리산 자락과 남해안, 전국에 나는 명물들을 고루 수집해 익힐 것은 충분히 익히고, 삭힐 것은 충분히 삭혀 전통적인 양념의 묘를 살려 낸다. 입소문이 퍼져 큰상차림이나 폐백을 차려 주러 서울까지 불려 간다고 한다. 4인 이상을 기준으로 1인분에 점심특선 1만2000원, 아리랑 상차림 3만원, 교방 상차림과 대장금 상차림이 각각 5만원. ● 주소 진주시 신안동 34-23 전화 055-755-7566 4) 제일식당 ― 중앙시장에서 40년, 가족이 함께 가는 장터국밥집 중앙시장 찬거리 골목에서 손맛이 넉넉한 주인 할머니가 40년을 이끌어 온 국밥집이다. 처음에는 비빔밥집으로 시작했다가 새벽손님들을 위해 곁들인 해장국밥이 소문나 아침에는 해장국만 내고, 점심에는 비빔밥과 국밥을 낸다. 새벽 2시면 일어나 초저녁에 불을 지펴 놓은 국솥에서 기름을 걷어 내고 삶아 우린 배춧잎과 연한 무청을 섞어 넣고 된장으로 간을 해 뜸을 들이고 나면 새벽 4~5시다. 이때부터 해장 손님들을 들이기 시작하면 오전 내내 줄을 선다. 그런 사이 찬모들이 출근해 비빔밥을 준비해 점심에는 비빔밥과 국밥이 어우러져 본격적인 밥집의 진면모를 선보인다. 맑고 담백한 국물에 부드럽고 구수한 우거지를 듬뿍 넣고 선지를 한 덩이 얹어 내는 해장국이 해장과 아침식사로 더할 나위 없다. 누구나 먹을 만해, 어린 자녀를 동반한 가족들이 아침식사로 찾는다. 6가지의 비빔감과 고추장과 육회를 얹어 내는 비빔밥도 바로 앞에 있는 푸줏간과 참기름집에서 재료를 받아 사용하는데, 신선하고 각별한 맛을 내준다. 해장국 3000원, 국밥 5000원, 비빔밥 6000원. ● 주소 진주시 대안동 16-15(중앙시장) 전화 055-741-5591 5) 유정장어 ― 담백하고 고소한 실붕장어구이의 독특한 맛 진주성 앞 장어집촌의 원조집이다. 내력이 40년을 넘어서고 있다. 남강다리 밑에서 포장마차로 시작해 입소문을 이어 오다가 강변길이 개통되면서 지금의 자리로 옮겨 앉은 것이 단체관광객들의 예약이 이어지면서 장어촌의 계기가 됐다. 옮겨 앉은 지 25년, 10여 곳 대형 장어집들이 들어서 진주성의 새로운 명소로 손꼽히고 국내외 관광객들이 진주 명물로 즐기고 간다. 남해와 충무 사천 만에서 활어차로 실어 오는 붕장어를 한 마리씩 배를 따고 납작하게 다듬어 양념에 알맞게 재웠다가 석쇠에 굽는다. 붕장어 자체가 지방이 적고 살이 부드러워 신선할 때 초벌구이를 해 냉장해 놓았다가 양념장을 몇 차례 더 바르며 즉석에서 구워먹는다. 하나에서 열까지 사람의 손이 수없이 가는 음식이어서 내력 있는 손맛과 양념장 맛이 비결이다. 먹기 좋게 썰어 놓는 장어구이는 양념이 듬뿍 밴 고소한 맛이 부드럽게 감치면서 뒷맛이 담백하다. 5~6마리 한 접시에 1만3000원, 2인분으로 알맞다. 남강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이 더할 나위 없다. ● 주소 진주시 동성동 16-15(진주성 앞) 전화 055-742-3113 6) 북경장 ― 진주 사람들 입맛에 꼭 맞는 다양한 중국음식 3代 40년을 이어 오는 중식당이다. 중국 산동성 출신 화교 가족들이 대물림해 오며 진주의 토속음식처럼 터를 다지고 있다. 주인 왕위노(49세)씨 가족은 6·25 전쟁 때 진주로 피란해 음식점을 열었다가 주민들의 호응이 두터워 그냥 눌러앉았다. 시세 흐름과 상관없이 예스런 맛이 그대로 이어져 서울과 부산 등지에서 찾아왔던 관광객들도 향수를 느끼곤 한다. 주방은 3代인 주인 왕씨가 할머니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솜씨로 직접 음식을 관장하고, 홀은 한국인 지배인 이계동(53세)씨가 30년을 지키고 있어 진주 토박이 손님들의 얼굴은 모르는 이가 없다고 한다. 진주대교 사거리에서 촉석루로 들어가는 초입의 3층 건물은 1층에 만두가게가 솥의 김을 내뿜고 있고, 편안한 홀과 조용한 예약실이 손색없이 갖춰 있다. 자장면 3500원, 통만두 3500~5000원, 일품요리 1만5000~5만원. ● 주소 진주시 동성동 13-15(성남극장 앞) 전화 055-741-2757 7) 사천냉면 ― 푸짐하고 넉넉한 경상도 냉면의 진미 경상도 냉면은 대부분 6·25 전쟁을 전후해 피란민들에 의해 유래됐지만, 사천냉면은 창업주가 광복 후 일본에서 귀국하면서 일본의 한국 냉면집에서 조리법을 전수해 왔다. 본포를 1948년 문을 연 사천시내 재건냉면집에 두고 있고, 진주 사천냉면은 작은아들이 분가한 곳이다. 한우 잡뼈와 정육을 삶아 우려 낸 육수와 전분을 알맞게 섞어 탄력을 살린 갈색 국수발은 수십 차례를 바꿔 가며 이뤄 낸 것이라고 한다. 달걀과 수육, 돼지고기를 얇게 저며 부친 육전, 오이와 배, 무 등을 듬뿍 채쳐 얹은 푸짐한 꾸밈도 경상도 사람들의 기질에 맞는 느낌이다. 찬으로 깍두기가 곁들여지는 것도 특색 있다. 슴슴할 정도로 담백한 정통 평양냉면과 달리 얼음이 자박자박한 시원한 국물에 야채와 과일, 수육과 육전, 깍두기까지 곁들여져 와삭와삭 씹히는 풍성한 느낌과 구수한 여운, 두둑한 포만감까지 고루 만끽해 볼 만하다. 물냉면 6000원, 비빔냉면 6500원. ● 주소 진주시 칠암동 521-10(진주문화원 뒤) 전화 055-753-307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