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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식의
' 클래식은 영화를 타고 '
< 사랑과 슬픔의 볼레로
- Res Uns et Res Autres >
“사람들의 인생은 매우 다양한 듯 보이지만,
통합해보면 결국은 두 세가지 형태에 불과하다.
그런데 사람들은 오직 자기 인생만이
유일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에는 그런 일이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한 세대는 다음 세대의 비판을 피할 수 없고,
그 세대는 다음 세대로 이어져 간다."
클로드 를르슈(Claude Lelouch) 감독의
< 사랑과 슬픔의 볼레로 - Les Uns et Les
Autres > 는,
미국 버지니아 출신 여류작가 윌라 캐더의
'인생의 형태에 관한 정의' 속 암유적인 코멘트로
그 막을 열어가지요.
정작 영화를 보면 함축된 여러 사건과 인물들이
자못 복잡하게 얽혀 있는 터,
오히려 역설적으로 인간의 삶이 그리 간단하게
유형별로 정리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영화는 1930년대 후반부터 출발해
1980년대 초반에 이르기까지,
프랑스, 러시아와 독일, 그리고 미국에 흩어져
살고 있던 네 명의 예술가들이 전쟁의 와중에서
겪었던 일과,
그 후 이들의 2세들이 걸었던 삶의 궤적을
오롯이 펼쳐내고 있지요.
예술가의 모델이 된 인물들은
미국 스윙 재즈의 대가 글렌 밀러,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프랑스의 대표적 샹송 가수
에디트 피아프,
또한 러시아 출신 20세기 최고의 발레리노
루돌프 누레예프로 보여집니다.
하지만 이들 실존 인물들은 일종의
예술적 영감과 동기만 부여했을 뿐으로,
영화 속에 픽션으로 재구성된 예술가들의 삶은
실제 인생과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게 사실이지요.
1936년 소련 모스크바의 볼쇼이 발레단,
발레리나 타티아나(리타 포엘부르드 분)는
라벨의 '볼레로(Bolero)' 공연에 참가할
무용수를 뽑는 오디션에 도전하지만 실패하고
맙니다.
이때 심사를 맡은 보리스 이토비치
(조르주 돈 분)는 오디션에 떨어져 실망해 있는
타티아나를 격려하지요.
이것이 인연이 되어 두 사람은 결혼을 하며,
아들 세르게이까지 낳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행복은 오래가지 않지요.
독일과 이탈리아가 소련에 선전포고를 하자,
스탈린은 16살에서부터 55살 사이의
남자들에게 징집 명령을 내립니다.
타티아나의 남편 보리스 또한 어린 아들과
아내를 남겨둔 채 전쟁터로 떠나가게 되지요.
남편이 전쟁의 현장에 있는 동안, 타티아나는
자신의 전공을 살려 소련 병사들을 위한
위문 공연에 나섭니다.
1937년 프랑스 파리,
리도 쇼 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리니스트로
일하고 있는 안느(니콜 가르시아 분)는
악단에 새로 들어온 유태인 피아니스트
시몽(로베르 오셍 분)과 사랑에 빠져들지요.
그 후 두 사람은 결혼하고 아들까지 얻지만,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강제수용소로 잡혀가게
됩니다.
태어난지 몇개월 밖에 되지 않는 아기를 품에
안고 강제수용소 행 열차에 몸을 실은
시몽과 안느...
어린 아기가 수용소라는 참혹한 상황에서
살아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시몽 부부는,
돈과 반지, 그리고 전쟁이 끝날 때까지만
키워달라는 편지와 함께 아들을 낯선 기차역에
놓아 두지요.
그 다음날 아기는 지나가던 청년에게
발견되지만,
그는 돈과 반지만 가져간 채,
아기를 동네에서 멀리 떨어진 어떤 신부의
집 앞에 버리고 달아납니다.
강제수용소로 끌려가는 동안 시몽과 안느는
헤어져 서로 생사를 모르는 상태가 되지요.
한편 미국 뉴욕의 재즈 뮤지션 잭 글렌
(제임스 칸 분)은 자신의 재즈 밴드와 함께
큰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그는 프랑스 여자 수잔(제랄딘 채플린 분)과
결혼해 제이슨과 사라, 두 남매를 두지만,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에 참여하자 군대의
밴드 마스터로 입대해 미국 병사들을 위해
위문공연을 하게 됩니다.
1938년 독일의 베를린,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 피아니스트
칼 크레머(다니엘 오브릭스키 분)는 히틀러를
비롯한 나치당원과 그 가족들 앞에서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 를 연주해 박수갈채를 받지요.
전쟁이 일어나자 칼은 독일군의 군악대장이
됩니다.
이무렵 절망의 계절을 운명처럼 여기며
뜨거운 가슴으로 살아온 무명가수 에블린
(에블린 부이 분),
그녀는 파리 클럽의 독일군을 위한
송년파티에서 노래를 부르지요.
이에 앞서 파리 거리에서 군악대를 지휘하는
칼의 멋진 모습에 반한 에블린은 파티에 참석한
그에게 호감을 느낍니다.
그 후 에블린은 독일군과 정을 통했다는 이유로
파리 시민들의 멸시와 조롱을 받게 되지요.
1945년,
드디어 전쟁이 끝납니다만...
베를린으로 돌아온 칼은 아내 마그다
(마샤 메릴 분)와 재회하지만,
전쟁 중에 집이 폭격 당하고,
아들 퓌레가 죽었다는 것을 알고 오열하지요.
수용소에서 남편을 잃은 안느도 아들을 찾기
위해 아기를 버렸던 기차역으로 가지만
안타깝게도 아들 소식을 듣지 못합니다.
그 후 안느는 옛 동료들과 함께 작은 악단을
꾸려 아코디언을 켜면서 이곳 저곳을 떠돌며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게 되지요.
잭 글렌은 미국으로 되돌아가
재즈 뮤지션으로 활동하고,
전쟁 미망인이 된 타티아나는 볼쇼이 발레학교
초급반 교사로 일하며 아들 세르게이에게
발레 교육을 시킵니다.
한편 독일군의 아이를 낳은 에블린은 아기를
데리고 부모가 있는 고향으로 돌아가지만,
마을 사람들의 멸시를 견디지 못한 채,
도착 1주일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지요.
어느덧 장장 20년의 세월이 흐른 1960년대...
화면은 " 피와 눈물의 시대가 지난 후,
전쟁 전에 태어나 전쟁 후에 자란 전후세대들이
성인의 문지방 너머로 발을 디딘다 " 라는
내레이션으로 20년이 흘렀음을 알립니다.
세계 곳곳에서 희망이 피어나는 게지요.
엄마 없이 외갓집에서 성장한 에블린의 딸
에디트(에블린 부이 분)는 약혼자를 만나기 위해
"파리를 조심하라"는 외조부모님들의 배웅을
받으며 디종역을 떠나 파리행 열차에 몸을
싣습니다.
에블린은 샹송의 여왕 에디트 피아프를
너무나 좋아한 나머지 자신의 딸을 에디트라고
불렀지요.
그녀는 기차 안에서 알제리 전쟁에서 귀환하던
젊은 군인들과 만나게 됩니다.
뚱보 자크, 부호 아버지를 둔 프란시스, 복서
아버지를 둔 소니, 그리고 술을 마시는 부모님을
둔 리샤르,
또한 안느의 아들 로베르(로베르 오셍 분)도
끼어 있지요.
파리에 도착한 에디트는 약혼자가 역에
나와 있지 않은 것을 보고 당황합니다.
옛날에 어머니 에블린이 그랬던 것처럼,
에디트 또한 파리라는 낯선 도시에 그대로
버려진 것으로,
그녀의 순탄치 않을 앞날이 예고되는 순간으로
은유되지요.
당장 먹고 살 길이 막막한 에디트는 무용학교의
청소부로 일하다, 무용수를 거쳐 결국 방송국
아나운서가 됩니다.
잭 글렌은 교통사고로 아내 수잔을 여위지만
1년도 안돼 재혼을 하는데,
엄마를 잃은 사라(제랄딘 채플린 분)는
그럼에도 오빠 제이슨(제임스 칸 분)의 도움을
받아 재즈 싱어로 크게 성공하며,
아버지를 잇는 2대 째 재즈의 명사가 되지요.
나치수용소에서 홀로 살아서 나온 후
더 이상 바이올린을 켤 수 없게 된 채,
1942년에 삶이 멈춰 선 안느...
그럼에도 그녀는 2주일마다 어김없이 아기가
버려졌던 기차길에 20년 동안 서성이며
아들과의 상봉을 애타게 기다립니다.
전쟁 후 지휘자로 활동하며 뉴욕에서 연주회를
갖게 된 칼,
그는 유대인들이 티켓을 모두 사버리고
콘서트에 오지 않는 바람에 비평가 두 명만
앞에 놓고 '브람스의 교향곡 1번'을 연주하게
됩니다.
젊었을 때 찍힌 히틀러와 악수하는 사진 때문에
친나치 인사로 낙인이 찍힌 것이지요.
그 후 칼은 아내의 간절한 설득으로
기자 회견을 열어,
"자기가 히틀러 앞에서 연주한 것은
스무 살 때의 일이며, 본인도 전쟁으로 피해를
입었으니 모든 독일인을 게슈타포로 취급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호소합니다.
그 사이 타티아나 아들 세르게이(조르주 돈 분)는
소련 최고의 발레리노로 성장하지요.
1964년,
볼쇼이 발레단이 유럽 순회공연을 하는데,
여기에서 세르게이는 '베토벤 교향곡 7번의
4악장'에 맞추어 격정적인 발레를 선보이며
관객들의 뜨거운 환호와 박수갈채를 받습니다.
하지만 그 후 그는 위험을 무릅쓰고 자유를 찾아
서방세계로 망명하며,
발레학교에서 쇼팽의 녹턴에 맞춰 학생들에게
발레를 가르치던 어머니 타티아나를 크게
근심케 하지요.
필리페 루제의 권투시합이 있던 날,
복싱경기를 자신들 장래의 거울로 생각하고
열띠게 응원하는 알제리 전우들 앞에서 그는
참담하게 지고 맙니다.
또다른 20년이 흐른 1980년대...
모두들 어제와 오늘을 노래하며 미움과 사랑을
함께 외칩니다.
노랫말은 바뀌고 세월은 가도 멜로디는
남는 게지요.
무려 1,200만장의 음반이 팔린, 그래미상
세 차례 수상의 스타 싱어로 떠오른 사라,
하지만 그녀는 네번의 결혼과 이혼을 반복하는
불행한 가정 생활 속에 15세 된 아들이 있으며,
술을 지나치게 많이 마십니다.
아나운서가 된 에디트와 알제리 전우들은
우연히 다시 만나며 지난 일들을 이야기하지요.
로베르와 에디트는 잠깐 연인 관계에 빠집니다.
성당 신부의 손에 키워져 변호사가 된 로베르...
어머니 안느의 존재를 까맣게 모르고 있는
그는,
사회적으로는 성공했지만 가정적으론
원만하지 못해 아내에게 이혼을 통보받았으며,
음악가였던 조부모의 피를 이어 받아 그런지
음악에 소질이 있는 아들 패트릭 역시 아버지를
그다지 살갛게 대하지 않지요.
전우들 또한 모두 이혼을 했거나 수속 중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로베르가 펴낸 책 속 사진에서 그와 너무도
닮은 시몽(로베르의 아버지)의 모습을 발견한,
옛적 리도 쇼 악단의 지휘자와 동료들이
그를 방문하죠.
그들로부터 자신의 어머니가 그토록 자기를
찾으려고 애썼다는 말을 전해 들은 로베르...
그는 안느가 2주마다 찾아왔다고 하는
기차길에 가보지만,
주변 사람들은 2년 전을 마지막으로 요즘에는
못보았다고 말하지요.
그 후 백방으로 어머니를 찾아 나선 로베르는
그녀가 기억상실증에 걸린 채 정신요양원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렇게,
로베르는 드디어 안느를 만나지만 안타깝게도
이미 정신줄을 놓아버린 그녀는 아들을 전혀
알아보지 못하지요.
그가 자라난 성당은 어머니 안느가 배회하던
기차길에서 불과 50km의 거리에 있었습니다...
1981년,
미국에서 비틀즈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던
사라는 리도 쇼 무대에 서기 위해 파리로 옵니다.
부모 세대에는 프랑스, 독일, 러시아, 미국으로
각자 분산되었던 활동 공간이,
2세대들에선 비로소 파리의 한 곳으로 합쳐진
게지요.
사라는 유니세프와 적십자 관계자들로부터
굶주림으로 고통받는 어린이들을 위한
자선콘서트를 파리의 트레카데오 광장에서
열자는 제의를 받습니다.
에디트가 방송을 통해 동참을 호소하는
가운데,
칼이 지휘하는 오케스트라단이 연주하는
'라벨의 볼레로'에 맞춰 세르게이는 춤을 추고,
아울러 사라, 그리고 안느의 손자이자 로베르의
아들인 패트릭도 함께 노래를 부르지요.
이 공연 장면을 전쟁 고통을 경험한 부모 세대와
그 이후의 평화 속 삶을 살아가는 자식 세대가
어우러져 관람하게 된 것입니다.
비록 지금은 기억을 잃었지만, 지난 반평생을
애타게 자식을 찾아 헤매었던 안느도 아들
로베르와 함께 객석에 나란히 앉아 있지요.
드디어 '라벨의 볼레로'에 맞추어 거대한 화합과
공존의 퍼포먼스가 풀어집니다.
모리스 베자르가 안무한 이 모던 발레는
빨간 원탁 위에서 솔리스트가 볼레로의
크레셴도에 맞추어 격렬한 춤사위를 풀어내지요.
처음에는 세르게이 혼자 춤을 춥니다만,
음악이 진행될수록 다양한 악기 종류와 더불어
무용수의 숫자 또한 하나하나씩 늘어갑니다.
그러다가 드디어 무용수 전체가 춤을 추고,
피날레의 파국적인 일성(一聲)과 함께 전원이
무대 위에 몸을 던지지요.
하여,
영화의 원제인 ‘한 사람과 다른 사람들'
(Res Uns et Res Autres) 은 온전히 '하나'가
되며,
'사랑과 슬픔의 볼레로' 를 완성하기에
이릅니다...
당대 프랑스 영화음악을 대표하는 작곡가
프란시스 레이(Francis Lai)와 미셀 르그랑
(Michel Legrand).
< 사랑과 슬픔의 볼레로 > 에서 처음 호흡을
맞춘 이들의 주옥같은 곡들은 그 미려한 선율로
화면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지요.
작곡은 프란시스 레이가, 편곡과 음악감독은
미셀 르그랑이 각각 맡았지만,
두 사람들 모두 자신만의 독자적인 음악세계를
가지고 있었기에,
이들의 공동작업은 협력이자 선의의 경쟁이기도
했습니다.
두 사람의 음악들은 세대와 시퀀스에 따라
바리아시옹(변주)에 변용을 거듭하며,
반세기에 가까운 시간을 오롯이 좆아 네명의
예술가들의 삶과 그 서사를 노래하고 있지요.
유서깊은 폴리 베르베르 극장의 화려한
레뷔 쇼를 위해 프란시스 레이가 카바레풍의
'Folies Bergeres'를 작곡했다면,
미셀 르그랑은 아메리칸 스윙 재즈의 멜로디를
멋지게 담아낸 '사라를 위한 세레나데'
(Serenade for Sarah) 를 들려줍니다.
영화의 테마곡 격인 레이의 'Les Uns Et Les
Autres' 와 '내 추억을 위한 발라드'(Ballade
pour ma memoire)를 향해,
르그랑은 '내 인생 끝의 향기' (Un parfum de
fin du Monde)로 화답하지요.
하여,
프란시스 레이 특유의 멜랑콜리한 감성적
선율에,
화룡점정의 엑센트와 방점을 찍는 미셀 르그랑
의 절묘한 편곡 솜씨는 가히 환상적인 콜라주의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 李 忠 植 -
1. < 사랑과 슬픔의 볼레로 - Les Uns et
Les Autres > 엔딩 신
- 발레리노 '조르주 동'(Jorge Donn) 솔리스트
https://youtu.be/rUYoTeRbYOY
스페인 풍의 숨결을 강렬하게 느끼게 하는 음악
모리스 라벨의 '볼레로(Bolero)'...
이 곡과 관련해 라벨은 이렇게 말했지요.
" 1928년, 이다 루빈슈타인의 요청에 따라
나는 관현악을 위한 '볼레로'를 작곡했다.
상당히 느린 무곡으로 선율, 화성, 리듬이
시종일관 반복되며,
특히 리듬에서 작은 북소리가 끊임없이
뒤따른다.
이 곡에서 변화의 요소는 관현악 합주 부분의
크레센도밖에 없다.”
‘볼레로’는 18세기에 생겨난 스페인의
전통춤이지요.
이 곡의 진행은 매우 단순합니다.
작은북(스네어드럼)이 처음부터 끝까지 집요한
리듬을 반복하지요.
그와 동시에 두 개의 주제 선율을 계속
반복하면서 점차 음량이 고조됩니다.
플루트로 시작되는 이 곡의 선율주제는
민속적 맛이 풍기는 2개의 연속된 선율이
볼레로의 끊임없는 리듬을 타고서,
발전이라든가 변형도 없이 악기만 바꾸어가며
채색되면서 반복되어 엮어져 나가지요.
끈질기게 진행되는 볼레로의 리듬은 무려
169회나 계속되는데,
조성도 계속 C장조로 진행되다 마지막에
가서야 E장조로 바뀌었다가 결국 C장조로
되돌아와 끝나게 됩니다.
2. < 사랑과 슬픔의 볼레로 > 예고편 ('Les Uns et Les Autres' - Trailer)
프랑스 출신의 명장 클로드 를루슈가
각본, 제작, 감독을 맡은 1981년 작품입니다.
유명 예술가들의 3대에 걸친 45년의 세월 속에
펼쳐지는 삶과 죽음, 전쟁과 사랑 , 이별과 만남,
그리고 음악과 발레 등,
그들의 예술 세계와 이데올로기를 정치한
시선으로 그려낸 20세기 명작으로 꼽히지요.
클로드 를르슈 감독은 2차 세계대전 전후
혹독한 시련에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예술로 승화시킨,
일류 예술가들의 원형과 그 성취를 표현하기
위해,
2차 대전 직전인 1936년부터 1939년까지
'4년'에 걸쳐
모스크바, 파리, 베를린, 뉴욕의 '4개 도시'
에서 '네명의 예술인' 들을 태어나게 합니다.
그렇게,
2차 세계대전의 발발과 종전을 거쳐,
1981년에까지 이르는 45년 간의 파란만장한
역사의 격랑 속에서,
감독 를르슈가 탄생시킨 네명 예술인들의
대(代 : Generation)를 이은 2, 3세들...
이들은 프랑스, 독일, 러시아, 미국 등 4개국에서
각기 화려하게 현대 문화사를 장식한 예술가들로
자리매김하지요.
https://youtu.be/WMD9wCPH6xo
- Retratos Da Vida (Bolero)
https://youtu.be/ZMDjmGjsLBQ
https://youtu.be/3MpWJCu-uUU
3. '타티아나 오디션' 장면
- 볼레로(Bolero) 피아노 편곡 버전
https://youtu.be/ime5zJKFCtA
라벨의 '볼레로' C Major, M.81...
1928년 어느날,
러시아의 유명 발레리나인
이다 루빈스타인이 모리스 라벨을 찾아옵니다.
공연의 주연으로 캐스팅되어 이 곡을 쓰고
싶으니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바꿔달라고 부탁을
하지요.
그녀가 들고온 곡은 스페인의 유명 음악가인
알베니즈의 피아노곡 였습니다.
곡을 받은 그는 듣자마자 도입부의 몇소절에
바로 빠져들고 말지요.
갑자기 그는 많은 생각을 합니다.
그가 그의 친구를 만나 손가락 하나로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지요.
"들어보게 이 멜로디 어떤가?
나는 음악사에 처음하는 새로운 시도를
할거라네.
처음부터 끝까지 이게 다이지.
매번 다른 악기로 교체하며 마지막엔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소리로 끝을 맺을거네.
정말로, 정말로
이 멜로디가 전부야."
그리고 완성 후 공연에서 대성공을 거둡니다.
물론, 원 작곡가는 가만히 있을리가 없겠죠.
그러나 편곡에 의한 새로운 시도 및 그 형식으로
지리한 소송끝에 저작권을 소유하게 되어
그의 음악으로 각인되며, 또 연주케 됩니다.
그래서 이 곡과 더불어 그는 드뷔시 등과 함께
인상주의 음악 사조의 불후의 곡으로,
또한 작곡가로 남게 되지요.
그는 모리스 라벨이며
그 곡은 '볼레로(Bolero)'입니다.
어떻습니까?
볼레로의 탄생이!
이 작품은 두 개의 버전이 있는데,
발레를 위해 작곡한 1928년 버전과,
1929년에 발표한 연주회용 버전이 있지요.
이 두 버전의 가장 큰 차이 가운데 하나는
발레 버전에서는 볼레로의 리듬을
두 대의 북이 연주하고,
연주회 버전에서는 한 사람이 리듬을
연주한다는 것입니다.
작곡된 지 90년이 된 볼레로는 우리가 아는만큼
그 자신의 온전한 작품은 아닌 게지요.
하지만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연주된 작품
가운데 하나이고 앞으로도 더욱 더 많이
연주될 것 같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2016년 부터 저작권이
소멸했다는 것이지요.
주선율들이 나오는 순서와 악기의 배치는
다음과 같습니다.
1. 플루트 독주 (첫 번째 선율)
2. 클라리넷 독주
3. 바순 독주 (두 번째 선율)
4. 피콜로클라리넷 독주
5. 오보에 다모레 독주
(첫 번째 선율)
6. 플루트와 약음기 끼운 트럼펫
7. 테너색소폰 독주 (두 번째 선율)
8. 소프라니노색소폰 독주
9. 호른, 피콜로 한 쌍,
첼레스타 (첫 번째 선율)
10. 오보에, 오보에 다모레, 코랑글레,
클라리넷 한 쌍
11. 트롬본 독주 (두 번째 선율)
12. 바순족을 제외한 모든 목관악기
13. 피콜로, 플루트 한 쌍, 오보에 한 쌍,
클라리넷 한 쌍, 제1바이올린 (첫 번째 선율)
14. 위의 악기들에 코랑글레, 테너색소폰과
제2바이올린 추가
15. 클라리넷족과 바순족을 제외한 모든
목관악기, 트럼펫, 제1+2바이올린
(두 번째 선율)
16. 바순족과 소프라니노 색소폰을 제외한
모든 목관악기, 트롬본, 콘트라베이스를 제외한
모든 찰현악기
17. 피콜로, 플루트 한 쌍, 피콜로트럼펫,
트럼펫 세 대, 소프라니노색소폰과 테너색소폰,
제1바이올린 (첫 번째 선율)
18. 위의 악기들에 트롬본 추가
(두 번째 선율)
- 실비 기옘의 마지막 무대로
모리스 베자르가 안무한 발레
https://youtu.be/SS_WJmLGFrA
- 라벨이 편곡한 '한 대의 피아노를 위한
포핸즈(Four Hands)'
https://youtu.be/EcqEfGlsXIw
4. 라벨의 '볼레로(Bolero)'
-발레리 게르기에프 지휘 런던심포니 오케스트라
https://youtu.be/ODeNHRtVNO
'볼레로' 곡의 구조는 매우 단순한데요,
마지막 몇 마디를 제외하고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스네어드럼의 스페인 볼레로 리듬 위에서
두 가지 선율이 악기를 바꿔가며 계속 반복되는데,
가장 작은 음량에서 가장 큰 음량까지 온갖
악기들이 추가되며 점진적으로 커집니다.
첫 선율은 C장조의 전음계적인 것이고,
두 번째 선율은 스페인 민속 음악 전반에 걸쳐
많이 사용되는 선법인 프리기아 선법에 라벨의
후기 작품에서 강하게 드러나는 재즈나 블루스의
블루 노트가 섞인 것이지요.
각 멜로디는 두 번씩 나오며,
막바지에 가서야 한 차례 조옮김과 변형이
이루어지는 것이 고작입니다만,
전체적인 형태로는 초반에는 악기를 하나씩
올려나가다가,
현악 파트를 기점으로 해서 악기군을 계속
쌓아올려 결국 무너져 내리는 앙상블로
펼쳐지지요.
하지만 이 덕분에(?) 볼레로는,
'단순한 재료로 최상의 효과를 구현하는' 곡의
대명사가 되었고,
훗날 '미니멀리즘(Minimalism)'으로 불리는
현대음악 사조에도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5. 'Les Uns et les autres'
- 프란시스 레이(Francis Lai)
https://youtu.be/RyeBsXw0rJs
6. 'Les allemands a paris'(soundtrack)
https://youtu.be/zl5wDDvqBAw
" 거품같기도, 샴페인같기도 해, 파리!
파티는 그만, 이제 돌아와요
창백한 얼굴, 어두운 노래는 그만두고, 파리!
스윙을 추러가요,
장례식이 아니니까
회색보다 검은 색이 잘 어울려요,
파리! "
거장 클로드 를르슈의
< 사랑과 슬픔의 볼레로 > 는 '파리'를 그렇게
노래하지요.
반세기에 걸쳐 사랑과 헤어짐의 교차 속에
참혹한 전쟁의 상흔을 딛고,
음악과 춤, 전쟁과 평화, 그리고 '한사람과
다른 사람들'(Les Uns Et Les Autres)이
온전하게 하나로 어우러지는 예술과 낭만어린
열정의 도시 '파리'를 말입니다.
7. '내 인생 끝의 향기
(Un parfume le fin du monde)'
- 미셀 르그랑(Michel Legrand)
https://youtu.be/BoQv8fzZcas
- 관현악 편곡(Instrumental) 버전
https://youtu.be/lONhgOdo_yE
8. 프란시스 레이와
릴리앙 데이비스
(Francis Lai & Liliane Davis)
- '내 추억을 위한 발라드
(Ballade pour ma mémoire)'
https://youtu.be/PqPjxCaPjXs
9. '사라를 위한 세레나데
(Serenade for Sarah)'
https://youtu.be/BZxzo6yt0JQ
10. '다른 사람들의 파리
(Paris des Autres)'
- 릴리앙 데이비스의 노래
https://youtu.be/I5aiRM7HcGc.
11. 'Folies Bergère'
https://youtu.be/PQAuUBvXuO0
12. 'Dad & Co.'
- 미셀 르그랑 오케스트라
(Michel Legrand Orchestra)
https://youtu.be/zcKxN_KUo_Y
13. 'Ballet Apocalypse'
- 프란시스 레이
https://youtu.be/NiipI3vUWv8
14. 'Les violons de la mort'
https://youtu.be/R8AJ8WEcgTU
15. 'Pot pourri'
https://youtu.be/QHLTP-024z8
16. 브람스 교향곡 1번 c단조, Op.68
- 극 중 '칼 크레머' (다니엘 올브리스키 분) 지휘
https://youtu.be/YnGcWCOc2Cs
17. 베토벤 교향곡 7번 A장조 , Op.92
-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지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https://youtu.be/gNlGvKsDcaA
18.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14번 c#단조,
Op.27, '월광(Moonlight)' 의 2악장
- 발렌티나 리시차(Valentina Lisitsa)의 피아노
https://youtu.be/OsOUcikyGRk
19. '타티아나' : 'Tatiana dancing before
the Red Army Soldiers'
https://youtu.be/vcY3W75x6s8
20. '보리스와 타티아나
(Boris et Tatiana)'
https://youtu.be/B241geL8Js8
첫댓글 < 사랑과 슬픔의 볼레로 > 를 탄생시킨
또다른 주인공들 프란시스 레이와
미셀 르그랑.
안타깝게도...
클로드 를르슈와 35편의 영화를 함께 하며,
그의 영원한 예술적 동반자로 자리했던
프란시스 레이가 2018년 11월에,
미셀 르그랑 또한 2018년 1월에,
연이어 세상을 떠나갔습니다.
하지만,
프란시스 레이의 '남과 여', '러브스토리',
'하얀 연인들', '빌리티스' 로부터,
그리고,
미셀 르그랑의 '쉘브르의 우산'(주제가
'Je ne pourrai jamais vivre sans toi'
- ' I'll wait for you') ,
'5시부터 7시까지의 클레오', '42년의 여름',
'블루스를 노래하는 여인',
'토머스 크라운 어페어'(주제가 'Windmills
of your mind')
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주옥같은 영화 음악들은,
지금도, 또한 앞으로도 그 미려한 선율로
우리들의 마음 속 깊이 오롯하게 울려오겠지요...
'남과 여'(Un homme et Une femme,
1965), '파리의 정사'(Vivre pour vivre ,
1967), 그리고 '사랑이 이끄는대로(Un +
Une ,2016)를 연출한,
82세의 노장 클로드 를루슈
(Claude Lelouch).
프랑스의 영화 감독, 각본가, 촬영 기사,
배우, 영화 제작자인 그는,
프란시스 레이와 함께 음악적 호흡을
함께 한 < 남과 여 > 로 1966년도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바
있지요.
클로드 를루슈는 즉흥적인 대화에 기반하여
영화를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나 멜로드라마틱한 제재를 색채와
음악, 예각적(銳角的)인 화면구성으로
독특한 영상의 세계를 형성하였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늘 그래왔듯이,
프란시스 레이와 미셀 르그랑으로 하여금
< 사랑과 슬픔의 볼레로 - Res Uns et Res
Autres > 주제음악을 먼저 완성케 한 후에야,
영화 촬영에 들어갔던 클로드 를르슈...
그는 또하나의 < 남과 여 > 라 할 수 있는
2016년 연출작 <사랑이 이끄는대로
- Un + Une(프란시스 레이 음악) > 의
인터뷰를 통해,
이른바 '감독과 음악과의 관계'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지요.
“어떤 면에서 '프란시스 레이'는
또 다른 '나'다.
내가 이미지를 만들 듯이
그는 음악을 짓는다.
그동안 우린 함께 35편의 영화에서
일했다.
이 영화는 음악에 대한 오마주(Hommage)이자,
프란시스 레이에 대한 오마주이다.
음악은 우리의 무의식을 향해 얘기한다.
그리고 우리가 말하지 않는 것과
다룰 수 없는 것에 대해 얘기한다.
내게 음악은 신의 음성이다.
어떤 의미에서 음악은 영원을 뜻하는데,
거기엔 죽음이 없다.
나는 의기소침해지거나 기분이 상할 때면
음악을 듣는다.
그 것이 내 첫 번째 약이다.
스포츠인들 중에는 체육관에 들어가기 전에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래서 난 영화를 찍기 전에 음악부터 작곡하고
배우들로 하여금 그것을 듣게 한다.
< 남과 여> 를 찍을 때도 세트에 음악을 보내
배우들이 걷고 대화를 나누면서 음악을 듣도록
했다.
내 모든 영화에서 같은 방식을 취한다.
난 음악을 공백을 메우기 위해 쓰는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를 말하는 하나의 인물로 쓰기 때문에
영화를 찍기 전에 음악부터 녹음한다.
내가 영화 내용을 맨 먼저 얘기해주는 사람이
프란시스 레이다.
그리고 그에게 나의 얘기를 음악으로
해 달라고 부탁한다.
이어 우린 함께 주제에 관해 일한다.
대작업으로,
우린 다른 방법으로 같은 얘기를 하는 것이다.”
보리스는 아내 타티아나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전쟁터에서 1943년 1월을 기억하고 싶다며,
콘스탄틴 시모노프의 시를 들려주지요.
" 날 기다려줘 나는 돌아가
오직 아주 굳게 기다려줘
네가 지켜보는 가운데 우울한 황색의 비가
비탄으로 채울 때까지 너는 기다려줘
눈보라가 몰아쳐도 기다려
무더운 여름날 속에서도 기다려
그들이 어제를 잊고
다른 사람들이 기다림을 멈춰도 기다려
편지가 네게 도착하지 않아도 기다려
다른 사람들이 기다림에 지쳐도 기다려.
날 기다려줘 나는 돌아가
끈기있게 기다려
분부하건대 그것을 잊지말고 기다려줘
나의 어머니와 아들이 더 이상
나를 생각하지 않아도 기다려
그리고 나의 친구들이 나를 위해
불 주위에 둘러앉아 마실 때
기다려
그리고 서둘지 말고 나의 기억도 마셔.
기다려 나는 돌아가
매일 죽음을 무시하며
기다리지 않는 누군가는
그건 내게 있어 행운이라 하겠지
그들은 죽음 한가운데
그것을 절대 이해할 수 없어
너와 나의 기다림이 나를 구했다는 것을
오직 너와 나만이
내가 살아남은 방법을 알 수 있어
그것은 내가 기다리고 있으니까."
제2차 세계대전의 발발...
서로 다른 국적을 가진 네 예술가와
그 가족들의 삶과 운명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을 전쟁은,
예술혼을 불태우며 현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이어질 인생유전의
장대한 서막을 격렬한 템페스트의
울림으로 열어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