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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운 / 2023《한강문학》신년호(30호)신인상 당선작 평론부문 / 한국 현대시 분류에 관한 소고
한국 현대시 분류에 관한 소고
-전통 운율에 파랑처럼 입혀지는 외국 운율의 영향
이 기 운
정규교육 과정에서 ‘시는 정형시와 자유시로 분류’되고 ‘한국시에서 정형시는 한시漢詩, 시조時調, 그리고 그 외 현대시는 대부분 자유시’로 일러왔다. 그러나 우리의 현대문학에서는 ‘한시를 따로 공부하지 않고, 쓰지 않는 시대’가 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직 ‘한시는 정형시, 현대시는 자유시’라는 고식적인 분류는 지속하며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현대시는 구한말, 일제식민 시대의 일본을 통하여 국내에도입되었다.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일본문화의 영향력을 고스란히 받게 된 우리나라는 일본문화에 필터링 된 서양문화를 1차적으로 수용하게 되었다. 아울러 일본으로 유학 간 유학생들의 주도적 활동에 의해 근대국가 초기의 문화가 정립되면서 일본 문화 풍風의 서양문화가 자연스럽게 정착되었다.
더욱이 구한말의 조선총독부의 문화정책에 따라 일본의 문화가 본격적으로 상륙하면서 단가[和歌], 그리고 파생된 하이쿠[俳句]도 교육 받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의 문화적 바탕에 일본의 문화가 덧칠되는 과정, 즉 일본의 시가와 우리 시를 혼용해서 공부하는 경우도 발생했을 터인데, 여기에서, 간과해서는 아니 될 것은, 일본의 단가나, 하이쿠는 글자 수(좀 더 정확한 표현으로는 음절 수)를 정확히 맞추어야 한다는 점에 주목하게 된다.
이때부터 우리는 시조 외에는 글자 수를 정확히 맞추는 시를 정형시, 그리고 글자 수를 정확히 맞추지 않은 우리 시를 자유시로 분류하는, 우리 나름대로의 이분법에 빠지게 된 것 아닌지 의구심이 들게 된다.
그렇다 해도, 한글은 표음문자인데, 이제부터라도 표음문자를 사용한 우리의 시를 과거의 ‘이분법적인 시각에서 탈피해 분류해야 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다.
우리의 현대시는 시조 또는 가사에서 현대시로 이행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밟지 못하였기에 자생적인 진보, 변화 과정이 부족했을 것이다. 주요인은 구한말 일제 식민시대에 일본어 교육과 함께 일본의 전통 시도 이 땅에 들어왔을 것이고, 또 전통 시 방식을 이어받은 일본의 근체시들이 이 땅으로 같이 유입되었고, 그와 동시에 영미권, 유럽의 시들도 대부분 일본을 경유하여 이 땅으로 들어왔을 것이기 때문이다.
즉 기존의 전통 정형시가 발전하기 보다는 일본의 시나 구미의 시가 대체로 일본을 경유하여 들어와서 우리 시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면서 현대시로 발전을 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지금은 우리의 전통 운율 방식인 ‘장, 단음을 교대로 읽는 방식을 탈피한 운율’이 ‘랩’이라는 분야로 노래에 이미 도입되었고, 이는 다시 해외로 수출되고 있는 중이다. 이에 영향을 받은 우리의 시가 앞으로 어떻게 변화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음은 우리나라의 문화형성 과정에 드러난 흔적을 비교해보자.
-. 일본의 정형시
아래 생몰년 미상의 “오노노 고마치”의 작품을 보자.
花の色は (小野小町)
花の色は うつりにけりな いたづらに
わが身 世にふる ながめせしまに
한자와 일어가 섞여 있기에 한자의 발음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정확성을 파악하기는 어렵다. 다음은 위의 시의 음독을 달아 보자.
はなのいろは (おののこまち)
はなのいろは うつりにけりな いたづらに
わがみ よにふる ながめせしまに
읽는 음절은
5, 7, 5
7, 7 이 된다.
그런데, 이 중에 전반부의 5, 7, 5 음만 사용하는 시는 따로 ‘하이쿠’라는 독자적인 시 영역을 구축하게 되고, 이 5. 7, 5는 세계에서 제일 짧은 정형시로 유럽과 미국으로 퍼져 나가서 Haiku Poem이라는 영역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柿くへば〉 (正岡子規)(1867∼1902)
柿くへば 鐘が 鳴るなり 法隆寺
かきくへば かねがなるなり ほうりゅうじ
〈감을 먹으면〉
감을 먹으면 종이 울리는 구나 법륭사
세번째 구에는 6자로 보이나 촉음을 따로 음절로 인정하지 않기에 5
음절로 된다.
그래서, 5, 7, 5의 음을 정확히 맞추고 있다.
-. 일본의 근체시, 현대시
이번에는 일본 현대시를 한 번 보자.
〈枯山唄〉 (野口雨情)(1882∼1945)
潮来出島の
五月雨は
いつの夜の間に
降るのだろ
枯れて呉れろと
枯れ山の
風は幾日
吹いただろ
常陸鹿島の
神山に
己が涙の
雨が降れ—(2)
이 시를 음으로 읽으면 아래와 같다.
かれやまうた 〈のぐちうじょう〉
いたこでじまの
さみだれは
いつのよのまに
ふるのだろ
かれてくれろと
かれやまの
かぜはいくにち
ふいただろ
ひたちかしまの
かみやまに
おれがなみだの
あめがふれ
이 시는 12개 구가 7. 5 음절로 6번을 반복하고 있다. ‘노구치’가 1882년생인데, 한국에서는 김억이 1896년 출생을 했으니, 김억보다 14년 빠르다. 아마 김억도 노구치와 동시대에 활동했던 시인들을 알았을 것이고 이들의 시 기법을 상당부분 도입해서, 김소월에게 전수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 한국의 자유시
〈진달래꽃〉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 우리다
영변寧邊에 약산藥山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 우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 우리다.
-김소월(1902∼1934)
김소월의 시의 음조는 기본적으로 7. 5조의 음절을 기본으로 하는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다만, 2연에서 5. 4 음조로 7. 5 음절의 변형이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우리는 김소월의 시를 자유시로 분류하고, 또 그렇게 배워왔다. 그리고, 3음보의 형태라고 배웠으나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다 보면 4음보로 분류하는 것이 리듬이 더 맞을 것으로 생각된다. 즉 한시의 7언 절구의 형태와 음보가 같게 된다.
7언의 한시를 2글자씩 일박, 일박으로 세 번 읽고, 마지막 한 글자를 읽고, 쉬는 시간을 갖고 낭송한다면, 4음보로 읽을 수 있게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우리의 창법으로는 2글자씩 세 번을 읽고, 마지막 글자를 읽고 토를 붙이면서 자연스럽게 읽어가면 4음보로 읽게 된다.
음보를 맞추다 보면 일개의 연이 3구로 이루어진 시이지만, 앞 두개의 연을 4음보로 같이 맞춘다면, 1개의 구로 읽을 수 있고, 전체적으로 2개의 구를 가진 연을 4개를 사용한 8구의 시로 읽을 수 있게 된다.
또 이 경우 각 2, 4, 8 구의 뒤의 음보는 “우리다”라는 동일한 운을 사용해서 운을 맞추었다. 이 스타일은 7언 절구의 1, 2, 4구의 운을 붙이는 방식과 동일한 방식이다.
김소월의 스승인 김억이 한시에도 상당히 능한 분이였고 한시를 한글로 번역하기도 했고, 구미의 시를 번역하기도 한 분이라 그의 시 작법의 여러 방식들이 자연스럽게 김소월에게 전수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 김억이 예이츠의 시를 번역하기도 하였기에 이의 정서가 김소월의 〈진달래 꽃〉에도 상당부분 전이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He wishes for the Cloths of Heaven〉
-William Butler Yeats.
Had I the heavens' embroidered cloths,
Enwrought with golden and silver light,
The blue and the dim and the dark cloths
Of night and light and the half-light,
I would spread the cloths under your feet:
But I, being poor, have only my dreams;
I have spread my dreams under your feet;
Tread softly because you tread on my dreams.
〈하늘 나라의 옷〉
황금과 백금으로 짜아내인
하늘의 소 놓은 옷
날과 밤의 또는 저녁의
프르름과 어스렷함, 그리하고 어두움의
품들인 옷을 가젓을 지면
그대의, 발 아래 펴노흐련만,
아아 나는 가난하야 소유란 꿈밧게 업스라
그대의 발 아래에 내 꿈을 펴 노니
내 꿈우를 밟으실랴거든
그대여, 곱게도 가만히 밝으라
-김억譯
예이츠의 시는 1개의 연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4음보를 채택한 시이다. 그리고 예이츠는 그녀에게 하늘에 옷을 깔겠다고 하고, 그녀가 그 옷을 밝고 오기를 노래했지만, 소월은 떠나려는 그녀에게 ‘진달래 꽃’을 깔아 준다는 것이다.
예이츠는 4음보로 맞추면서 다소 말이 좀 많고, 그럴 듯한 단어를 많이 사용하였다. 그래서 다소 산만한 느낌을 주는 것 같다. 반면에 소월은 7.5조에 맞추면서 더 압축을 했기에, 그리고, 한가지 ‘진달래 꽃’으로만 포커스를 맞추었고, 4음보로 읽는 도중에 쉬는 시간이 자주 있기에 읽는 독자로 하여금 더욱 절절한 느낌을 전달하고 있다.
예이츠는 이 시에서 자음 중 특히 ‘L’자가 들어가는 단어를 많이 채용했다. 3구에서는 dim, dark, 4구에서는 night, light, light, 8구에서는 tread, tread를 사용하면서 내부 라임을 사용하여 반복되는 리듬감을 극대화 시키려 노력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도 비슷한 음절을 많이 사용해서 리드미컬하게 들리도록 단어를 선정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김소월의 ‘진달래 꽃’은 음보, 운 등에서 영미시가 가지고 있는 정형성을 정확히 갖추고 있다. 다만, 우리의 전통적인 운으로 한시에서 사용하는 방식의 운을 채용했다고 보면 될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김소월의 ‘진달래 꽃’이 그냥 ‘자유시 3음보’로만 알고 있고, 또 그렇게 가르치고 있다.
다음에는 김동환의 시를 읽어 보자.
〈산너머 남촌에는〉
산너머 南村에는 누가 살길래
해마다 봄바람이 南으로 오데
꽃피는 사월이면 진달래향긔
밀익는 오월이면 보릿내음새
어느 것 한가진들 실어안오리
南村서 南風불제 나는 좋데나.
-김동환(1901∼1958)
파인 김동환은 김소월보다 일 년 전에 태어났으니, 동시대 사람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학교 다닐 때부터 일본의 영향을 받아 7. 5조 풍으로 시를 썼던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는 김동환의 시 또한 ‘3음보의 자유시’로 알고 있고, 또 그렇게 배웠다. 그러나, 글자 수가 정확히 7. 5조로 일치되며, 또 각 연의 영미시의 couplet 형태에 준하는 운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
1구의 살길래(라+이), 2구의 오데(더+이), 3구의 내향긔(그+이), 4구의 내음새(사+이)로 couplet 형태의 4음보 시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아쉽게 5구와 6구는 운을 맞추지 않았다.
-. 영미권의 정형시
영미시의 couplet 시를 살펴보면,
〈To His Coy Mistress〉
-Andrew Marvell(1621∼1678)
Had we but world enough and time,
This coyness, lady, were no crime.
We would sit down, and think which way
To walk, and pass our long love’s day.
Thou by the Indian Ganges’ side
Shouldst rubies find; I by the tide
(이하 생략)
이 시는 48행의 긴 시로 각 구의 끝의 음을 운으로 잡았다.
1, 2구 3, 4구 식으로 ‘홀수 구’와 ‘짝수 구’를 운으로 잡았다.
흔히 이런 스타일로 라임을 잡은 방식은 서사시에 많이 보이는 경향이 있다.
이 시 또한 각 구는 정확히 4보체로 구성되어 있다.
〈그대 수줍은 애인에게〉
우리에게 넉넉한 세계와 시간이 있다면,
이 수줍음은 죄가 되지 않으리, 여인이여.
우리는 앉아서 어떤 길을 걸을까 생각하며
우리의 기나긴 사랑의 날을 걸으리라.
(이하 생략)
-. 한국 현대시 분석
다음은 우리 현대시 중에 하나 읽어 보자
〈숨어 흐르는 강〉
언제부턴가
가슴 속에
물이 흐른다
어둠 숲 속에서
별이 돋는다
깃발처럼 찢긴
믿음은
공허한 몸부림
파랑이는
가슴에
물이 흐른다.
-권녕하
이 시는 자유시라는 생각이 든다. 일단 4개 연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3구, 2구, 3구, 3구로 각 구가 불규칙하게 읽힌다. 그러나 낭독을 하다 보면 다른 느낌이 든다. 그리고, 음절 수도 (5, 4, 5). (6, 5). (6, 3, 6). (4, 3, 5)로 불규칙하다. 그러나, 음절 수에 융통성을 주고, 앞의 두 구의 음절 숫자를 합친다면. (7+2, 5). (7-1, 5). (7+2, 5+1). (7, 5)로 변형된 7.5조의 운율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음보를 따지면서 읽다 보면,
〈숨어 흐르는 강〉
언제부턴가/가슴속에/
물이/ 흐른다
어둠/ 숲 속에서/
별이/ 돋는다
깃발처럼/ 찢긴 믿음은/
공허한/ 몸부림
파랑이는/ 가슴에/
물이/ 흐른다.
자연스럽게 각 연이 4음보로 읽힌다. 그리고, 1, 2, 4 연의 운(라임)이 “ㄹ+은다, ㄴ+은다, ㄹ+은다”로 자연스럽게 운(라임)을 가지고 있음이 느껴진다. 한시의 7언 절구의 형태로 구성된 시임을 알 수 있다. 즉 이 시는 얼핏 자유시라는 느낌이 들지만, 읽다보면 한시의 7언 절구와 같은 구조를 가진 정형시임이 느껴진다.
다음에는 한국 현대의 자유시를 읽어보자.
〈가을의 회귀〉
가을이
울긋불긋
내게로 걸어 오고있다
생명이 있는 모든 것들은
이 땅에 씨를 남기고
생을 마감하겠다는 것이다
은행나무는 노랗게
밤나무는 가시 철모 쓰고
내린천의 연어도
나도 그렇다.
-김형식
김형식 시인의 시는 자유시로, 5연으로 구성된 시이다. 우선 각 연마다 구성되는 구수가 3, 3, 2, 1, 1로 자유롭다. 또 각 연마다 음보가 자유롭고, 각 구의 음보도 자유롭게 구성되어 있다.
여러 형태로 보았을 때, 앞에서 언급한 〈진달래 꽃〉, 〈산 넘어 남촌에는〉, 〈숨어 흐르는 강〉과는 차이가 나는 자유시다.
이런 측면에서 기존의 한국 현대시의 ‘자유시 분류 방식’은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다.
-. 대중가요의 운율의 변화와 시 창법의 변화
우리의 시 낭송 기법은, 전통적인 운율은 단, 장음을 교대로 읽어가면서 운율을 맞추는 방식이다. 한자의 1성과 4성의 계열의 글자는 짧게, 그리고, 2성과 3성 계열의 글자는 길게 발음하면서, 이를 글자로 만든 낱말과 우리의 조사가 같이 어우러지며, 단, 장에 잘 어우러지게 배열된 시조가 절창으로 들렸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한글 전용세대에게는 한자보다 영어 어휘가 더 익숙한 시대이기에 영어로 읽는 방식, 강약 방식이 우선 노래에부터 적용되기 시작했다.
다음은 추억을 더듬는 노래를 한 번 읽어보자.
〈서울구경〉
시골 영감 처음 타는 기차 놀이라
차표 파는 아가씨와 실갱이 하네
아 이 세상에 에누리 없는 장사가 어딨어
아 깎아 달라 졸라 대니 원 이런 변일세
(간주 및 이하 절 생략)
이것뿐 아니라, 당시 속사포처럼 만담으로 읽어내던 글이 있었다.
이거다 저거다 말씀 마시고
산에 가야 범을 잡고
들에 가야 꿩을 잡고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가 떴어도
고뿌가 없이는 못 마십니다
산에 산에 산에 사는 산토끼야
깡충깡충 뛰면서 어디 가느냐
(이하 생략)
〈서울구경〉이란 노래는 당시 해방된 지 오래되지 않아서 7.5조의 기본형에 약간 변형된 형으로 사용되었다. 당시 서영춘은 이 노래를 기존의 노래 창법이 아닌 2음절 단위로 강약의 비트를 주어가면서 노래했고, 만담은 음보 단위로 강약으로 읽어갔던 것으로 기억된다.
만담은 3,4 조의 우리 기본 운율에 7,5조를 섞은 글들을 빠르게 읽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의 노래와 만담을 처음 들었을 때, 아주 쇼킹하게 들렸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런데, 지금은 거의 반세기 전의 노래와 글이 자연스럽게 들려온다. 이유는 이천 년 대 이후로 많은 젊은 가수들이 랩으로 노래를 하기 시작했기에 많이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그들은 한국의 전통 운율이 장, 단음이고, 우리의 언어 체계가 강약의 비트로 구성된 언어가 아니기에, 한국에서의 랩은 실패할 것이라는 문화계 인사들의 예상을 깨뜨리고 말았다.
만일 이렇게 읽는 방식이 보편화 될 때, 기존의 우리 시의 낭독 방식이 어떻게 변화될 지 궁금하다. 기존에 상성과 측성으로 일 박씩 낭독하던 중국식 낭송 방법을 단음과 장음으로 변화 시키면서, 우리 고유의 한시 시창법을 개발했던 우리나라였다. 이제 랩이란 강약 창법의 음악이 일반화 되었을 때 어떻게 우리 시를 읽을 것인지 매우 궁금해진다.
그들은 어떤 식으로 ‘진달래꽃’을 낭독할 것인가?
-. 결론
우리에게는 전통적인 정형시로 시조가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시조 이외의 정형시가 계속 현대 시로 이어지지 못했고, 시조만 현대 시조로 같은 고시조와 형식을 유지하면서, 시어 등을 현대어로 사용하는 현대 시조로 남아 있다.
그리고 우리 시에는 시조를 제외하고 정형시는 다 사라지고, 자유시만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 현대시의 정형성은 한시의 정형성과 일본의 단가에서 유입된 정형성이 내재해 전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영미권의 정형시 분류에 속하는 시들이 구한말부터 도입되었고, 이 스타일이 우리 시에 녹아 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우리가 자연스럽게 자유시라고 생각했던 많은 시들이, 의외로 한시, 일본 전통 시, 그리고, 영미권 정형시의 정형성이 혼재되어 녹아 들어가서, 독특한 현대 한국시의 정형성을 만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영미권 정형시들이 4구의 경우에는, a-b-a-b, 또는 a-b-b-a의 운을 갖는 형태가 많은 데, 앞에서 언급했던 ‘진달래 꽃’과 ‘숨어 흐르는 강’은 4개의 연이 a-a-b-a의 형의 운으로 전형적인 한시의 7언 절구의 형을 갖고 있다. 그리고, 일본의 7.5조의 운율의 변형 형태로 4음보의 형태로 한시의 형태를 띠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그동안 단순히 자유시라고 알고 분류했던 많은 시들이 정형시로 분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는 시의 낭독에 있어서도 새로운 방법에 직면해 있다. 한글 전용 세대에게 랩이란 분야가 노래에서 우리의 새로운 분야로 자리를 잡았듯이, 이 스타일과 비슷한 구미의 시의 낭독 기법이 어떻게 우리 시에서 자리잡게 될지는 매우 궁금하다.
한류가 일본을 통해 수입되었던 음악과, 과거에는 일본을 경유해서 들어왔던 구미의 음악이 한국에서 우리의 기존의 음악의 형과 혼합되어 종합되면서, 한류라는 분야로 다시 해외로 수출되듯이, 우리의 시도 다양한 경로로 들어왔던 정형시들이 결합되어 한국의 정형시 형태를 형성하였다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또 한자보다는 영어가 더 익숙한 신세대들에게는 우리의 시를 어떻게 받아들이게 될 지, 또 이를 받아들여서 어떻게 기존과 다르게 새로운 방식으로 변화시키게 될 지 자못 궁금하다.
∙참고서적
〈Literature〉(Prentice Hall Robert Jacobs)
《영미시의 이해》(김재현)
《일본 하이쿠 선집》(책 세상 문고, 세계문학)
《숨어 흐르는 강》(권녕하)
〈일본 관서음시문화협회〉(http://www.kangin.or.jp자료)
이기운 약력 : 시조시인, 한강문학회 총무이사, 〈이기운의 英漢韓 대역詩 감상〉, 〈이기운의 대표시 번역〉, 論考:〈漢詩에서 韓詩를 주장하다〉(2021, 한강문학), 〈한국 현대시 분류에 관한 소고〉(2022, 한강문학) 외 |
《한강문학》신년호 (30호) 평론부문 추대등단 이기운 심사평
이기운 선생의 〈평론부문〉 추대등단에 부쳐
이기운 선생은 시조부문으로 등단한 시인으로 문단에 익히 알려져 있는 기성 문인이다. 그러한 이기운 선생에게 이번에 ‘문학평론 부문 신인상’ 〈추대등단자〉로 결정됐음을 알렸다.
〈추대등단자〉라 함은 본인의 의사와는 별개로 관계자 내외의 추천을 받아 등단과정을 밟게 되었다는 의미이다.
수상작은 평설 : 〈한국 현대시 분류에 관한 소고〉(2022, 전통 운율에 파랑처럼 입혀지는 외국 운율의 영향)이다.
그러나 이기운 선생은 평설 : 〈漢詩를 韓詩로 읽기〉(2021, 한강문학)를 비롯한 여러 논고論考를 통하여 평소 그 내공을 인정받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평설의 방향 또한 참고문헌이나 뒤적거린 짜깁기 수준과는 전혀 결이 다른 ‘한국적’인 평설로 문단의 주목을 끌던 차였다.
문학평론은 작가와 문학작품 그리고 그 주변까지 살피고 연구하고 평가해야 하는 분야이다. 그리하여 문학평론가는 문학 분야에 있어서 훈도역할을 자임하며, 역사전통문화예술 전 분야를 천착하는 종합적 사색이 요구되는 바이기에 존경과 흠모의 마음을 갖게 된다. 따라서이기운 선생의 ‘결이 다른 한국적 평설’이 앞으로 그 기세가 더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등단 풍토는 독특한 한국문단의 문화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소정의 과정을 거쳐 ‘시인’이 되었고 이어서 ‘문학평론가’로도 문단에 이름을 알리게 되었으니, 앞으로 신선한 새바람을 일으켜 한국문단에 많은 기여 있기를 바란다. 이는 기성의 문학평론가 선배들이 신인에게 바라는 바일 것이다.
거듭 건필, 건승하여 문운이 창대하기를 기원하면서, 이기운 선생의 〈추대등단〉 수상을 축하해 마지않는다.
2022년 세모歲暮에 한국시조협회 고문 농암聾巖 김중위金重緯
《한강문학》신년호 (30호) 평론부문 추대등단-이기운
자신의 시를 정확히 평가하기 위해 시작한 공부 과정
시를 쓰면서 어떤 순간부터는 쓰는 시마다 같은 시를 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른 사물과 다른 주제로 시를 썼다고 하지만, 며칠 후 다시 읽어 보면 비슷한 어휘 비슷한 기법으로 쓰고 있었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결국은 아는 어휘, 아는 표현 방법을 동원하여 다른 사물 다른 장소에 대해 쓰는 식상한 시를 쓰고 있었기에, 이를 제3자적 관점에서 본다면, 한 번 쓴 시를 글자 몇 개 수정해서 다시 썼다는 정도의 느낌을 주는 시를 계속 쓰고 있었다는 것이 된다. 이 같은 느낌은 스스로 쓴 시를 읽어봐도 대동소이하다는 느낌을 갖게 되는 데, 다른 사람들에게도 새로운 감흥이 없는 똑 같은 시를 쓰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런 매너리즘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름대로 여러 노력을 하기도 했으나, 큰 효과를 보지 못했었기에, 외국의 시를 우리 시나 한시로 번역해보거나, 또는 우리 시를 영어나 한시로 번역해 보면서, 다른 사람들이 사용하는 어휘나 표현 기법 등을 익히려고 노력하곤 했다. 아울러 다른 사람들의 시를 많이 읽으면서 공부 하고자 했다.
한 방법으로, 국내외의 타인들의 시를 단순히 읽으면서 공부하기 보다는, 내 시 쓰는 능력을 개발하기 위해, 그들의 시를 분석하고, 장단점을 찾고, 그들의 장점을 찾아서 배우려고 했다. 즉 그들의 시를 단순히 감상하는 관점보다, 다소 비평적인 관점에서 분석하면서 시를 읽으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또 그 시인의 창작 당시의 상황, 배경 등도 찾아보며 시를 읽고자 노력했다.
그리하여 평론 등단 원고는 내 자신의 시를 쓰기 위해, 내 시를 정확히 평가하기 위해 시작한 공부 과정이었음을 밝히면서, 아직도 여전히 공부하는 과정이기에, 많이 부족하고 스스로도 평론가라고 여기기에는 많이 쑥스럽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평론가의 입장에서도 더 공부하라는 선배님의 권유라 생각하면서, 그동안 혼자 공부하던 평론이었지만, 이제부터는 제대로 공부하라는 채찍질로 생각하게 되었다.
부족함이 많은 글을 평론으로 이끌고 당선작으로 선정해 주신, 한강문학 김중위 상임고문님 그리고 권녕하 발행인님과 지도편달 해주신 문단 선배님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시조시인 이 기 운
이기운
《한강문학》(2018) 시조부문 등단, 서강대 겸임교수, 《한강문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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