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고를 나와 카이스트에 진학한 모범생이 ‘모범생들’을 연출하다.
연극 연출가 김태형씨를 만나고 왔습니다.
카이스트를 다니다가 돌연 한예종으로 진학을 바꾼 김태형 연출가만의 특별한 사연을 들어 보았습니다.
# 카이스트를 다니다가 한예종으로 진학을 바꾸신 이유.
사람이 성격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잘하는 것, 멋있는 모습 보여주고 싶은 욕구가 있잖아요. 저는 공부 말고는 딱히 잘 하는게 없었어요. 노래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춤을 잘 추는 것도 아니고 다른 재주가 없었어요. 그러던 와중에 고등학교 때 그런 욕구는 있고 창의적인 걸 하고 싶다는 욕구는 있던 차에 연극반에 들어갔어요. 연기를 처음 해보면서 재미있었고 적성에 잘 맞았어요. 내가 뭔가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 2학년 때 후배들을 데리고 축제 때 할 연극을 연출하게 되었어요. 첫 공연 올리던 때를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게 나요. 연습하는 과정에서 재미있었고 이야기를 제시하면 배우들이 연습해주고 과정 도중에 고치고 완성해 가는 것이 굉장히 재미있었어요. 많은 걸 가지고 있지 않은 재주이지만 뭔가 새로운 걸 만들어 내는 기분이 들었고, 공연을 가지고 관객들이 웃어주고 기뻐해 주고 집중해 주는 것이 아주 재미있었어요.
낯선 타인들에게 기쁨으로 소통한 것은 처음 경험한 김태형 연출가
# 생각해 보면 처음이었던거 같아요. 낯선 타인들에게 무언가 만든 것으로 기쁨을 주고 소통을 한 것이 처음이었어요. 그 전에는 그런게 없었어요. 공부를 잘 하면 부모님들이 좋아하시고 나중에는 부모님의 기쁨 때문에 공부하는 것도 아니었고요. 그런 와중에 연극이 재미있었고 대학 가서도 연극반 활동을 계속 했던 것 같아요.
#본격적으로 카이스트를 그만두고 연극을 연출하기로 한 계기는
그러다가 연극을 정말 내 취미가 아니라 전문적으로 하고 싶었다는 계기는 일단 공부하기가 싫었고 재미도 없었고, 공부는 하지만 뭔가 마음이 편하지 않았어요. 사회적인 맥락이 있어요. 한창 20대 초반에 사회과학을 공부하면서 그런 것들에 목말라 있었어요. 사회적인 목소리를 내고 싶었는데 기회가 틈이 없었고 그런 와중에 대학생이었기 때문에 종종 시위도 나가고 학생회 활동도 해보려고 했고 사회과학 읽으면서 세상이 이상하다고 욕하면서 살았던 것 같고 그 와중에 내 공부가 더 재미가 없었고, 그러고 연극반을 계속 하면서 연극영화의 이해라는 수업이 처음으로 개설이 되었어요. 연극하면서는 알 수 없었던 것들을 이 수업을 통해 많이 배웠어요. 무대안의 환상을 보면서 그 세계에 푹 빠져 보게 하는 것 보다 무대를 빠져나와 관객에게 말을 걸고 생각하게 하는 것을 보고 많이 느꼈어요. 한 가지 깨달은 것은 민중극이나 운동극들을 많이 보긴 했지만 연극이라는 것이 새롭고 세련된 것으로 내 목소리를 낼 수 있구나를 느끼고 그때부터 진로를 바꿔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 부모님의 반대에도 한예종으로 진학하고 지금까지 연극을 연출하게 하는 그것만의 매력
익스트림 스포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위험하죠. 죽을 수 도 있고... 어떤 여자가 인터뷰 한 것을 봤는데 일주일 전에 낙산 다이빙에서 일주일 전에 여기서 죽었대요. 근데 그 다음주에 자기는 그걸 또 다시 도전을 하러 간다는거에요. 동료가 죽는 것을 눈 앞에서 보고 자기는 안하려고 했었는데 자기 생각에는 내 유전자에 이것이 각인 된 것 같다고 이거 할 때 보다도 그 어떤 즐거움을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는 거에요. 위험한거 알고 돈 드는거 알지만 마약같이 안 할 수가 없데요. 이 즐거움을 맛보고 나면 다른 즐거움을 모르기 때문에 하는 거 같아요. 저도 마찬가지인거 같아요. 다른 즐거움을 찾지 못한 거 같아요. 다른 연극연출 전공하는 젊은 친구들에게 전 항상 하지 말라고 해요. 힘드니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제가 즐거우니까 하는 거 같아요.
앞으로도 관객의 즐거움을 잃지 않으면서 작가, 연출가가 하는 목소리를 쉽게 잊혀지지 않게 작은 생각의 씨앗을 던져 줄 수 있는 연극 연출을 하겠다는 김태형연출가의 앞으로의 작품들이 많은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