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과류, 잘못 먹었다가는 간경화 걸린다
건강에 관심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견과류(堅果類)는 건강식으로 꼽힌다. 치매 예방 효과를 노려 매일 일부러 챙겨먹기도 한다. 하지만 견과류에 대한 정보는 상당부분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 견과류의 여러 가지 건강증진효과가 밝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제대로 먹지 않으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우리 선조들은 견과류 중에서도 특히 호두가 치매예방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서양에서는 심장병 예방에 좋다고 선전한다. ‘호두가 사람의 뇌와 비슷하게 생겨서’, 혹은 ‘호두를 반으로 자르면 심장모양처럼 생겨서’라는 부연 설명은 ‘달에서 옥토끼가 방아를 찧는다’는 얘기만큼이나 동화 같은 비유일 뿐이다.
동서양에서 견과류를 건강식품이라고 칭송하는 이유는 견과류에 풍부한 영양소 때문이다. 견과류는 장차 하나의 나무로 자랄 씨앗이기 때문에 다양한 영양소를 저장하고 있으며, 특히 필수지방산과 비타민 E가 풍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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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견과류 모듬 사진/동원F&B 제공
하지만 모든 종류의 견과류가 이러한 영양적 특성을 갖는 것은 아니다. 견과류는 크게 탄수화물이 풍부한 견과류와 지방이 풍부한 견과류로 나눌 수 있다. 탄수화물이 풍부한 견과류에는 밤이나 도토리 등이 속한다. 밤이나 도토리에는 지방이 1%내외로 매우 적다. 반면 잣, 땅콩, 호두, 아몬드 등의 견과류는 지방이 60% 이상으로 매우 풍부하다.
심장병이나 치매예방, 피부에 좋다는 견과류는 모두 지방이 풍부한 견과류다. 견과류의 지방은 몸에 좋은 기름이라는 얘기가 된다. 그러나 동시에 견과류의 치명적 단점인 ‘높은 열량’도 바로 그 풍부한 지방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지방도 지방의 열량은1g당 9kcal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견과류에 탄수화물 함량이 낮아서 혈당을 높이지 않기 때문에 섭취된 열량이 체지방으로 축적되지 않고 대부분 소비에너지로 사용된다. 하지만 정상적인 식사 이외에 매일매일 꾸준히 견과류를 섭취하면 추가열량이 더해져서 결국 체중증가를 피할 수 없다.
견과류의 또 다른 문제는 오래된 견과류에 번식하는 곰팡이다. 이 곰팡이는 아플라톡신 B1이라는 독소를 만들어내는데, 이것은 간경화나 간암을 유발하는 간 독성물질이다. 산패된 지방과 곰팡이독소는 물로도 씻겨지지 않고 가열에 의해 파괴되지도 않는다. 보다 안전하게 견과류를 먹기 위해서는 먹기 전에 반드시 냄새를 확인하고, 오래되어 조금이라도 이상한 냄새가 나면 즉시 폐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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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견과류
견과류를 산패되지 않도록 보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공기와의 접촉을 줄이고 저온에서 보관하는 것이다. 가정용 진공포장기를 이용하거나 비닐지퍼백에 조금씩 나누어 이중으로 포장한 후 냉동실에서 보관하면 산패를 늦출 수 있다. 반대로, 종이봉지나 비닐봉지에 허술하게 담아 따뜻한 실내에 방치하는 것은 그야말로 최악이다.
짭짤하게 혹은 달콤하게 조미된 견과류는 혈압이나 혈당상승문제 때문에 잘 먹어야 본전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살찔 걱정 없이 견과류의 장점만 취하고 싶다면 하루에 호두 2~3알 정도가 적당하고, 땅콩이나 잣은 하루에 두 숟가락 정도면 충분하다. 심심풀이 땅콩이라고 계속 먹었다가는 지방변성 설사 때문에 화장실을 끊임없이 들락거릴 수도 있다.
글 이미숙 식생활 클리닉 '건강한 식탁' 원장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