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이 부쩍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외국인들은 한국어 화자들이 평소에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질문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먹는 바람에’와 ‘먹은 바람에’도 그러한 예의 하나입니다.
‘먹는 바람에’는 사전에 다음과 같이 되어 있는 말입니다.
• 바람「I」「명」「1」기압의 변화 또는 사람이나 기계에 의하여 일어나는 공기의 움직임.~ 「2」(‘-는 바람에’ 구성으로 쓰여)뒷말의 근거나 원인을 나타내는 말. ¶급히 먹는 {바람에} 체했다./어제는 눈이 오는 {바람에} 길이 미끄러웠다./아이는 배탈이 나는 {바람에} 학교에 결석했다./그와 나는 시간이 어긋나는 {바람에} 서로 만나지 못했다./친구가 가자고 조르는 {바람에} 할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
사전을 읽어 보면 ‘급히 먹는 바람에 체했다’의 경우 주로 ‘-는 바람에’의 형태로 쓰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경우에 ‘먹은 바람에’로 쓸 수는 없느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국어에서는 보통 동사에 ‘-는’이 결합하면 ‘현재’를 ‘-은’이 결합하면 ‘과거’를 나타냅니다.
• 내가 먹는 밥 / 내가 먹은 밥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현재로서는 ‘급히 먹는 바람에 체했다’가 옳은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위의 문장은 다음 두 개의 문장이 결합한 것입니다.
• 급히 먹었다. + 체했다.
그런데 위의 두 문장이 나타내는 사건은 거의 동시에 일어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급히 먹는 행위’와 ‘체하는 행위’는 거의 동시에 인식되는 행위입니다. 즉 다음과 같은 문장은 무척 어색한 것이 사실입니다.
• ?건물이 무너지는 바람에 한 달 후에 사상자가 무수히 나왔다.
• ?급히 먹는 바람에 한 시간 후에 체했다.
이러한 점 때문에 ‘바람에’는 늘 ‘-는 바람에’의 꼴로 쓰이는 것으로 사전에서 기술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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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먹다'라는 동사의 현재 관형형 어미는 '은'이 아니라 '는'이므로 '~ 먹는 바람에 '가 맞는 표현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